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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공부] - 파리의 우울 / 보들레르
2018년 04월 20일 23시 09분  조회:3296  추천:0  작성자: 죽림

[산문 詩集]

 

파리의 우울

 

보들레르[프랑스]

 

 

 

 

샤를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 프랑스 시인

출생-사망; 1821.4.9 ~ 1867.8.31

주요저서; 《악의 꽃 Les Fleurs du Mal》(1857), 산문시집《파리의 우울 Le spleen de Paris》 등 다수.

 

 

 

1 이방인

 

수수께끼 같은 친구여, 말해보오, 누구를 가장 사랑하는지, 당신의 아버지? 어머니? 누이, 아니면 형제?

 

-나에게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누이도 형도 없다오,

 

-당신의 친구들은?

 

-당신은 오늘날까지 나에게 그 의미가 미지수로 남아있던 말을 구사하고 있구려.

 

-당신의 조국은?

 

-나의 조국이 어떤 위도(緯度) 밑에 위치하고 있는지조차 모른다오,

 

-美는?

 

-불멸의 女神인 美라면 기꺼이 사랑하겠소만.

 

-金은 어떻소?

 

-당신이 神을 증오하듯 나는 金을 증오하오.

 

-아하, 그래요! 그렇다면, 불가사의의 이방인이여, 당신은 도대체 무엇을 사랑하는 거요?

 

-나는 구름을 사랑하오...저기...저기...저쪽으로 지나가는 구름을...저 찬란한 구름을!

 

-낯선 이방인과의 문답은 오디세이와 나우시카의 첫 문답을 생각나게 한다.

 

 

 

 

 

 

 

2 늙은 여인의 절망

 

 

 

 

 

 

 

몸이 쇠약해빠진 조그만 늙은 여인은 누구나가 환대하고 모든 사람이 그의 환심을 사려고하는 이 귀여운 어린아이를 보자 기뻐 어쩔줄 몰랐다. 자그만 늙은 여인인 그녀처럼 그렇게 연약하고 그녀처럼 머리카락도, 이(齒)도, 없는 이 귀여운 것을.

 

 

 

 

그녀는 이 귀여운 것에게 유쾌한 얼굴표정과 눈짓을 해보이기를 기원하며 다가갔다.

 

그러나 공포에 사로잡힌 아이는 이 늙어빠진 착한 여인의 애무에 발버둥치며 집안을 온통 울부짖음으로 가득 채운다.

 

 

 

 

그러자 선량한 늙은 이 여인은 다시 그녀의 영원한 고독 속으로 물러나 구석에서 울며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아! 불행한 늙은 암컷인 우리들에게는 이미 아무 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어린 것들에게조차 즐거움을 줄 수 없는 나이가 된 거지, 우리가 사랑하고 싶은 조그만 어린애들에게조차 공포를 주는 거야!]

 

 

 

 

-늙은 이와 어린아이의 공통점 : 진주 외할머니의 손톱과 발톱을 잘라드리던 날, 눈이 어둡고 감각이 둔해지고 세상의 중심에서 외곽으로 밀려나는 세대.

 

 

 

 

 

 

 

3 예술가의 <고해의 기도>

 

 

 

 

 

 

 

저물어가는 가을녘은 어쩌면 이처럼 폐부를 찌르듯 감동적인가!

 

아! 고통스러울 정도로 가슴을 파고든다! 왜냐하면 어렴풋함이 농도를 거부하지 않는 어떤 감미로운 감각들이 있는 법이니까.

 

그리고 無限보다 더 예리한 송곳은 없는 법.

 

 

 

 

무한한 하늘과 바다 속에 자신의 시선을 잠기게 하는 이 더 없는 환희라니! 고독, 창공의 정결과 비교될 만한 고요! 저 멀리 수평선쪽에서 가늘게 떨고 있는 하나의 조그만 돛--그것은 그 미소함과 고립으로 인해 물결의 단조로운 멜로디같은 나의 돌이킬 수 없는 존재를 닮은 것이다--이 모든 것들이 나에 의해 사고되거나 반대로 내가 이 모든 것들에 의해 사고한다. (왜냐면 위대한 몽상 속에서, 자아는 곧 사라지는 법이다!) 사물들이 사고한다--라고 나는 말했다--그러나 그 같은 사고는 궤변이나 삼단논법 혹은 연역법 등에 의해서가 아니라, 음악적으로 그리고 회화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생각들은--그것이 나로부터 나왔건 아니면 사물들로부터 솟아난 것이건--곧 너무나 짙어지는 것이다. 그리하여 관능 속의 짙은 에너지는 불편함과 어떤 명확한 고통을 야기시킨다. 지나치게 팽팽해진 나의 전신경들은 점점 더 날카로운 고통스런 떨림을 재촉할 뿐.

 

 

 

 

이제 무한하게 깊은 하늘 앞에 나는 아연실색해지고 그의 청명함이 나를 괴롭힌다. 나의 고통 앞에 냉담한 바다, 이 요지부동의 광경에 나는 분노마저 느낀다...아! 영원히 이처럼 괴로워해야 할까? 아니면 차라리 미를 영원히 외면해버려야 하나? 동정심 없는 마술사, 늘 자신만만한 라이벌, 자연이여, 나를 놓아주오! 나의 갈망과 나의 자만심을 시험하는 일을 그쳐주오! 미의 탐구는, 그 속에서 예술가는 공포의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 마침내 패배하고마는 결투와도 같은 것.

 

 

 

 

 

 

4 어떤 희롱꾼

 

 

 

 

 

 

수많은 사륜마차들이 지나간 눈과 진흙의 혼돈, 장난감 등속과 봉봉과자의 번쩍임, 탐욕과 절망의 범벅, 가장 강한 고독자의 뇌리조차 혼란케 하는 대도시의 이 모든 공공연한 광란...새해가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 혼잡과 뒤죽박죽의 한가운데를 채찍으로 무장한 무뢰한에 시달리며 분주히 뛰어가고 있는 당나귀 한 마리가 있었다. 당나귀가 막 보도의 모퉁이를 돌아가려고 하는데 장갑을 끼고 잔인할 정도로 넥타이를 꽉 매고 꼭맞는 옷속에 감금당한 듯, 요란하게 차려입은 멀쩡하게 잘 생긴 한 신사가 이 보잘것 없는 짐승 앞에 정중히 몸을 굽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모자를 벗으며 이렇게 말했다: 『당신에게 행복하고 복된 새해를 기원하나이다! 』 그리고는 거만스럽게 누구신지 알 수 없는 동료들 쪽으로 몸을 돌렸다. 마치 자신의 기쁨에 그들이 동의해줄 것을 간청하기라도 하듯.

 

 

 

 

당나귀는 이 익살꾼을 보지않은 채 그의 의무가 그를 부르는 곳을 향해 열심히 달리기를 계속할 뿐이었다.

 

나는 갑자기 이 사치스런 천치에 대해 말할 수 없는 분노에 사로잡혔다. 이 천치야말로 그 자신 속에 프랑스의 모든 에스프리를 축소해가지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5 이중의 방

 

 

 

 

 

 

일종의 몽상과도 유사한 어떤 방, 진정 정신적인 방, 이곳에 피어있듯 움직이지 않는 분위기는 가벼운 장미빛과 하늘색으로 물들어있다. 이곳에서 영혼은 욕망과 회한의 냄새가 가미된 나태의 목욕을 한다. 그것은 뭔가 황혼처럼 푸르스름하기도 하고 동시에 불그스레한 것, 해가 기우는 동안의 관능의 꿈과 같은 것이다.

 

 

 

 

가구들조차 기다랗고 나른하게 나태스런 형태를 띠고 있다. 가구들이 꿈을 꾸는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천들조차 마치 하늘처럼, 꽃처럼, 또 저무는 태양처럼 말없는 언어를 속삭인다.

 

 

 

 

벽에는 아무런 구역질나는 예술품 등속도 없다. 이 같은 설명되지 않는 인상이나 순수한 꿈에 비추어볼 때 설명된 예술, 실증적 예술이란 하나의 모독적 행위일 뿐이다.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동시에 충분한 정확성과 감미로운 모호함의 조화를 소유하고 있다.

 

 

 

 

아주 가벼운 습기가 섞인 가장 정교하게 선택된 무한소의 어떤 향기가 이 분위기 속에 헤엄치고 있다. 이곳에 졸고있는 에스프리는 온실의 여러 감각들에 의해 조용히 흔들리고 있다.

 

 

 

 

창문들과 침대 앞에는 모슬리천 휘장이 비오듯 넉넉히 드리워져 있어 그것이 눈의 폭포로 펼쳐진다. 이 침대 위에 꿈의 여왕인 그녀가 누워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어떻게 이곳에 있는 걸까? 누가 그녀를 이곳에 데려온 것일까? 어떤 마술의 힘이 이 몽상과 관능의 왕좌 위에 그녀를 올려놓았나? 그러나 그것이 뭐 중요하단 말인가? 그녀는 여기 있는데! 내가 그녀를 알아보는데.

 

 

 

 

자, 바로 이 눈, 그 불꽃이 석양을 꿰뚫고 있는 이 눈들, 이 정교하고 동시에 무서운 눈들, 나는 그들의 악의를 알고 있는 것이다. 이 눈들은 그들을 관조하는 경솔한 인간의 시선을 유혹하고 사로잡아 마침내는 삼켜버리는 것이다. 나는 호기심과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이 검은 별들을 여러 번 연구해보았다.

 

 

 

 

어떤 친절한 악마에게 나는 감사를 해야 할까? 이처럼 신비와 정적, 평화, 향기에 둘러싸여 있게 된 것에 대해. 오, 지고의 쾌락이여! 우리가 보통 인생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것의 극도로 팽창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 할지라도,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이 최상의 삶과는 아무것도 공통되는 점이라고는 없는 것이다. 이 최상의 삶을 나는 일 분 일 분마다, 일 초 일 초마다 음미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이제는 이미 분도 초도 존재하지 않는다! 시간은 사라진 것이다. 이제 이곳을 지배하는 것은 영원, 쾌락의 영원이다!

 

 

 

 

그러나 둔탁한 어떤 무서운 소리가 문쪽에서 울렸다. 그것은 마치 지옥같은 꿈속에서 곡괭이로 배를 얻어맞기라도 한 것 같았다.

 

그리고는 한 유령이 나타났다. 그것은 법의 이름으로 나를 괴롭히러 온 집달리이거나, 궁핍함을 호소하여 내 인생의 고통에 진부한 그녀 인생을 섞으러 온 한 더러운 창녀이거나 아니면 원고의 계속을 재촉하러 온 신문사 편집장의 심부름꾼이겠지.

 

 

 

 

천국같은 방, 미녀도, 꿈의 여왕도, 그리고 르네가 말했듯이 실피드도, 이 모든 마술의 세계가 유령이 두드린 갑작스런 타격에 대비해 사라져버린 것이다.

 

무서운 공포여! 생각나지! 기억하고 말고! 그래! 이 누옥!

 

이 영원한 권태의 거처가 바로 나의 거처였지. 자, 먼지투성이의 바보같은 이 가구들, 불꽃도 타다 남은 숯불조차 없이 가래침으로 더럽혀진 벽난로, 먼지 사이로 비자국이 남아 있는 서글픈 창문들, 완성되지 않았거나 지워버린 원고뭉치들, 연필로 슬픈 날짜를 체크해 둔 달력들!

 

 

 

 

그리고 방금 내가 완벽한 감수성으로 취해 있던 다른 세계의 향기는, 아! 뭔가 분명치않은 구역질나는 곰팡이냄새에 섞인 역한 담배냄새로 바뀌었다.

 

이 좁은 그러나 구역질로 가득찬 세계에서 유일하게 친숙한 한 물건만이 나에게 미소를 보내고 있다. 로다놈병, 오래부터 알고 있는 무시무시한 여자친구와 같은 그녀는 모든 여자친구들처럼, 아! 애무에 풍부하며 동시에 배반에도 능숙하다.

 

 

 

 

오! 그렇군! 시간이 다시 나타났다. 시간은 이제 폭군으로 등장했다. 이 무서운 늙은이, 시간과 함께 추억, 회한, 경련, 공포, 고통, 악몽, 분노, 신경증 등 모든 시간의 악마적 행렬이 돌아온 것이다.

 

맹세코 초침소리가 이제 더욱 강하고 준엄하게 강조되어, 한 초 한 초가 시계추에서 솟아나면서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나는 삶이다. 견디기 힘든, 요지부동의 삶!』

 

 

 

 

인간의 삶에는 초침소리만이 어떤 희소식을, 우리들 각자에게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그런 <희소식>을 알려주는 임무를 띠고 있다.

 

 

 

 

그렇다! 시간이 지배한다. 시간이 그의 난폭한 독재권을 다시 찾은 것이다. 그리고 시간은 마치 황소를 부리듯 그의 두 개의 바늘로 나를 채찍질하며 『자, 바보야 소리를 질러! 노예놈아, 땀을 흘려! 저주받은 자야, 살아라』하고 나를 재촉한다.

 

 

 

 

 

 

6 각자 자신의 쉬메르를

 

 

 

 

 

 

막막한 잿빛 하늘 아래로 길도, 잔디도, 엉겅퀴 한 포기, 쇄기풀 한 포기도 없는 먼지투성이의 황량한 평원에서 등을 구부려 걷고 있는 한 무리의 인간들을 나는 만났다.

 

그들은 모두 제가끔 등위에 어마어마한 괴물을 걸머지고 있었다. 밀가루 푸대나 석탄 푸대, 혹은 로마 보병의 장비처럼 무거워 보이는 괴물이다.

 

 

 

 

게다가 괴물은 부동의 무게도 아니었다. 반대로 괴물은 탄력있고 강한 그의 근육으로 인간을 감싸쥐고 내리누르고 있었다. 인간의 가슴에는 그 위에 올라탄 괴물의 두 거대한 발톱이 달라붙어 있고 어마어마한 머리는 인간의 이마까지 넘어 올라온 모습이 마치 상대방 적에게 공포를 주려고 하는 옛 용사들의 끔찍한 투구와도 같았다.

 

 

 

 

나는 이들 중 한 사람에게 질문을 보냈다. 그렇게하고 그들이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묻자 그는 아무 것도 모른다고 대답했다. 그뿐 아니라 그들 중 다른 누구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 그들은 어디로인가 가고 있다는 것이다. 걸어야 한다는 어떤 확실한 필요에 의해 떠밀리고 있으니까.

 

 

 

 

그런데 묘한 일은 이들 여행자중 어느 누구도 자신의 등에 붙어 목에 매달려 있는 이 잔인한 짐승에 화를 내고 있는 것 같지가 않다는 데 있다. 마치 괴물을 자신 육체의 일부분으로 생각하고 있듯 피곤해보이는, 그러나 엄숙한 모든 얼굴들은 아무런 절망을 말하고 있지 않았다. 우울한 하늘 아래로, 하늘과 마찬가지로 황량한 땅의 먼지 속에 발이 잠긴 채 그들은 영원히 갈망하도록 선고받은 자들 같은 체념의 모습으로 길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행렬은 내 앞을 지나 지평선의 분위기 속으로, 즉 인간 시선의 호기심으로부터 반구의 둥근 표면이 숨어 버리는 부근으로 빠져들어가 버렸다.

 

그러나 나는 얼마동안 집요하게 이 신비의 의미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이내 거부할 수 없는 <무관심>이 나를 덮쳐 나는 무관심의 무게 밑에, 괴물 밑에 있던 그들보다 훨씬 더 무겁게 짓눌리는 것이었다.

 

 

 

 

 

 

7 어릿광대와 비너스

 

 

 

 

 

 

 

얼마나 찬란한 한나절인가! 넓은 정원 전체가 태양의 타는 듯한 눈 밑에서, 마치 사랑의 지배 속에 있는 젊은이처럼, 거의 실신상태에 놓여 있는 듯하다.

 

모든 사물의 우주적 도취상태는 어떤 소리로도 표현되지 않는다. 물조차 흐름을 멈추고 잠이 든 듯, 인간의 축제와는 다르지만 이것 역시 말없는 우주의 대향연이다.

 

 

 

 

자꾸만 커가는 어떤 빛이 모든 사물들을 점점 빛나게 하는 듯, 흥분한 꽃들도 그들의 색깔의 에너지로 하늘의 창공빛과 겨루고 싶은 욕망으로 불타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이 열기는 향기들을 시각적으로 나타나게 하면서 연기처럼 천체를 향해 퍼져 올라가게 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 같은 우주적 축제의 절정 속에 나는 한 비탄에 잠긴 인간을 발견하였다.

 

 

 

 

거대한 비너스의 발치에 있는 한 어릿광대. 왕들이 회한과 권태에 짓눌릴 때면 그들을 웃기는 역할을 맡고 있는 그런 어릿광대 하나가 번쩍번쩍하는 우스꽝스런 의상을 입고 뿔과 종들로 머리를 온통 장식하고 발판에 몸을 잔뜩 움츠리고 있다. 눈물에 가득한 눈을 들어 저 위의 불멸의 여신을 바라보면서.

 

 

 

 

그리고 그이 눈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사람도 친구도 상실당한 가장 고독한 마지막 인간입니다. 그런 점으로 볼 때 나는 가장 형편없는 짐승만도 못한 겁니다. 그런데도 나는 불멸의 미를 이해하고 느낄 수 있게끔 되어먹은 것입니다! 아! 여신이여! 나의 슬픔과 발광을 불쌍히 여기소서!』

 

 

 

 

그러나 요지부동의 비너스는 그의 대리석 눈으로 어딘지 알 수 없는 저 먼 곳을 바라다볼 뿐이다.

 

 

 

 

 

 

8 개와 향수병

 

 

 

 

 

 

『나의 사랑스런 강아지야, 착한 강아지야, 내 귀여운 뚜뚜, 이리 와서 이 멋있는 향수 냄새를 맡아보렴, 시내의 가장 좋은 향수가게에서 산 것이란다.』

 

 

 

 

그러자 개는 꼬리를 흔들며--꼬리를 흔드는 것이, 내 생각이지만, 이 보잘 것 없는 것들에게는 웃음과 미소에 해당하는 몸짓인 것이다---다가와서 마개를 연 병에 그의 축축한 코를 조심스럽게 내민다. 그러더니 갑자기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치며 나를 향해 비난의 몸짓으로 짖어댄다.

 

 

 

 

『--아! 별 수 없는 개라니, 만일 내가 너에게 배설물 한 상자를 주었다면 기분 좋게 그 냄새를 맡고 어쩌면 그것을 다 먹어치웠을 지도 모를텐데. 그러니 나의 슬픈 생애의 동반자로는 자격이 없는 너 역시 대중을 닮은 거로군. 대중에게는 절대로 품위있는 향수를 제공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그들을 짜증나게 할 뿐이지. 조심스럽게 선택한 오물이나 주면 되는 것이다.』

 

 

 

 

 

 

 

9 불쾌한 유리장수

 

 

 

 

 

 

순전히 명상적이며 행동에는 전혀 적합치 않은 성품의 소유자들이 있는 법이다. 그러나 그들이 때로는 신비한 불가상의의 충동 밑에 자신조차 가능하리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재빨리 행동에 뛰어드는 수가 있다.

 

 

 

 

수위로부터 어떤 슬픈 소식을 들을까 겁이 나서 감히 집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문 앞을 한 시간 동안이나 기운없이 배회하는 자, 또는 편지를 뜯어보지도 못한 채 보름씩이나 갖고 있는 자, 그런가 하면 어떤 자는 벌써 일년 전에 이행했어야 할 어떤 필요한 행동을 6개월이나 지나서야 겨우 감행한다. 그런 친구들이 때로는 마치 활의 화살처럼 어떤 항거할 수 없는 힘에 밀려 갑자기 행동에 뛰어들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자처하는 의사도, 모랄리스트도 어떻게 이 나태하고 관능적인 영혼에 그처럼 갑자기 광기에 가까운 에너지가 나타나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어떻게 가장 간단하고 가장 필요한 일조차 이행하지 못하는 그들이 가장 부조리하며 때로는 가장 위험하기조차 한 행동을 감행할 화려한 용기를 단숨에 보일 수 있을까? 설명이 불가능한 것이다.

