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3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시인 대학교

"천희(天姬)라는 이름이 한없이 그리워지는 밤"...
2018년 04월 14일 23시 49분  조회:3492  추천:0  작성자: 죽림

백석 시모음   

백석

백석 (백기행) 시인
생몰 1912년 7월 1일 (북한 정주) ~ 1996년 1월 
학력 아오야마가쿠인 대학교 졸업
데뷔 1930년 조선일보 단편소설 ‘그 모(母)와 아들’ 경력 1934 조선일보                  

 

삼호(三湖) 
― 물닭의 소리 1 


문기슭에 바다해자를 까꾸로 붙인 집 
산듯한 청삿자리 우에서 찌륵찌륵 
우는 전북회를 먹어 한녀름을 보낸다 
이렇게 한녀름을 보내면서 나는 하늑이는 
물살에 나이금이 느는 꽃조개와 함께 
허리도리가 굵어가는 한 사람을 연연해 한다 


창삿자리 : 푸른 왕골로 짠 삿자리 
전북회 : 전복회. 전복과에 속하는 조개의 살을 회로 만든 것 
하늑이는 : 하느적거리는. 가늘고 길고 부드러운 나뭇가지 같은 것이 계속하여 가볍고 경쾌하게 흔들 리는 모양. 
나이금 : 나이테. 연륜. 
연연해 한다 : 잊혀지지 않고 안타깝게 그리워한다 
수필 <東海>의 분위기를 느끼는 시로 전복회를 앞에 두고 소주잔을 들이키는 모습은 너무나 흡사하다. 
삼호(三湖)는 홍원군 남단에 위치한 유명한 명태어장으로 이곳에서 백석은 한여름을 보내었다. 명태가 너무 많이 잡혀 지천에 깔린 고기들. 그러기에 대문기둥에 바다 해(海)자를 거꾸로 붙였던 어느집이 있는 음식점에 가서 전복회를 먹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는 백석이 좋아하던 조개와 어느 여인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뛰어난 시어(詩語)로 표출하고 있다. 시 <삼호>는 백석의 서정성이 뛰어나게 아롱진 아름다운 표현의 극치를 이루었던 것이다. 




물계리(物界里) 
― 물닭의 소리 2 


物界里 물밑 ― 이 세모래 닌함박은 콩조개만 일다 
모래장변 ― 바다가 널어놓고 못믿없어 드나드는 
명주필을 짓궂이 발뒤축으로 찢으면 
날과 씨는 모두 양금줄이 되어 
짜랑짜랑 울었다 

물계리 : 함경도 해안가의 백사장 
세모래 : 가늘고 고운 모래 
닌함박 : 이남박. 쌀같은 것을 씻어 일 때 쓰는 안턱에 이가 서게 여러 줄로 돌려 판 함지박의 하나. 쌀을 일 때 쓰이는 바가지의 일종. 
모래장변 : 모래가 운동장을 이룬 듯이 넓다란 모래 벌판 
콩조개 : 아주 작은 조개. 
날 : 세로로 놓은 실 
씨 : 가로로 놓은 실 
양금(洋琴) : 국악에서 쓰는 현악기의 한 가지. 네모 모양의 나무판에 열네개의 쇠줄을 매고, 채로 쳐서 소리를 냄. 사다리꼴의 넓적한 오동나무 통 위에 56개의 줄로 이어진 현악기. 
시 <물계리(物界里)는 실험성이 강한 작품으로 아름다운 관찰력만으로도 높이 평가되는 수준작이다. 



대산동(大山洞) 
― 물닭의 소리 3 


비얘고지 비얘고지는 
제비야 네말이다 
저 건너 노루섬에 노루없드란 말이지 
신미도 삼각산엔 가무래기만 나드란 말이지 

비얘고지 비얘고지는 
제비야 네말이다 
푸른 바다 힌한울이 좋기도 좋단 말이지 
해밝은 모래장변에 돌비 하나 섰단 말이지 

비얘고지 비얘고지는 
제비야 네말이다 
눈앵이 갈매기 발앵이 갈매기 가란말이지 
승냥이처럼 우는 갈매기 무서워 가란 말이지



비얘고지 : 증봉동 근처에 있는 마을. 정확히는 덕언면 신창동으로 옛날에는 '비파부락'이라고 불렀음. 그러나 여기서는 제비의 지저귐 소리로 파악 된다. 시인이 비애고지라는 마을을 염두에 두고 의도적으로 쓴 의성어로 볼 수 있다. 
노루섬 : 정주읍에서 남서쪽으로 10리 거리의 바다건너 섬으로 내장도(內獐島),외장도(外獐島)를 지칭. 
신미두 : 평북 신천군 운종면(雲從面)에 속한 큰 섬. 조기의 명산지이기도 함. 
가무래기 : 새까맣고 동그란 조개. 가무락조개 
돌비 : 돌로 세운 비석. 
고향을 노래한 시 
마치 제비소리가 귀에 속살대는 것처럼 고향의 지명을 빌어 정다움을 표현한 시(詩) <대산동>은 시 <오리>를 연상시킬 정도로 음률성과 서정성이 뛰어나다. 또한 눈이 빨간 갈매기와 발이 빨간 갈매기까지 관찰하는 시인 백석의 관찰력은 놀랄만큼 정확하다. 백석이 발표한 많은 중기 시중에서도 최대 걸작이다. 



남향(南鄕) 
― 물닭의 소리 4 


푸른 바다가의 하이얀 하이얀 길이다 

아이들은 늘늘히 청대나무말을 몰고 
대모풍잠한 늙은이 또요 한 마리를 드리우고 갔다 

이 길이다 

얼마 가서 감로(甘露) 같은 물이 솟는 마을 하이얀 회담벽에 옛적본의 
장반시게를 걸어놓은 집 홀어미와 사는 물새 같은 외딸의 혼사 
말이 아지랑이같이 낀곳은 


