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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아, 어서 빨리 "동시조"랑 같이 놀아보쟈...5
2017년 12월 22일 00시 01분  조회:1896  추천:0  작성자: 죽림
동시조의 과제와 전망 
김복근 

1. 머리글 

아동문학은 독자인 어린이들이 문학적 인식과 비판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독자로부터의 반향을 기대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비평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아동문학가들은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문학활동으로 만족하고 있다. 더욱이 그 출발이나 작품의 양이 동시나 동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동시조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이 더 크게 노출되고 있다. 
1920년대 방정환에 의해 어린이 문화운동이 주도되고, 최남선에 의해 많은 어린이 잡지가 발간되었으며, 국민문학파에 의해 시조부흥운동이 전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동시조는 1940년대에 와서야 겨우 이구조에 의해 「아동시조의 제창」이라는 글로 『동아일보』에 선을 보이게 된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대동아 전쟁이 일어나고, 일제가 우리말 말살 정책을 쓰는 시점이라 더 이상의 진전을 보이지 못하였고, 8.15해방 공간과 민족 상잔의 6.25전쟁으로 인해 동시조는 제대로 싹을 틔우지 못하게 된다. 그러다가 1960년대에 와서야 이명길, 박평주 등에 의해 동시조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박경용, 정완영, 서벌, 경철 등에 의하여 창작과 이론에 대한 발표가 있었으며, 90년대에 와서야 박석순이 주도하는 『한국 동시조』에 의해 동시조 작단이 형성되기에 이른다. 
동시조 작단이 형성되었다고는 하나 동시조만 창작하는 전문 동시조인은 보이지 않고, 성인시조를 하는 시조시인들이 여기로 창작한 것으로 보이며, 발표되고 있는 작품에 대한 비평활동도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발표되고 있는 작품들도 주관적 동심주의와 유년 회상에 의한 퇴행적 심리 표현, 자연친화적 소재주의 등이 주류를 이루어 현대 아동의 심리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작품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우리의 아픈 현실이다. 
따라서 본고는 최근에 발표되고 있는 동시조 작품들을 중심으로 동시조의 양태와 과제를 점검하고, 동심의 심상 구조화와 현대 아동의 심리 변화 추이에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소재와 현실 체험의 시적 변용에 의한 동시조 창작의 과제와 지향점을 모색하기 위해 비판적 관점에서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2. 주관적 동심주의의 극복 

수집어 수집어서 다 못타는 연분홍이 
부끄려 부끄려서 바위틈에 숨어 피다. 
그나마 남이 볼세라 고대 지고 말더라 
-이은상 「진달래」전문 

노산 이은상의 진달래 전문이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된 바 있어 비교적 많이 읽혀진 작품 중의 하나다.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우리의 정서가 배어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노산의 자연애는 본능적이고 생리적이다. 자연과 동화되어 자연 속에 살아 숨쉬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바위틈에 / 숨어’ 핀 진달래가 ‘남이 볼세라 / 고대 지고 말더라’는 표현은 천진난만한 동심 그대로이다. 
인간은 자신을 대단한 것처럼 생각하다가도 때로는 무척 왜소함을 느끼기도 한다. 진달래는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스스로 겸손해짐을 상징적으로 노래하고 있다.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나고, 성장하고, 쇠약해져, 사멸하여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스스로의 힘에 의해 생명력을 가지고 생성 발전하다 자연 속으로 귀의한다. 자연은 인간에 대하여 이질적이거나 대립적인 것이 아니고, 동질적으로 조화하는 것으로 신마저도 자연을 초월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 세계에 함의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노산은 우리의 전통과 동양의 자연 사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동시조에 대한 장르 개념이 형성되기 이전에 이미 노산은 <고향 생각>이나 <푸른 하늘><새가 되어 배가 되어> <봄처녀> <그네> 등 어린이들의 정서가 배인 작품을 발표하였으며, 부드럽고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로 동시조와 동시조요를 발표해왔다. 
노산과 가람 등에 의해 시조 부흥운동이 일어나 현대시조가 왕성하게 발표되고 있을 즈음에 아동문학은 방정환과 최남선 등에 의해 주도되면서 아동문화운동으로 다기적인 양상을 띄게 된다. 
주목할 만한 일은 초기에 각광을 받던 아동문학 작품의 경향성인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아동의 마음처럼 자유로 날개를 펴는 것은 없고, 또 순결한 것은 없다.”는 방정환의 동심지상주의적 아동관과 천사주의적 아동관에 대해 강한 반발이 있었다는 것이다. 어린이를 순진무구하고 천진난만한 천사적 존재로 보는 견해에 대해 비현실적으로 미화된 관념을 비판하면서 사회에 실재하는 보편적 아동 상을 그리려는 리얼리즘 정신이 추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동시·동화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비판의 대상이 된 주관적 동심천사주의 계열의 작품이 동시조에서는 정보사회를 살고 있는 현대에까지 버젓이 발표되고 있어 놀라움을 주고 있다. 

