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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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장편소설 《진허》(2)
2013년 09월 05일 13시 19분  조회:947  추천:0  작성자: 김극민
 
누군가 세차게 몸을 흔들어대는 바람에 준이는 눈을 떴다. 거무틱틱한 얼굴이 내려다보고있었다.

“아저씨, 무슨 잠을 그렇게 자시우? 온밤 헛소리를 치면서… 아저씨땜에 나 잠을 설치였수다.”

멀리서 목탁소리가 들려왔다.

똑, 똑, 똑, 또그르르…

준이는 그제야 여기가 판넬사무실이고 자기를 깨운 사람이 곽씨라는것을 어슴푸레 깨달았다.

“아저씨, 그 년세에 술 엄청 하시는군. 그러다가 몸을 망가뜨리면 어떡할라구? 우리처럼 막로동으로 벌어먹는 사람에겐 몸이 밑천이라니께…”

“……”
준이는 머리맡에서 담배부터 찾았다. 서너가치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그는 엎드린채 담배에 불을 붙였다.

또 실수를 했구나. 젊은이들앞에서 추태를 부리다니… 후회도 후회지만 야릇한 통쾌감이 몸에 퍼지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무엇인가 가증스러운것을 치고 박고 때려부신듯 결국 쳐부신것이 남도 아니고 자기 자신이건만 그래도 가슴이 후련했다.

엊저녁에 그는 곽씨, 리씨과 함께 대청에서 월드컵경기를 시청했다. 한국선수가 미국팀의 꼴문을 터뜨리자 붉은악마들의 함성이 천지를 진감했다. 준이도 열광의 기분에 감염되여 저도 모르게 머리를 내저으며 응원가를 따라불렀다.

“어―코리아, 어―코리아… 짠짠 짠짠 짜아―”

하지만 곽씨는 조는듯마는듯 덤덤한 표정이였고 리씨도 강건너 불구경하는 식이였다. 준이는 혼자서 주책머리없이 떠들어댄것이 민망스러웠다.

“자네들은 기쁘지 않은가? 저 꼴이 어떤 꼴인데…”

리씨가 비양거리듯 말했다.

“이 아저씨 보기와 달리 무척 감정적이네… 그런데 아저씨, 이번 월드컵에 어렵사리 본선에 진출해가지구 소조경기에선 너무 맥이 없이 무너지더구만? 중국팀이 탈락하니 아저씨 심정은 어떠하시우?”

준이는 슬그머니 약이 올랐다.

“그런데… 자네는 왜 그걸 물어보는가?”

“궁금하니까… 하하하.”

준이는 대뜸 언성을 높였다.

“임마, 너 진짜 궁금해서 물어보는거야?”

“아따, 이 아저씨가… 우연히 한마디 물었는데 소리는 왜 질러요 소리는?”

“네가 넘어졌을 때 누가 히죽거리면서 심정이 어떤가고 물으면 너 기분이 좋겠느냐?”

“이 아저씨가… 너무 열정적으로 한국팀을 응원하니까 한국편인줄 알았더니 속은 완전히 중국편이네?”

“임마, 나한테는 한국이 할아버지 같은 존재구 중국은 내가 나서 자란 모국이다. 내앞에서 중국을 비웃지 말아, 기분이 나쁘니까…”

리씨가 발끈했다.

“이 아저씨가 너무 심각한거 아니야 이거? 내 말뜻은 그게 아니였다구…”

리씨는 얼굴을 잔뜩 찌프리고 텔레비에 눈길을 돌렸다. 준이도 다시 텔레비를 바라보았으나 한번 망가진 기분은 여전히 찜찜하기만 했다.

축구경기를 시청하면서 다른 사람과 다툰 일이 이번만은 아니였다. 80년대 초반, 그가 농촌중학교로부터 연길시 모 중학교로 갓 전근해왔을 때였다. 월드컵예선이였던지 아시아컵이였던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교원들이 회의실에서 남북축구팀의 축구경기를 시청하고있었다. 한국선수가 선꼴을 넣고 운동장을 달아다니며 세레모니를 펼치는데 앞에 앉았던 녀교원이 발딱 일어나면서 욕설을 퍼붓는것이였다.