늘늘히 : 휘늘어진 것에 줄줄이 붙은 모습을 말함 
청대나무말 : 다 자란 푸른 대나무를 어린아이들이 놀이도구로 사용하여 가랑이에 넣고끌고 다니는 말. 잎이 달린 아직 푸른 대나무를 어린이들이 말이라 하여 가랑이에 넣어서 끌고 다니며 노는 죽마 
대모풍잠 : 대모갑으로 만든 풍잠. 
대모갑 : 바다거북의 등껍질 
풍잠 : 망건의 당 앞쪽에 꾸미는 물건. 쇠뿔, 대모, 금패 같은 것으로 원산모양으로 만듦. 갓 모자가 걸리어 바람에 뒤쪽으로 넘어가지 못하게 하느라고 꾸밈. 
또요 : 도요새. 도요과에 속하는 새의 총칭. 강변의 습기 많은 곳에 살고 다리, 부리가 길며 꽁지가 짧음. 
회담벽 : 회벽으로 된 담벽 
옛적본 : 옛날 스타일의 
장반시계 : 쟁반같이 생긴 둥근 시계. 
백석의 가장 슬프고도 또한 아름다운 시가 바로 <남향(南鄕)>이다. 
백석은 남쪽의 마을 통영을 생각하면서 자신이 걸어 보았던 명정동의 길을 생각하며 
란의 모친 서씨와 란의 모습을 떠올린다. 맑고 깨끗하 물이 솟아 이름하야 명정동(明 
井洞)이라 부르는 그곳의 회담벽이 있는 나지막한 집의 사랑채와 그곳에 사는 두 모녀 
의 모습은 언제나 백석에게는 잊혀지지 않었다. '이길이다'라는 표현에서는 잊혀졌던 
시절의 추억이 불현듯 나타나 거의 절대적인 백석의 그리움과 바램이 드러나 있다. 

 


 

야우소회(夜雨小懷)

― 물닭의 소리 5 


캄캄한 비 속에 
새안 달이 뜨고 
하이얀 꽃이 퓌고 
먼바루 개가 짖는밤은 
어데서 물의 내음새 나는밤이다 

캄캄한 비 속에 
새안 달이 뜨고 
하이얀 꽃이 퓌고 
먼바루 개가 짖고 
어데서 물의 내음새 나는 밤은 

나의 정다운 것들 가지 명태 노루 뫼추리 질동이 노 
랑나비 바구지꽃 메밀국수 남치마 자개짚섹이 그리고 
천희(天姬)라는 이름이 한없이 그리워지는 밤이로구나 


먼바루 : 먼발치기. 조금 멀찍이 떨어져 있는 곳에 
물외 : 오이 
질동이 : 질그릇 만드는 흙으로 구워 만든 동이 
남치마 : 남색치마 
자개짚섹이 : 작고 예쁜 조개껍데기들을 주워 짚신에 그득히 담아 두는것. 
< 야우소회(夜雨小懷)>는 여름날의 비오는 밤에 역시 통영을 생각하며 쓴 시이다. 마치 한 폭의 유화를 보는 아름다움과 그 정경을 묘사하면서도 자신의 쓸쓸함을 끝내 떨쳐버리지 못하는 자신의 바램과 사랑에 대한 미련을 칠흙같은 어둠속에서 비에 의탁하고 있다. 더구나 자신에게 너무나 가깝게 다가오는 바닷가의 이름모를 주막집의 천희(千姬)까지 사랑하는 비극을 생각하면서…… 
백석에게 끊임없이 다가오는 천희(天姬)는 <통영>에서 보여주는 '미억오리같이말라서 굴껍지처럼말없이사랑하다죽는다는'천희와 같다. 바로 그 해 6월 실비 오는 저녁에 만난 그녀를 두고두고 새기며 아쉬워한 백석은 '물닭의 소리'로 대변한다. 백석은 아름다운 물닭이되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비오는 밤에 두고두고 그 때의 감회를 읊는 것이다. <남향(南鄕)>과 더불어 시<야우소회(夜雨小懷)>는 '물닭의 소리'의 압권이다

 



꼴두기 
― 물닭의 소리 6
 


신새벽 들망에 
내가 좋아하는 꼴두기가 들었다 
갓 쓰고 사는 마음이 어진데 
새끼 그믈에 걸리는 건 어인 일인가 

갈매기 날어온다 

입으로 먹을 뿜는 건 
십년 도를 닦어 퓌는 조환가 
앞뒤로 가기를 마음대로 하는 건 
손자(孫子)의 병서(兵書)도 읽은 것이다 
갈매가 쭝얼댄다 

그러나 시방 꼴두기는 배창에 너불어저 새새기 같은 
울음을 우는 곁에서 
배ㅅ사람들의 언젠가 아이서 회를 처먹고도 남어 한 
깃씩 논아가지고갔다는 크디큰 꼴두기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슬프다 

갈매기 날어난다 


이른새벽 바닷가의 선창가에서 백석은 좋아하는 꼴두기가 그물에 잡혀있는 모습을 보고 불쌍한 운명을 느낀다. 더욱이 배창에 널려있는 꼴두기가 슬피우는 듯한 모양을 보고는 뱃사람들이 예전에 회처먹었던 꼴두기의 이야기를 들으며 더욱 슬픔을 감추지 못한다. 
신새벽 : 이른새벽 
들망 : 후릿그물. 바다나 큰 강물에 넓게 둘러치고 여러 사람이 그 두 끝을 끌어당기어 물고기를 잡는 큰 그물 
꼴두기 : 두족류(頭足類)의 연체동물. 생김새는 낙지와 비슷하고 몸길이는 다리끝까지 24cm 가량. 몸통에 도톨도톨한 혹이 솟아있고 여덟 개의 발이 있음. 몸빛깔은 회색을 띤 적갈색이며, 만(灣)의 얕은 바다에 삶 
한깃 : 한 조각. 어떤 것을 여러 조각으로 나눌 때의 그 한몫 

 



박각시 오는 저녁 


당콩밥에 가지 냉국의 저녁을 먹고 나서 
바가지꽃 하이얀 지붕에 박각시 주락시 붕붕 날아오면 
집은 안팎 문을 횅 하니 열젖기고 
인간들은 모두 뒷등성으로 올라 멍석자리를 하고 바람을 쐬이는데 
풀밭에는 어느새 하이얀 다림질감들이 한불 널리고 
돌우래며 팟중이 산옆이 들썩하니 울어댄다 
이리하여 한울에 별이 잔콩 마당 같고 
강낭밭에 이슬이 비 오듯 하는 밤이 된다 