얘들아 엄마 아빠께 / 말 잘 듣고 효도하자 
한번 가시고 나면 / 다시 오지 않으신 데 
날마다 / 효도하면서 / 예라고만 하고 살래. 
-김상형의 「효도」전문 

이마를 마주 대고 / 눈물 콧물 주고받던 
우리는 어깨동무 / 길섶의 들꽃이다. 
어느 날 / 고향 어디쯤 / 반가운 손잡을 날이… 

-김몽선의 「헤어지는 날」 

나무도 새 옷 입고 / 꽃들조차 환히 웃는 
교정은 꽃밭이 되어 / 나날이 새 날이다. 
3월은 / 날마다 축제 / 웃음 폭죽 터지는 날 
-유선의 「3월의 교정」전문 

동시조는 어린이를 위해 쓴 글이다. 시인의 시정신이 어린이에게 이해되고 어린이 수준에 맞도록 받아들여지게 형상화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자면 동심에 대한 확실한 인식이 요구된다. 현대의 어린이 세계는 추상적인 관념의 세계가 아니라 시·청각적 영상 매체와 함께 자란 새로운 세대다. 따라서 현실세계를 살고 있는 어린이의 심리 상태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고, 여기에 시인으로서의 지성과 감성, 시정신 등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작금에 발표되고 있는 상당수의 동시조는 시인의 주관적 동심주의를 미화시키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최근에 발표된 동시조 중에서 임의로 선정한 세 편의 동시조는 현대 어린이들의 심상 세계와는 거리가 먼 세계의 이야기들을 주제로 하고 있다. 「효도」와 같은 작품은 문명 세계와 거리가 있는 청학동 어린이들이 봐도 웃을 소재와 표현이다. ‘얘들아 엄마 아빠께 / 말 잘 듣고 효도하자’는 구어체로서 시적 표현과는 거리가 멀 뿐 아니라 소재 또한 진부하기 이를 데 없다. 중장의 ‘한번 가시고 나면 / 다시 오지 않으신 데’ 도 그렇고, ‘날마다 / 효도하면서 / 예라고만 하고 살래.’라는 종장에 오면 그만 실소를 자아내게 된다. 
「헤어지는 날」도 비슷하다. 부모들의 이주에 따라 전출입을 자주 하는 현대의 어린이들은 ‘이마를 마주 대고 / 눈물 콧물 주고 받’지도 않으며, ‘길섶의 들꽃’처럼 어깨동무를 하지도 않는다. 더욱이 산부인과를 고향으로 알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고향 어디쯤’에서 반갑게 ‘손잡을 날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시인의 유년 시절에 대한 단순한 회상이요, 화자 자신의 주관적 동심주의에 불과한 것이다. 
「3월의 교정」도 마찬가지다. 요즈음 아이들은 학교 가기를 두려워하거나 무서워하고 있다. 학교야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한다고 ‘나무도 새 옷 입고 / 꽃들조차 환히 웃'게 하고, ‘교정은 꽃밭이 되어 / 나날이 새 날이’ 되어 있을 지라도 어린이들이 느끼는 학교에 대한 감정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더욱이 새로운 세계에 대한 불안과 학습에 대한 과중한 부담으로 인하여 동심이 멍들다 보면 ‘3월은 / 날마다 축제 / 웃음 폭죽 터지는 날’이 아니라 오히려 힘들고 괴로운 나날의 연속이 될 수도 있다. 
주관적 동심주의에 의해 피상적으로 형상화된 작품으로 말미암아 어린이들이 시조와 거리를 느끼게 된다면, 차라리 이런 작품은 발표가 되지 않는 편이 오히려 유익할 것이다. 관심 있는 단체와 시조 사이트에서 백일장을 비롯한 학생 시조가 활기를 띄고 있는데, 이런 일련의 작품들로 인하여 오히려 장애가 될 소지가 있기에 바른 소리를 하게 되는 것이다. 