 

 

 

 

나의 한 친구는 세상에서 존재하는 한의 가장 비전투적인 몽상가인데 한번은 숲속에 불을 질렀다. 그의 말로는 과연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만큼 쉽사리 불이 붙는지 보기 위해서 였다는 것이다.

 

열 번 계속했지만 경험의 부족으로 성공하지 못했던 것이 열한번째의 시도에 이르러서는 너무 지나치게 성공해버린 것이다.

 

 

 

 

또 한 친구는 화약통 옆에서 담뱃불을 붙였다. 그것은 보기 위해, 혹은 알기 위해, 아니 운명을 시험하기 위해서, 또는 에너지를 스스로 자신에게 증명해보이지 않을 수 없어서, 또는 도박꾼 흉내를 내기 위해, 근심의 쾌락을 맛보기 위해, 아니 그저 아무 이유 없이, 변덕에 의해, 무료함 때문에... 등등의 의미없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것은 권태나 공상으로부터 불쑥 솟아나는 에너지의 일종이다. 그 같은 에너지가 그다지 고집스럽게 과시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방금 내가 지적했듯이, 가장 나태하고 가장 몽상적인 사람들이다.

 

 

 

 

또 한 소심한 친구는 사람들의 시선 앞에서 눈을 내리깔고 지나갈 정도로 소심하다. 까페에 들어가거나 극장 앞을 지나가기 위해서 그의 가련한 의지를 모두 동원해야만 하는데 그에게는 극장의 점검원이 미노스나 에아끄, 또는 라다만스 등 고대 신화의 신들의 위엄을 갖추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생각되어지는 것이다. 그 같은 친구가 어느 때는 갑자기 그의 곁을 지나가는 한 노인의 목에 매달려 어리둥절한 대중들 앞에서 그 노인에게 열광적으로 키스를 퍼부어줄 수가 있는 것이다.

 

 

 

 

왜일까? 왜냐면...그 노인의 모습이 그에게 그처럼 항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에 들기 때문일까? 그런 추측이 가능할 수도 있겠지. 그러나 그보다는 그 자신도 그 이유를 알 수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 더 옳을 것이다.

 

 

 

 

나역시 여러번 이같은 위기와 충동의 희생물이 된 적이 있다. 그런 유의 충동은 우리로 하여금 어떤 악랄한 악마가 우리 내부로 슬쩍 잠입하여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의 가장 불가해의 의지를 우리가 이행케한다고 우리로 하여금 믿게끔 해준다.

 

 

 

 

어느날 아침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부터 우울하고 슬프고 피곤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무언가 굉장한 일, 어떤 놀라운 행동을 하게끔 충동을 받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나는 창문을 열었다.

 

 

 

 

아!

 

 

 

 

(여러분 이같은 신비한 기분은 어떤 자들의 경우에는 전혀 노력이나 계획의 결과가 아니라 어떤 우연한 영감에 의한 것으로 그 기분에 강력한 욕망이 섞여있는 경우라 할지라도 대부분의 경우 그것은, 의사의 표현을 빌리자면, 히스테리 증세의, 의사보다 좀 더 사려깊은 자들의 말대로라면, 악마적 증세에 속하는 것입니다. 이같은 증세가 우리들을 항거할 수 없이 수많은 위험하고 부적당한 행동으로 끌어간다는 것을 주목해주시기 바랍니다.)

 

 

 

 

창문을 열고 길에서 내가 맨처음 발견한 사람은 한 유리장수였다. 그의 째지는 듯한 불협화음적인 외침은 무겁고 더러운 파리의 분위기를 통해 나의 방에까지 올라왔다.

 

왜 이 불쌍한 친구에게 항거할 수 없는 갑작스런 증오에 사로잡히는지 나 자신 설명이 불가능했으리라.

 

 

 

 

『어이! 어이!』하고 나는 그를 올라오라고 불렀다. 그러나 내 방이 칠층에 있고 게다가 층계가 좁으니까 이곳까지 올라오자면 그 친구가 고생깨나 할 것이라는 것과 그의 깨지기 쉬운 상품이 여기저기 층계의 모서리에 걸리겠구나 하고 나는 생각하며 어떤 쾌감마저 느끼는 것이었다.

 

 

 

 

마침내 그가 나타났다. 나는 그의 모든 상품을 자세히 살펴보고 이렇게 말했다. 『뭐라고, 당신은 색유리를 가지고 있지않단 말이요? 붉은 유리, 푸른 유리, 장미빛 유리 등, 마술같은 유리를, 천국의 유리말이요? 경솔하군. 당신은 이 가난한 동네를 감히 돌아다니다니, 인생을 아름답게 보게하는 색유리조차 가지지 않고!』

 

 

 

 

그리고는 그를 세차게 계단 쪽으로 밀어붙였다. 그는 계단에서 중얼거리며 비틀거렸다.

 

나는 발코니로 다가가서 화분 하나를 들어 그가 다시 문 앞에 나타나자 그의 상품의 뾰쪽한 부분 위로 수직으로 던졌다. 그러자 그 충격이 그를 넘어뜨리며 마침내는 그의 이 초라한 행상 상품을 전부 깨지게 했다. 이 깨지는 소리는 벼락을 당한 수정궁전이 폭발하는 소리를 만들었다.

 

 

 

 

그러나 나는 나의 광기에 더욱 도취되어 그에게 미친 듯 외쳤다.

 

『삶을 아름답게! 삶을 아름답게』

 

 

 

 

이같은 신경질적 익살은 그러나 손해가 없는 것이 아니다. 흔히 그에 대한 비싼 댓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초의 순간이나마 무한한 쾌락을 얻는 자에게 영원한 형벌쯤 어떻단 말인가?

 

 

 

 

 

 

 

10 새벽 한 시

 

 

 

 

 

 

마침내! 혼자가 되었군! 이제 늦게야 지쳐 빠져 구르는 몇 대의 마차소리밖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몇 시간동안은 휴식까지는 아닐지라도, 정적을 소유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침내! 인간 얼굴이라는 폭군은 사라지고 이제 나는 나에 의해서만 고통을 받을 것이다.

 

 

 

 

마침내! 그러니까 이제 나는 어둠의 늪 속에 휴식하도록 허락받은 거다! 먼저 자물쇠를 두 번이나 채워 놓는다. 나에게는 열쇠의 이 회전수에 따라 나의 고독 역시 배가되며 나를 실제로 외부로부터 격리시키는 바리케이드를 강화하는 것으로 생각되어진다.

 

 

 

 

가증스러운 삶! 공포의 도시! 자, 하루 일과를 더듬어 보자! 문인들 몇 명을 만났다. 그 중 한 문인은 육로로 러시아까지 갈 수 있는지 나에게 물었다. (그는 러시아를 섬으로 착각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 다음 한 잡지사의 국장과 신랄하게 다투었다. 그는 나의 공격 한마디마다, 『우리 사는 정직한 사람들의 집단이오』하고 대꾸하는 것이었다. 그 말은 다른 모든 신문들은 건달들에 의해서 편집되고 있다는 셈이다. 그 다음에는 20여명 남짓한 인사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 중 15명 정도는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었다. 이 친구들과 같은 간격으로 차례차례 악수를 나누었다. 미리 지갑을 사두는 주의를 하지 않았던 것은 내 잘못이었다. 그리고 소나기가 퍼붓는 동안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한 바람둥이 집에 들렀는데 그녀는 나에게 베뉴스트르 의상을 그려달라고 부탁했다.

 

 

 

 

그 다음 한 극장장을 찾아갔는데 그는 나를 쫓아내며 『z를 찾아가 보는 것이 좋을거요...그는 나의 모든 작가들 중 가장 둔하고 가장 어리석지만 또 가장 유명한 친구요. 그와 함께라면 당신은 아마 무엇이든 얻을 것이요. 그를 만나십시요. 그리고 나서 봅시다』하고 말했다. 그 다음 나는 내가 지금까지 범해본 적이 없는 비겁한 일들을 해냈다. (왜일까?) 내가 기꺼이 몇 개의 범죄--그것은 허풍스런 범죄, 다시 말해 인간 존경의 범죄이다--를 비겁하게도 부정하고 한 친구에게는 아주 간단한 부탁을 거절하고, 한 완벽한 얼간이에게 서면 추천장을 보냈다. 우후! 그것으로 끝인가?

 

 

 

 

모든 자들은 물론, 나 자신에게도 불만인 나는 밤의 정적과 고독 속에서 정말이지 조금이라도 나를 되찾고 만족을 얻고 있다.

 

 

 

 

나를 강하게 해주소서, 나를 지켜주소서, 그리고 세상의 허위와 썩은 공기로부터 멀게 해주소서. 그리고 당신이여, 나의 신이여, 내가 형편없는 인간이 아니며 내가 경멸하는 자들보다도 못하지 않다는 것을 나 자신에게 증명해줄 아름다운 시를 몇 개 쓰도록 은총을 내려주소서.

 

 

 

 

 

 

11 야만스런 여인과 젠 체하는 애인

 

 

 

 

 

 

 

나의 애인이여, 그대는 진정으로 나를 무자비하게, 말할 수 없이 피곤케 하는군. 당신이 한숨짓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당신이 60대의 넝마주이 영감이나 카바레의 문전에서 빵조각을 줍는 늙은 비렁뱅이 할머니보다 더 고통을 겪는 것 같구려.

 

 

 

 

당신의 한숨이 적어도 회한을 나타내주는 것이라면 그것은 당신을 명예롭게 할 것이오마는 그러나 당신의 한숨은 편안함의 포만, 휴식의 지나참만을 말해줄 뿐이군, 그리고 당신은 불필요한 말만 쉬지않고 늘어놓는군 -『나를 제발 사랑해줘요! 나에게는 사랑이 얼마나 필요한 지 몰라요! 나를 위로해줘요. 그곳을 애무해줘요!』

 

자, 내가 당신을 치료해 보겠소. 무슨 방법을 발견할 수 있을 거요. 머지않아 두어 푼 가지고 축제가 열리는 곳에 가면 말이오.

 

 

 

 

자, 부디 이 단단한 철책을 잘 관찰하시오. 이 철책 뒤에는 털투성이의 괴물이 저주받은 자처럼 울부짖으며, 고향으로부터 추방당한 것에 분통이 터진 오랑우탄처럼 철책을 흔들어대며, 때로는--그 분노가 완벽한 상태에 이를 때면--그 속에서 빙빙 도는 표범을 흉내내거나, 흰곰의 우둔한 몸놀림을 흉내내며 소란 피우고 있오. 그런데 이 괴물의 몰골이 어렴풋이나마 당신을 닮았소.

 

 

 

 

이 괴물이 바로 사람들이 보통 『나의 천사여!』하고 부르는 부류들 중 하나, 다시 말해 암컷이지요. 또 하나의 괴물, 손에는 곤봉을 쥐고 죽어라고 외치는 괴물이 그녀의 남편이요, 그자는 자신의 아내를 짐승처럼 묶어서 장날 장바닥에 내놓은 거요, 물론 관리나리의 허가를 받은 것은 말할 필요도 없소.

 

 

 

 

잘 주의해 보시요! 이 암짐승이 야수부리는 자가 그에게 던져주는 산토끼들이며 아직도 삐약거리는 산짐승들을 얼마나 탐욕스럽게 (아마 그녀는 그 탐욕을 조금도 감추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먹어치우는지 보시요. 『자, 이 모든 식량을 하루에 다 먹어 치우면 안돼』하고 말하며 야수부리는 자는 이처럼 점잖은 말과 함께 먹이를 짐승으로부터 잔인하게 뺏아버린다오. 먹이에 풀린 창자가 한동안 이 포악한 짐승, 즉 암컷의 잇사이에 매달린 채 남아있소.

 

 

 

 

자! 암컷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몽둥이 한 대! 왜냐하면 그녀는 빼앗긴 먹이를 향해 탐욕으로 무시무시한 눈길을 쏘아보내고 있기 때문이요. 저런! 몽둥이는 코메디용 몽둥이가 아니라오. 가짜 털 아래서 울리는 살소리가 들리오? 이렇게 해서 이제 그녀의 머리로부터 눈이 튀어나오고 그녀는 <더욱 자연적으로> 울부짖는다. 분노에 떨고 있는 암컷은 사람들이 치는 쇠처럼 왼통 번쩍번쩍하오.

 

 

 

 

신이여, 이것이 당신 손의 작품인 아담과 이브의 후예인 이들 부부생활의 관습이오. 이 여자는 말할 수없이 불행하오. 비록 명예의 쾌감을 즐기는 경우라 해도 마찬가지요. 세상에는 고칠 수 없이 더욱 불행한 어쩔 수 없는 부부들이 있오. 그러나 그녀가 살아가게끔 던져진 이 세상에서 여자가 다른 운명을 살아갈 자격이 있다고 그녀 자신은 한번도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거요.

 

 

 

 

이제, 귀여운 여인이여, 우리 둘의 경우를 봅시다. 세상이 지옥으로 들끓는 것을 생각할 때, 당신의 귀여운 지옥에 대해 피부처럼 보드라운 침구 위에서만 휴식하고, 능숙한 하인이 정성들여 여러 조각으로 자른 익은 고기만을 먹는 여자 아니요?

 

 

 

 

그런데, 건장한 바람둥이 여자여, 당신의 향수 냄새나는 가슴을 부풀게하는 이 모든 작은 한숨소리는 나에게 무엇을 의미하겠오?

 

그리고 책에서 얻은 이 모든 부자연스런 꾸민 태도들이며 이 그칠 줄 모르는 멜랑콜리는--그것은 방관자에게 동정심과는 전혀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켜주는 멜랑콜리요--나에게 무엇을 의미하겠오? 진심으로 때때로 나는 진짜 불행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당신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다오.

 

 

 

 

나의 연약한 미인이여, 발을 진흙 속에 묻고 눈은 흐릿하게--마치 하늘로부터 한 왕을 기구하기라도 하는 것처럼--하늘을 향하고 있는 당신을 보고 있노라면 흡사, 하늘에서 이상을 기구하는 한 어린 개구리를 보는 것 같소. 만일 당신이 왕을 경멸한다면 (당신이 잘 아다시피 지금 내가 바로 그 무능한 왕 꼴이요), 조심해요, 크레인은 <당신을 깨물고 먹어 삼키고 제멋대로 당신을 죽일 것이오!>

 

 

 

 

『내가 시인인 이상, 나는 당신이 생각하는 만큼 속아넘어가질 않소. 그리고 당신이 당신의<거짓> 울음따위로 너무나 자주 나를 귀찮게 할 때는 나는 당신을 <야수의 암컷>처럼 다룰 것이오, 아니면 빈 병처럼 창 밖으로 당신을 던져버리겠오.』

 

 

 

 

 

 

12 군중

 

 

 

 

 

 

 

 

군중 속에 둘러싸이는 재능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것이 아니다. 군중을 즐기는 것은 일종의 예술이니까. 어떤 선녀가 위장과 가면취미, 보금자리에의 혐오, 여행에의 정열 등을 그의 요람에 불어 넣어준 자만이 대중의 인간적 개념을 희생시켜 일종의 활력소의 향연을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인간이다.

 

 

 

 

대중과 고독, 이 두 어휘는 풍요하고 적극적인 시인에게는 서로 교환할 수 있는 동등한 어휘일 수 있다. 자신의 고독을 채울 줄 모르는 자는 역시 분주한 군중 속에서 홀로 존재할 줄 모른다.

 

 

 

 

시인은 제멋대로 자기 자신일 수도 있고 타인일 수도 있는 이같은 비길 데 없이 훌륭한 특권을 누린다. 육체를 찾아 방황하는 영혼들처럼 시인은 자신이 원할 때 다른 사람의 인격 속에 들어간다. 그에게만은 모든 것이 공백과도 같은 것이다. 따라서 만일 어떤 장소들이 그에게 닫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것은 다만 그의 눈에는 그 장소들이 방문할 가치가 없기 때문인 것이다.

 

 

 

 

고독하고 사색적인 산책자는 이같은 우주적 교류 속에서 어떤 독특한 도취를 찾아낸다. 쉽사리 군중과 결합하는 자는 어떤 열광적인 환희를 알고 있다. 에고이스트는 상자처럼 닫혀서, 나태한 자는 연체동물처럼 갇혀서, 영원히 박탈당한 즐거움이다. 그는 환경이 그에게 허락해 주는 모든 직업, 모든 즐거움, 모든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삼는 것이다.

 

 

 

 

사람들이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같은 붓으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향연, 즉 이같은 영혼의 성스러운 매음에 비하면 얼마나 초라하고 얼마나 제한된 것이며 얼마나 미약한가. 이같은 영혼의 매음은 지나가는 미지의 보행자에게, 혹은 예기치 않게 나타나는 아무에게도, 그것이 시심이든 자비심이든, 자신을 전부 다 바치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행복한 자들에게 때때로--그것이 그들이 어리석은 자만심을 한 순간이나마 모욕하기 위해서라도 좋다--그들의 행복보다 더 상급인 더 위대하고 더 세련된 행복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이런 신비한 도취의 얼마만큼을 물론 민중의 인솔자나 세계 끝의 추방당한 선교자들이나 타국의 동양인촌 설립자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들의 재능이 스스로에게 이룩한 무한한 가족의 품속에서 때로는 그들의 그처럼 파란 많은 운명이나 그들의 그처럼 순결하기만한 생애를 동정하는 자들을 비웃을 것이다.

 

 

 

 

 

 

 

13 미망인들

 

 

 

 

 

 

 

보르나르그가 말했듯, 공원에는 주로 좌절된 야심, 불행한 발명가들, 이루지 못하고만 영화, 상처난 가슴 등 이 모든 파란만장하고 폐쇄된 영혼이 찾아드는 산책로가 있다. 이들은 그들 내부 속에서 아직도 천둥의 마지막 탄식소리가 노호하고 있으며 즐거운 자들과 한가로운 자들의 방약무인한 시선으로부터 멀리 물러나 있다. 이 그림자진 후미진 장소는 인생의 불구자들의 랑데부 장소이다.

 

 

 

 

시인과 철학자가 그들의 탐욕스런 상상력을 즐겨 몰고 가는 곳이 특히 바로 이런 장소쪽이다. 그곳에는 어떤 정신의 양식이 있기 마련이다. 왜냐면 그들의 상상력이 방문하기를 경멸하는 장소는, 방금 내가 암시했듯이, 특히 부자들의 경박한 향연이다. 이같은 공백 속의 소란이 그들을 매료할 아무 것도 없는 것이다. 반대로 그들은 모든 약하고, 황폐된, 서글픈, 고아같은 것쪽으로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것을 느낀다.

 

 

 

 

노련한 눈은 결코 잘못 보지 않는 법이다. 이들 딱딱하고 풀죽은 얼굴 모습에서 이 흐릿한, 혹은 마지막 갈등의 번뜩임으로 번쩍이는 눈 속에서, 이 수없이 많은 깊이 패인 주름살에서 그처럼 느리거나 혹은 그처럼 발작적인 걸음걸이에서 능숙한 눈은 곧 수 많은 전설을 풀어 읽어낼 수 있다. 혹은 사랑의 이야기, 혹은 무시당한 헌신적 희생, 보상없는 노력, 겸허하고 조용히 견디는 추위와 굶주림...등의 전설을.