38년 조광사(朝光社)에서 발행한 「조선문학독본(朝鮮文學讀本)」에는 백석의 시가 두 편 실렸다. <고성가도(固城街道)>와 <박각시 오는 저녁>이었다. 그 중 <박각시 오는 저녁>은 백석의 절편(節編)이다. 
땅거미가 지는 여름날 저녁 무렵이면 바가지 꽃이 피어 있는 울타리와 지붕 위에는 박곷이 마치 소복입은 청산처럼 다소곳이 피어 각시 주락시 나방을 기다린다. 유별나게 박꽃을 좋아하는 이 놈들은 주둥아리의 긴 대롱을 박꽃의 꽃속에 깊숙이 꽂아 놓고 꿀을 빨아 먹기 때문에 꽃에 앉지 않고 언제나 공중에서 붕붕 유난히 큰소리를 내면서 난다. 
들과 산에는 땅을 파며 다니는 돌우레의 '오글오글'하는 소리와 메뚜기 모양의 갈색곤충인 팟중이가 다리와 날개를 비비대며 시끄럽게 우는 한가한 산골의 풍경을 실감나게 묘사한 작품이다. 
박꽃만 들고 있으면 사람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날아와 굴을 빨아먹는 박각시 주락시는 언제나 사람들에게 잡혀 곤욕을 치르지만 사람들에겐 정겨운 존재이다. 백석이 좋아하는 돌우레는 평안북도 어느 자방 산골에 가면 우물가 돌 밑이나 감자 사이에 살며 오글오글 시끄럽게 소리를 낸다. 
풀밭사이에는 어느덧 하이얀 천들이 널려 마르고 있고 다림질을 기다리고 있는 전원의 풍경을 잘 묘사한 훌륭한 작품이다. 
당콩밥 : 강남콩이 많이 들어간 밥. 바기지꽃 : 박꽃 
박각시 : 박각시 나방. 박쥐나방. 박쥐나비과에 딸린 나비의 한가지 해질 무렵에 나와서 주로 박꽃 등을 찾아 다니며 긴 주둥아리 
호스로 꿀을 빨아 먹으며 공중에 난다. 날면서 먹이를 먹는 까닭에 언제나 소리가 붕붕하게 크게 난다. 몸의 길이 46mm, 벌린 날개의 길이 97mm, 앞날개에는 잿빛의 무뉘가 있고 가운데는 어두운 빛임. 유충은 고구마나 나팔꽃의 잎을 먹음 
주락시 : 주락시 나방. 
한불 : 상당히 많은 것들이 한 표면을 덮고 있는 상태. 
돌우래 : 말똥 벌레나 땅강아지와 비슷하나 크기는 조금 더 크다. 땅을 파고 다니며 '오르오르' 소리를 낸다. 곡식을 못 살 게 굴며 특히 감자밭이나 콩밭에 들어가서 감자줄기를 끊어 놓으며 땅을 판다. 

팟중이 : 메뚜기과에 속하는 곤충으로 크기는 3.2cm ~ 4.5cm 정도로 갈색, 콩중이와 비슷한데 조금 작은편

 

 

 

한국예인문학 제공

 

 

백석 시인 과 통영 - 그 죽일 놈의 사랑                                                                                               

2017.04                                                                 

 

프레시안 강제윤 인문학습원 <섬학교><통영학교> 교장]

충렬사 계단에 주저앉아 울던 백석

밀실 정치의 요람이었던 요정 대원각을 시주받아 법정 스님이 세운 절이 서울의 길상사다. 시주자는 시인 백석(본명 백기행, 1912~1995)의 연인이었던 고(故) 김영한 여사다. 이 땅의 시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으로 꼽히는 백석 시인은 기생이었던 그녀를 만나자마자 사랑에 빠졌고 '자야'라는 애칭을 붙였다. 자야는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속 나타샤의 모델로 알려져 있다. 백석과 헤어진 뒤 그녀는 백석을 그리며 평생 홀로 살았다고 한다.

자야는 책 <내 사랑 백석>에서 "백석이 사귄 다섯 여자 가운데 진정으로 사랑했던 여인은 자야였고 자신 또한 백석에 대한 사랑을 평생 올곧게 간직했다"고 말한 바 있다. 기생이었던 자야는 1936년 회식장소에 나갔다가 백석 옆자리에 앉았다. 그녀에게 반한 백석은 "오늘부터 당신은 나의 영원한 마누라야. 죽기 전에 우리 사이에 이별은 없어요."라고 말했으며 이후 사랑에 빠졌다고 증언했다.

자야의 믿음처럼 백석이 가장 사랑한 여인은 그녀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그네는 백석의 시 속 나타샤란 여인이 자야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시란 게 원래 그렇다. 자야도 나타샤고 자야 전에 사랑한 여인도 나타샤고 자야 후에 만난 여인도 나타샤다. 사랑하는 여인이면 누구나 나타샤다. 스물넷, 청년 백석이 사랑한 나타샤는 '난'이라는 소녀였다.
 


구마산(舊馬山)의 선창에선 좋아하는 사람이 울며 나리는 배에 올라서 오는 물길이 반날
갓 나는 고당은 갓갓기도 하다
바람 맛도 짭짤한 물맛도 짭짤한
전북에 해삼에 도미 가재미의 생선이 좋고
파래에 아개미에 호루기의 젓갈이 좋고
새벽녘의 거리엔 쾅쾅 북이 울고
밤새껏 바다에서 뿡뿡 배가 울고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다
집집이 아이만한 피도 안 간 대구를 말리는 곳
황화장사 령감이 일본말을 잘도 하는 곳
처녀들은 모두 어장주한테 시집을 가고 싶어 한다는 곳
산 너머로 가는 길 돌각담에 갸웃하는 처녀는 금이라는 이 같고
내가 들은 마산 객줏
집의 어린 딸은 난이라는 이 같고
난이라는 이는 명정 골에 산다던데
명정 골은 산을 넘어 동백나무 푸르른 감로 같은 물이 솟는 명정 샘이 있는 마을인데
샘터엔 오구작작 물을 긷는 처녀며 새악시들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그이가 있을 것만 같고
내가 좋아하는 그이는 푸른 가지 붉게 붉게 동백꽃 피는 철엔 타관 시집을 갈 것만 같은데
긴 토시 끼고 큰머리 얹고 오불고불 넘엣거리로 가는 여인은 평안도서 오신 듯한데 동백꽃이 피는 철이 그 언제요
녯 장수 모신 낡은 사당의 돌층계에 주저앉아서 나는 이 저녁 울듯 울듯 한산도 바다에 뱃사공이 되어가며
녕 낮은 집 담 낮은 집 마당만 높은 집에서 열나흘 달을 업고 손방아만 찧는 내 사람을 생각한다
- 백석 시(詩) < 통영(統營) 2>