3. 유년 회상의 퇴행적 심리 표현 

우리가 쓰고 있는 작품을 읽어줄 어린이들은 과연 어떤 아이들인가. 우리는 어린이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 지를 생각해 보았는가. 어린이들의 입장에서 그들이 즐겁게 받아들이도록 작품을 형상화하고 있는가.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시인이 얼마나 될까? 
성인에게 감동의 대상이 된다고 하여 어린이에게도 감동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더구나 현실 사회에서는 별로 할 일이 없어진 어른들의 유년 회상의 퇴행적 심리 표현에 의한 작품들은 아동문학의 주체인 어린이들에게는 관심거리조차 되지도 못하고 있다. 

할머니가 / 세상에서 / 제일 맛있게 드시는 것 
잇몸으로 / 호물호물 / 잘도 잡수신다. 
먼발치 / 바라만 보아도 / 군침 도는 가을 한 때. 
-진복희의 「홍시」전문 

밤하늘 / 멀리 멀리 / 아련한 / 저 별자리 
무릎 위 / 앉아 듣던 / 구수한 / 이야기들, 
어느 새 / 나도 별 되어 / 외손녀를 안고 있다. 
-경철의 「할머니 얼굴」전문 

담 밑에 라일락꽃 / 누이의 봄빛이다 
봄바람에 살랑살랑 / 꽃향기 가득 담아 
올해는 시집간다고 / 자꾸자꾸 소문낸다. 
-김양수의 「라일락」전문 

요즈음 아이들에게 미래의 희망이나 꿈을 물어보면 컴퓨터 그래픽이나, 프로그래머, 프로게임머, 가수나 탤런트 등의 연예인, 축구나 야구 선수 등 흥미와 감각적인 직업, 동적이고 속도감이 있는 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어린이들에게 아직도 동시조의 제재는 꽃이요, 나비요, 아가의 웃음이요, 홍시이거나 할머니의 옛이야기, 누이의 봄빛이다. 근본적으로 현 시점의 어린이들의 사고와는 동떨어진 전시대적 발상이다. 
「홍시」를 한번 보자. 피자나 핫도그에 입맛이 바뀐 아이들이 홍시 맛을 알기나 할까. ‘할머니가 / 세상에서 / 제일 맛있게 드시는 것’이라면 아마도 할머니나 드시라면서 돌아보지도 않을 것이다. 그리고 요즈음 시대에 어느 할머니가 홍시를 ‘잇몸으로 / 호물호물’ 잡수시고 있겠는가. 치과 의술이 발달하여 이를 심거나 의치를 하여 잇몸으로 호물호물 음식을 먹는 노인은 보기가 힘들어졌다.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먼발치 / 바라만 보아도 / 군침 도는 가을 한 때.’라는 표현에 오면 그만 어안이 벙벙해진다. 시인 자신의 유년 회상에 의한 퇴행적 사고를 쉽게 볼 수 있다. 
「할머니 얼굴」은 작품 자체에 바로 자신의 사고가 노출되어 있어 이러한 예를 더욱 쉽게 찾을 수 있다. ‘밤하늘 / 멀리 멀리 / 아련한 / 저 별자리’를 볼 수 있는 경우는 이제 천체 실험실에서나 가능한 형편이고, 도시 생활에서는 성인들도 보기 어려워졌다. 시인이 유년 시절을 회상하여 ‘무릎 위 / 앉아 듣던 / 구수한 / 이야기들’을 들었다는 것이고, 이제는 ‘어느 새 / 나도 별 되어 / 외손녀를 안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무릎 위에 있을 정도라면 어린 아이일 것이고, 어리다면 글을 읽기 어려울 것이다. 외손녀가 읽으라고 쓴 작품이 아니라면, 독자가 누구인가를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 아닌가. 유희 세계에 안주하여 회상에 의한 유년 세계나 상징적인 도덕을 가르치려고 한다면 요즈음 어린이들의 공감을 사기 어려운 현실이다. 동심의 유희 세계는 주제의 빈약성과 제재의 한계성 때문에 동시조를 어린이에게 더욱 멀어지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4. 자연친화적 소재주의 문제 

고도 정보 사회를 사는 현대에 농경시대의 정서를 노래하면 오늘날의 어린이는 이를 어떻게 수용하게 될까. 작금에 발표되고 있는 상당히 많은 동시조들이 농촌의 자연 풍경을 소재로 하고 있고, 그 자연도 아름답게만 형상화하는데 그치고 있다. 이런 현실 도피적 문학 작품을 어린이들이 제대로 수용하지 않음은 당연한 이치이다. 자연친화적 소재주의는 동시조가 극복해야 할 가장 큰 과제 중의 하나로 보여진다. 

