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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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돌이켜보니 부끄럽기만하다

석양노을 그 빛 황홀하다.
2013년 09월 18일 09시 34분  조회:1924  추천:0  작성자: 김명록
석양노을 그 빛 황홀하다.
 
얼핏 보아도 학자다운 사진의 주인공은 말 그대로 박학다문하고 다재다능한 분이다. 대학문을 나선 그날부터 36년을 방송사업에 몸을 담고 빛과 열을 발산해 왔다. 그는 우리 언론계의 원로의 한분이며 보도사업에 몸바친 방송인이며 문학수업에서 성과를 올린 작가일 뿐만아니라 북경대학 조선문화연구소의 겸직연구원이며 국제고려학회의 핵심인물중 한분이다. 그가 바로 중앙인민방송국 역심(교수급) 김형직선생이다.

기자는 북경출장길에 마침 “김형직선생 방송생애 35주년 및 <고문관지> 조선문판 출판기념식”에 참석하여 김형직선생을 모실 기회를 가지게 되였다. 점잖고 우아한 몸가짐도 돋보였고 말마디마다에 다분히 안겨오는 철리도   인상적이였다. 방송사업의 원로이며 선배이신 김형직선생 앞에서 후배인 내가 이야기를 나누자고 보니 어쩐지 송구스러웠다. 하도 그의 소탈한 웃음과 해학적인 언어로 하여 팽팽하던 나의 마음의 탕개가 풀리면서 ≪고문관지≫ 책을 둘러싸고 김형직선생과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게 되였다.

기(자): 어떻게 되여 책이름이 ≪고문관지≫로 되여 있습니까?
김(형직): 이 책이 고문에서도 으뜸가는 명편들을 엮었다는 의미가 우선 들어있습니다. ≪좌전≫의 “계찰이 주악을 구경하다”에서 계찰이 악무 “소수”를 구경하고 찬탄한  “으뜸가는것을 보았도다 (观止矣)”라는 말에서 책이름을 ≪고문관지≫라 따온것입니다.

기: 조선문판이 나오게 된 경과를 이야기해 주시겠습니까?
김: 40대초반에 번역한 책을 60대가 되여서 출판하게 되니 감개가 무량하고 감구지회가 착잡합니다. 로자가 “대기(大器)는 만성이라”고 갈파했듯이 나는 대기는 못되지만 성공은 늦게 되였지요. 중앙인민방송국 조선어부에서 기자로 활약하며 짬짬이 시간을 내여 명편들을 우리 말로 옮겨놓다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어지간하면 되리라 생각했던것이 정작 붓을 들고보니 눈앞이 캄캄할 때가 많았습니다. 번역에서 눈으로 뜻을 새기기와 글로 박아 번역하기가 확연히 다름을 이때에야 깨닫게 되였습니다. 고심참담 수년만에 비로소 역문과 주해를 마무리하여 한 출판사에 보낸것이 또 자금난으로 13년동안 해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저의 평생에 가장 심혈을 기울인 책이고 40대 중반에 저의 청춘과 정열과 피땀을 쏟아 엮은 책이기에 언제든지 빛을 보게 하려고 벼르는 아버지의 절절한 심정을 깊이 헤아린 저의 딸 채련이가 출판비용 4만원을 내고 민족출판사에서 응해나섰기에 저의 결실 ≪고문관지≫ 조선문판이 여러분들과 대면하게 되였습니다.

기: 선생님은 어려서부터 고문에 대해 각별한 흥미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여기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김: 고문은 알아보기 힘들기에 알려고도 하지 않는 사람이 많으며 흔히 고문을 피하고있습니다. 저는 대학시절부터 고문을 무척 즐긴것만은 사실입니다. 고문을 배우는 한편 우리 말로 풀이하여 노트에 정리해보는것을 재미로 생각하였고 리해하기 어려운 구절은 선생님께 물어 해득하군 했습니다. 이렇게 여러해를 두고 노트에 정리했더니 적지 않은 고문번역문이 정리되였지요. 이것이 ≪고문관지≫ 를 번역하게 된 계기로 되였고 또 ≪고문관지≫번역에 커다란 도움을 주었습니다.