 

 

 

 

때때로 당신은 외따른 벤취에 홀로 있는 미망인들을, 가난한 미망인들을 눈여겨본 적이 있습니까? 그네들이 상복차림이든, 아니든, 그들을 구별해내기란 쉬운 일이다. 게다가 가난한 자의 상복에는 항상 뭔가 결여되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이 조화의 결핍이 그를 더욱 초라하게 한다. 가난한 자들은 자신의 고통에도 인색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부자들은 그것을 정장으로 과시해서 입는다.

 

 

 

 

자신의 몽상을 같이 나눌 수 없는 어린 것을 손에 이끌고 있는 미망인과 전혀 혼자인 미망인 중 어느 쪽이 더 슬프고 외로운 미망인일까? 알 수 없는 일이다....한번은 나는 이런 슬픔에 잠긴 한 노파를 몇시간 동안이나 뒤쫓은 일이 있었다. 다 낡은 조그만 쇼올을 걸친 꼿꼿하고 팽팽하게 긴장된 몸가짐의 그녀는 스토이스트의 긍지를 온몸으로 지탱하고 있었다.

 

 

 

 

분명 그녀는 완벽한 고독으로 인해 보통 늙은 독신들의 습관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품성의 남성적 성격이 그 준엄함에 어떤 신비한 묘미를 덧붙여주고 있었다. 어떤 초라한 까페에서 이떻게 그녀가 아침식사를 했는지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나는 그녀를 쫓아 도서실로 들어갔다. 그녀가 신문지들 속에서, 옛날에 눈물로 타버린 그녀의 눈을 부지런히 움직이며 어떤 강한 개인적 흥미의 뉴스들을 찾고 있는 그녀를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마침내 오후가 되자 멋있는 가을하늘 아래--그곳으로부터 수많은 회한들과 추억들이 내려오는 그런 유의 하늘이 있다--그녀는 공원 한쪽에 외따로 자리를 잡았다. 대중과는 멀리 떨어져 군악대의 파리 시민을 위한 자선연주회를 듣기 위해서였다.

 

 

 

 

그것이 이 무죄한 늙은 여인에게는 (혹은 정화된 이 여인에게는) 일종의 조그만 사치임에 틀림이 없다. 친구도, 잡담도, 즐거움도, 속을 터놓을 수 있는 절친한 친구도 없는 그녀에게--신이 아마 벌써 여러 해 전부터 그녀 위에 떨어지게 한 일년 삼백 육십 오일, 무거운 나날 중 단 하루의 간절히 얻어진 위안말이다.

 

 

 

 

또 한 미망인이 있다:

 

 

 

 

공공 음악회의 울타리 주변으로 몰려드는 가난한 군중들에게 나는, 우주적 공감까지는 아니라 해도 적어도 호기심어린 시선을 보내지 않을 수가 없다. 오케스트라는 밤 속으로 축제와, 승리, 관능의 가락을 내보낸다. 성장한 여인의 반짝이는 드레스자락이 끌리고 시선들이 서로 오간다. 무위도식으로 피곤한, 한가한 자들은 한가히 음악을 음미하는 척하며 몸을 이리저리 뒤척인다. 철책 밖에 기대어 바람결에 실려오는 음악파편을 주워들으며 내부의 찬란한 용광로를 바라보고 있는 이들 천민을 제외하고는 이곳에는 살게된 데 대한 기쁨과 무사태평한 분위기만이 숨쉬고 있을 뿐이다.

 

 

 

 

가난한 자의 시야 밑바닥에 반영되는 부자의 즐거움이란 항상 흥미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날 이 노동복이나 무명옷을 입은 대중들 사이로 나는 그의 뛰어남이 주위의 하찮은 무리들 속에서 빛나는 대조를 이루는 한 여인을 발견하였다.

 

 

 

 

그녀는 키가 크고 위엄있어 보이는 여인이었다. 그녀의 모든 자태가 어찌나 고상하든지 지난날의 귀족 미인들의 초상화 콜렉션에서도 그와 비교되는 여인을 본 기억이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품위있는 덕의 냄새가 그녀의 모든 인품으로부터 배어나오고 있었다. 그녀의 갸름한 슬픔에 잠긴 얼굴은 그녀가 입고 있는 정장의 상복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녀 역시 그녀가 그 속에 섞여 있으면서 눈여겨보지 않는 주위의 천민들의 무리처럼 깊은 눈길로 저쪽 반짝이는 세계를 바라보며 머리를 가볍게 끄덕이며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기이한 정경 같으니라고! 『물론 이 빈곤은, 만일 빈곤이 있다면, 천박한 경제적 절약을 생각해서는 안된다 하고 나는 생각했다. 저토록 고상한 얼굴이 나에게 그것을 말해주지 않는가. 그러면 왜 그녀가 그 속에서 저토록 빛나는 반점처럼 보이는 무리들 속에 그녀는 기꺼이 남아 있는 것일까?』

 

 

 

 

그러나 내가 호기심에 차 그녀 곁으로 다가가며 그 이유를 알듯했다. 키큰 미망인은 그녀처럼 상복차림인 아이 하나를 손에 데리고 있었다. 입장료가 아무리 보잘것없는 가격이라도 그것으로 어린 것의 필요한 물건 하나, 그러고도 또 필요치 않은 노리개나 장난감 하나를 더 사줄 수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는 그녀는 생각에 잠기며 홀로, 언제나 홀로, 다시 걸어 들어올 수가 있을 것이다. 왜냐면 어린애란 인정도 없는 에고이스트이니까. 게다가 어린애는 순수한 동물처럼, 고양이나 개처럼 고독한 자들의 아픔에 다정한 친구조차 되어 주지 못하는 것이

 

 

 

 

 

 

14 늙은 광대

 

 

 

 

 

 

도처에 휴가를 만난 군중들이 쏟아져 나와 흥청거리고 있었다. 이때가 바로 광대들, 요술꾼들, 동물을 다루는 흥행사들, 유랑행상인들 등이 그해의 불경기를 만회하기 위해 오랫동안 기대하고 있었던 축제의 시기였다.

 

 

 

 

이 기간 동안은 대중들이 모든 것을, 고통도 노동도 다 잊고 있는 듯 보였다. 그들은 어린애처럼 되는 것이다. 꼬마들에게는 하루동안의 방학을, 즉 학교의 공포를 24시간 뒤로 미루어 놓은 것이다. 성인들에게는 인생의 악랄한 세력들과 협정한 휴전, 전적인 긴장과 투쟁 중에 잠시동안의 휴식이다.

 

 

 

 

사교계 인사도 정신 노동에 진념하는 자도 이같은 대중적인 축제의 영향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그들도 그것을 원하지 않더라도 이같은 태평스러운 분위기의 그들의 몫을 호흡하고 있다. 진짜 파리시민인 나로서도 이 축제의 시기가 되면 나타나는 모든 바라크들 앞을 지나가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들 바라크들은 실로 서로 굉장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것은 삐약거리고, 고함치기도 하고 포효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함성과 금관악기들의 천둥소리, 연기의 폭발 등의 뒤범벅이었다. 어릿광대들과 얼간이들은 바람과 비와 햇볕에 그을린 메마른 얼굴윤곽을 꿈쩍꿈쩍해댄다. 그들은 자신의 연기에 자신을 갖고 있는 코메디언들처럼 태연스럽게 몰리에르의 희극처럼 장중하고 확고한 희극적 재담들이며 농담들을 보낸다. 자신의 거대한 사지에 으쓱해 있는 역사들은 이마도 머리도 없는 오랑우탄처럼 이날을 위해 전날 밤에 세탁해두었던 수영복을 입고 위엄을 과시하며 뻐긴다. 요정들이나 공주들처럼 아름다운 무희들은 그녀들 스커트 가득히 반짝이는 작은 등불 아래서 깡충깡충 뛰고 있다.

 

 

 

 

이처럼 모든 것이 빛과 먼지, 외침소리, 즐거움, 소란들 뿐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돈을 낭비하고, 어떤 자들은 그 돈을 벌어들인다. 그러나 즐겁기는 돈을 쓰는 자들이나 버는 자들이나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사탕막대기를 얻으려고 어머니 치마자락에 매달리거나 신처럼 기막힌 요술사를 더 잘 보기 위해 아버지 어깨 위에까지 올라와 있다. 그리고 도처에는 이 모든 축제의 향기를 지배하는 튀김냄새가 감돌고 있었다. 튀김냄새는 흡사 축제를 축하하는 향과도 같았다.

 

 

 

 

그런데 이 줄지어선 바라크의 맨끝에, 마치 수치심으로 인해 스스로가 이 모든 화려함으로부터 도망해 나오듯 한 초라한 등이 굽고 노쇠한 광대, 인간 폐물이 나의 눈에 띄었다. 그는 그의 허름한 바라크의 말뚝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누옥은 가장 미개한 야만인의 오두막보다 더 비참했으며 연기를 내며 녹아내리고 있는 두 자루의 촛불이 궁핍함을 한층 더 두드러지게 했다.

 

 

 

 

어느 곳에나 즐거움, 돈벌이, 사치로 흥청거리고 있었다. 어느 곳에나 내일의 양식의 확실함이 있었고 도처에 활력소의 광적인 폭발이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유독 이곳에는 완벽하게 비참한 인간, 더욱 무서운 것은 코메디언이 우스꽝스런 누더기를 걸치고 있다. 이 비참함은 예술보다는 궁핍함으로 인해 주위와 더 잘 대조를 이루어주었다. 이 비참한 광대는 웃지도 않는다. 웃지도, 춤을 추지도, 몸짓도 소리로도 치지 않는다. 즐거운 것이든 구슬픈 것이든 그는 어떤 소리로도 부르지 않고 애원도 하지 않는다. 그는 말도 없고 몸도 움직이지도 않는 것이다.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한 것이다. 그의 운명은 끝이 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얼마나 깊고 잊혀질 수 없는 시선을 이들 군중과 빛 쪽으로 보내고 있는가! 군중과 빛의 움직이는 파도는 그의 혐오스런 궁핍 바로 몇 걸음 앞에 멎어 있다. 나는 히스테리의 무서운 손길에 목이 졸리는 듯했다. 그 정경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떨어지기를 거부하는 반항적 눈물로 덮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어떻게 할까? 이 불행한 자에게 그의 찢어진 휘장 뒤, 악취 나는 어둠 속에서 그가 어떤 신기한 재주를, 어떤 재미있는 것을 보여줄 것인지는 물어본들 무슨 소용이었겠는가. 진실로 나는 감히 물을 수가 없었다. 나의 소심함에 독자들은 틀림없이 웃을 것이다. 고백하지만 나는 그를 모욕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마침내 나는 왠지알 수 없는 소란으로 엄청난 군중의 물결에 휩쓸려 그로부터 멀어지게 될 때 그의 무대 앞을 지나치며 그 위에 약간의 돈을 놓기로 결심하였다. 그가 나의 의도를 헤아려 주기를 기대하면서.

 

 

 

 

그리고 나는 발걸음을 돌리면서 나는 이 광경에 사로잡혀 나의 갑작스런 고통을 분석해 보려고 했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그에게서 그 세대를 위해 유명한 인기아였지만 그들 뒤에 살아남은 늙은 문사의 이미지를 본 것이다. 친구도, 가족도 어린애도 없는, 더우기 그의 가난과 몰이해한 대중으로 타락된 늙은 시인의 이미지! 잊기 잘하는 대중은 그의 바라크에는 들어가지 않는 거다

 

 

 

 

 

 

15 과자

 

 

 

 

 

 

나는 여행 중이었다. 내가 그 한가운데에 있게 된 경치는 항거할 수 없이 장엄하고 고귀한 경치였다. 그 순간 그 경치를 바라보는 나의 영혼 속에는 무언가 일어나고 있음에 틀림이 없었다. 그곳 분위기의 경쾌함처럼 나의 생각 역시 경쾌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제 증오나 속세의 사랑따위의 저속한 정열은 저 밑 내 발 밑의 심연의 밑바닥으로 사라져가는 구름떼처럼 멀어져 가는 것 같았다.

 

 

 

 

나의 영토 역시 내가 둘러싸여 있는 창공처럼 순수하게 무한해지는 것 같았다. 속세의 다반사들의 추억이 나의 가슴에 저기 저 멀리 다른 산의 비탈쪽으로 지나가는 가물가물한 양들의 방울소리처럼 약하게 작아져서 도달할 뿐이었다. 그의 무한한 깊이로 인해 검은 색조차 띠는 조그만 움직이지 않는 호수 위로는 간간이 구름의 그림자가 마치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대기의 거인의 망토자락처럼 지나갔다. 완벽하게 고요한 어떤 위대한 움직임에 의해 야기되는 이같은 엄숙하고 희귀한 감각이 나를 공포마저 섞인 환희로 채워주었던 일을 나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요컨대 나는 내가 둘러싸인 찬란한 아름다움 덕분으로 나자신과 그리고 우주와 완벽하게 조화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같은 나의 완벽한 도취와 내가 모든 지상의 악을 완전히 망각하고 있는 동안은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선하다고 주장하는 신문들을 그처럼 우스꽝스럽게 생각하지않기에 이르고 있다고 믿을 수 있게까지 되어지는 것이었다. 마침내 고칠 수 없는 육체적 욕구가 새로이 나타나면서 나는 그 같이 오랜 등산으로 인한 피곤을 풀며 식욕을 진정시킬 생각을 했다. 나는포켓에서 빵 한조각, 가죽컵, 어떤 영약병--약사들이 그 당시 산에 올라가는 관광객들이 눈의 물로 섞어서 마시도록 팔고 있는 일종의 영약이다--등을 꺼냈다.

 

 

 

 

나는 천천히 빵을 자르고 있었다. 그때 한 아주 가벼운 소리가 들려 나는 눈을 들었다. 내 앞에는 누더기를 걸친 시꺼멓고 머리가 헝클어진, 그리고 그의 눈은 움푹 패이고 사나워 보이는 것이 마치 빵쪽을 게걸스럽게 삼키고 있는 거지같은 꼬마 하나가 서 있었다. 나는 그가 낮은 쉰 목소리로 <과자>라는 말을 탄식처럼 내뱉은 소리를 들었다. 나는 거의 하얗다고 할 정도의 나의 빵을 과자라는 명예로운 말로 불러주는 그 칭호에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크게 한조각을 잘라서 그에게 주었다. 그러자 그는 여전히 눈을 그이 탐욕의 대상인 빵으로부터 떼지 않은 채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는 빵조각을 그이 손으로 가로채서는 재빨리 뒷걸음질쳤다. 마치 내가 거짓으로 빵을 주는 척하는 것이 아닐까, 혹은 내가 벌써 생각을 바꾸지 않았나하고 겁이라도 내는 것 같았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어디서 나왔는지 알 수 없는 다른 또 하나의 작은 야만인에 의해 그는 나둥그러졌다. 그는 처음의 꼬마와 너무나 완벽하게 닮아서 그들은 쌍둥이 형제로 착각할 정도였다. 이 귀중한 먹이를 다투며 그들은 땅 위에서 구르고 있었다. 둘 중 누구도 빵의 반을 상대방에게 주고 싶지 않았다. 최초의 꼬마는 분통이 터져 상대의 머리털을 움켜쥐고, 두번째 꼬마는 상대의 귀를 이로 물어뜯어서는 그 피가 나는 조그마한 살조각을 알아들을 수 없는 욕설과 함께 뱉어냈다. 과자의 정당한 소유자는 약탈자의 눈에 자신의 발톱을 박으려고 하는가하면 약탈자는 손으로 적의 목을 비틀려고 있는 힘을 다한다. 그러는 동안 상대는 애써 이 투쟁의 대가를 포켓에 집어넣으려고 한다. 그러면 절망으로부터 다시 기운을 차려 몸을 세우고 승자의 배를 머리로 들이받아 땅으로 굴러 떨어지게 한다.

 

 

 

 

어린아이들이 힘으로는 실로 있을 법하지도 않을 만큼 오랫동안 계속된 이 끔찍한 싸움을 더 묘사해서 무엇하겠는가? 과자는 순간마다 이 손에서 저 손으로 이 포켓에서 저쪽 포켓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저런! 그와 동시에 과자는 그 크기도 역시 달라진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기진맥진하고 숨이 차고 피투성이가 되어 더 이상 계속이 불가능해져서 그들이 싸움을 그쳤을 때는 이미 투쟁의 아무런 목적도 남지 않게 되었다. 빵조각은 사라진 것이다. 그들이 뒤집어 쓰고 있는 모래알처럼 작은 가루가 되어 흩어져 있었다.

 

 

 

 

이 광경으로 인해 아름다운 경치가 나에게는 흐려져 버렸다. 그리고 이들 난장이를 만나기 전까지 만끽하던 고요한 환희는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나는 오랫동안 슬픔에 잠겼다. 이렇게 혼자 계속 중얼거리면서 : 『그러니까 빵이 과자라고 불리우는 기막힌 나라가 있는 거야, 그곳에서는 빵이 아주 희귀한 고급과자이어서 충분히 완벽하게 형제 살인적인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거다.』

 

 

 

 

 

 

16 시계

 

 

 

 

 

 

 

중국사람들은 고양이의 눈 속에서 시간을 읽는다. 어느날 한 선교사가 남경의 교외를 산보하던 중 시계를 잊고 나왔음을 발견하고 한 소년에게 몇 시인지를 물었다.

 

-- 중국인들은 고양이의 눈을 보고 시각을 안다. 어느날 선교사 한 사람이 남경 교외를 산책하다가 시계를 깜빡 잊은 것을 알아채고 어떤 소년에게 시간을 물었다.

 

 

 

 

유명한 제국의 꼬마는 처음 주저하는 듯하더니, 이내 생각을 고치고 이렇게 대답했다는 것이다. :『곧 시간을 알려드리지요.』 그리고는 잠시 후 소년은 다시 돌아와서 두 팔로 대단히 큰 고양이를 한마리를 안고 고양이의 눈 흰자를 바라보면서 서슴치 않고 이렇게 단언하더라는 것이다. :『아직 완전히 정오는 아닙니다.』 그런데 그 것은 정확했다고 한다.

 

 

 

 

--이 유명한 나라의 꼬마는 처음에는 난감해 하는 것 같았지만 곧 이어 생각이 바뀌었는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바로 시각을 알려줄께요.] 그런 뒤 소년은 잠시 후에 다시 돌아왔는데 두팔에 대단히 큰 고양이를 한마리 안고는 고양이 눈의 흰자를 응시하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는 것이다. [ 이제 곧 12시가 된답니다.] 놀라울만큼 그 시각은 정확했다고 한다.

 

 

 

 

그런데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나는 아름다운 암코양이 휄린느--정말 잘 지어진 이름이다. 이 고양이는 그의 성(性)의 자랑인 동시에 내 가슴의 자랑이며 내 정신의 향기와도 같다--를 굽어보고 있노라면 그것이 낮이건 밤이건 빛이 가득한 곳에서이건 투명한 그늘에서 이건 나는 항상 뚜렷한 시간을, 항상 같은 시간을 읽는다. 그것은 공간처럼 무한하고 엄숙한 시간—시계 위에도 표시되지 않은 그러한 한숨처럼 가볍고 눈길처럼 재빠른 고정된 시간--이다.

 

 

 

 

따라서 나의 시선이 이 미묘한 시계판 위에 고정되어 있을 때 어떤 훼방자가 나타나 나를 박해한다면, 혹은 어떤 정직하지 못하고 참을성없는 요정이나 어떤 불시의 악마가 나에게 [당신은 무엇을 그렇게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소, 이 동물의 눈 속에서 당신은 무엇을 찾고 있는 거요? 괴상한 게으름뱅이, 당신은 시간을 읽고 있는 거요?] 하고 묻는다면 나는 서슴치 않고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녜, 나는 시간을 읽고 있오. 그것은 영원의 시간이오.]

 

 

 

 

부인, 자, 지금 나는 당신 자신처럼 힘이 있고 진정 찬양할 만한 연가를 당신에게 바치고 있지 않습니까? 진실로 나는 이 과장된 글을 엮은 데 무한한 즐거움도 가지는 바이요, 이 글을 당신에게 아무 교환적 요구없이 바치는 것입니다.