엄마를 닮았는지 / 따스한 봄 마음 
겨우내 추위 속에 / 참았던 노래를 
화알짝 꽃 잎새마다 / 담뿍 담아 피운다. 
-이명길의「개나리」전문 

60년대에 동시조 보급운동을 펴던 이명길의 동시조「개나리」전문이다. 6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는 농경사회의 서정이 남아 있었기에 쉽게 자연 서정을 노래할 수 있었다. 이명길은 당대의 어린이들을 위해 이 땅에 가장 먼저 피는 아름다운 꽃 개나리로부터 어머니의 따스한 사랑과 생명의 순결함을 찾아내고 이를 노래하고 있다. 
그러나 영상매체와 정보의 홍수 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한국 동시조』2001년 봄호에 똑 같은 제재인 「개나리」가 3편씩이나 수록되어 있는 것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노랑나비 한 무리가 / 울타리에 앉아 논다 
고양이 걸음하여 / 나비 채로 잡았더니 
나비는 간 데가 없고 / 개나리꽃이 화알짝 
-김사균의「개나리」전문 

앞산 양지쪽의 / 갓 피어난 개나리가 
노오란 고운 빛으로 / 새 봄을 즐기면서 
호호호 웃는 소리가 / 마을까지 들리네 
-김상형의「개나리」전문 

햇살이 간지러워 / 웃다가 뛰어나와 
울타리 빙빙 돌며 / 꽃불을 질러놓고 
오가는 사람들 불러모아 / 꿈 빛을 팔고 있다. 
-김양수의「개나리」전문 

세 편이 한결같이 개나리를 소재로 하고 있으며, 주제마저도 이명길이 노래한 생명성과 꽃피는 봄에 대한 단순 서정을 노래한 것까지 닮아 있다. 문학적 성패를 따지기 전에 이렇게 유사한 소재와 주제로 어린 독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고 생각하고 발표하였는지 의문이 간다. 어린이 시조 백일장에서 동일한 시제를 주고, 쓰게 한 것과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면 평자의 시안이 나빠서일까. 
동시조지로서는 유일한 발표 매체인 『한국 동시조』에 수록된 작품들을 주제만 놓고 살펴봐도 이러한 자연친화적 소재주의는 쉽게 볼 수 있다. 
민들레, 새싹, 까치, 봄 편지, 봄비, 진달래, 노루, 라일락, 3월의 눈, 봄방학, 고추잠자리, 수리부엉이, 장수거북, 함박꽃나무, 별, 이슬, 제비, 떠돌이별, 해돋이, 경칩, 수박, 마타리, 눈, 아빠의 고향, 내 마음은 호수, 겨울, 민들레 꽃씨, 장미꽃, 여름들판, 기러기 울며 날면, 파도, 해, 상사화, 풀밭에서, 산길, 왕개구리 등 대부분의 작품들이 자연친화적 소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열린시조 2001. 봄호의 기획특집 한국의 동시조에서도 마찬가지다. 현대시조를 쓸 때는 다양한 포에지를 보이던 시인들이 동시조를 쓸 때는 자연친화적 소재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해돋이와 햇콩싹, 연보라 진보라, 하늘은 민들레 꽃밭, 옛날 옛날 옛날에는, 할머니, 홍시, 산길, 병아리, 눈밭에서, 해바라기, 수양버들, 봄, 봄비 오는 날, 눈, 눈사람 등 절반이 넘는 작품들이 그러한 예를 보여주고 있다. 
사실, 오늘날 순수한 의미에서의 자연이 존재하는가. 청학동과 동강까지 인간에 의해 짓밟히고 있으며, 대부분의 농어촌은 공해에 의해 수질과 토양까지 오염되고 있다. 유해 식품과 약품 공해, 폐기물 처리 등 도시에서 야기되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이 온 국토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와 도시 주변에서 살고 있는 시인이 농촌에서 살고 있는 어린이들의 심리 세계도 모르고, 대다수 도시 어린이들의 정서를 외면한 채 있지도 않은 꿈같은 전원적 소재만을 노래하고 있다면, 이는 유년시절의 단순 회상에 의한 현실 도피적 문학에 다름 아닐 것이다. 
따라서 농촌 어린이들의 정서를 담고 있다고 착각되고 있는 자연친화적 단순 소재주의는 하루 빨리 극복되어야 할 문제로 보여진다. 