“저 남조선새끼, 수세미머리를 해가지구 무슨 지랄이야? 콱 뒤여나져라!”

준이는 저도 모르게 발칵 내쏘았다.

“선생님,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지랄’이라니요?”

녀선생이 머리를 홱 돌리며 준이를 노려보았다.

“미술선생님은 어느 편입니까? 예? 어느 편입니까?”

“내사 어느 편이든 그쪽에서 말씀 좀 문명하게 하십시오.”

녀선생은 몸을 부르르 떨었고 눈에서는 불이 이글거렸다.

“누구를 교육하자구 듭니까? 예? 누구를 교육하자구 드는가?”

녀선생이 분통을 터뜨릴만도 했다. 본과대학출신이며 공산당원이며 중점과목인 수학을 가르치는 교원으로서 통신대학출신이며 비당원이며 비인기과목인 미술을 가르치는 보잘것없는 교원한테 꼬집혔으니 어찌 자존심이 상하지 않았겠는가. 다른 교원들이 그만 떠들라고 항의하자 녀교원은 자리를 박차고 회의실에서 나가버렸다. 어쨌든 그후부터 준이는 녀교원과 앙숙이 되였고 처처에서 불리익을 감수해야 했다…

곽씨는 끄덕끄덕 졸고있었고 리씨는 여전히 찌뿌둥한 얼굴이였다. 리씨는 서른아홉이라 했다. 본래 서울 어느 회사의 사무직이였는데 금융위기때 밀려나와 지금까지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있었다. 작년부터 여기에서 일하고있다는데 체력이 약해서 월급도 70만원 정도밖에 받지 못하고있었다. 가정을 서울에 두고있어 저녁마다 전화로 안부를 묻군 했다. 리씨는 여태까지 준이가 중국동포라고 로골적으로 야비한 태도를 취한적이 없었다. 오늘일도 따지고보면 얼마든지 롱담으로 얼버무릴수 있는 일이 아니였던가… 준이는 자기가 한국에 와서부터 마음이 비좁아지고 신경도 엄청 예민해지고있음을 느꼈다. 이래서는 안돼. 사람이 대범해야지. 준이는 자기의 실수를 술로 미봉하려고 들었다.

“리씨, 한국팀승리를 축하해서 오늘저녁 내가 한턱 내지. 배달아가씨한테 핸드폰을 치게. 소주 세병, 돼지머리안주에 ‘말보루’ 한갑…”

얼마 되지 않아 배달아가씨가 주문한 술과 안주를 가져왔다. 곽씨는 몸을 아끼느라고 술을 얼마 하지 않았고 리씨는 술을 마다하지 않았지만 주량이 변변치 못했다. 그러다보니 거의 준이 혼자서 취토록 마신것이다. 주절주절 쓸데없는 말을 많이 늘어놓은것 같았다. 누워서도 잠이 오지 않아 바깥으로 나간듯했다. 목적없이 헤매다가 길건너 마을에 올라가 뉘 집 대문을 두드리면서 악담패설을 늘어놓고… 돌아와서 그 자리에 꼬꾸라지고… 새벽녘인가 괴상한 꿈을 꾼것 같은데 무슨 꿈이였던지…

그는 겨우 몸을 일으켜 대청으로 나왔다. 리씨가 후라이팬에 계란을 지지고있었다.

“아저씨, 어제밤 어디 갔다 왔어? 배달아가씨 젖가슴을 보더니만 혹시 읍내 유흥업소로 간게 아니여?”

“녀석이 아무 소리나…”

괄시를 당해도 할 말이 없지. 누가 그렇게 체신머리없이 술주정을 하라 했어…

리씨는 저쪽 방에서 혼자 자는데 불면증이 있어서 준이가 밤중에 바깥에 나갔다 온 사실을 모를리 없다.

