김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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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에서 “나비”에 이르는 삶의 가락들
2014년 10월 22일 21시 50분  조회:1050  추천:0  작성자: 김경훈
제33회 《연변문학》문학상 심사평

뼈”에서 “나비”에 이르는 삶의 가락들
김경훈(연변대학 교수)
 
가을이 무르익어 여기저기 수확의 풋풋한 내음이 짙은 향기로 가득할 때, 제33회 《연변문학》문학상도 드디여 여러 후보작들중에서 최종적인 수상작을 뽑게 되였다. 이번 심사는 쟝르별로 매 작품의 우렬을 충분히 검증하고 작품을 중심으로 한 여러가지 요인들을 골고루 감안하면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졌다. 아래에 수상한 작품의 면면을 알아보도록 한다.
 
1. 가 갖는 다양한 의미의 폭
 
이번에 소설부문에서 수상한 작품은 김혁의 중편소설 “뼈”이다. 소설은 이장때문에 부모의 뼈를 들고 거리를 활보하는 수근이라는 인물을 등장시키면서 시작된다. 그 뼈를 트렁크에 넣고 다니다가 벙어리에게 도적당하기도 하고 또 그 도적무리에 얻어맞아 갈비뼈를 다치기도 한다. 오랜만에 찾은 고향마을은 저수지확장공사로 수몰될 직전이다. 그런 피페한 마을을 지켜보고있는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렬사비이다. 작가는 이렇게 묘사한다. “과수밭언덕배기에 세워진 렬사비가 유독 눈을 찔렀다. 비바람에 지워지고 오래동안 먹을 넣지 않아 비명이며 렬사들의 이름조차 말끔히 지워지고 하얀 몸체만 남았다. 항일에 몸을 던져 마을을 지켰던 사람들의 기념비는 이제는 괴괴한 무덤 같은 마을을 위해 세워진 커다란 비석처럼 보인다.” 사실 “비석”이라고 표현함이 십분 타당하지만 왠지 이 소설의 제목과 관련해서는 그 마을을 묵묵히 지켜선 “뼈”처럼 느껴졌다. 수근은 “가짜리혼”이 진짜리혼이 되여버려 이제는 남의 안해가 된 “명월”이를 보면서 아주 오래된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부모의 뼈를 고향의 강에 수장시키고난 수근이는 어렵사리 만난 아들에게 스키보드를 사주었다가 아들애가 크게 상하는 변고를 당한다. 작품은 말미에 이들 부자간에 아픈 뼈끼리 끌어안는것으로 일종의 전망을 보여주고저 하였다.
물론 작가가 심혈을 기울였을법한 이 결말부분에서 작가의 의도가 제대로 전개되지 않은것 같다는 견해와 결핍된 사랑의 현실적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것이라는 등 엇갈린 견해가 심사위원들사이를 오가기도 하였다.
 
2. 구색아리랑이 엮어내는 전통가락의 빛갈
 
시부문에서는 김영건의 조시 “구색아리랑”이 수상했다. 김영건은 이 조시에서 토종부락, 장독대, 석마돌, 초가집, 돌방아 등 이제는 잊혀져가는 민족의 전통적인 삶의 이모저모를 되살려내고있다. 특히 그러한 전통적인 삶의 자취에 묻어나오는 농가의 풍경을 “누런 조이삭은 길다란 몸통 늘어뜨리고/ 외태머리 마늘다래 곁눈질에/ 빨간 고추다래 연지곤지/ 가슴 헤친 가을호박/ 한마당 가을을 풀어놓다”고 함으로써 정답다 못해 애잔하기까지 한 소중한 유산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러한 풍경은 현실적인 삶의 조건에 비교해보면 가난함 그 자체일지도 모르지만 그러한 가난에 오히려 행복이 깃들어있음도 귀띔해준다. “피나무함지 노란 저고리 흰 머리수건 하얀 버선/ 베옷에 검정치마 분홍저고리에 청색치마/ 붉은 댕기 외태머리 꽁꽁 동이고/ 귀밑머리 하얀 어머니와/ 보송보송 이팔소녀/ 삭 사르르 섬섬옥수 똑 또르르/ 새하얀 이가 방긋 무궁화꽃이 핀다”(“가난한 행복”) 바로 가난한 행복은 그속에 따뜻한 정이 함뿍 담겨있기때문이 아닐가? “부뚜막 아궁이 장작불 활활/ 통나무 굴뚝 저녁밥 뭉게구름/ 따뜻한 정으로 한구들 메웠던/ 마음에 사금다래 흑백가족사진”.
이처럼 김영건의 조시는 하나하나의 작품을 들여다보면 지극히 평범하고 새로움이 별로 없는듯이 보이지만 여러 작품들이 한데 어우러졌을 경우, 오늘날 우리에게서 사라져가고있는 민족적인 전통의 소중함에 대해 은연중 호소하고있고 그 가치에 대해 다시 반성해보게 한다고 하겠다.
 