 

 

 

 

 

 

17 머리카락 속에 반구를

 

 

 

 

 

 

 

오래오래 당신 머리카락 냄새를 들이마시게 해주오. 그리고 갈증난 남자가 샘물 속에 얼굴을 묻고 있듯이 당신 머리카락 속에 내 얼굴을 전부 묻게 해주오. 그리고 대기 속에 추억들을 흔들어 놓기라도 하듯, 당신의 머리카락을 내 손으로 향기나는 손수건처럼 흔들게 해주오.

 

 

 

 

내가 당신의 머리카락 속에서 보는 모든 것을 당신이 알기라도 한다면! 내가 느끼는 모든 것을! 내가 듣는 모든 것을! 다른 사람들의 영혼이 음악과 함께 여행하듯, 나의 영혼은 향기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오.

 

 

 

 

당신의 머리카락은 돛과 돛대들로 가득찬 모든 꿈의 세계를 의미한다오, 당신의 머리카락은 수부들이 나를 그곳의 쾌적한 풍요로 안내해주는 망망한 바다를 의미하오. 그곳의 공간은 더욱 아름답고 더욱 깊으며, 그곳의 대기는 과일들과 잎들과 인간 피부 냄새에 의해 향기로울 것이오.

 

 

 

 

당신 머리카락의 대해 속에 나는 우수어린 노래와 모든 인종의 힘센 남자들, 각종 형태의 배들로 가득한 항구를 엿볼 수 있다오. 이 항구의 배들은 영원한 뜨거움이 깃들어있는 무한한 하늘 위로 정묘하고 복잡한 건축구조를 이루어놓고 있오.

 

 

 

 

당신 머리카락을 애무하면서 나는 아름다운 선실의 긴의자 위에서 화부와 음료수 그릇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맛보았던, 항구의 눈에 보이지않는 요동에 의해 조용히 흔들리던 달콤한 우수를 다시 느끼오.

 

 

 

 

뜨거운 화로같은 당신의 머리카락 속에서 나는 아편과 설탕이 섞인 담배냄새를 마시고, 당신 머리카락의 어둠 속에서 열대지방의 무한한 청공이 빛나는 것을 보오, 당신의 머리카락으로 덮인 해변가 위에서 나는 코코아 사향과 역청이 섞인 향기에 도취된다오.

 

 

 

 

당신의 무겁고 검은 머리타래를 오랫동안 입에 물고 있게 해주오, 당신의 유연하고 동시에 다루기 어려운 머리카락을 입에 물고 있노라면 나는 추억들을 먹고있는 것 같은 생각에 잠긴다오.

 

 

 

 

 

 

18 여행에의 초대

 

 

 

 

 

 

오래 전부터 알고 있는 한 여인과 함께 내가 가고 싶은 나라는 사람들이 코카뉴나라라고 부르는 기막히게 화려한 나라입니다. 우리나라의 북쪽지방의 안개 속에 잠긴, 서양의 동양이라고 부를 만한, 즉 유럽 속의 중국이라할 만한 이상한 나라, 그만큼 뜨겁고 변덕스런 환상이 그곳에서 자유롭게 움직였으며 그만큼 환상은 그 나라를 참을성 있고 고집스럽게 그의 복잡하고 정교한 식물들로 장식해 놓았습니다.

 

 

 

 

진정한 코카뉴나라, 그곳에는 모든 것이 아름답고 풍요하며 고요하고 정직하다. 그곳에는 사치함이 질서 속에 빛나는 즐거움을 누리며, 생명이 숨쉬기에 부드럽고 또 비옥한 나라이다. 무질서와 소란, 뜻밖의 일 등은 이 나라로부터 제거된 듯, 행복이 고요함 속에 조화되어 있고 음식조차도 시적이며 기름지고 동시에 자극적인 이 나라, 나의 귀중한 천사여, 이 모든 것이 당신을 닮고 있오.

 

 

 

 

그대는 추운 가난 속에서 우리를 사로잡는 이 같은 열병을 아는가? 이 같은 미지의 나라에의 향수를, 이 같은 호기심 어린 고통을?

 

 

 

 

그것은 당신을 닮은 나라에의 향수요. 모든 것이 아름답고 풍요하며, 조용하고 적절한 나라, 환상이 구축하고 장식한 서구적인 중국, 생명이 부드럽게 숨쉬며 행복이 정적 속에 조화된 나라, 바로 그곳이요, 가서 살아야 할 곳도 그곳이며 죽어야 할 곳도 그곳이요!

 

 

 

 

그렇소. 그곳에 가서 숨쉬고 꿈꾸며 무한의 감각들로 시간을 느려야 하오. 어떤 음악인이 『 무도회의 초대 』를 작곡했지요 : 그런데 사랑하는 여인에게, 선택된 여인에게 바칠 『 여행에의 초대 』를 작곡할 음악인이 누구일까?

 

 

 

 

그렇소.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살아야하오--저쪽, 그곳은 시간들조차 더욱 느리며 시간은 더 많은 생각을 함유하고 있오. 시계들조차 그곳에서는 더욱 깊고 의미 깊은 엄숙함 속에 행복을 울려준다오.

 

 

 

 

빛나는 나무판들과 어두운 빛의 화려하므로 빛나는 가죽들 위에는 그것을 그린 화가들의 영혼처럼 평안하고 조용하며 의미 깊은 그림들이 조용히 숨쉬고 있다. 식당이나 살롱을 그처럼 풍부하게 물들여주는 석양빛은 납장식이 그것을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주고 있는 세공된 높은 창문들과 그 위에 드리운 아름다운 천들에 의해 빛이 부드러워집니다. 세련된 영혼들처럼 비밀과 자물쇠로 무장된 가구들은 널찍하고 기묘하며 호기심을 자극한다오. 거울, 금속들, 일종의 소리없는 신비한 심포니를 연주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물건들로부터, 이 모든 구석으로부터, 서랍틈으로 부터, 천들의 주름으로부터 야릇한 향기, 수마트라의 <돌아오라>가 새어나온다. 그것은 마치 아파트의 영혼과도 같습니다.

 

 

 

 

진짜 코카뉴나라라고 나는 그대에게 말할 수 있소. 그곳엔 모든 게 아름다운 양심처럼, 굉장한 부엌세간처럼, 찬란한 금은세공처럼, 다양한 보석처럼, 풍요하며, 정결하고, 빛난다오! 그곳에는 세계의 귀중품들이 세상전부를 가질 자격이 있는 근면한 사람의 집에서처럼 넘쳐 흐른다오, 다른 어떤 나라들보다 우월한 독특한 나라, 그것은 마치 예술이 자연보다 우월한 것과도 같소. 이곳에서는 자연이 꿈에 의해 개혁된 것이도, 자연이 수정되고, 미화되어 개조된 것이요.

 

 

 

 

그런데도, 이들 원예의 연금술사들은 연구하고 또 연구하여, 그들 행복의 한계선을 끊임없이 넓혀갈지어다! 그들의 야심에 찬 계획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자를 위해 그들은 수많은 플로린을 줄 것이오! 그런데 나는 나의 검은 튤립과 나의 푸른 다알리아를 찾았오!

 

 

 

 

비교할 수 없는 꽃이여, 다시 찾은 튤립이여, 상징적인 다알리아여, 가서 살며 꽃피워야할 나라가 이다지도 고요하고 꿈같은, 바로 이 아름다운 나라가 아니겠오? 그곳에서만 당신은 당신의 아날로지 속에 둘러싸일 것이오, 그곳에서만 당신은---신비주의자들처럼 말하자면 --당신 고유의 <교감>속에서 당신을 비출 수 있지 않겠오?

 

 

 

 

꿈들! 언제나 꿈들을! 그런데 영혼이 야심에 차고 미묘할 수록 꿈은 가능성으로부터 영혼을 멀게 한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에 맞는 양의 천연적 아편을 자신 속에 소유하는 있는 법. 이 끊임없이 분비되며 새로와지는 아편을. 그런데 우리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긍정적인 즐거움으로, 확고하고 성공적인 행복으로 채워진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헤아릴 수 있는가? 나의 에스프리가 색칠해놓은 이 그림같은 나라에서 언제인가는 살 수 있을까? 이 당신을 닮은 그림의 나라에?

 

 

 

 

이 귀중품들, 이 가구들, 이 사치. 이 질서. 이 향기들, 이 기적같은 꽃들, 그것이 바로 당신이오. 이 큰 강들, 이 고요한 운하들, 그것 역시 당신이오. 풍요한 물건들을 가득 싣고 떠가는, 그 곳에서 단조로운 조종소리가 흘러나오는 이 거대한 선박들, 그것은 당신의 가슴 위에 졸며 떠가고 있는 나의 상념이요. 당신의 나의 상념을 당신의 아름다운 영혼 속의 깊은 하늘을 비추게 하며 영원인 반쪽으로 조용히 인도하고 있오.--그리고 마침내 파도에 피곤해져 동양 산물돌로 충만되어 고향의 항구로 돌아오는 선박들, 그것 역시 영원으로부터 당신쪽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더욱 풍요해진 나의 상념이요.

 

 

 

 

 

 

19 가난한 자의 장난감

 

 

 

 

 

 

 

나는 무죄한 오락에 관한 견해를 얘기하고 싶다. 유죄하지 않은 오락들이란 얼마나 드문가!

 

 

 

 

당신이 대로를 산책할 확실한 의도를 가지고 아침 외출을 할 때면, 출발하기 전에 당신의 주머니를 자질구레한 노리개로 주머니 구석까지 채우십시요.--이를테면 줄 하나만으로 조정되는 평범한 꼭두각시, 철침을 주조하는 대장장이, 그의 꼬리가 동시에 호각인 기사와 말 등--그리고 카바레들을 따라 있는 나무들 밑에서 당신이 만나게 될 가난한 미지의 아이들에게 그것들을 나누어 주시요. 그러면 그 아이들의 눈이 말할 수 없이 커지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처음에는 그들은 감히 그것들을 받아들이지도 못합니다. 그들은 그들의 행복을 믿을 수가 없는 거지요. 그러나 얼마 있으면 그들의 손은 선물을 재빨리 채 가지고 당신이 준 먹이덩어리를 당신으로부터 멀리 달아나서 먹는 고양이처럼, 달아나버릴 것입니다. 일찌기 어른을 불신하기를 배운 아이들이니까요.

 

 

 

 

어떤 길로 접어들면 거대한 정원 철책 뒤에--이 철책 끝에 태양이 눈부시게 비쳐주는 하얀 아름다운 성이 나타난다--한 아름답고 상큼하게 생긴, 귀엽기 그지없는 시골풍의 옷을 입은 아이가 있습니다.

 

 

 

 

사치, 무사태평함, 풍요의 광경 등이 이 아이를 저토록 아름답게 만든다. 너무 아름다운 나머지 사람들은 이 아이를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어린애들과는 다른 반죽으로 빚어진 양 착각할 정도이다.

 

 

 

 

그 아이곁, 풀밭에는 주인처럼 신선한 굉장한 장난감이 놓여 있다. 붉은 드레스를 입고 털장식, 모조장신구 등으로 뒤덮인, 금빛칠을 한 화려한 인형이다. 그러나 아이는 이 장난감에 열중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자 그가 바라보는 것을 보십시요 :

 

 

 

 

철책 저 건너편, 길가에 엉겅퀴풀, 쐐기풀들 사이에 다른 아이가 하나 있다. 더럽고 앙상하게 마른, 음침한 아이, 다시말해 천민의 아이들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공정한 눈은 이 아이의미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 마치 감식가의 눈이 사륜마차의 칠 밑에서, 그 것을 가난의 더러운 녹청으로부터 씻어낼 때 나타날 이상적 채색을 알아볼 수 있듯이.

 

 

 

 

대로와 성, 이 두 세계를 가르는 상징적 철책 너머로 가난한 아이는 부자 아이에게 그 자신의 장난감을 보여주고 있다. 부자아이는 그것을 한 미지의 희귀한 물건인 양 탐욕스럽게 검사하고 있다. 그런데 이 더러운 옷을 입은 꼬마가 조그만 철책 속에 넣고 괴롭히며 흔들어대는 장난감은 살아있는 쥐였던 것이다! 아이의 부모는 틀림없이 돈을 아끼느라고 삶, 그 자체로부터 장난감을 구해낸 것이다.

 

 

 

 

그런데 이 두 아이는 서로 다정하게 웃고 있는 것이었다. <똑같은> 흰빛의 이를 드러내며.

 

 

 

 

 

 

20 요정들의 선물

 

 

 

 

 

 

24시간 이래로 인생의 문턱에 도달한 모든 신생아들에게 선물을 분배하기 위해 요정들의 대집회가 열렸다.

 

 

 

 

모든 고풍의 변덕 많은 운명의 여신들, 즐거움과 고통을 주관하는 이 모든 이상한 운명의 어머니들, 이 집회에 모여든 요정들은 실로 다양하기 이를 데 없었다. 어떤 요정들은 음산하고 시무룩한 모습을 하고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요정들은 경박하고 짓궂어보이는 요정도 있다. 또 그 중에는 젊은 요정도--그녀들은 항상 젊다---늙은 요정--그들은 항상 늙다--도 있었다.

 

 

 

 

요정들을 믿는 모든 아버지들은 제가끔 팔에 그의 신생아를 안고 몰려들었다.

 

 

 

 

마치 시상식 때 연산에 선물이 쌓였듯이. 심판석 옆으로 온갖 <선물>이--<기능>을 주는 선물, <행운>을 주는 선물, 극복할 수 없는 <환경>을 주는 선물 등--쌓여 있었다. 이 시상식에 특별한 점이 있다면 이 모든 <선물>들은 어떤 노력의 대가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반대로 아직 살아보지도 않은 인간에게 허락되는 은총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도 있으며 또 그의 행복만 아니라 불행의 원천이 될 수도 있는 은총이다.

 

 

 

 

가엾은 요정들은 대단히 분주했다. 왜냐면 은총을 구하러 온 군중들도 많았지만 인간과 신 사이에 놓인 중간세계가 우리들 인간처럼 식단의 신과 그의 끝없는 후계자들인 나날들, 시간들, 분들, 초들의 무거운 시간의 법칙을 따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요정들은 제 정신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인간세계에서 면회일의 장관들이나 당황하거나 국경일에 무상으로 전당품을 돌려줄 때 공설전당포 관리가 당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때때로 요정들은 조바심치며 마치 인간계의 재판관들처럼--아침부터 법정에 앉아 있는 재판관들은 점심식사, 식구들, 정다운 실내화를 생각치 않을 수 없다--조바심치며 시계바늘을 바라보곤 한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초자연적 심판에 약간의 우연이나 성급함이 있다고 해서 우리는 놀라지 않을 것이다. 때때로 인간계의 심판에도 그런 경우가 있으니까. 우리들도 이런 경우 그같은 불공평한 판단을 할 것이다.

 

 

 

 

따라서 이날도 몇개의 오류가--만일 변덕보다는 신중함이 요정들 특유의 영원한 성격이라면 이런 유의 오류는 이상하게 생각되어질--법해졌다.

 

 

 

 

이를테면 자석에 의한 것처럼 재산을 끌어들이는 힘이 어떤 부유한 집안의 유일한 상속자에게 수여되었다. 그런데 그는 어떤 연민의 감정이나 인생에서 가장 명백한 덕행에 대한 욕구도 타고나지 않았기 때문에 얼마후면 틀림없이 수많은 그의 재산으로 굉장한 고통을 받게 될 것이었다.

 

 

 

 

또 아름다움에의 사랑과 시적 능력이 석공이라는 신분의 한 보잘것없는 불량배의 아들에게 부여되었다. 그러나 석공의 능력으로는 어떤 경우에도 불쌍한 아들의 이같은 기능을 도울 수도 있으며 그 욕구를 달래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내가 잊고 독자들 여러분에게 말하지 못한 사실이 있는데 이같이 엄숙한 요정들의 시상식에서는 일단 결정된 상의 분배는 돌이킬 수도 없으며 어떤 선물도 거절할 수도 없는 법이다.

 

 

 

 

모든 요정들이 그들의 고역을 다 치뤘다고 생각하고 일어서고들 있는 참이었다. 이제 모든 이 하찮은 인간들에게 던져줄 선물도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 한 정직한 인간이--내가 믿기로는 한 가난한 소상인이다--그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요정의 울긋불긋한 옷을 쥐어 잡으며 외치는 것이었다.

 

 

 

 

『 아! 아주머니! 당신들은 우리를 잊었나이다! 아직 내 어린 것이 남아 있나이다! 나는 공연히 이곳에 온 것이 아닙니다.』 요정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이제 이미 <아무>선물도 남아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요정은 초자연적 세계--초자연적 세계란 인간의 친구이며 때로는 자신의 정열의 노예가 되기도 하는 이 만질 수 없는 여신들, 이를테면 땅의 요정들, 불의 요정들, 공기의 요정들, 물의 요정들이 살고 있는 세계이다--에 비록 드물게 적용되기는 하지만 잘 알려진 한 법칙을 제때에 기억해냈다. 이 법칙이란 요정들에게 허락되는 것으로 이같은 경우, 다시말해 선물이 떨어졌을 경우에 예외적인 추가 선물을 하나 만들 수 있는 기능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요정은 그것을 즉시 만들어낼 충분한 상상력을 지녀야 하는 법이다.

 

 

 

 

착한 요정은 그들 신분 특유의 위엄을 풍기며 대답했다 : 『 내가 너의 아들에게 주겠노라...내가 그에게 주겠노라...<남의 마음에 들게 하는 선물을!>』

 

 

 

 

『그러나 어떻게 남의 마음에 드는 겁니까? 마음에 든다는 것은?...무엇 때문에 남의 마음에 드는 거지요?』 하고 절대적인 세계의 논리까지는 이를 수 없는 극히 통속적인 이론의 소유자의 하나에 불과한 이 소상인은 고집스럽게 묻는 것이었다.

 

 

 

 

『왜냐면! 왜냐면!』하고 노한 요정은 그에게 등을 돌리며 대꾸하고는 친구요정들의 행렬로 돌아와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 『모든 것을 다 알려고 하는 이 거드름 피우는 소프랑스인을 어떻게들 생각하시오? 자신의 아들을 위해 선물 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선물을 얻었는데도, 감히 논할 수 없는 것을 감히 묻고 논하려 하는 소프랑스인을.』

 

 

 

 

 

 

21 유혹, 혹은 에로스, 플루투스, 그리고 영화

 

 

 

 

 

 

 

두 명의 오만한 사탄과 그들에 못지않게 기이한 한 마녀가 지난 밤 신비의 계단을 올랐다. 이 계단으로 해서 지옥은 잠자는 인간의 약점을 공격하여 인간과 비밀히 내통한다. 그리하여 그들은 내 앞에 나타나 연단 위에 선 것처럼 위풍당당하게 버티고 섰다. 이처럼 밤의 투명한 어둠으로부터 부각되는 이 세 악마들로부터 유황빛 같은 찬란한 빛이 발산되었다. 그들은 어찌나 거만하고 위풍이 넘치는 태도를 보이는지 처음 나는 그들 셋을 모두 진짜 신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첫번째 사탄의 얼굴은 성의 구별이 모호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얼굴뿐 아니라 몸의 선에도 고대 바타스신의 유연함이 감돌고 있었다. 어두침침하고 몽롱한 빛깔의 애수띤 그이 누는 흡사 뇌우의 무거운 눈물을 아직도 머금고 있는 오랑캐 꽃을 닮고 있었으며 반쯤 열린 그이 입은 그곳으로부터 좋은 사향냄새가 풍겨나오는 뜨거운 향로와도 같았다. 그리고 그는 숨을 쉴 때마다 사향냄새나는 곤충들이 팔딱거리며 그이 숨결의 열기 속에서 빛나는 것이었다.