 


이순신 장군 사당인 통영 충렬사 건너 쌈지공원에는 백석의 시비가 서 있다. 시비에 새겨진 시는 <통영 2>다. 저 머나먼 북쪽 땅 정주가 고향인 백석 시비가 남쪽 끝자락 통영에 서 있는 이유는 뭘까. 다 그 죽일 놈의 사랑 때문이다. 나그네는 이 비석에 새겨진 시 <통영 2>를 볼 때마다 윤도현의 노래 <사랑 Two>가 떠오른다. < 통영 2>가 아니라 <사랑 Two>로 읽으면 이해가 쉽다. 백석은 생애 참으로 많은 여인의 애간장을 태우고 다닌 사내였지만 통영의 여자 '난'에게는 도리어 큰 상처를 입었다.


 


<통영 2>는 서울 살던 백석이 난이란 여자를 만나러 통영까지 왔다가 못 만나고 그녀가 살던 집과 동네만 하릴없이 기웃거리다 충렬사 입구 돌계단에 쪼그려 앉아 서글픈 심사로 쓴 것이다. 백석은 '통영'이란 제목의 세 시편을 남겼다. <통영 2>도 처음 발표 때는 제목이 '통영'이었다. 백석이 남쪽 끝 항구도시 통영에 대해 시를 세 편이나 남긴 것은 그만큼 그 여자 난에 대한 그리움이 컸기 때문이 아닐까.

당시 <조선일보> 기자였던 백석은 1935년 절친한 친구 허준의 결혼식 축하모임에서 같은 신문사 동료인 신현중의 소개로 당시 이화고녀 학생이던 통영 여자 난(본명 박경련)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백석은 스물넷, 난은 열여덟 꽃다운 나이였다. 백석은 후일 그의 산문 <편지>에서 난의 모습을 이렇게 그린다.

"남쪽 바닷가 어떤 낡은 항구의 처녀 하나를 나는 좋아하였습니다. 머리가 까맣고 눈이 크고 코가 높고 목이 패고 키가 호리낭창 하였습니다."
- 산문 <편지> 中


난은 신현중 누나의 제자였던 터라 신현중과 잘 아는 사이였다. 백석은 내친김에 신현중과 함께 허준의 통영 신행길을 따라나섰다. 사랑하게 된 여인의 고향과 집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때 쓴 시가 1935년 12월 <조광>에 발표된 <통영>이다.

녯날에 통제사가 있었다는 낡은 항구의 처녀들에겐 녯날이 가지 않은 천희라는 이름이 많다
미역오리 같이 말라서 굴껍지처럼 말없이 사랑하다 죽는다는
이 천희의 하나를 나는 어늬 오랜 객주집의 생선가시가 있는 마루방에서 만났다
저문 유월의 바닷가에선 조개도 울을 저녁 소라방등이 불그레한 마당에 김냄새 나는 비가 나렸다 - <통영>


1936년 1월 백석은 통영 출신의 천희 중 하나인 난을 만나기 위해 다시 통영을 방문한다. 통영에서는 아직도 처녀를 '천희' 혹은 '처니'라고 부른다. 하지만 통영 '천희' 난은 겨울방학이 끝나가자 서울로 상경해 버린 탓에 서로 길이 엇갈린다. 이때 상실감을 안고 쓴 시가 앞서 언급한 <통영 2>다.

백석은 3월에도 다시 통영을 방문하지만, 이때도 결국 난을 만나지 못한다. 대신 난의 외사촌 오빠 서병직에게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 이때 쓴 시가 서병직에게 헌사한 <통영-남행시초 2>다.

"통영 장 낫대들었다
갓 한닢 쓰고 건시 한 접 사고 홍공단 댕기 한 감 끊고 술 한 병 받어들고
화륜선 만져보려 선창 갔다
오다 가수내 들어가는 주막 앞에
문둥이 품바타령 듣다가
열이레 달이 올라서
나룻배 타고 판데목 지나간다 간다. 서병직 씨에게"
- <통영-남행시초2> 전문


백석은 난을 만나지 못한 섭섭함을 술과 품바타령과 통영 시장 구경으로 달랬던가 보다. 또 한 번의 엇갈림, 하지만 사랑의 엇박자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사랑과 우정의 삼각 드라마
 

1936년 12월 백석은 친구 신현중과 함께 다시 통영을 방문해 난의 어머니에게 난과 혼인할 뜻이 있음을 전한다. 이때 상황은 2010년 통영시에서 발간한 <예향 통영>에 세밀히 나와 있어 인용한다.

"1937년 난의 어머니 서씨는 서울에 사는 오빠 서상호를 만나 난의 혼사문제를 상의하고 백석에 대해 알아봐 줄 것을 청한다. 서상호는 통영 출신의 독립운동가였고 해방 후 2대 국회의원을 지낸 통영의 유력자였다. 난은 외삼촌 서상호의 집에서 돌봄을 받으며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서상호는 아끼는 고향 후배 신현중에게 백석에 대해 묻는다. 그때 신현중은 숨겨주어야 할 친구 백석의 비밀을 발설하고 만다. 그것은 백석의 어머니가 기생 출신이라는 소문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 때문에 백석과 난의 혼사는 깨져버린다. 대신 그 자리에서 신현중은 서상호에게 자신이 난과 혼인할 뜻이 있음을 밝히고 단번에 승낙을 받는다. 1937년 4월 7일 신현중과 난은 혼인을 한다."
- 2010년 통영시 발간 <예향 통영>에서 발췌 인용


백석은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혔다. 백석 입장에서는 친구의 배신이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백석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백석은 후일 여러 글에서 믿었던 친구에게 버림받은 아픔을 토로한다. 이 시도 그 중 하나다.