5. 다양한 소재와 현실 체험의 시적 변용 

동시조는 시이면서 동시와 현대시조가 되어야 하는 이중 삼중의 어려움을 안고 있다. 주관적 동심주의와 유년 회상에 의한 퇴행적 심리 표현, 자연친화적 소재주의를 극복하기 어려운 것도 동시조가 갖고 있는 특유의 순수 정서와 미적 쾌감, 현장 체험적 감각이 어우러진 창조적 심상 표출과 절제와 응축의 형식 처리 문제 때문으로 보여진다. 
현대 동시조는 오늘날의 어린이를 주 독자로 생각하며 쓰는 시다. 21세기 새 밀레니엄 시대를 살아가는 첨단 사회의 어린이들에게 오늘의 현실을 수용할 수 있는 소재의 다양화와 생활 체험의 시적 변용이 요구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욕심이 많았어요 / 먼저 크고 싶었지요 
햇빛 사랑 바람 사랑 / 나 혼자만 받으려고 
친구는 아랑곳 않고 / 새콤 달콤 익었어요 
내가 제일! 뽐냈는데 / 어, 어 이게 웬 일■ 
욕심 많은 벌레들이 / 자꾸 나를 따라 와서 
이렇게 변해 버렸죠 / 못난이가 된 걸요 
-이승은의 「썩은 사과」전문 

이승은의 「썩은 사과」는 지금까지의 동시조와는 다른 작법상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자연에서 소재를 채택하고 있는 점은 유사하지만, 의인화된 화자의 아픈 삶과 자연 현상의 변화에서 현대 어린이들의 심상 변화를 묘하게 포착하고 있다.「썩은 사과」라는 제목에서 새로운 시적 포에지를 엿볼 수 있으며, 지나친 욕심은 금물이라는 교훈성을 리얼하게 형상화함으로써 시적 인식을 높여주고 있다. 현대 어린이들의 이기적 삶에 대한 반성적 태도와 함께 대화체를 활용하는 기법까지 동원하여 어린이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현대 아동의 생활과 심리 변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접근, 유희적 제재에서의 탈피, 동심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고정 관념의 타파를 볼 수 있는 새로운 형상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어린이를 단순한 독자로 보지 않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삶의 동반자로서의 눈높이를 맞춤으로서 가능한 작업이다. 

저것은 줄 아니다 / 레이더 달린 그물 
여섯 개 가는 발로 / 하늘 촘촘 엮어놓고 
날벌레 / 이슬방울도 / 놓치는 법 한번 없네 
-서재환의 「거미줄」부분 

서재환의 「거미줄」은 영상 매체와 함께 자라온 현대 어린이들의 정서를 그리고 있다. ‘저것은 줄 아니다 / 레이더 달린 그물’이라는 표현에서 보듯이 자연 현상에서 취재해온 사물을 인위적 메타포로 변용함으로써 울림을 주고 있다. 작은 거미가 공중에서 집을 짓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의 동작 하나 하나에서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날벌레 / 이슬방울’을 잡기 위함이라는 현대적 감수성으로 풀어놓음으로써 어린 독자들과의 공감을 확대시키면서 시적 교감을 꾀하고 있다. 

나는 나는 게으름뱅이 / 미루면서 살아왔다 
한숨 자고 나중에 하지 / 좀 놀다 내일 하지 뭐 
그 숙제 / 산더미 같아 / 허둥대며 사는 오늘 
-김호길의 「숙제」전문 

김호길은 경남 사천 출신으로 육군 항공학교를 졸업하고, 월남전 헬리콥트 조종사로 참전하였고, 전역 후 대한 항공 조종사로 근무하다 지금은 도미하여 농사를 짓고 있는 이색적인 약력을 가진 시인이다. 
그가 가진 이채로운 약력만큼 동시조에서도 어린이들의 생활 소재를 선택하는 혜안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이 새벽 과외를 나가야 하고, 고학년으로 올라가면 특기·적성 교육부터 도구 교과까지 과외를 받아야 하는 현실적 상황 속에서 ‘그 숙제 / 산더미 같아 / 허둥대며 사는 오늘’이라는 시적 인식은 어린 독자들의 관심을 쉽게 유도할 수 있다. ‘나는 나는 게으름뱅이 / 미루면서 살아왔다’와 ‘한숨 자고 나중에 하지 / 좀 놀다 내일 하지 뭐’와 같은 운율과 율격 구조를 지키면서 구어체를 동원하는 새로운 기법으로 리듬감을 살려놓고 있다. 
그의 어린 독자들이 동시조 사이트 「느티나무」에서 조회를 많이 하여 접속 빈도가 높고 감상문을 많이 남긴 것만 보아도 어린이들의 공감을 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린이를 유달리 사랑하는 그에게서 고학년용 생활 동시조를 기대해 본다. 