 

 

 

 

그가 걸치고 있는 선홍빛의 튜닉 주위로는 아롱지게 반짝이는 뱀 한마리가 허리띠처럼 감겨 있다. 뱀은 머리를 쳐들고 이글이글 타는 눈길을 힘없이 그쪽으로 향하고 있다. 이 살아있는 허리띠에는 음침한 색깔의 액체로 가득한 병들과 번쩍이는 칼들, 그리고 외과의사용 기구들이 교대로 매달려있다. 그의 오른쪽 손에 그는 또 하나의 병을 들고 있는데 그 속에는 밝은 붉은 색의 액체가 들어 있고 다음과 같은 야릇한 글이 적혀 있는 꼬리표가 달려 있었다 : 『마셔라. 이것은 나의 피다. 완벽한 강심제인 나의 피.』 또 왼쪽 손에는 바이올린 하나가 들려있었다. 그것은 분명 그가 그의 쾌락과 고통을 노래하거나 악마들의 야연에 그의 광란을 퍼뜨리는데 사용되는 것이다.

 

 

 

 

그의 섬세한 발목에는 몇 개의 끊어진 금사슬로 된 고리가 끌리고 있었다. 그 고리로 인해 땅쪽으로 눈을 내리깔 때마다 그는 잘 세공된 돌들처럼 빛나고 반짝이는 그의 발톱들을 자랑스럽게 응시하곤 했다.

 

 

 

 

그는 은근한 취기가 감도는듯한 그의 위로할 수 없이 슬퍼보이는 두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는 마치 노래하는 듯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 그대가 원한다면 나는 그대를 영혼들의 군주로 삼겠노라. 그대는 조각가가 찰흙을 지배하듯 살아있는 물질들의 지배자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대는 너 자신으로부터 떠나 타자 속에서 너 자신을 잊고 또 다른 영혼들을 끌어들여 너의 영혼과 혼연일체가 되게하는 끊임없이 새로와지는 즐거움을 알게될 것이다.』

 

 

 

 

그러자 나는 대답했다 ; 『굉장히 고맙소! 그러나 틀림없이 당신은 나보다 나을 것이 없는 보잘 것 없는 자들만 만들 것이요. 비록 돌이켜 볼 때 부끄러움을 느끼지만 그러나 나는 나의 아무것도 잊고 싶지 않소, 역시 나는 당신에게 고마와하지 않을 거요. 늙은 괴물이여, 당신의 신비한 쇠붙이 등속이나, 모호한 병들, 당신의 발을 묶고 있는 사슬 등이 당신 우정이 불편한 것임을 아주 분명히 설명해 주는 상징과도 같구려, 당신의 선물을 나에게 주지 말고 당신에게나 간직하시오.』

 

 

 

 

두번째 사탄은 첫번째 사탄과는 달랐다. 첫번째 사탄의 비극적이며 동시에 미소짓는 것 같은 모습도, 이같이 아름다운 은연한 태도도, 향기나는 섬세한 아름다움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는 눈 없는 큰 얼굴에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무거운 배를 가진 한 거대한 남자였다. 그의 온 피부는 문신을 한 것처럼 수많은 움직이는 작은 형태로--그것은 우주적 불행의 수많은 형태를 나타내고 있었다--금박이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림에는 그의 목에 기꺼이 매달려 있는 작은 야윈 남자들, 또 가지각색의 앙상한 난장이들도 있었는데 그들의 애원하는 듯한 눈이, 떨고 있는 그들의 손 이상으로 동냥을 애걸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늙은 어머니들이 그녀들의 다 시들어 빠진 젖통에 매달려 있는 조산아를 안고 있는 그림, 그밖에 다른 그림도 있었다.

 

 

 

 

이 거대한 사탄은 그의 굉장히 큰 배를 주먹으로 두드렸다. 그러자 그곳으로부터 울리는 요란한 금속소리가 길게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소리는 수많은 인간의 목소리로 이루어진 막연한 신음소리가 되었다. 그리고 사탄은 썩은 이(齒)들을 무례하게 드러내며, 바보같은 굉장한 너털웃음을—어느 나라에나 너무 잘 먹고 난 뒤면 그런 웃음을 웃는 사람들이 있듯이--터뜨렸다.

 

 

 

 

그리고 이 사탄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 『나는 그대에게 모든 것을 얻을 수 잇꼬 모든 거의 값이 나가며 모든 것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을 줄 수 있오.』 그리고는 그는 자신의 괴물같은 배를 두드렸다. 그 소리로 인해 울리는 메아리가 마치 그의 천박한 말의 주석과도 같았다.

 

 

 

 

나는 비위가 상해 몸을 돌리고 이렇게 대답했다 : 『나는 나의 즐거움을 위해 누구의 비참함도 필요없소. 그리고 벽지처럼 당신 피부에 그려진 모든 불행으로 슬퍼하는 화려함을 원치 않소!』

 

 

 

 

마녀로 말할 것 같으면 내가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 그녀에게서 어떤 야릇한 매력을 발견했음을 고백하지 않는다면 나는 거짓말을 하는 것일 게다. 이 매력을 정의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초로기에 접어든 대단히 아름다운 여인의 매력에 비교하는 것보다 달리 더 잘 비교할 수 없을 것 같다. 초로기에 접어들었지만 이제 더는 늙지 않고 폐허가 스며든 마력을 간직하고 있는 미였다. 그녀는 다소 부자연스럽지만 동시에 거역못할 위엄있는 태도를 하고 있었고 그녀의 눈은 비록 피곤해보였지만 사람을 사로잡는 어떤 힘을 함유하고 있었다. 그중에도 나에게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녀 목소리의 신비였다. 그 목소리에서 가장 감미로운 <콘틀랄토>가 기억되었고, 생명수에 의해 끊임없이 씻겨지는 식도에서 나는 어떤 쉰 목소리 같은 것을 다시 발견했다.

 

 

 

 

『나의 힘을 알고 싶은가?』 하고 이 가짜 여신은 그녀의 매력적이고 괴상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 들어보아!』

 

 

 

 

그리고는 그녀는 장난감 피리처럼 우주의 모든 신문들의 이름으로 띠를 두른 한 거대한 나팔을 입에 대고 이 나팔을 통해 내 이름을 외쳤다. 그러지 내 이름은 수많은 천둥소리와 함께 공간을 가로질러 굴러갔고 그것이 가장 먼 천체의 메아리에 의해 울려 다시 내게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 제기랄! 이것이 바로 귀중한 것이로군.』 하고 그러나 반쯤은 제압당한 상태로 말했다. 그러나 유혹적인 이 여장부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내가 알고 있는 몇 명의 건달들과 술잔을 부딪치고 있는 그녀를 내가 보았던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구리의 녹슨 소리는 내가 잘 기억해낼 수 없는 어떤 창녀 나팔의 기억을 내 귀에 안겨주었다.

 

 

 

 

그래서 나는 경멸의 모든 표시를 다해 이렇게 대답했다 : 『꺼져버려! 나는 내가 이름도 대고 싶은 않은 자들의 정부와 결혼할 위인이 아니오.』

 

 

 

 

물론, 그처럼 용감하게 거절한 데 대해 나는 충분히 자랑스럽게 생각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나의 힘이 모두 빠져나간 듯했다. 『사실 내가 그같은 망설임을 보인 걸 보면 굉장히 잠에 취해있었음에 틀림없군 하고 나는 생각했다. 아! 그들이 내가 깨어있는 동아니 다시 나타날 수만 있다면 나는 그렇게 까다롭게 굴지 않으련만!』

 

 

 

 

그리고 나는 그들에게 나를 용서해주기를 애원하며 그들의 은총을 사기 위해서 필요한 때면 얼마든지 자주 나를 더럽혀도 좋다고 목청을 다해 그들을

 

 

 

 

불렀다. 그러나 내가 그들의 마음을 크게 상하게 했음이 분명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결코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22 저녁의 어슴푸레함

 

 

 

 

 

 

 

날이 저문다. 하루동안의 노동으로 피곤한 가난한 영혼에 큰 휴식이 깃든다. 그리고 그들의 사고는 이제 부드럽고 모호한 석양의 색채를 띤다.

 

 

 

 

그러나 수많은 불협화음의 소리로 구성된 큰 울부짖음이 산 위로부터 내 방의 발코니에까지 이른다. 그것은 그 사이를 가르는 공간에 의해 한 음침한 하모니로--올라오는 만조나 폭풍우의 일어남과 같은 하모니로--변형된다.

 

 

 

 

저녁이 되어도 마음이 안정되지 않고 마치 부엉이처럼 밤의 도착을 밤의 향연의 신호로 생각하는 불운한 자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이 음침한 부엉이의 울음소리가 산 위에 웅크린 듯 자리잡고 있는 검은 양로원으로부터 우리들에까지 이른다. 저녁, 담배를 피우며 집들이 비쭉비쭉 늘어선--이 집들의 창문들 하나하나는 : 『자, 여기 이제 평화가 있습니다. 이곳은 가족의 기쁨입니다!』라고 말하는 듯하다--거대한 골짜기의 휴식을 관조하며, 저 위쪽에서 바람이 불면 나는 이 지옥의 하모니를 흉내낸 광경에 놀란 나의 사고를 달랠 수 있다.

 

 

 

 

황혼이 미치광이들을 자극한다--황혼이 되면 완전히 광기를 발휘하는 두명의 친구를 내가 알았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 중 한 친구는 황혼이 되면 모든 우의 관계나 예의관계를 잊고 아무나 처음 부딪치는 사람에게 마치 야만인처럼 횡포를 부리곤 했다. 그가 한번은 호텔 지배인의 머리에 기막히게 맛좋은 암탉 한 마리를 던지는 것을 보았다. 그 닭 속에서 나는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모욕적 상형문자를 본 듯했다. 깊은 관능의 예고자인 저녁이 그 친구에게는 가장 맛이 풍부한 것조차 망그러뜨리게 하는 것이었다.

 

 

 

 

또 다른 친구는, 야심만만한 부상병이었는데, 저녁이 다가옴에 따라 더욱 거칠고 우울해지며, 더욱 짓궂어졌다. 낮 동안은 관대하고 사교적인 그가 저녁이 되면 냉혹해지는 것이었다. 그의 황혼의 광기는 다른 사람에게뿐 아니라 자기자신에게까지 미친 듯이 발휘되었다.

 

 

 

 

전자는 그의 마누라와 아이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미쳐 죽었고 후자는 끊임없는 불안을 가슴 속에 품고 있었다. 따라서 모든 공화국, 모든 왕자들이 그를 모든 영예의 존경으로 떠받든다 해도 황혼은 여전히 그에게 다른 특별대우에 대한 생각으로 뜨거운 갈망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그들의 영혼에 어둠을 가져다 주는 밤. 그러나 그것이 나에게는 빛을 밝혀준다. 따라서 물론 같은 원인이 두개의 반대되는 효과를 낳는 것을 가끔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이에 놀라고 의아할 뿐이다.

 

 

 

 

오 밤이여! 기분을 새롭게 해주는 어둠이여! 그대는 나에게 내적인 축제의 신호요,그대는 고통감의 해방을 의미하오! 광야의 고독 가운데, 수도의 돌로 이루어진 미로 속에서의 별들의 반짝임이요, 가로등들의 폭발인 당신은 자유의 여신의 인공적 불꽃과도 같구려!

 

 

 

 

황혼이여, 그대는 어쩌면 이다지도 부드럽고 감미로운가! 밤의 승리에 찬 압도 밑에 고통하는 낮의 잔해처럼 아직도 지평선에 남아있는 장미빛 잔영, 석양의 마지막 승리 위에 투명한 붉은 반점을 만들고 있는 가로등, 저 깊은 동양으로부터 보이지 않는 손이 끌어온 무거운 휘장, 이 모든 황혼의 정경이 인생의 엄숙한 시기에 인간의 가슴 속에서 싸우는 모든 복잡한 감정들을 흉내내고 있다.

 

 

 

 

그것을 무희들의 이 이상한 의상에 비유할 수도 있으리라. 이 의상의 투명하고 동시에 어두운 얇은 베일 뒤로는 반짝이는 스커트의 숨죽인 듯한 화려함이 엿보인다. 그것은 마치 검은 현재 밑에 감미로운 과거가 스며 나오는 것과 같다. 스커트에 촘촘히 장식된 금빛 은빛의 깜박이는 별들은 밤의 깊은 상복 밑에서만 켜지는 환상의 불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23 고독

 

 

 

 

 

 

 

박애주의자인 한 기자가 나에게 인간에게 고독은 해롭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친구는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교회의 신부들의 설교를 인용한다--모든 신을 믿지 않는 자들이 흔히 그렇듯.

 

 

 

 

나는 악마가 기꺼이 불모의 장소를 넘나들고 살인과 음란의 영혼이 고독 속에서 굉장히 흥분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고독이 자신의 고독을 정열과 공상으로 채우는 한가한 방황하는 영혼에만 위험할 것이다.

 

 

 

 

그는 최상의 쾌락이 단상이나 법정의 높은 곳에서 말하는 데 있는 수다장이가, 만일 로빈손의 섬에 있게 된다면, 미치고 말 위험이 대단히 크다는 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나는 나의 기자에게 크루소의 용기있는 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가 고독과 신비를 사랑하는 자들은 비난하지 말기를.

 

 

 

 

우리들 수다스런 민족 중에는 만일 사형대 위에서 푸짐한 장광설을 하게끔 허락만 해준다면 이 최고의 형벌도 달갑게 받아들일 인물들도 있다. 언제 상떼르의 북소리가 때아닌 곳에서 그들의 연설을 끊어버릴 염려만 없다면.

 

 

 

 

나는 그들을 동정하지 않는다. 왜냐면 그들의 연설의 토로가 그들에게 고독과 명상으로부터 다른 자들이 얻는 것과 동등한 관능을 확보해줄 테니까. 그러나 나는 그들을 경멸한다.

 

 

 

 

나는 특히 나의 천박한 기자에게 내가 내 마음대로 즐기도록 나를 내버려 두어 주기만을 바란다. 『도대체, 당신은 당신의 즐거움을 같이 나눌 필요를 느끼지 않는군요?』하고 그는 꼭 사도같은 콧소리로 나에게 말한다. 이 기묘한 질투장이같으니라고! 그는 내가 즐거움 따위를 멸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는 이 흉악한 흥을 깨뜨리는 심술장이는 내 즐거움 속으로 슬쩍 비집고 들어오는 것이다.

 

 

 

 

『혼자 있을 줄 모르는 이 큰 불행!...』하고. 틀림없이 그들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음을 두려워하며 대중 속으로 달려가 자신을 잊으려 하는 모든 사람들에 수치심을 주기 위해 라브뤼예르는 어디에서인가 말했다.

 

 

 

 

『거의 모든 우리들의 불행은 우리의 방 속에 남아있을 수 없는 데서 온다』고 또 다른 현인, 파스칼은 말했다. 이 말로서 명상의 방 속에는 모든 이 열중한 사람들이 움직임 속에서, 혹은 이 세기의 가장 아름다운 언어로 말하자면, <우애관계>라고 부를 수 있는 매음 속에서 행복을 찾는 것을 상기시킨다.

 

 

 

 

 

24 계획

 

 

 

 

 

 

넓은 외로운 공원을 산책하며 그는 생각하는 것이었다 : 『복잡미묘하고 호사로운 궁정의상을 입고 넓다란 잔디와 연못들 앞에 세워진 궁궐의 대리석 계단을 아름다운 저녁의 대기를 가로질러 내려오는 여인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당연히 그녀는 공주다운 자태를 보이겠군.』

 

 

 

 

조금후 그는 행길로 나와 걷다가, 한 판화가게 앞에 멈추어섰다. 그리고 그림틀 속에 열대지방의 경치를 나타내고 있는 목판화를 발견하고 이렇게 생각한다 : 『아니야! 내가 나의 귀중한 삶을 소유하고 싶은 것은 궁궐 속에서가 아니야. 궁궐에서는 <불편할>거야. 게다가 금장식으로 가득찬 벽에는 내 초상화 하나도 걸 구석이 없겠지. 이 엄숙한 회랑에는 은밀한 분위기를 위한 구석이 없어. 정말, 내 삶의 꿈을 가꾸기 위해 거처할 곳은 궁궐이 아니라 이 <그림 속의 나라>로군.』

 

 

 

 

그리고는 그는 판화의 세부들을 눈으로 분석하면서 마음 속으로는 이렇게 계속했다. 『바닷가, 모든 빛나는 이상한 나무들--나는 나무 이름을 잊었다--로 둘러쌓인 나무로 된 오두막집, 부근에는 뭐라고 정의내릴 수 없는 황홀한 냄새가 감돈다...오두막집에는 장미와 유스카가 섞인 강한 향기가 있고, 저 멀리 우리들의 구역 뒤로는 물결 위에 한들거리는 돛대들..., 우리들 주변은 창문에 드리워진 발로 부드럽게 된 장미빛으로 밝혀지고, 신선한 돗자리며, 매혹적인 꽃들, 포르투갈산 로코코스타일의 희귀한 의자들, 육중하고 어두운 나무 등으로 장식된 방--이 방에서 여인은 아편기가 약간 섞인 권련을 피우며 한없이 편안하고 신선하게 쉴 수 있을 거다!--저쪽으로, 배의 널빤지 저쪽으로는 빛에 취한 새들의 지저귐, 어린 흑인 여자아이들의 재잘거림...그리고 밤이면 노래 나무들의 구슬픈 노래소리. 우수에 찬 합창! 그렇다. 진실로 내가 찾던 분위기는 이같은 곳이다. 궁궐에서 내가 무엇을 하겠는가?』

 

 

 

 

그리고 좀 더 멀리에서, 그가 대로를 따라 걷고있던 중, 한 깨끗한 조그만 여인숙이 눈에 띄었다. 여인숙의 창문에는 화려한 빛깔의 면으로 된 커튼이 드리워져서 한층 즐거워보였고 그곳으로부터 밝은 두얼굴이 내다보였다. 그러자 곧 그는 생각하는 것이었다 : 『나의 상념은 굉장히 들떠있음에 틀림없군. 이처럼 나의 가까이에 있는 것을 그처럼 멀리로 찾아나가다니. 기쁨과 행복은 맨 처음 나타나는 여인숙, 우연의 여인숙에 있는 거다. 그곳에는 풍요한 관능이 있다. 큰 난로, 빛깔이 화려한 도기들, 가벼운 저녁식사. 투박한 시골풍의 포도주, 약간 빳빳하지만 신선한 침구의 넓다란 침대...이보다 더 좋은 것이 있을까?』

 

 

 

 

그리고 낮의 복잡한 외부 생활로 인해 슬기의 충고가 들리지 않던 시간이 이미 지난 저녁시간, 그는 혼자 조용히 집으로 돌아오며 생각한다 ; 『나는 오늘 꿈속에서 세 곳의 거처를 소유했었군. 이 세 거처에서 나는 똑같은 즐거움을 맛보았지. 이처럼 나의 영혼은 날렵하게 여행하는데 무엇 때문에 장소를 바꾸려고 내 몸을 강요할 필요가 있을까? 또 계획을 실행해서 무엇을 한담? 왜냐면 계획이란 그 자체로 충분한 즐거움이 있는 것을.』

 

 

 

 

 

 

 

25 아름다운 도로떼

 

 

 

 

 

 

태양은 무서운 직사광선으로 도시를 내리 덮고 있다. 햇빛 밑에 모래는 눈부시고 바다는 반짝인다. 태양에 취한 세계 전체가 힘없이 실신한 듯 낮잠을 자고 있다. 그것은 잠든 자가 반쯤 깨어있어 그의 쇠약함의 관능을 즐기는 일종의 죽음과 같은 오수다.