"그렇건만 나는 하이얀 자리 위에서 마른 팔뚝의
새파란 핏대를 바라보며 나는 가난한 아버지를
가진 것과 내가 오래 그려 오던 처녀가 시집을 간 것과
그렇게 살뜰하던 동무가 나를 버린 일을 생각한다.
- <내가 생각하는 것은> 中


친구가 자신을 버린 것도 아픔이지만 그보다는 연모하는 여인을 잃은 슬픔이 더 크지 않았겠는가. 그 상실감이 백석의 여러 시와 산문을 통해 드러난다. 통영에 왔을 때 백석도 그 시원한 대구국을 먹었던 기억이 깊게 남았든 모양이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느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지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주 앉아 대구국을 끓여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 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 <흰 바람벽이 있어> 中

사랑이 깊으면 외로움도 깊어라! 충렬사 건너 백석의 시비 앞에서 나그네는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엇갈린 사랑과 우정의 드라마를 본다. 하긴 언제나 현실은 삶을 배신하기 일쑤다. 현실보다 더한 막장 드라마가 어디 있으랴. 사랑 앞에서는 국경이 없다지만 사랑 앞에서는 우정 또한 없다. 고금에 사랑 때문에 친구끼리 등을 돌리는 것은 흔한 일이다. 백석의 친구 신현중 또한 난이를 연모했으니 어찌 그만을 탓하랴. 친구는 사랑의 전쟁터에서 승리한 것뿐이다!

백석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사랑의 실패 덕분에 우리는 백석의 그 아름다운 시편들을 얻게 됐다. 난과의 사랑에 성공했다면 백석은 아마 통영에 정착해 살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시인이 아니라 혹 선원이나 선주가 되지는 않았을까. 우리는 빛나는 시인 한 사람을 잃을 뻔했다. 그러나 이런 상상이 정작 백석 자신에게는 아무런 위로가 되지 못할 것은 자명하다. 계관시인의 명성을 잃을지언정 연모하는 여인의 사랑을 얻고 싶은 것이 남자가 아닌가.

 

 

 
 
 
 
 

늙은 갈대의 독백

    

해가 진다 갈새는 얼마 아니하야 잠이 든다

묽닭도 쉬이 어늬 낯설은 논드렁에서 돌아온다

바람이 마을을 오면 그때 우리는 설게 늙음의 이야기를 편다

 

보름밤이면

갈거이와 함께 이 언덕에서 달보기를 한다

강물과 같이 세월의 노래를 부른다

새우들이 마름 잎새에 올라앉는 이때가 나는 좋다

 

어늬 처녀가 내 닢을 따 갈부던을 결었노

어늬 동자가 내 잎닢 따 갈나발을 불었노

어늬 기러기 내 순한 대를 입에다 물고갔노

-- 어늬 태공망이 내 젊음을 낚어갔노

 

이몸의 매딥매딥

잃어진 사랑의 허물자국

별많은 어늬 밤 강을 날여간 강다리배의 갈대피리

비오는 어늬 아침 나루배 나린 길손의 갈대 지팽이

모다 내 사랑이었다

 

해오라비 조는 곁에서 물뱀의 새끼를 업고 나는 꿈을 꾸었다

--벼름질로 돌아오는 낫이 나를 다리려 왔다

달구지 타고 산골로 삿자리의 벼슬을 갔다.

-----------------------------------------------------------------------

여승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녯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늬 산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어린 딸아리를 따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설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

수라

 

거미 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모 생각 없이 문 밖으로 쓸어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어니젠가 새끼거미 쓸려나간 곳에 큰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적은 새끼거미가 이번엔 큰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미나 분명히 울고불고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아나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이 보드러운 종이에 받어 또 문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

-----------------------------------------------------------------------------

황일

 

한 십리 더 가면 절간이 있을 듯한 마을이다 낮 기울은 볕이 장글장글 하니 따사하다 흙은 젖이 커서 살같이 깨서 아지랑이 낀 속이 안타까운가보다 뒤울안에 복사꽃 핀 집엔 아무도 없나보다 뷔인 집에 꿩이 날어와 다니나보다 울밖 늙은 들매나무에 튀튀새 한불 앉었다 흰구름 따러가며 딱장벌레 잡다가 연두빛 닢새가 좋아 올라왔나보다 밭머리에도 복사꽃 피였다 밭머리에도 복사꽃 피였다 새악시도 피였다 새악시 복사꽃이다 복사꽃 새악시다 어데서 송아지 매--하고 운다 골갯논드렁에서 미나리 밟고 서서 운다 복사나무 아래 가 흙장난하며 놀지 왜 우노 자개밭둑에 엄지 어데 안 가고 누웠다 아릇동리선가 말 웃는 소리 무서운가 아릇동리 망아지 네 소리 무서울라 담모도리 바윗잔등에 다람쥐 해바라기하다 조은다 토끼잠 한잠 자고 나서 세수한다 흰구름 건넌산으로 가는 길에 복사꽃 바라노라 섰다 다람쥐 건넌산 보고 부르는 푸념이 간지럽다

 

저기는 그늘 그늘 여기는 챙챙--

저기는 그늘 그늘 여기는 챙챙---

-----------------------------------------------------------------------------

삼천포

 

졸레졸레 도야지새끼들이 간다

귀밑이 재릿재릿하니 볕이 담복 따사로운 거리다

 

잿더미에 까치 오르고 아이 오르고 아지랑이 오르고

 

해바라기하기 좋을 볏곡간 마당에

볏짚같이 누우란 사람들이 둘러서서

어늬 눈 오신 날 눈을 츠고 생긴 듯한 말다툼 소리도 누우라니

 

소는 기르매 지고 조은다

 

아 모도들 따사로이 가난하니

-----------------------------------------------------------------------------

단풍

 

빩안물 짙게든 얼굴이 아름답지 않으뇨빩안情 무르녹는 마음이 아름답지 않으뇨단풍든 시절은 새빩안 우슴을 웃고 새빩안 말을 지줄댄다.

어데 靑春을 보낸 서러움이 있느뇨어데 老死를 앞둔 두려움이 있느뇨.

재화가 한끝 풍성하야 十月햇살이 무색하다사랑에 한창 익어서 살찐다몸이 불탄다영화의 자랑이 한창 현란해서 청청한울이 눈부셔한다.

十月시절은 단풍이 얼굴이요또 마음인데 十月단풍도 높다란 낭떨어지에 두서나 나무 깨웃듬이 외로히서서 한들걸이는 것이 기로다.

十月단풍은 아름다우나 사랑하기를 삼갈 것이니 울어서도 다하지 못한 독한 원한이 빩안 자주로 지지우리지 않느뇨.