물과 물 사이엔 틈이 없어 보이지만 
물과 물 사이를 알코올은 파고든다 
짝궁과 나 사이에도 누가 끼면 어쩌지? 
-문무학의 「실험실에서」 중 어쩌지 

과학 실험시간 분자의 혼합에 대한 실험을 하면서 느낀 생각을 다루고 있는데, 지금까지의 동시조와는 다른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색적이다. 
물과 알코올의 혼합에 대한 실험을 소재로 하여 짝궁과 나와의 관계를 연계시킨 발상에서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요즈음 어린이들은 교우 관계에서도 독점욕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부모의 바쁜 일상 때문에 가족끼리의 제한된 스킨 쉽을 하다보니 욕구불만과 함께 자기 것에 대한 소유욕이 강해지고, 이런 소유욕은 친구끼리의 교우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짝궁과 나 사이에도 누가 끼면 어쩌지?’의 종장 처리는 이런 어린이들의 심리 변화를 알지 못하면 표현 할 수 없는 시적 인식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동시조 작단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주관적 동심주의와 자연 친화적 소재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주제의 다양화와 참신성이 요구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조정관념에서 탈피하는 착상, 일상생활 속에서의 특이성 찾기, 상식을 뒤집어 생각하는 역사고적 발상, 양방향성의 디지털적 사고, 특정주제에 대한 집중 조명, 불가능한 현상에 대한 가설적 사고, 자연과 현실 공간의 유사·대비에 의한 착상 등을 들 수 있겠다. 
어린이들의 생활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린이들의 생활과 생각을 읽을 수 있고, 앞에서 말한 새로운 주제에다 포에지가 더해진다면 울림이 있는 읽히는 시적 표현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진다. 

6. 마무리 

집필을 하면서 고민을 하였다. 발표되고 있는 동시조 작품의 한계 때문에 쓴 소리를 하지 않을 수 없고, 쓴 소리를 하다보면 비난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시조의 발전을 위해서는 학생 시조가 지도되어야 하고, 학생 시조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동시조 창작이 선행되어야 한다. 
망설임 끝에 곰이 인간으로 환생하려면 쑥과 마늘을 먹어야 한다는 건국신화를 떠올리며, 비난을 사더라도 사심없이 문제를 진단하고, 그 처치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 여겨졌다. 
김순희(2001 시조문학)에 의하면 초등학교 교과서에 고시조 16편과 현대시조 1편이 수록되어 시조 교육의 부실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솔직히 교과서에 수록할 만한 동시조를 찾기 어렵다면 그 상당 부분의 책임을 시조시인이 져야 하지 않겠는가.. 

시월의 바람에는 가을이 들어 있다. 
길고 긴 여름 햇살의 손가락 사이로 
천천히 여물어가던 씨앗을 재촉한다. 
-한은정의 「씨앗」부분 

제10회 경남시조 백일장 중등부 장원으로 입상한 한은정의 「씨앗」전문이다. 씨앗으로 형상화된 이 작품은 중학교 1학년의 솜씨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예리한 감성과 형식적 기교가 잘 어우러져 있다. ‘시월의 바람에는 가을이 들어 있다.’는 강한 메타포로 팽팽한 긴장감을 유도하면서 ‘길고 긴 여름 햇살의 손가락 사이로, 천천히 여물어가던 씨앗을 재촉한다.’는 생명에의 강한 염원을 노래하고 있다. 새 삶에 대한 갈망과 고통, 그리고 생명으로 이어지는 상상력은 학생 시조의 새로운 가능성을 예감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적절한 비유와 긴장감이 감도는 참신한 학생 시조를 보면서 주관적 동심주의와 유년 회상에 의한 퇴영적 심리 표현, 자연친화적 소재주의는 동시조단이 극복해야 할 과제임을 재확인 할 수 있으며, 독자들에게 읽히는 동시조가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소재와 현실 체험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시적 변용이 요구된다. 
감각적 대중 문화와 시청각 매체가 어린이들의 관심을 사고 있는 이 시대에 동시조가 살아남으려고 하면, 각고의 노력이 요구될 뿐만 아니라 상상력이라는 광대무변한 사유와 오묘한 체험한 시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전문 동시조인들이 많이 나와 동시조에 의한 특별한 의미의 탑을 세울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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