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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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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하나 될 때
2020년 04월 30일 13시 52분  조회:1188  추천:1  작성자: 김태호
지금으로부터 30여년전 내가 연변대학에 다닐 때의 일이다. 우리 학급에 흑룡강성 오상에서 온 친구가 있었다. 성미가 서글서글한 그였지만 처음 한동안은 연변출신인 우리들을 멀리하고 고향친구들과만 어울려 지냈다. 그런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차츰 마음을 열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궁금해서 그 까닭을 물으니 자기는 어려서부터 “연변사람들은 인심이 박하고 리속이 밝다”는 말을 들으며 자라왔는데 정작 와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면서 연변사람들은 인정이 많고 연변은 살기 좋은 고장이라고 말했다. 생각이 바뀐 오상친구는 대학시절 4년 동안 ‘연변내기’인 우리들과 정말 절친하게 지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연변에 배치받기를 원했으나 그렇게 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을 품고 귀향했다.

오상친구는 연변을 떠나면서 굵직한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울면서 왔다가 웃으면서 간다”는 말이 있으나 오상친구는 울면서 왔다가 역시 울면서 떠나갔다. 연변에 오기 싫어서 울면서 왔는데 연변을 떠나기 싫어서 울면서 간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는 한동안 하북성 진황도에 있는 창녕그룹에 몸을 담았었다. 창녕그룹의 임직원들과 로동자들은 거개가 흑룡강성 출신의 조선족들이였다. 그들은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은근히 나를 멀리했다. 그런데 시일이 지남에 따라 나는 그들과 감정을 교류하게 되였고 정을 쌓게 되였다. 서로가 사이 좋게 지내던중 언제인가 그들의 입에서 이런 말이 튀여나왔다. “너는 연변사람이 아니야!” 나중에야 그 까닭을 알게 된 일이지만 이 말은 나에 대한 그들 나름의 인정이였다.

나 역시 그들과 어울리면서 전에 가졌던 틀린 생각들을 고칠 수가 있었다. 흑룡강성 조선족들은 성질이 급하고 거칠며 래일에 대한 타산이 없고 궁리가 없다는 등 편견들이 사그라졌다. 나도 그 때까지 흑룡강성에 가본 적이 없었고 그들 절대 대부분도 연변에서 생활해본 경력이 전무했던 것이다. 모두가 실제 체험에 기초한 견해가 아니고 풍문만 듣고 생긴 오해였다.

오랜 세월 동안 우리는 자기와 좀 다르다는 생각 하나로 상대가 틀렸다고만 여기며 오해와 편견으로 서로를 대해왔고 심지어 반목하며 살아왔다. 연변의 조선족과 산재지역의 조선족은 알게 모르게 심리적으로 거리가 있다. 사돈을 맺으려 해도 경우에 따라서는 서로 꺼리기도 한다.

우리 민족은 총명하고 똑똑하며 사리에 밝은 우수한 민족이다. 인종으로서의 좋은 점을 거의다 구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것이 오히려 역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저마다 똑똑하기에 자기 주장이 강하고 남을 잘 인정하지 않으며 포용력이 결핍하고 배타적 심리가 강하다.

세계 각국에 산재해있는 유태인들은 한마음한뜻으로 경제적 및 정신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기에 이스라엘은 지금 작지만 강한 나라로, 지역의 맹주로 튼튼히 자리 잡았다.

인류문화학자들은 유태민족과 우리 민족의 공통점을 주목하면서 문화비교학의 각도에서 깊이 있게 연구하고 있다. 두 민족 다 총명하고 똑똑하며 지식을 숭상하며 학구열이 아주 높다. 그런데 우리는 배타주의가 심해 잘 뭉치지 못한다. 유태인들도 론쟁을 하고 시비가 붙는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만의 철학으로 지혜롭게 처사하여 합의를 보며 매사에서 매듭을 잘 짓는다.

우리는 론쟁을 하고 자기의 주견을 세우는 데는 강하지만 결론을 얻지 못하고 빈 공론으로 끝날 때가 많다.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없을가. 얼마든지 될 수 있다. 우리 민족의 우수한 소질이 그 담보로 된다. 여태까지 우리에게는 명확한 철학이 없었다. 이것은 민족의 비극이다. 명확한 철학이 없으면 전략이 없다. 전략이 없는 전술은 잔재주일 뿐이다. 지금이라도 우리가 자기의 명확한 철학을 세우고 자기의 사상을 가진다면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다.

우리는 반드시 하나가 돼야 한다. 왜냐 하면 우리가 하나가 되면 거대한 에너지가 발산될 것이며 우리는 우수한 민족으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연변사람이니 흑룡강성 사람이니 집거지역이니 산재지역이니 하면서 서로 우렬을 따지는 것은 부질없는 짓으로서 이젠 그만둘 때가 되였다고 본다.

기실 사귀다 보면 정이 들고 정이 들면 우점만 보이는 법이니 그러면 우리가 하나로 되는 것 쯤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길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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