3. 산다는것은…
 
수필부문에서 수상한 작품은 김영자의 “산다는것은…”이라 제목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너무나 리얼한 사실에 기초하여 자연의 섭리를 존중하면서도 인간으로서의 죽음에 대한 초연한 마음가짐을 가지기까지 얼마나 어려운 과정을 겪어야 했는지를 아프면서도 아름답게 전해주고있다. 젊었을 때는 앞만 보고 달리면서 서로를 아끼고 보듬을줄 몰랐던 부부, 하지만 석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남편을 바라보면서 후회와 온갖 한스러움이 몰려든다. 따라서 “죽음은 늘 우리와 동반하고있지만 욕망의 그늘에 가리워 잠시 잊고 살뿐이다. 우리는 욕망이 그 어떤 인생의 답을 줄것 같아 어리석게도 많은 세월 있지도 않은 내것들을 찾아 허우적거렸다.”라는 작가의 회포는 비록 많이 늦었지만 인생에 대해 깊이 관조하고 그 흐름에 대해 무언가 나름대로 정의해보고저 하는 새로운 시도로 다가온다. 그리고 모든 허무한 몸짓들을 거부하고 순수한 생명의 의미를 따져갈 때 “산다는것은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삶의 과정이기도 하다”라는 인식의 한 정점에 이르게 되는것이다.
물론 이러한 인식의 과정은 지극히 괴로운것으로서 그것은 소중한 사람의 생명과 바꾼것이며 지나온 자기의 자취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난 뒤에야 가능한것들이기도 하다. 김영자의 “산다는것은…” 결국 덧없는 욕망에 인생을 허비하지 않고 죽음을 삶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때 죽음을 딛고 새롭게 출발할수 있으며 더욱 희망찬 래일을 걸어갈수 있음을 말해준다. 새로운 자기를 발견하고 새롭게 가꾸어갈 때 그 삶은 기필코 화려한 부활로 이어질것이다.
 
4. 란무하는 나비들의 춤사위의 의미
 
평론부문에서는 김정웅의 “귀추를 잃고 란무하는 ‘나비’들의 비극”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이 평론은 재일조선인문학 제3세대 문학대표자의 한 사람인 리량지와 중국조선족문학 제3세대 문학의 대표적작가의 한 사람인 허련순의 생애를 비교하고 대표적인 작품인 “나비타령”과 “누가 나비의 집을 보았을가”에 나오는 메타포인 “나비”를 비교하였으며 두 작품에서의 가정파탄과 집단적폭력에 의해 집 잃은 “나비”들을 비교하였고 나아가 두 작품에 대한 문학사적자리매김까지 나름대로 하고있다.
이 평론에서 비교적 돋보이는 부분은 메타포로서의 “나비”에 대한 분석과 집단적폭력에 의해 집 잃은 “나비”들에 대한 비교로 비교문학의 리론을 바탕으로 주제학적으로 접근하는데 있어서 매우 탄탄한 연구실력을 보여주었다고 생각된다.
 
이상에 걸쳐 제33회 《연변문학》문학상을 수상한 작품들을 살펴보았다. 이외에 초심에 올라온 작품들중에 좋은 작품들이 있어 열렬한 토론을 벌렸으나 수상을 못한 아쉬움도 있다. 특히 초심에는 올라왔지만 작가나 평론가들 본인의 요구에 의해 최국철의 중편소설 “헷채-왈복이 돌아오다”와 김관웅의 평론 “‘오디푸스 콤플렉스’와 동서양소설”이 수상에서 제외되였음도 매우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하고싶다.
아무튼 다음번의 《연변문학》문학상에 더욱 좋은 작품들이 수상의 영예를 지니기를 미리 기원하면서 수상한 모든 작가들에게 축하의 말씀을 드리는것으로 심사평을 마무리하고저 한다. 2014.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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