준이는 뒤가 급하여 화장실로 들어갔다. 변기에 앉으니 지난밤 꿈의 정경이 어슴푸레 떠오르기 시작했다. 죽어서 하늘로 올라갔고… 웬 스님과 말다툼을 했고… 진허법사라는이와 많은 말을 주고받았는데 깨달음을 얻으라는 말외에 다른 말은 생각나지 않는다. 왜 생뚱같이 그런 꿈을 꾸었을가? 나의 일상은 불법이나 스님들하고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데… 아마 새벽마다 들려오는 저 목탁소리때문에 그런 꿈을 꾼 모양이다.

대청에서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먹구 어떻게 일해? 젠장!”

“아따, 식성에 맞지 않으문 저절로 해 자실거지… 여긴 주방장이 따로 없다니까.”

“씨팔, 이따위 판넬은 처음 본다. 일찌감치 때려치워야지.”

준이는 대청으로 나왔다. 식탁에는 어제점심에 먹다 남은 밥과 김치, 장아찌 그리고 리씨가 금방 지져놓은 계란볶음 한접시가 달랑 놓여있었다. 여기서는 사장부인이 일군들의 식사를 점심 한끼만 책임졌다. 일용직들은 저녁에 돌아가면 그만이였지만 사무실에서 주숙하는 고정인부 세 사람은 아침과 저녁 식사를 저절로 해결해야 했다. 리씨는 아침식사를 보통 우유 한컵에 계란볶음으로 에웠고 준이도 묵은밥에 김치쪼각으로 대수 요기를 해왔다. 억대우같은 곽씨가 그들처럼 먹다가는 “밑천”으로 여기는 몸이 삐쳐내지 못할것은 뻔한 일이였다. 곽씨는 싱크대밑에 있는 박스를 와락와락 헤치고 라면 두봉지를 꺼내여 큰 그릇에 담고는 뜨거운 물을 부었다. 그리고 계란 두개를 터쳐놓고 저가락으로 휘휘 젓고는 걸신 들린 사람마냥 후룩후룩 먹어대기 시작하였다.

식사를 금방 끝내자 박사장이 사무실에 들어섰다. 몸집이 야무지게 생긴 사십대 중반의 사나이였다. 얼굴은 함부로 생긴축이 아니였으나 그 얼굴에서 지성의 빛이라고는 찾아볼수 없었다. 아침에 인부들을 처음 보면서도 인사를 건네는 법이 없었다. 박사장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식탁을 한번 흘겨보고는 쏘파에 털썩 앉아 밖을 내다보았다. 그쪽 벽은 통유리로 되여있어 공사장 저 먼곳까지 샅샅이 살펴볼수 있었다. 준이는 장갑을 주어 끼고 밖에 나섰다. 차소리가 나더니 승합차가 마당에 들어섰다. 일용직 인부 일여덟명이 차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작달막한 키에 낡은 군복을 입은 “아우”가 차에서 뛰여내리자마자 준이한테 “충성!” 하고 군례를 붙이였다.

“형, 왜 두눈이 퉁퉁 부었어? 옳아, 엊저녁에 형수님생각이 나서 눈을 못 붙였다 이거지? 하하하…”

녀석은 웃을 때마다 성성이처럼 아래우 이몸이 벌겋게 드러난다. 이제 갓마흔이라는데 준이를 “형”이라고 부르는데는 그로서의 얄팍한 속셈이 있었다. 준이가 중국에서 왔다고 얼렁뚱땅 신부감이나 소개받을가 해서 치근거리는것이다.

제일 마지막에 파키스탄에서 온듯한 왜소한 젊은이가 차에서 내렸다. 사무실에서 나와 인부를 점검하던 박사장이 꽥 소리를 질렀다.
“어이, 너 왜 또 바라왔어? 일솜씨가 통 숙맥이던데… 야! 너 바라가라. 내가 외국놈 돈벌이 시키는 사람이야?”

젊은이는 본래 큰 눈을 더욱 크게 뜨고 서양사람들 본새로 어깨를 으쓱하며 팔을 벌려보았다. 박사장은 식지로 젊은이를 겨누었다가 손가락을 쫙 펴서 좌우로 흔들고는 이어 국사발의 파리를 날리듯 손을 훌훌 내저었다. 젊은이는 머리를 기우뚱하고 뭐라고 중얼거리더니 승합차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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