 

 

 

 

그러나 태양처럼 건장하고 오만한 도로떼는, 이 죽음같은 시간에, 혼자만이 싱싱하게 살아서 무한한 창공아래로 텅빈 보도를 걸어간다. 그녀는 빛 속에 검게 빛나는 유일한 반점을 던지고 있다. 그는 저다지도 풍만한 허리 위에 저처럼 날씬한 몸통을 유연하게 흔들며 걸어나간다. 몸에 착 달라붙는 그녀의 맑은 장미빛의 옷은 그녀의 어두운 피부빛을 강렬하게 부각시키고 긴 몸통과 움푹한 어깨, 뾰쪽한 가슴의 윤곽을 확실히 드러내준다.

 

 

 

 

그녀의 자그만 붉은 양산은 빛을 부드럽게 해주며 그 반사광으로 그녀의 얼굴의 어두운 피부빛 위에 붉은 분연지를 던져준다.

 

 

 

 

거의 푸르다싶은 그녀의 거대한 머리털 무게로 그녀의 절묘한 얼굴은 뒤로 젖혀지고 그것이 그녀를 의기양양하고 태만한 모습으로 보이게 한다. 그녀의 귀여운 귀에는 무거운 귀고리가 조용히 재잘거린다.

 

 

 

 

간간이 바다의 미풍이 그녀의 나부끼는 스커트의 한 귀퉁이를 걷어올리며 그녀의 빛나는 기막힌 다리를 드러내준다. 유럽 국가들이 박물관 속에 감금해둔 대리석으로 조각된 여신의 발을 닮은 그녀의 발이 고운 모래 위에 그녀의 형태를 정확히 찍어 놓는다. 왜냐면 도로떼는 기적처럼 예쁜 나머지 그녀에게는 찬양받는 즐거움이 자유인이 되는 자만심보다 우세하여, 그녀는 자유의 몸임에도 불구하고 구두를 신지 않고 걷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같은 조화 속에 걷고 있다. 살고 있다는 데 행복을 느끼며 흰 미소를 머금고 있는 것이 마치 그녀는 저 멀리의 공간에 그녀의 걷는 모습과 그녀의 아름다움을 비추어주는 거울을 보고있는 듯하다.

 

 

 

 

개들조차 그들을 물어뜯는 듯한 태양아래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는 이 시각, 도대체 어떤 강력한 힘이, 동상처럼 차갑고 아름다운 나태한 도로떼를 저처럼 걷게 만드는 것일까?

 

 

 

 

왜 그녀는 그처럼 예쁘게 꾸며진 그녀의 방을 떠났을까? 꽃들과 돗자리들이 아주 적은 비용으로 완벽한 규방을 꾸며준 그녀의 방에서 그녀는 무한한 즐거움으로 머리를 빗기도 하고 담배를 피우거나 부채질을 하거나 큰 새털부채로 장식된 거울 속에 자신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그러는 동안 그곳에서 멀지않은 해변에는 바닷물이 부딪치면서 그녀의 분명치 않은 꿈에 강하면서 동시에 단조로운 동반자가 돼주고 마당 깊숙이에 쌀과 사프린을 넣은 풍미로운 게 요리가 끓고 있는 쇠남비가 자극적인 향기를 보낸다.

 

 

 

 

어쩌면 그녀는 어떤 젊은 장교와 약속이 있을 것이다. 그는 먼 해변에서 그의 동료들이 유명한 도로떼에 관해 얘기하는 것을 들었던 것이다. 틀림없이 이 천진한 여자는 장교에게 오페라의 무도회 얘기를 해달라고 조르겠지. 그리고 그녀도 늙은 카프리아 여인들조차 즐거움에 미칠 듯 취하는 일요일의 무도회에 가듯, 그곳에 맨발로 갈 수 있는지 묻겠지. 그리고도 파리의 귀부인들이 그녀보다 훨씬 예쁜지에 대해서도 묻겠지.

 

 

 

 

도로떼는 모든 사람들에게 아낌을 받고 감탄을 받는다. 그녀는 만일 열살 밖에 안된 그러나 벌써 성숙하고 아름다운 그녀의 동생을 되사기 위해 한푼 두푼 돈을 저축해야 하지만 않는다면 완벽하게 행복했을 것이다. 착한 도로떼, 그녀는 꼭 성공할 것이다. 동생의 주인은 굉장히 인색하다. 이 지독한 수전노는 돈의 아름다움 이외에도 다른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이해할 줄 모르는 것이다.

 

 

 

 

 

 

26 가난뱅이들이 눈

 

 

 

 

 

 

 

아! 그대는 내가 오늘 왜 그대를 증오하는지 알려고 하는군. 그러나 내가 당신에게 그것을 설명하는 것보다 당신이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 틀림없이 더 어려울 것이요. 왜냐면 당신은, 내 생각으로, 내가 만난 한의 여인의 부감성의 가장 좋은 표본이기 때문이요.

 

 

 

 

우리들은 긴 하루를 같이 보냈소. 그것이 나에게는 짧게 조차 생각되었지. 우리들은 우리의 생각이 서로 공통되고, 이제부터는 우리들의 영혼도 하나일 뿐이라고 서로 약속을 했소. 그러나 그 같은 꿈은 결국 조금도 독창적인 꿈이 아니었소. 모든 남자들이 꿈꾼 그 같은 꿈이 어느 남자에 의해서도 실현되지 않았으니까 말이요.

 

 

 

 

저녁이 되어 약간 피곤해진 당신은 아직 석고 부스러기로 가득차 있지만--완성되지 않은 채--벌써 찬란함을 영광스럽게 과시해주며 보도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새로 단장된 까페 앞에 앉기를 원했소. 까페는 진정 빛나고 있었다. 개스등조차도 이 새 까페에서는 최초의 모든 불꽃을 발화해주며 흰빛으로 눈부신 벽들을 온 힘으로 밝혀주고 있었다. 거울처럼 빛나는 식탁보들, 금빛으로 빛나는 쇠시리와 코오니스, 개줄에 묶인 개들을 끌고 있는 뺨이 볼록한 급사들, 그들의 손에 앉는 매들을 보고 웃는 부인들, 머리 위에 과일, 고기파이, 사냥거리 등을 이고 있는 요정과 여신들, 조그만 차항아리나 오색 얼음과자로 만들어진 찬란한 오베리스크 등을 팔을 벌리고 보여주고 있는 헤베들과 가니메데스등, 폭음폭식에 봉사하는 모든 이야기와 신화들이 다 그려져 있었다.

 

 

 

 

그런데 우리들 바로 앞 차도에 한 사십대 가량의 피곤한 얼굴에 회색빛 수염을 한 선량한 남자가 한 손에는 작은 남자아이를 데리고 다른 한 팔에는 아직 걷지도 못할 정도로 약한 어린 것을 안은 채 못박은 듯 서 있었다. 그는 어린 것들에게 유모 구실을 하느라, 저녁 바람을 쐬게 해주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은 모두 누더기를 걸치고 있었다. 이 세 명의 얼굴은 놀랍게도 심각해 보였다. 이 여섯 눈들은 똑같은 감탄을 보이며--그러나 그들의 나이에 따라 다른 뉘앙스를 보이는 감탄으로--새 까페를 뚫어지게 관찰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버지의 눈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 『 어쩌면 저렇게 아름다울까! 어쩌면 저토록 아름다울까! 모든 가난한 자들의 황금이 이 벽들에 과시되기 위해 소집된 듯하군.』 어린 소년은 눈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 『어쩌면 저렇게 아름답지 ! 어쩌면, 아름답기도 ! 그렇지만 이 집에는 우리들과는 다른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는 거다.』 그리고 더 어린 꼬마의 눈은 너무나 매혹당한 나머지 어리둥절하고 깊은 즐거움 밖에 아무 것도 나타낼 수가 없었다.

 

 

 

 

샹송가수들은 노래하기를, 즐거움은 영혼을 선량하게 하고 가슴을 부드럽게 한다고 한다. 오늘 저녁만은 샹송이 나에 관한 한 옳은 것 같다. 나는 이 눈들 앞에 연민을 느낄 뿐 아니라 우리들이 목마름을 채우고도 남을 너무 큰 잔들과 술병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나는, 사랑하는 여인이여, 나의 시선을 당신쪽으로 돌렸소. 당신의 시선에서 역시 <나의> 생각을 읽기 위해서 였소. 내가 당신의 그토록 아름답고 이상하게 부드러운, 달의 여신이 창조하고 변덕의 여신이 살고 있는 듯한 눈 속에 잠겼을 때, 당신은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소. : 『마치 마차 문처럼 눈을 벌리고 있는 이 인간들이 내게는 견딜 수 없군요. 까페의 주인에게 부탁하여 그들을 이곳에서 멀리 쫓아낼 수 없을까요?』

 

 

 

 

나의 사랑하는 천사여, 이처럼 서로 마음이 맞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요. 그처럼 생각이란 비록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통할 수 없는 거라오.

 

 

 

 

 

 

27 어떤 영웅적인 죽음

 

 

 

 

 

 

팡시울은 훌륭한 광대였다. 그리고 거의 왕자의 한 친구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신분으로 코메디에 종사하게끔 되어 있는 인물들이란 진지한 문제들에 어쩔 수 없는 매력을 느끼는 법이어서-한 광대의 뇌를 조국이니, 자유니 하는 생각이 점령한다는 것이 기이하게 보일지 모르지만-어느날 팡시울은 군주에 불만을 품은 몇몇 중신들이 모의한 음모에 끼어 들었다.

 

 

 

 

왕을 폐하고 그 사회의 변혁을-사회의 의견을 참고하지도 않은 채-도모하려는 이 같은 우울증에 걸린 인물들을 당국에 고발하는 인간들이 여느 사회에나 항상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문제의 중신들은 체포되었고 물론 팡시울도 체포되었으며 그들은 사형선고를 받게끔 되었다.

 

 

 

 

이들 반역자들 중 자신이 좋아하는 팡시울이 끼어있는 것을 보자 임금은 거의 분노에 사로잡혔으리라는 것을 나는 기꺼이 믿을 수 있다. 이 임금으로 말할 것 같으면 다른 임금들보다 특별히 나을 것도 못할 것도 없는 임금이었다. 그러나 그의 지나친 민감성으로 인해 그는 대부분의 경우 다른 임금들보다 훨씬 더 잔인하고 폭군적으로 변하는 경향이 있었다. 예술에 열광하는 예술 애호가이며, 게다가 그 방면에는 훌륭한 감식가인 임금은 정말 관능의 쾌락에 지칠 줄을 몰랐다. 백성들과 도덕의 문제에는 극히 무관심한 임금은, 그 자신이 진정한 예술인이었으며, 그에게는 권태라는 적 이외에 다른 위험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가 이 세계적인 폭군, 권태를 피하거나 굴복시키기 위해 기울였던 노력들로 인해, 만일 그의 영토 내에서 쾌락 이외의, 혹은 쾌락의 가장 절묘한 형태인 놀람을 제외하고는 무엇이든 써도 좋다는 허락을 내린다면, 역사가들이 그에게 <괴물>이라는 수식어를 붙였을 것이다. 임금의 가장 큰 불행은 그가 한 번도 그의 재능에 걸맞을 만큼 방대한 극장을 가져보지 못한 데 있었다. 젊은 네로 황제들이 있었다고 하지만 그들은 너무 좁은 공간에서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질식했으며 후세는 그들의 이름이나 의지를 알아줄 리 없다. 선견지명이 없는 신은 이 임금에게 정말 그의 나라를 다스리는 기능을 넘는 더 큰 기능을 주었던 것이다.

 

 

 

 

갑자기 임금이 모든 모반자들에게 특사를 내려줄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이 소문의 근원은 팡시울이 그의 가장 훌륭하고 중요한 역을 연기할 대흥행의 예고였다. 이 흥행에는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선고 받은 중신들도 참가하리라는 것이었다. 그것은 상처받은 임금의 관용을 나타내주는 뚜렷한 증거라고 사려 깊지 못한 사람들은 덧붙였다.

 

 

 

 

선천적으로나, 의지적으로도 그처럼 괴상한 성격의 인물에게는 그가 그곳에서 예기치 못한 쾌락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할 수 있을 때만은 모든 것이--덕행도 관용도--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이 벼든 호기심 많은 영혼의 심층을 꿰뚫어볼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사형선고를 받은 자의 무대적 재능의 가치를 판단하고 싶은 임금의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이 훨씬 가능한 추측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임금은 이 기회를 이용하여 예술가의 일상적 기능이 그가 처하게 된 이 예외적 괴상한 상황에서 어느 정도까지나 변모되어 발휘될 수 있는지를 검토해 보자는, 일종의 심리적 시험을 해보려는 <중요한> 흥미의 의도였다. 이 밖에 그의 영혼 속에 다소 관용의 마음에서 결정된 어떤 의도가 존재하고 있었을까? 그것은 결코 밝혀낼 수 없는 점이다.

 

 

 

 

마침내 그날은 다가왔다. 이 작은 궁전은 그의 모든 찬란함을 과시했다. 어찌나 궁정이 화려하게 준비되었던지 실로 그것을 직접 보지 않고는 어떻게 한 작은 나라의 특권계급이 제한된 재력으로 진정 엄숙하다고 할 정도의 찬란함을 과시할 수 있는지 상상이 어려울 정도였다.

 

 

 

 

이 엄숙함은 이중으로 진실이었다. 우선 한편으로는 과시된 사치의 마력에 의해, 그 다음으로는 그곳에 붙이는 신비한 도덕적 흥미에 의해서이다.

 

 

 

 

팡시울이라는 친구는 그의 뛰어난 연기를 보였다. 특히 그는 대사가 별로 동반되지 않는 무언극의 역할에서 뛰어났다. 이런 유의 무언극은 이같이 꿈속에서 일어나는 것같은 연극에서는 주요한 장르로 그의 목표는 인생의 신비를 상징적으로 재현하는 것이었다. 그는 완벽한 유연성을 보이며 날렵하게 등장했다. 그것이 이 귀족계급의 관중들에게 관용과 용서라는 생각을 굳게 해주는 데 기여했다.

 

 

 

 

보통 우리가 어떤 코메디언에 대해 『여기 훌륭한 코메디언이 있소』하고 말할 때, 그것은 이 인물을 통해 우리가 코메디언을, 즉 예술, 노력, 의지 등을 알아볼 수 있음을 의미하는 상투적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 코메디언이 그가 표현하기로 되어있는 인물에 비유되는 정도에 도달할 때, 즉 그에 의해 기적적으로 다시 살아난 고대의 가장 훌륭한 신분의 인물--그가 다시 살아나 생생하게 걷고 눈에 보인다--의 아름다움에 관한 막연하고 일반적인 관념과 결부되는 경지에 이를 때, 이때는 분명 코메디언의 특별한 경우이며 전혀 예기치 못한 경우가 될 것이다.

 

 

 

 

그날 밤 팡시울은 진정 한 완벽한 이상화였다. 이상화된 인물이 실제로 가능하게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상상하지 않는다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머리 주위에로 파괴할 수 없는 후광을 발하며--그것은 모든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알아볼 수 있는 후광이었으며 그곳에는 예술의 빛과 순교의 영광 등이 섞인 야릇한 혼합이 있었다--무대 위에서 오가며,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경련을 일으키기도 했다. 팡시울은 진정 무어라고 말할 수 없는 특별한 은총을 받아 이 기상천외의 희극에 신성과 초자연을 도입한 것이다. 나는 여러분에게 이 잊을 수 없는 저녁을 묘사하려고 노력하는 동안 나의 펜은 떨리고, 나의 눈에는 아직까지 여전히 살아있는 감동으로 인해 눈물이 고인다. 팡시울은 나에게 단호하고 반박할 여지없는 방법으로 예술의 도취는 다른 무엇보다도 심연의 공포를 감추기에 가장 적합하다는 사실을 증명해준 것이다. 그리고 천재는 무덤 가장자리에서도 무한한 즐거움으로 코메디를 연기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지금의 팡시울이 그러하듯이, 모든 파괴나 무덤이라는 관념이 제거된 낙원에 길을 잃은 듯 무덤을 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경박하고 무감각하기 그지없는 관중들도 곧 이 전능의 예술가의 지배를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아무도 죽음, 사망의 슬픔, 처형 등을 생각치 않기에 이르렀다. 관중은 각자 불안을 잊고 살아 있는 예술의 걸작품의 광경이 제공해주는 배가되는 관능의 기쁨에 취해있었다. 감탄과 즐거움의 폭발이 계속되는 우뢰같은 힘으로 건물의 궁륭을 여러 차례 흔들어놓았다. 임금자신도 매혹되어 군중의 박수 속에 자신의 박수를 섞었다.

 

 

 

 

그러나 날카로운 통찰력을 가진 눈은 임금의 도취가 순수한 도취가 아님을 꿰뚫어 볼 수 있었다. 그는 그의 통치력이 굴복당한 느낌을 가졌을까?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정신을 마비시키는 그의 예술의 통치에 모욕을 당한 것처럼 느끼는 것일까? 그의 기대와 그의 예상이 어긋난 데 대해 실망하고 우롱당한 것처럼 느끼는 것일까? 이처럼 정확히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전혀 부당하다고도 할 수 없는 가정들이 내가 임금의 얼굴을 관찰하는 동안 나의 머리 속을 스쳐갔다. 그의 일상적인 창백한 얼굴에 마치 눈이 눈에 쌓이듯 새로운 창백함이 쌓였다. 임금이 죽음을 그토록 잘 풍자하는 이 이상한 광대이며 동시에 그의 오랜 친구인 팡시울의 재능에 보라는 듯 다물어져 갔고 그이 눈은 질투와 원한의 빛과 유사한 어떤 내면의 빛으로 점점 더 밝혀지는 것이었다. 어느 순간에 이르자 폐하께서 그의 뒤에 자리잡고 있는 한 어린 시동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귓속말을 하는 것을 나는 보았다. 그러나 귀여운 소년의 장난꾸러기같은 얼굴이 미소로 빛났다. 그리고는 그 아이는 임금의 급한 심부름을 이행하기 위해서처럼 급히 임금의 관람석을 떠났다. 그로부터 몇분후, 한 날카롭고 긴 호각소리가 그의 절정의 순간에서 연기하고 있는 팡시울을 멈추게 했다. 그 소리는 귀와 동시에 가슴을 찢는 듯했다. 그리고는 이같은 의외의 불찬성의 호각소리가 튀어나온 방쪽에서 한 아이가 터져나오는 웃음을 죽이며 복도쪽으로 급히 뛰어갔다.

 

 

 

 

꿈속에서 갑자기 흔들려 꿈으로부터 깨어난 듯한 팡시울은 우선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곧 다시 눈을 떴다. 그 눈은 말할 우 없이 커져 있었다. 그 다음 발작적으로 숨을 들이마시려는듯 입을 벌리고 앞뒤로 조금 비틀거리더니 마침내 꼿꼿하게 마루 위에 쓰려져 죽는 것이었다.

 

 

 

 

단검처럼 빠른 휘파람 소리가 진정 집행관을 실망시킨 것일까? 임금 자신은 그의 술책의 모든 살인적 효력을 이미 짐작했던 것일까? 그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다. 그는 대치할 수 없는 그의 귀중한 팡시울을 아쉬워할까? 그렇게 믿는 편이 옳은 것이다.

 

 

 

 

그로부터 여러나라에서 평가되는 여러 무언극 광대들이 XX의 궁전에 초대되어 연기를 보였다. 그러나 그들 누구도 팡시울의 훌륭한 재능을 회상시킬 수 없었으며 그들 누구도 그같은 <은총의 경지>에까지 도달할 수 없었다.

 

 

 

 

 

 

 

28 위조 화폐

 

 

 

 

 

 

 

우리가 담배가게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는 동안 나의 친구는 그의 화폐를 조심스럽게 정리하고 있었다. 그의 조끼 왼쪽 주머니에는 작은 금화들을 집어넣고 오른쪽에는 작은 은화들, 바지 왼쪽주머니에는 한줌의 잔돈 닢들을, 오른쪽에는 2프랑짜리 은화 한닢을 넣었다. 그런데 그는 이 2프랑짜리 은화를 각별히 검토하는 것이었다.