-----------------------------------------------------------------------------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

가무래기의 낙

 

가무락조개 난 뒷간거리에

빚을 얻으려 나는 왔다

빚이 안 되어 가는 탓에

가무래기도 나도 모도 춥다

추운 거리의 그도 추운 능당 쪽을 걸어가며

내 마음은 우쭐댄다 그 무슨 기쁨에 우쭐댄다

이 추운 세상의 한구석에

맑고 가난한 친구가 하나 있어서

내가 이렇게 추운 거리를 지나온 걸

얼마나 기뻐하며 락단하고

그즈런히 손깍지벼개하고 누워서

이 못된 놈의 세상을 크게 크게 욕할 것이다

-----------------------------------------------------------------------------

멧새 소리

 

처마 끝에 명태를 말린다

명태는 꽁꽁 얼었다

명태는 길다랗고 파리한 물고긴데

꼬리에 길다란 고드름이 달렸다

해는 저물고 날은 다 가고 볕은 서러웁게 차갑다

나도 길다랗고 파리한 명태다

문턱에 꽁꽁 얼어서

가슴에 길다란 고드름이 났다

-----------------------------------------------------------------------------

동뇨부

 

봄철날 한동일내 노곤하니 벌불 장난을 한 날 밤이면 으레히 싸개동당을 지나는데 잘망하니 누워 싸는 오줌이 넓적다리를 흐르는 따끈따끈한 맛 자리에 펑하니 괴이는 척척한 맛

 

첫 녀름 이른 저녁을 해치우고 인간들이 모두 터앞에 나와서 물외포기에 당콩포기에 오줌을 주는 때 터앞에 발마당에 샛길에 떠도는 오줌의 매캐한 재릿한 내음새

 

긴긴 겨울밤 인간들이 모두 한잠이 들은 재밤중에 나 혼자 일어나서 머리맡 쥐발 같은 새끼오강에 한없이 누는 잘 매럽던 오줌의 사르릉 쪼로록 하는 소리

 

그리고 또 엄매의 말엔 내가 아직 굳은 밥을 모르던 때 살갗 퍼런 막내고무가 잘도 받어 세수를 하였다는 내 오줌빛은 이슬같이 샛말갛기도 샛맑았다는 것이다

-----------------------------------------------------------------------------

목구

 

오대나 나린다는 크나큰 집 다 찌그러진 들지고방 어득시근한 구석에서 쌀독과 말쿠지와 숫돌과 신뚝과 그리고 녯적과 또 열두 데석님과 친하니 살으면서

 

한 해에 멫 번 매연지난 먼 조상들의 최방등 제사에는 컴컴한 고방 구석을 나와서 대멀머리에 외얏맹건을 지르터 맨 늙은 제관의 손에 정갈히 몸을 씻고 교우 우에 모신 신주 앞에 환한 촛불 밑에 피나무 소담한 제상 위에 떡 보탕 식혜 산적 나물지짐 반봉 과일 들을 공손하니 받을고 먼 후손들의 공경스러운 절과 잔을 굽어보고 또 애끓는 통곡과 축을 귀에하고 그리고 합문 뒤에는 흠향 오는 구신들과 호호히 접하는 것

 

구신과 사람과 넋과 목숨이 있는 것과 없는 것과 한줌 흙과 한점 살과 먼 녯조상과 먼 훗자손의 거륵한 아득한 슬픔을 담는 것

 

내 손자의 손자와 손자와 나와 할아버지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와…… 수원밲시 정주백촌의 힘세고 꿋꿋하나 어질고 정 많은 호랑이 같은 곰 같은 소 같인 피의 비 같은 밤 같은 달 같은 슬픔을 담는 것 아 슬픔을 담는 것

-----------------------------------------------------------------------------

국수

 

눈이 많이 와서

산엣새가 벌로 나려 멕이고

눈구덩이에 토끼가 더러 빠지기도 하면

마을에는 그 무슨 반가운 것이 오는가보다

한가한 애동들은 어둡도록 꿩사냥을 하고

가난한 엄매는 밤중에 김치가재미로 가고

마을을 구수한 즐거움에 싸서 은근하니 흥성흥성 들뜨게 하며

이것은 오는 것이다

이것은 어늬 양지귀 혹은 능달쪽 외따른 산 녚 은댕이 예데가리밭에서

하로밤 뽀오얀 흰 김 속에 접시귀 소기름불이 뿌우현 부엌에

산멍에 같은 분틀을 타고 오는 것이다

이것은 아득한 녯날 한가하고 즐겁든 세월로부터

실 같은 봄비 속을 타는 듯한 녀름볕 속을 지나서 들쿠레한 구시월 갈바람 속을 지나서

대대로 나며 죽으며 죽으며 나며 하는 이 마을 사람들의 으젓한 마음을 지나서 텁텁한 꿈을 지나서

지붕에 마당에 우믈든덩에 함박눈이 푹푹 쌓이는 여늬 하로밤

아배 앞에 그 어린 아들 앞에 아배 앞에는 왕사발에 아들 앞에는 새끼 사발에 그득히 사리워 오는 것이다

이것은 그 곰의 잔등에 업혀서 길여났다는 먼 녯적 큰마니가

또 그 짚등색이에 서서 자채기를 하면 산 넘엣 마을까지 들렸다는 먼 녯적 큰 아바지가 오는 것같이 오는 것이다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쩡하니 닉은 동티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삿방 쩔쩔 끓는 아르궅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으젓한 사람들과 살틀하니 친한 것은 무엇인가

이 그지없이 고담하고 소박한 것은 무엇인가

-----------------------------------------------------------------------------

흰 바람벽이 있어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샤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 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은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늬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조 앉아 대구국을 끓여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느 사이엔가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골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어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울력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 하눌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쓰 쨈과 도연명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

남신의주(南新義州유동(柳洞박시봉방(朴時逢方)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우에 뜻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밖에 나가디두 않구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벼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 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턴정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높은 것이 있어서나를 마음대로 굴려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한탄이며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무릎을 꿇어보며,

어니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장품 날씨가 너무나 좋은 탓이고

가난한 동무가 새 구두를 신고 지나간 탓이고

언제나 꼭 같은 넥타이를 매고 고운 사람을 사랑하는 탓이다

 

내가 이렇게 오;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도 내 많이 못한 월급이 얼마나 고마운 팃이고