기: ≪고문관지≫가 후대들에게 미치는 의의와 영향에 대한 선생님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김: 이 세상에 우수한 책이 기수부지지요. 이런 책마다속에서 이것저것 다 읽는다는것은 거짓말입니다. 또한 자기로 체계를 잡고 두서를 잡아 읽자면 끝이 없을것입니다. 대표작을 골라서 정리한 고문을 학습하게 되면 그건 고문학습에서 지름길을 걷는것과 다름없지요. 지금까지 다른 글로 ≪고문관지≫를 옮겨놓은것은 오직 조선문밖에 없습니다. 이 책에는 력사전기, 론설문, 견문, 기행문, 잡문, 소품 등 십여가지 쟝르의 글이 망라되여있어 중국 고문의 휘황찬란한 면모를 보여줄뿐만 아니라 글의 대부분이 사상성과 예술성이 무척 높아 읽는 이들의 찬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한편 우리들에게 력사지식과 문학지식을 가르쳐주는것은 물론 고문을 배움에 있어서 교재로도 쓸수 있습니다. 이런 고문을 통하여 중국문화의 정수를 섭취할수 있을뿐더러 우리 민족의 문화를 발전시키는데도 참고로 될것입니다.

기: 36년을 필과 벗하여 많은 귀중한 재부를 남겼는데 인젠 편안히 휴식하셔야지요?
김: 어떻게 얘기할가요? 그런 생각이 전혀 없는것은 아닙니다. 이 몇년간 숨차고 어렵고 험난한 산마루를 톺아왔습니다. 이것이 생활의 제1부입니다. 지금 20여만자 되는 기자작품집을 한창 마무리 짓고있습니다. 정년퇴직하면 사회의 자유인으로, 수필가로, 사회활동가로서 생의 제2부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물론 발전하는 시대의 변화에 가끔 얼굴을 돌리고 사색의 실마리를 들추면서 락조어린 아리랑고개를 톺을것입니다. 그런다 해도 생활의 제2부는 가볍고 느슨하고 거뿐하고 유쾌하고 자우로울것입니다.

보라!  이처럼 박식한 학자이기에 말이 청산류수였고 수첩에 옮겨놓으니 한편의 훌륭한 글이 되였다. 30여년간 김형직선생이 내놓은 “즐거운 모임 긴장한 경기”, “소수민족 수상작가 좌담회”, “제10회 아세아경기대회보도”, “봄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한 많은 방송작품이 중앙인민방송국 우수상을 받았고 전국조선어방송 우수작품평의에서도 수상하였다. 번역작품으로는 “당조설화”, “고대백화단편소설집”, “케리라와 디무나” 등 여러권이 있고 편역작품으로는 “조선옛이야기 365컬레”, “중조관계사화”, “불굴의 투사”등 여러 책, 수필로는 “어머니”, “도라지”, “흘러간 동년시절”, “벼종자”, “부채” 등 수십편이 있다.

이렇게 큰 성과 앞에서도 해놓은 일이 별로 없다고 겸손하게 말하는 김형직선생이 더없이 우러러 보이기만 했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있다. “작가에겐 정년퇴직이 없다. 사유와 붓대는 쉬지 말아야 한다.” 이 한마디 말에서 마치 석양에 비낀 그의 청아한 모습을 보는듯 싶었다. 석양에 지는 해도 뜨거운 빛을 뿌린다고 하지 않는가?  금후에도 김형직선생한테서 알차고 호함진 작품이 쏟아져 나올것은 불보듯이 뻔한 일이 아니겠는가.

김형직선생은 이번에 ≪고문관지≫ 8백부를 찍었는데 한부도 팔지 않고 전부 기증하겠다고 피로했다. 그는 이 책은 어디까지나 정신적 재부이지 절대 물질적 재부가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기자를 보고 책을 요구하는 분한테서 전화나 편지가 오면 책임지고 우편으로 부쳐주겠다고까지 하였다.

환한 웃음을 보이며 이렇게 내비치는 그의 말에서 명예나 리익을 탐내지 않는 김형직선생의 깨끗한 마음을 읽을수 있었고 민족문화와 후대들을 위하는 그의 티없이 맑고 후더운 마음을 페부로 느낄수 있었다.
 
≪세월이여, 인생이여(중국조선족기자문선) ≫ 수록. 200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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