 

 

 

 

『 독특하고 꼼꼼한 분류로군』 하고 나는 혼자 생각했다.

 

 

 

 

우리는 한 거지와 만났다. 그는 우리에게 그의 모자를 손을 떨며 내밀었다. --나는 이 거지의 애원하는 눈의 말없는 웅변보다 더 불안한 것을 보지 못했다. 그이 눈은 그것을 읽을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무한한 겸허와 동시에 무한한 비난을 내포하고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채찍에 맞은 개들의 눈물에 젖은 눈 속에서 발견되는 이 같은 복잡미묘하고 감정의 깊이와 유사한 어떤 것을 발견했다.

 

 

 

 

내 친구의 동냥은 나의 것보다 훨씬 많았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당신이 옳소. 왜냐면 경이감에 사로잡히는 쾌락 다음으로 꼽을 수 있는 쾌락 중에 상대에게 놀람을 야기시키는 데서 얻는 쾌감보다 더 큰 쾌감은 없는 법이요 』라고 말했다.

 

 

 

 

『그것은 가짜 화폐였소 』하고 그는 마치 자신의 낭비벽을 정당화시키려는 듯 조용히 나에게 대답했다.

 

 

 

 

그러나 오후 2시에서 정오를 구하려 전심하는 나의 보잘 것 없는 뇌에 (자연은 나에게 얼마나 피곤한 기능을 선물하였는가!) 갑자기 그 같은 행위는 내 친구쪽에서 악마같은 거지의 인생에 어떤 사건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욕망에 의해서 행해졌을 때에만, 그리고 어쩌면 이 가짜 화폐가 한 거지의 손 속에 들어가서 낳게 될 일련의 여러가지 결과들을--그것이 비통한 결과를 가져오든 혹은 다른 결과를 가져오든--알고 싶은 욕망조차 있었기 때문에 행해졌을 때만 용서될 수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가짜 화폐는 진짜 화폐로 번식될 수는 없을까? 혹은 가짜 화폐가 그를 감옥으로 인도할 수는 없을까? 카바레주인이나, 혹은 빵가게 주인이라면 가짜화폐 제조자나 가짜화폐 선전자로 몰아 아마 그를 체포하게 하지 않을까? 또한 가짜 화폐는 가난한 사색가에게는 몇일 동안의 풍부함의 씨앗이 될 수도 있었으리라. 이처럼 나의 공상의 날개를 펴면서 나의 친구의 머리 속에까지 날개를 뻗어 모든 가능한 연역과 모든 가능한 가정을 끄집어내고 있었다.

 

 

 

 

그러나 이 친구는 나 자신의 말을 받듯 갑자기 이렇게 말하며 나의 공상을 깨뜨렸다 : 『네, 당신이 옳아요. 그가 기대하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그에게 줌으로 해서 그를 놀라게 하는 것보다 더 감미로운 쾌락은 없지요.』

 

 

 

 

나는 그의 말에 그의 눈의 흰자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는 그의 눈이 무한한 순진함으로 빛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그때 나는 그가 동시에 자비심과 좋은 거래를 꾀하려 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았다. 신의 마음과 동시에 사십 전을 얻고, 경제적으로 천국을 획득하며, 마침내는 자비로운 인간이라는 면허장을 거저 얻으려 했던 것이다. 그것이 내가 방금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던 그런 유의 범죄적 쾌락의 욕구에 의한 것이었다면 그를 용서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가난한 자들을 범함으로 즐기는 그를 기이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의 계산의 어리석음을 결코 용서할 수 없다. 인간의 악의는 결코 사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악랄하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약간의 가치가 있다. 악중 가장 불치의 악은 어리석음으로 저지르는 악이다.

 

 

 

 

 

 

29 인심 후한 도박꾼

 

 

 

 

 

 

 

어제 나는 보도의 군중들 틈에서 한 신비한 존재와 스치는 것을 느꼈다. 이 신비한 존재는 내가 항상 알기를 갈구하던 존재로, 나는 한번도 만난 적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를 곧 알아볼 수가 있었다. 그에게도 나와 관계되는 유사한 욕망이 자리잡고 있음에 틀림이 없었다. 왜냐면 그는 지나치면서 나에게 의미있는 일별을 던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급히 그 눈짓에 복조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를 따라 곧 그의 뒤에 서서 한 찬란한 지하의 거소로 내려가고 있었다. 그곳은 파리 지상의 주민들 중에 어느 누구도 그에 가까운 예를 보여줄 수 없는 굉장한 화려함으로 빛나고 있었다. 나는 이같은 사람을 현혹시키는 장소 옆을 그처럼 자주 지나치면서 어떻게 그 입구를 눈치채지 못했는지 기이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곳에는 정묘한 분위기가--비록 사람을 홀리고 마비시키는 분위기이기는 하지만--지배하고 있었다. 그같은 분위기란 우리들로 하여금 곧 모든 시시한 인생의 공포들을 잊게 해주는 분위기였다. 그곳에서 우리는 말없는 지고의 행복을 숨쉬었다. 이같은 도취경은 그리스 신화의 취생몽사하는 무리들이 영원한 오후의 빛으로 밝혀진 마술섬에 착륙했을 때 그들의 내부로부터 다시는 그들의 집, 아내, 아이들을 보고싶지도 않으며 바다 위 지상으로 다실 돌아가고 싶지도 않다는 욕망이 운율적인 폭포수의 둔한 소리와 함께 일어날 때 그들이 맛보았음직한 도취경과 유사하다.

 

 

 

 

그곳에는 숙명적인 아름다움으로 빛나는 남녀의 낯선 얼굴들이 있었다. 나는 그들을 이미 내가 정확히 기억해낼 수 없는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선가 본 것 같이만 생각되어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나에게 미지의 인물들을 대할 때 보통 일어나는 그같은 공포의 감정보다는 차라리 우정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었다. 내가 어떤 방법으로든 그들 시선의 독특한 표정을 정의하고 싶다면 나는 권태에 대한 공포와 살고 있다고 느끼고 싶은 불멸의 욕망으로 그처럼 힘차게 빛나는 눈을 일찌기 본 적이 없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나를 초대해준 주인과 나는 자리에 앉으면서부터 벌써 오랜 완벽한 친구처럼 되었다. 우리들은 먹기도 하고 모든 종류의 굉장한 들을 굉장히 마시기도 했다. 그런데 굉장한 술 못지않게 굉장한 일로는 이처럼 여러 시간을 보낸 후에 나는 그보다 더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노름, 이 초인간적인 쾌락인 노름이 여러차례의 간격으로 우리들의 잦은 폭음을 중지하게 했었다. 그리고 나는 다음의 사실을 얘기해야만 하겠다. 나는 노름을 했으며 삼회 승부놀이로 나의 영혼을 영웅적이라 할 만큼 경쾌하고 무심하게 잃었던 것이다. 영혼이란 만질 수도 없으며 그처럼 자주 무익하고 때때로 아주 귀찮기까지 한 것이어서 나는 이 손실에 대해 산보 중에 명함을 잃었을 때 가지는 감동보다 못한 감동을 느꼈을 뿐이었다.

 

 

 

 

우리들은 오랫동안 그 비유할 수 없는 맛과 향기로 해서 영혼이 미지의 나라와 행복에의 향수를 갖게 하는 그런 유의 궐련을 피웠다. 그리고 나는 이 모든 행복에 취해 일종의 발작적인 친근성을 보이며--이같은 나의 태도가 그를 불쾌하게 하지 않는 듯 했다--가장자리까지 가득한 술잔을 들고 외쳤다 : 『당신의 불멸의 건강을 위해!』

 

 

 

 

우리들은 또한 우주--우주의 창조와 미래의 멸망--, 그밖에도 세기의 큰 문제들, 다시말해 진보니 완전성에의 문제들, 그리고 일반적으로 인간들이 열중하는 모든 형태의 문제들에 대해 잡담했다. 이같은 문제에 대해 그의 경쾌하면서 반박할 여지없는 농담은 그칠 줄 몰랐다. 그는 그의 의견을 감미로운 표현법과 잔잔한 괴담으로 표현했는데 그 같은 회화법은 인간들의 어떤 유명한 한담가들 속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특출한 것이었다. 그는 오늘날까지 인간 뇌를 사로잡았던 가지각색의 철학의 부조리성을 나에게 설명하였고 근본적인 몇가지 원칙에 대해--나는 누구와도 이같은 원칙의 적합성과 이득에 관해 같은 의견을 나눈 적이 없었다--털어놓기까지 했다. 그는 그가 세계 도처에서 누리고 있는 악명을 조금도 불평하지 않았고 그 자신이 <맹목적인 신앙>의 파괴에 가장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인물이라고 단언했다. 또 자신은 자신의 권한에 대해 단 한번 두려움을 느낀 적이 있었는데 그것은 그의 동료들보다 더 교활한 어떤 연설가가 이렇게 외치는 것을 들었을 때였다는 것이다 : 『 나의 친애하는 형제들, 당신들이 빛의 진보에 대해 찬양하는 소리를 듣거든, 악마의 가장 악랄한 속임수는 진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당신을 설득시키려고 하는 사실이라는 것을 결코 잊지 마십시요! 』

 

 

 

 

이 유명한 연설가에 대한 추억이 자연 우리들의 대화를 아카데미의 문제로 이끌고 갔다. 나의 기이한 회식자는 자신이 대부분의 경우 교육자들의 펜이나 연설 또는 의식을 고취시키는 데 등한히 하지 않았으며 또한 그 자신이 거의 언제나 모든 아카데미의 회합에 몸소 참석했노라고--비록 눈에 띄지 않게 참석한 것이지만--주장했다.

 

 

 

 

이같이 한없는 그의 친절에 용기를 얻은 나는 그에게 신의 소식과 최근에 신을 만났는지에 대해 물었다. 그는 어떤 슬픔에 서린 그러나 무심한 태도로 나에게 이처럼 대답하는 것이었다 : 『우리가 만나면 우리는 마치 늙은 신사처럼 서로 인사를 하지요. 그러나 늙은 신사들에 늘 따르는 예절이 옛날의 원한의 기억을 완전히 죽일 수는 없다오 』

 

 

 

 

그가 정말 단순한 일개의 범인에게 이같이 오랜 면담을 허락한 적이 있었는지 의심스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남용한 것이나 아닌지 걱정까지 되었다. 이윽고 떠는 듯한 새벽 기운이 창문의 유리들을 하얗게 감싸줄 때 이 유명한 인물은--그 자신은 알지도 못한 채 그처럼 많은 철학자들이 그의 영광을 위해 봉사하고 그처럼 많은 시인들이 노래한 이 인물--나에게 말하는 것이었다 : 『나는 그대가 나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간직하기를 바라는 바이오. 그리고 사람들이 나에 대해 그처럼 많은 악을 말한 나라는 존재가 때로는 --당신들 인간들의 천한 어휘를 빌려 말하자면--착한 악마라는 사실을 그대에게 증명하고 싶소. 당신이 당신의 영혼으로 보상할 수 없는 손실을 한 것을 보상해주기 위해 나는 당신에게 만일 운명이 당신편이라면 당신이 이길 수도 있는 내기 하나를 주겠소. 즉 그것은 평생 당신이 당신의 모든 병과 당신들의 가련한 진보라는 모든 것들의 근원이 되는 이 이상한 권태라는 병을 극복하고 진정시키는 가능성을 주는 것이요. 당신이 그것을 실현하도록 내가 도와줄 수 없는 것이라면, 그 어떤 욕망도 당신을 사로잡지 않을 것이요. 그리하여 당신의 동류, 천박한 인간들 위에 군림할 것이며 당신에게 온갖 아첨과 경애까지도 주어질 것이요. 돈, 금, 다이아몬드, 선경같은 궁궐이 당신을 찾아와서, 당신이 그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그것을 받아줄 것을 간청할 것이요. 당신은 당신의 환상이 당신을 명령할 때면 어느 때나 당신의 조국과 고장을 바꿀 수도 있으며 항상 뜨겁고, 여인들은 꽃처럼 좋은 냄새를 풍기는 매혹적인 나라에서 관능의 쾌락에 취하는 데 지치지 않을 것이요...』하고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기분좋은 미소로 나를 하직하며 덧붙이는 것이었다.

 

 

 

 

이처럼 굉장한 회합 앞에서 모욕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만 없었더라면 나는 기꺼이 이 후한 도박꾼의 발치에 쓰러져 그의 전대미문의 선심에 감사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와 헤어지고 난 후 차츰 차츰 불치의 의심이 나의 가슴을 엄습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처럼 굉장한 행복을 감히 믿을 수가 없게 되는 것이었다. 따라서 잠자리에 들기 전 바보같은 습관의 잔재로 인해 여전히 기도를 올리며 나는 반수상태에서 이렇게 되풀이 기도했다. 『나의 신이여! 주여, 나의 신이여! 악마가 그의 약속을 지키게 해주옵소서!』

 

 

 

 

 

 

 

30 목매는 줄--에두아르 마네에게

 

 

 

 

 

 

 

환영들이란--하고 나의 친구가 나에게 이야기를 시작했다--인간들 사이의 관계나 혹은 인간들과 사물들과의 관계가 수없이 많은 것처럼 허다하오.

 

 

 

 

그리고 환영이 사라지면, 다시말해 당신이 어떤 존재나 사실을 당신 생각 밖에 서있는 그대로 보게 될 때 우리는 반쯤은 사라진 환영에 대한 회한과 반쯤은 사실인 이 새로움 앞에서 느끼는 유쾌한 놀람이 섞인 이상야릇한 감정을 느낀다오. 만일 세상에 어떤 자명한 현상이--그것은 너무 자명하여 때로는 시시하고 항상 유사하여 그 착각의 여지가 없는 성질의 현상이다--존재한다면 그것은 모성애다. 사실 사랑이 없는 어머니를 상상한다는 것은 열이 없는 빛을 상상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니까. 따라서 한 어머니가 자신의 어린아이에 관한 모든 얘기나 행동들은 순전히 모성애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 대단히 정당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이 조그만 얘기를 들어보십시요. 나는 이 얘기를 듣고 가장 당연한 착각에 의해 기묘하게 속은 것 같은 기분이었읍니다.

 

 

 

 

그림을 그리는 나의 직업으로 인해 나는 내가 길에서 만나게 되는 얼굴들, 얼굴의 관상들을 주의 깊게 관찰하게 됩니다. 당신은 이같은 기능으로부터 우리가 끌어낼 수 있는 기쁨을 아시겠지요. 그것은 우리들의 눈에 인생이 다른 누구에게보다 더욱 활기에 차있고 가장 의미깊게 보이게 하니까요. 내가 살고 있는 동떨어진 구역에--이곳은 아직도 잔디가 심겨진 넓은 공간이 건물 사이를 가르고 있습니다--나는 자주 한 어린애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 아이는 다른 아이들이 처음 나의 관심을 끄는 얼굴 모습보다 더 강렬하고 장난꾸러기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지요. 이 아이는 나를 위해 여러 차례 포즈를 취해주었으며 이내 나는 그 아이를 때로는 어린 보헤미안으로 변형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천사로, 또 어떤 때는 신화 속의 사랑의 신으로 변형시키기도 하였습니다. 나는 그에게 방랑꾼의 바이올린을 들게 하기도 하고 가시관과 정열의 관을 쓰게 하기도 했고 에로스의 횃불을 들게 하기도 했습니다. 나는 이 장난꾸러기의 익살에 너무나 생생한 즐거움을 느낀 나머지 하루는 그의 부모에게--그의 부모는 가난한 사람이었다--아이를 양보해줄 것을 간청했습니다. 아이를 잘 입히고 돈도 얼마간은 줄 것이며 내 화필을 씻거나 작은 심부름을 시키는 일 이외에 다른 일은 시키지 않겠오라고 약속했습니다. 깨끗이 씻고 난 이 아이는 금새 귀여워졌고 그가 우리집에서 영위하는 삶은 그의 양친의 누옥에서 살아야 했던 삶과 비교할 때 그에게는 천국처럼 생각되었읍니다. 다만 이 어린 신사는 때때로 이상하게 조숙한 슬픔의 발작을 보여 나를 놀라게 했다는 사실과 곧 그는 단 과자류와 달콤한 주류에 터무니없는 취미를 과시했다는 사실을 말해야만 하겠습니다. 그런 취미가 어찌나 무절제했던지 어느날 나는 나의 수차례에 걸친 경고에도 불구하고 그가 여전히 이런 류의 새로운 좀도둑질을 범한 것을 확인하고 그를 그의 부모의 집에 돌려보내겠다고 위협할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나는 외출을 했지요. 그런데 여러가지 일이 나를 꽤 오랫동안 집밖에 붙잡아 두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자 나의 시선을 제일 먼저 후려치는 것은 장농의 널빤지에 목매어 있는 내 인생의 익살스런 동반자, 나의 어린 신사였습니다. 그때 나의 놀람과 나의 공포는 어떠했겠습니다까? 그의 발은 거의 바로 바닥까지 닿고 있었으며 그가 발로 밀어냈음에 틀림이 없는 의자 하나가 그의 곁에 나둥그러져 있었습니다. 그의 머리는 어깨 위에 발작적으로 구부러져 있었고 부풀은 그의 얼굴과 크게 열린 채 무섭게 고정되어 있는 그의 눈은 우선 나에게 그가 살아 있지 않나하는 착각을 일으켰습니다. 그 애를 내려놓은 것은 당신이 생각하듯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죠. 그는 벌써 굉장히 굳어 있었고 그를 갑자기 땅 위에 떨어지게 하는 데 설명할 수 없는 혐오감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그의 몸 전부를 한 팔로 붙들고 다른 팔의 손으로는 줄을 끊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도록 모든 것이 끝나지 않았지요. 이 어린 괴물은 아주 가느다란 줄을 사용했으므로 그 줄이 살 깊이까지 파고들어 그의 목을 줄로부터 끌어내기 위해서는 가느다란 가위로 부푼 살 사이에 박힌 줄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나는 당신에게 잊고 말하지 못했지만, 나는 그때 맹렬히 도움을 청했지요. 그러나 나의 이웃들은 모두 나를 돕기 위해 오기를 거절했어요. 그 점으로 보아 그들은 문명인의 습관에 충실한 셈이지요. 개화된 인간은, 왜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결코 목매달아 죽은 사람의 일에 끼어들려하지 않습니다. 그후 그의 장례를 위해 그의 옷을 벗겨야 했을 때 시체의 경직상태가 어찌나 심했던지 그의 사지를 구부리다 절망한 나머지 그로부터 옷을 벗기기 위해 옷을 찢고 잘라내야 했습니다.

 

 

 

 

내가 의당 그에게 보고해야 했던 경찰은 나를 수상쩍게 바라보며 : 『의심스러운데!』하고 말했습니다. 물론 그것은 죄인에게나 무죄한 사람들에게나 되는 대로 겁을 주는 그의 신분의 습관과 고질화된 이런 유의 욕망에서 비롯된 발언이지요.