어얼게 젊은 나이로 코밑 수염도 걸러보는 탓이고

그리고 어느 가난한 집 무엌으로

달재 생선을 진장에 꼿꼿이 지진 것은 맛도

있다는 말이 자꾸 들려 오는 탓이다

-----------------------------------------------------------------------------

선우사(膳友辭)

-함주시초(咸州詩抄)

 

ㄹㄱ은 나보반에 흰밥도 가재미도 나도 나와 앉아서

쓸쓸한 저녁을 맞는다

 

흰 밥과 가재미와 나는 무리들은 그 무슨 이야기라도 다 할 것 같다

우리들은 서로 미덥고 정답고 그리고 서로 좋구나

 

우리들은 많은 물 및 해정한 모래톱에서 하구 긴 날을

모래알만 헤이며 잔 뼈가 굵은 탓이다

 

바람 좋은 한 벌판새어 물닭이 소리를 들으며 단이슬

먹고 나이들은 탓이다

 

외따른 산골에서 소리개소리 배우며 다람쥐 동무하고

자라난 탓이다

 

우리들은 가난해도 서럽지 않다

구리들은 외로워할 까닭도 없다

그리고 누구 하나 부럽지도 않다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이 같이 있으면

세상 같은 건 밖에 나도 좋을 것 같다

-----------------------------------------------------------------------------

수박씨호박씨

어진 사람이 많은 나라에 와서

어진 사람의 짓을 어진 사람의 마음을 배워서

수박씨 닦은 것을 호박씨 닦은 것을 입으로 앞니빨로 밝는다

 

수박씨 호박씨 입에 넣은 마음은

참으로 철없고 어리석고 게으른 마음이나

이것은 또 참으로 밝고 그윽하고 깊고 무거운 마음이라

이 마음 안에 아득하니오랜 세월이 아득하니,

오랜 지햬가 또 아득하니 오랜 인정(人精)이 깃들인 것이다

태산(泰山)의 굴므도 황하(黃河)의 물도

옛임금의 땅과 나무의 덕도 이 마음 안에 아득하니 뵈이는 것이다

 

이 작고 가벼웁고 갤족한 희고 까만 씨가

조용하니 또 도고하니 손에서 입으로 입에서 손으로 오르나리는 때

벌에 우는 새소리도 듣고 싶고거문고도 한 곡조 뜯고 싶고,

한 오천(五千)말 남기고 함곡관(函谷關)도 넘어가고 싶고

기쁨이 마음에 뜨는 때는 희고 까만 씨를 앞니로 까서 잔나비가 되고

근심이 마음에 앉는 때는 희고 까만 씨를 혀 끝에 물어 까막까치가 되고

 

어진 사람이 많은 나라에서는

오두미(五斗米)를 버리고 버드나무 아래로 몰아론 사람도

그 넢차게에 수박씨 닦은 것은 호박씨 닦은 것은 일었을 것이다

나를 먹고 물 마시고 팔베개하고 누었던 사람도

그 머리맡에 수박씨 닦은 것은 호박씨 닦은 것은 있었을 것이다

-----------------------------------------------------------------------------고야

 

나는 아릇목의 삿귀를 들고

쇠든밤을 내여 다람쥐처럼 밝어먹고

은행 여름을 인두불에 구워도 먹고

그러다는 이불 우에서 광대넘이를 뒤이고

----------------------------------------------------------------------------

북관(北關)

-함주시초(咸州詩抄)

명태(明太찬난적에 고추무거리에 막칼질한 무이를

비여 익인 것을

이 투박한 북관(北關)을 한없이 끼밀고 있노라면

쓸쓸하니 무릎을 끊어진다

 

시큼한 배척한 퀴퀴한 이 내음새 속에

나는 가느슥히 여진(女眞))릐 살내음애를 맡는다

 

얼큲란 비릿한 구릿한 이 맛 속에선

까마득히 신라(新羅백성의 향수(鄕愁)도 맛본다

-----------------------------------------------------------------------------

두보(杜甫)나 이백(李白)같이

 

오늘은 정월(正月보름이다

대보름이 명절인데

나는 말리 고향을 나서 남의 나라 쓸쓸한 객고에 있는 신세로다

예날 두보나 이백 같은 이 나라의 시인도

먼 타관에 나서 이 날을 맞은 일이 있었을 것이다

오늘 고향의 내집에 있는다면

새 옷을 입고 새 신도 신고 떡과 고기도 억병 먹고

일 가 친척들과 서로 모여 즐거이 웃음올 지날 것이였만

나는 오늘 때묻은 입든 옷에 마른 물고기 한 토막으로

예날 그 두보나 이백 같은 이 나라의 시인도

이날 이렇게 마른 물고기 한 토막으로 외로이 쓸쓸한 생각한 한 적도 있었을 것이나

나는 이제 어느 먼 외진 거리에 한 고행 사람의 조그마한 가업

집이 있을 것을 생각하고

이 집에 가서 그 맛스러운 떡국이라고 한 그릇 사먹으리라 한다

우리네 조상들이 먼먼 옛날로부터 대대로

이 날엔 으레히 그러하며 오듯이

먼 타관에 난 그 부도나 이백 같은 이 나라의 시인도

이날은 그 어느 한 고향 사람의 주막이나 반관(飯館)을 찾아가서

그 조상들이 대대로 하든 본대로 원소(元宵)라는 떡을 입에 대며

스스로 마음을 느꾸어 위한하지 않았을 것인다

그러면서 이 마음이 맑은 옛 시인들은

먼 훗날 그들의 먼 훗자손들도

그들의 본을 따서 이날에는 원소를 먹을 것은

외로이 타관에서 나서도 이 원소를 먹을 것을 생각하며

그들이 아득하니 슬펐을 듯이

나도 떡국을 놓고 아득하니 슬플 것이다

이 정월(正月대보름 명절인데

거리에는 오독독이 탕탕 터지고 호궁(胡弓소리 삘삘 높아서

내 쓸쓸한 마음엔 자꾸 이 나라의 옛 시인들이 그들의 쓸쓸한

마음들이 생각난다

내 쓸쓸한 마음은 아마 두보나 이백 같은

사람들의 마음인지도 모를 것이다

아무려나 이것은 옛 투의 쓸쓸한 마음이다

-----------------------------------------------------------------------------

북방에서-정현웅에세

 

아득한 옛날에 나는 떠났다

부여(夫餘)를 숙신(肅愼)을 발해(渤海)

여진(女眞)을 요()를 금()

흥안령(興安嶺)을 음산(陰山)을 아무우르는 숨가리를

범과 사슴과 너구리를 배반하고

송어와 메기와 개구리를 속이고 나는 떠났다

 

나는 그때

자작나무와 이깔나무의 슬퍼하든 것을 기억힌다

갈대와 장풍의 붙드든 말도 잊지 않었다

오로흔의 맷돌을 잡어 나를 잔비해 보내든 것도

쏠론이 십리길을 따러나와 울든 것도 잊지 않었다

 

나는 그 때

아무 이기지 못하 슬픔도 시름도 없이

다만 게을리 먼 앞애도 떠나 나왔다

그리하여 따사한 햇귀에서 하이얀 옷을 입고

매끄러운 밥을 먹고 단샘을 마시고 낮잠을 잦다

밤에는 먼 개소리에 놀라나고

아침에는 지나가는 사람마다에게 절을 하면 서고

나는 나의 부끄러움을 알지 못했다

 

그동안 들비는 깨어지고

많은 은금보화는 땅에 묻히고 가마귀고 긴 족보를 이루었는데

이라하야 또 한 아득한 새 옛날이 비록하는 때

이제는 참으로 이기지 못할 슬픔과 시름에 쫓겨

나는 나의 옛 하늘도 땅으로 – 나의 태반(胎盤)으로 돌아왔으나

 

이미 해는 늙고 달은 파리하고 바람은 미치고

보래구름만 혼자 넋없이 떠도는데

 

나의 조상은형제는일가 친천은정다운 이웃은,

그리운 것은사랑하는 것은우러르는 것은,

나의 자랑은나의 힘은 없다

발마과 물과 세월과 같이 지나가고 없다

-----------------------------------------------------------------------------절간의 소 이야기

 

병이 들면 풀받으로 가서 풀을 뜨는 소는 인간(人間)

보다 영()해서 열 걸음 안에 제 병을 낳게 할 약()

는 줄을 안다고

 

수양산(首陽山)의 어느 오래된 절에서 칠십이 넘은 노장은

이런 이야기를 하여 치맛자락의 산나물을 주었다

-----------------------------------------------------------------------------

모닥불

 

새끼오리도 헌신짝도 소똥도 갓신창도 개니빠디도 너울쪽도 짚검불도 가락닢도 머리카락도 헌겊조각도 막대꼬치도 기와장도 닭의짗도 개터럭도 타는 모닥불

 

재당도 초시도 門長(문장)늙은이도 더부살이 아이도 새사위도 갓사둔도 나그네도 주인도 할아버지도 손자도 붓장사도 땜쟁이도 큰개도 강아지도 모두 모닥불을 쪼인다

 

모닥불은 어려서 우리 할아버지가 어미아비 없는 서러운 아이로 불상하니도 몽둥발이가 된 슬픈 역사가 있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570 사투리는 향토인의 살과 피이자 호흡이다... 2022-06-08 0 1391
1569 나는 어떻게 조선족이 되었나 / 남영전 2021-12-20 0 1027
1568 [문단소식]- 훈춘 김동진시인 "풍경소리" 울리다... 2021-09-07 0 993
1567 [시공부사전] - 담시(譚詩)? 2021-05-29 0 1298
1566 하이퍼시 명언 21 / 최흔 2021-05-25 0 1290
1565 하이퍼시 명언 20 / 최흔 2021-05-25 0 1272
1564 하이퍼시 명언 19 / 최흔 2021-05-25 0 1279
1563 하이퍼시 명언 18 / 최흔 2021-05-25 0 1275
1562 하이퍼시 명언 17 / 최흔 2021-05-25 0 1199
1561 하이퍼시 명언 16 / 최흔 2021-05-25 0 1177
1560 하이퍼시 명언 15 / 최흔 2021-05-25 0 1223
1559 하이퍼시 명언 14 / 최흔 2021-05-25 0 1142
1558 하이퍼시 명언 13 / 최흔 2021-05-25 0 1228
1557 하이퍼시 명언 12 / 최흔 2021-05-25 0 1310
1556 하이퍼시 명언 11 / 최흔 2021-05-25 0 1204
1555 하이퍼시 명언 10 / 최흔 2021-05-25 0 1268
1554 하이퍼시 명언 9 / 최흔 2021-05-25 0 1346
1553 하이퍼시 명언 8 / 최흔 2021-05-25 0 1242
1552 하이퍼시 명언 7 / 최흔 2021-05-25 0 1131
1551 하이퍼시 명언 6 / 최흔 2021-05-25 0 1229
1550 하이퍼시 명언 5 / 최흔 2021-05-25 0 1252
1549 하이퍼시 명언 4 / 최흔 2021-05-25 0 1205
1548 하이퍼시 명언 3 / 최흔 2021-05-25 0 1273
1547 하이퍼시 명언 2 / 최흔 2021-05-25 0 1359
1546 하이퍼시 명언 1 / 최흔 2021-05-25 0 1330
1545 토템시에 대한 탐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 김룡운 2021-05-24 0 1162
1544 토템과 민족문화 / 현춘산 2021-05-24 0 1136
1543 남영전 토템시의 상징이미지/ 현춘산 2021-05-24 0 1442
1542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시인평화", 남의 일이 아니다. 2021-05-10 0 1413
1541 시인 최기자/ 소설가 허련순 2021-05-03 0 1326
1540 조선족 시단과 시인들...6 2021-03-02 0 1314
1539 조선족 시단과 시인들...5 2021-03-02 0 1439
1538 조선족 시단과 시인들...4 2021-03-02 0 1264
1537 조선족 시단과 시인들...3 2021-03-02 0 1494
1536 조선족 시단과 시인들...2 2021-03-02 0 1578
1535 조선족 시단과 시인들...1 2021-02-19 0 1567
1534 [시공부] - 투르게네프 산문시 2021-01-18 0 1714
1533 [시공부] - 김기림 시인 2021-01-18 0 1965
1532 [타산지석] - 늘 "이기리"... 꼭 "이기리"... 2020-12-28 0 1995
1531 토템시/ 범= 남영전, 해설= 현춘산(8) 2020-10-10 0 1896
‹처음  이전 1 2 3 4 5 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