 

 

 

 

이제 완수해야 할 가장 어려운 일만이 남아있었습니다. 그 일을 치를 생각만으로도 나에게 무서운 고통을 일으켰습니다. 다시 말해 그것은 그의 양친에게 이 사건을 알리는 일입니다. 나의 발도 나를 그곳으로 안내하기를 거절했습니다. 마침내 나는 용기를 내어 그 일을 단행했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어머니는 침착하였고, 그의 눈 귀퉁이로부터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았어요. 나는 이같은 기이한 현상을 그녀가 느꼈음에 틀링없는 공포의 탓으로 돌렸고 다음과 같은 알려진 문구를 기억했지요 : 『가장 무서운 고통은 말없는 고통이다』그의 아버지로 말할 것 같으면 반은 얼이 빠진 듯하고 반은 꿈꾸는 듯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는 것으로 만족했지요 : 『결국 그렇게 끝나는 것이 아마 나을 겁니다. 그 녀석은 불행하게 끝나게끔 되어먹었어요!』

 

 

 

 

그러나 시체가 나의 긴 의자 위에 누워있었고 나는 한 하녀의 도움을 받아 마지막 준비에 열중해 있는데 그의 어머니가 나의 아틀리에에 들어왔어요. 그녀는 아들의 시체를 보고 싶다고 말하더군요. 사실 나는 그녀가 그녀의 불행에 취하겠다는 것을 만류할 수도, 그녀에게 이 마지막 슬픈 위안을 거절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아들이 목매어 있던 장소를 그녀에게 가르쳐줄 것을 간청하더군요. 『아! 안됩니다! 부인 그것은 당신을 아프게 할텐데요』그리고 무의식 중에 내 눈이 그 음침한 장롱 쪽으로 돌려졌을 때 나는 그곳에서 아직도 끌리고 있는 긴 줄과 함께 못이 벽에 아직도 고착되어 있음을 발견하고 공포와 분노가 섞인 혐오감을 느꼈습니다. 나는 재빨리 달려들어 이 마지막 불행의 흔적들을 뜯어냈지요. 그리고 열린 창문을 통해 그것을 밖으로 내던지려고 하는데 그 불쌍한 여인이 나의 팔을 붙들고 항거할 수 없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 『오! 선생님! 그것을 나에게 주세요! 부탁입니다! 제발 부탁입니다!』분명 그녀의 절망이 그녀를 너무나 미치게 만든 나머지 이제 그녀는 그녀의 아들의 죽음에 도구로 사용된 것에조차 애정에 사로잡혀 그것을, 무서우면서도 귀중한 기념물로 삼고 싶은 것이라고 나는 생각되었지요--그녀는 그 못과 끈을 얻었습니다.

 

 

 

 

『마침내! 드디어! 모든 것이 끝났습니다』이제 나에게는 나의 뇌리의 구석들을 따라다니는 그의 환영이 그 큰 응시하는 듯한 눈으로 나를 피곤케하는 이 작은 시체를 조금씩 쫓아내기 위해 보통 때보다 훨씬 맹렬히 다시 일에 몰두하는 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나는 한 꾸러미의 편지들을 받았지요. 그중에는 나와 같은 집에 살고 있는 거주자들의 편지도 있었고 이웃들의 편지들도 있었어요. 하나는 일층 거주자, 또 하나는 이층집사람, 또 하나는 다음 층...편지들의 문체는 그들의 심각한 요구를 외면상의 장난으로 숨기려는 듯 반쯤은 농담투의 문체였고 또 어떤 편지들은 아주 노골적이었는데 그러나 그들은 모두 같은 목적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즉 나로부터 불길하며 동시에 축복을 주는 끈을 얻어내려는 것이었지요. 서명들 중에는 여인들이 남자들보다 많았다는 것도 나는 말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이것을 믿으십시요--가난하고 저속한 계층에 속하지 않은 부류들이었습니다. 나는 아직도 그 편지들을 보관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때 갑자기 나의 뇌리에 어떤 섬광이 빛났습니다. 나는 왜 그 어머니가 나에게서 그 끈을 빼앗아갔으며 그녀가 어떤 거래로 스스로를 위로하려 했는지를 이해하게 된 거지요.』

 

 

 

 

 

 

 

31 천직

 

 

 

 

 

 

 

가을의 태양빛이 즐겁게 머무르는 듯한 아름다운 정원 금빛 구름들이, 여행 중의 대륙처럼, 떠가는 벌써 녹색빛을 띤 하늘 밑에 네명의 아름다운 아이들이--네명 모두 소년이다. 틀림없이 그들은 놀기에 싫증이 난 것이다--저희들끼리 잡담을 하고 있었다.

 

 

 

 

그들 중 한 소년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 『어제 나는 극장에 갔었지. 그 밑으로는 바다와 하늘이 보이는 거대한, 그러나 서글퍼보이는 궁궐에 역시 서글퍼보이는 심각한 남자와 여자들이--그러나 그들은 우리들이 아무데서나 볼 수 있는 여자들이나 남자들보다 훨씬 잘 생겼고 훨씬 잘 차려 입었더군--그들끼리 노래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을 하고 있었지. 그들은 서로 위협하기도 하고 애원하기도 하고 비탄에 잠기기도 하고 때로는 손으로 그들 허리에 꽂힌 단도에 누르기도 하더군. 아! 그것은 정말 멋있더군! 여인들은 우리집에 우리를 보러 오는 여인들보다 훨씬 아름답고 훨씬 키가 크더군. 그래서 그녀들이 비록 그녀들의 움푹한 큰 눈과 타는 듯한 불로 인해 무서운 모습을 띠고 있긴 했지만 그녀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 겁도 나고 울고싶기도 했지만 만족했지...그런데 무엇보다 이상한 것은 그같은 광경이 나에게 그들처럼 옷을 입고 그들과 같은 일을 이야기하고, 그들과 같은 목소리로 말하고 싶은 욕구를 주었단다...』

 

 

 

 

다른 한 아이가—얼마 전부터 이미 친구의 얘기를 듣지않고 나도 잘 알 수 없는 하늘의 어떤 곳을 놀랄 만큼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갑자기 이야기를 시작했다 : 『저기 좀 봐. 저쪽을...! <그>가 보이니? <그>는 외따로 있는 작은 구름 위에,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 이 작은 불빛의 구름 위에 앉아 있다. <그> 역시 우리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아.』

 

 

 

 

『그러니 누가 우리를 바라다본다는 거야?』하고 다른 친구들이 물었다.

 

 

 

 

『신이야!』하고 그는 확신을 가진 완벽한 어조로 대답한다.

 

 

 

 

『아! 그는 벌써 아주 멀리 가버렸군. 곧 그를 너희들은 볼 수 없게 될거야. 틀림없이 그는 모든 나라들을 방문하기 위해 여행하고 있는 것인가 봐. 저거 봐, 그가 거의 지평선까지 줄지어 있는 나무들 뒤로 지나가려고 하는군... 이제 종탑 뒤로 내려오고 있어... 아! 이제 보이지 않는군!』그리고는 그 아이는 같은 쪽을 향한 채 오랫동안 그대로 있었다. 땅을 하늘과 구분시키는 선쪽에 고정되어 잇는 그의 눈은 황홀감과 동시에 회한의, 설명할 수 없는 표현으로 빛나고 있었다.

 

 

 

 

『혼자만 신을 알아 볼 수 있는 저 아이는 그의 착한 신이나 마찬가지로 어리석기 그지없군!』하고, 그때 세번째 소년이 얘기를 시작한다. 이 작은 인물은 온몸이 독특한 생명력과 생기로 빛나고 있었다. 『나는 말이다, 나는 너희들에게 어떻게 해서 내가 너희들에게는 한 번도 경험되지 못한, 그리고 너희들의 극장이나 구름보다 약간 더 흥미로운 어떤 것이 어떻게 나에게 일어났는지를 얘기할께--며칠전 나의 부모는 나를 여행에 데려가 주었어. 그런데 우리가 머물렀던 여인숙에는 우리들 각자에게 줄 침대가 충분치 않았지. 그래서 내가 우리의 하녀와 자도록 결정이 됐단다.』--그리고는 그는 친구들을 자신 가까이로 끌어들이더니 한층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그런데 혼자 자지 말고 어둠 속에서 자기의 하녀와 함께 같은 침대 속에 있는다는 것은 아주 야릇한 결과를 만들어주더군. 나는 잠을 자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가 자고 있는 동안, 나는 손으로 그녀의 팔, 목, 어깨 등을 만지며 즐겼단다. 그녀는 모든 다른 여인들보다 훨씬 뚱뚱한 목과 팔을 가졌더라. 그리고 그녀의 피부는 얼마나 부드럽던지. 너무나 부드러운 나머지 마치 편지종이나 명주로 된 종이같더군. 나는 어찌나 즐겁던지 오랫동안 그렇게 계속하고싶었는데 겁이 나서 그만둘 수밖에 없었어. 우선 그녀를 깨우게 할까봐 겁이 났고, 다음에는 나도 잘 알 수 없는 일로 겁이 났지. 그리고 나서 나는 그녀의 등뒤까지 내려오는 사자의 갈기처럼 숱많은 그녀의 머리 속에 내 머리를 묻었지. 그녀의 머리는--내가 너희들에게 맹세하지만--이 시간쯤의 정원의 꽃들처럼 좋은 냄새가 나더라. 너희들도 그럴수만 있으면 나처럼 해보렴. 그러면 너희들도 알게 될거야!』

 

 

 

 

이 같은 굉장한 사실은 발견한 젊은 친구는 그의 이야기를 하면서 그가 아직도 느끼고 있는 것에 대한 일종의 놀램으로 눈을 크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마침 지고있는 석양이 소년의 헝클어진 곱슬한 갈색머리털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와 그곳에 정열로 불켜진 일종의 후광 같은 빛을 켜주었다. 이 친구는 구름 속에서 여신을 찾느라고 자신의 일생을 잃는 법이 없을 것이며 그는 흔히 다른 곳에서 신은 찾을 수 있으리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마침내 네번째 소년이 얘기를 받는다 : 『너희들도 아다시피 나는 집에서 별로 즐기지 않잖아. 나를 극장에 데려다 주는 일도 별로 없고. 나의 보호인은 너무나 인색하지. 그렇다고 신이 나따위나 나의 권태 등에 관여할 리도 없고 게다가 나는 나를 위로해줄 예쁜 하녀도 없단다. 흔히 나의 즐거움이란 항상 내 앞을 곧바로-나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누구도 나를 걱정하지도 않고-걸어가며 항상 새로운 나라들을 보는 것에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단다. 그러나 나는 어느 곳에서도 결코 만족해본 적이 없지. 그리고 늘 내가 현재 있는 곳이 아닌 다른 곳이라면 훨씬 만족할 것이라고 믿는 거지. 그런데 옆 마을의 지난번 장날, 나는 내가 살고 싶었던 대로 살고 있는 세명의 남자들을 만났단다. 너희들 다른 아이들은 그들을 주의해보지 않았을 거야. 그들은 키가 크고 피부는 거의 검다싶었으며 비록 누더기 차림이었지만 누구의 도움도 필요없다는 태도를 지니고 아주 자신만만해 보였지.그들의 그늘진 큰 눈은 음악을 연주하는데 갑자기 빛나더군. 그들의 음악은 어찌나 멋있었던지 그것을 듣고 있노라면 때로는 춤추고 싶은 욕망을, 때로는 울고 싶은 욕망을, 때로는 두가지를 동시에 다 하고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그 음악에 너무 오랫동안 귀기울이고 있으면 미친 것처럼 될 것 같더군. 그들 중 하나는 활로 바이올린을 켜면서 어떤 한을 얘기하는 것 같았고 또 한 친구는 가죽띠로 목에 메단 작은 피아노의 현 위에 작은 망치를 뛰놀게 하면서 이웃의 흐느낌을 조롱하는 듯했지. 그런가 하면 세번째 친구는 그의 심벌을 때때로 굉장히 격렬하게 울리며 놀라게 하는 것이었어. 그들은 그들 자신의 음악에 어찌나 만족하고 있는지, 군중들이 흩어진 뒤에 까지도 그들의 야성적 음악을 계속 연주하는 것이었어. 마침내 그들은 모인 동전들을 줍고 짐들을 등에 짊어진 뒤 떠나버렸어. 나는 그들이 어디에 사는지 알고 싶어 그들을 따라갔다. 그들을 따라 멀리 숲 있는 데까지 가서야 나는 그들이 어느 곳에서도 거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지』

 

 

 

 

『자 텐트를 쳐야하겠지?』하고 한 친구가 말하자

 

 

 

 

『맹세코 말이지만! 그럴 필요없어! 너무나 아름다운 밤인걸.』하고 다른 친구가 대답하더군.

 

 

 

 

또 세번째 친구는 수입금을 세면서 이렇게 말하더군 :『이 고장 사람들은 음악을 감상할 줄 몰라』『그리고 그네들의 마누라들도 곰처럼 춤을 추던걸』『다행히 한달도 못되어 우리들은 오스트리아에 있게 될 터이니까』『그곳에서 우리들은 훨씬 상냥한 민족을 만나게 될 걸세』『어쩌면 스페인으로 가는 것이 나을지 몰라』『철도 다가오니, 우기 전에 떠나세. 목소리만 젖게 하세나』하고 다른 한 친구가 대답하더군.

 

 

 

 

『이처럼 나는 그들의 말을 다 들어두었지. 그리고 나서 그들은 제가끔 브랜디를 한 잔씩 마시더군. 그리고는 이마를 별 쪽으로 향한 채 잠들더군. 나는 그들에게 나를 그들과 함께 데려가 주고 그들의 악기를 가르쳐 줄 것을 애원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혔지. 그러나 나는 감히 그럴 용기가 없었어. 물론 무엇이든 결정을 한다는 사실이 항상 어려운 일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내가 프랑스를 벗어나기 전에 붙들려 돌아오게 될 것이 겁이 났기 때문이지』

 

 

 

 

마지막 소년의 얘기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듯한 세 친구의 태도로 인해 나는 어린 친구가 이미 이해받지 못하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를 주의깊게 바라보았다. 그의 눈과 이마에는 뭔지 모를 조숙하게 숙명적인 구석이 있었으며 그것이 그를 보통 다른 사람들의 공감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점이었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왠지 알 수는 없지만, 나의 공감을 자극하여 한순간 나는 그가 나에게는 미지인 나의 친구일 수도 있으리라는 야릇한 생각에 사로 잡힐 정도였다.

 

 

 

 

해가 졌다. 이제 엄숙한 밤이 자리를 잡았다. 아이들은 제각기 그들도 모르는 곳으로 우연과 환경에 따라 가기 위해 서로 헤어졌다. 그들은 자신의 운명을 완성하기 위해, 부모들을 분노케 하면서, 그들의 뜻을 거역하여, 혹은 영광을 혹은 불명예를 향해 기어오르기 위해 갔다.

 

 

 

 

 

32 바카스의 지팡이-프란츠 리스트에게

 

 

 

 

 

 

 

띠르스 thyrse란 무엇인가? 정신적, 시적 의미에 의하면 그것은 신의 통역이며 봉사자인 남녀 사제들이 신을 찬양할 때 손에 쥐는 성직자의 표적이다. 그러나 물질적인 의미로 그것은 일개의 막대기에 불과하다. 호프의 받침막대기요, 포도덩쿨의 받침막대기, 그것은 건조하고 단단하고 곧은 일개의 순수한 막대기일 뿐이다. 이 막대기 주변으로 작은 가지들과 꽃들이 변덕스런 곡선을 이루며 장난치고 희롱한다. 어떤 꽃들은 달아나는 듯 구불구불한 곡선을 이루고 또 어떤 것들은 종들처럼 몸을 구부리고 있고, 또 어떤 것들은 반대로 술잔처럼 몸을 뒤집고 있다. 그런데 이 복잡한 선들과 혹은 부드럽거나 혹은 찬란한 색채로부터 어떤 놀라운 영광이 솟아난다. 곡선 혹은 나선형의 선들이 직선의 마음에 들려고 애쓰며 그 주위에서 말없는 경애의 춤을 추고 있다고나 할까? 이 모든 정교한 꽃부리며 이 모든 꽃받침 등, 향기와 색채의 폭발이 엄숙한 막대기 주위에서 신비한 팡당고춤을 춘다고나 할까? 그러나 어느 경솔한 인간이 꽃들과 잎이 우거진 나뭇가지들이 막대기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혹은 반대로 막대기는 꽃들과 나뭇가지들의 미를 부각시키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고 감히 단정내릴 수 있을까? 띠르스는 신비하고 정열적인 미를 갖춘 친애하는 바카스이며, 숭배받는 힘찬 스승인, 당신의 놀라운 영원성에의 표상이다. 이길 수 없는 바카스의 힘에 분통이 터진 어떤 요정도 띠르스, 당신이 당신의 형제들이 가슴 위에 당신의 정령을 움직일 때와 같은 그런 힘과 변덕으로도 거의 미칠 지경이 된 동반자들의 머리 위에 있는 당신을 움직인 적이 없었다.-막대기, 그것은 당신의 곧고 단단한 흔들 수 없는 의지요. 꽃들, 그것은 당신의 의지 주위로 산보하는 당신의 환상이요. 그것은 남성 주위에서 그의 야릇한 매력있는 연속선회의 춤을 추고 있는 여성적 요소이다. 직선과 아라베스크적인 선, 그것은 의지의 표현이다. 다시 말해 그것은 곧은 의지와 곡선의 언어, 목표의 일관성과 방법의 다양성이다. 어떤 분석전문가인들, 이 분리할 수 없고 완전무결한 이 천재의 혼합물, 당신을 나누고 분리하겠다는 가증스런 용기를 가질 수 있겠는가?

 

 

 

 

친애하는 리스트여, 안개사이. 강들 저편, 피아노가 당신의 영광을 노래하고 인쇄술이 당신의 슬기를 번역해 주는 도시들 위, 당신이 그 어느 곳에 있든, 영원한 도시의 찬란함 속이든, 강 부리뉴스가 환희나 씻을 수 없는 고통의 노래를 지어주거나 혹은 당신의 난해한 생각들을 종이에 말하며 위안해주는 꿈꾸는듯한 안개의 나라에 있든, 영원한 관능과 고통을 노래하는 찬송자, 철학자, 시인, 예술인, 당신이여, 나는 당신의 불멸을 기원하오!

 

 

 

 

 

 

 

33 취하십시오

 

 

 

 

 

 

 

항상 취해있어야 한다. 모든 문제가 거기에 있다. 그것만이 유일한 문제다. 당신의 어깨를무너지게 하여 당신을 땅쪽으로 꼬부라지게 하는 가증스러운 시간의 무게를 느끼지 않기 위해서 당신은 쉬지 않고 취해있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에 취한다? 술이든, 시든, 덕이든. 그 어느 것이든 당신 마음대로다. 그러나 어쨌든 취하십시오.

 

 

 

 

그리고 때때로 궁궐의 계단에서든, 도랑의 녹색 풀 위에서든, 혹은 당신 방의 음울한 고독 가운데서든 당신이 깨어나게 되고 도취의 상태가 감소될 때, 혹은 사라질 때, 바람이든, 물결이든, 별이든, 새든, 달아나는 모든 것, 신음하는 모든 것, 굴러가는 모든 것, 노래하는 모든 것, 말하는 모든 것에게 몇 시인가 물으시오. 그러면, 바람, 물결, 별, 새, 시계는 당신에게 『이제 취할 시간이요! 박해당한 시간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취하시오. 술에서든, 시에서든, 덕에서든 아무 것이든, 당신 마음대로 취하시오』하고 대답할 거요.

 

 

 

 

 

 

34 벌써!

 

 

 

 

 

 

 

벌써 백 번이나 태양은 혹은 찬란하게, 혹은 서글프게 그 끝이 겨우 보일까 말까하는 무한한 바다로부터 솟아올랐다 : 또 벌써 백 번이나 태양은 혹은 우울하게 혹은 찬란하게 다시 무한한 저녁 바다 속에 잠겼다! 벌써 여러 날 전부터 우리들은 창공의 다른 쪽을 관조하며 반대쪽 하늘의 알파벳을 풀이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여행자들 제가끔 신음을 하기도 하고 불평을 해댔다. 육지에 다가오는 것이 그들의 고통을 더 한층 격화시키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 도대체 언제나 우리는 파도에 흔들리고 우리들보다 높이에서 윙윙거리는 바람에 시달리며 잠자는 여행을 그칠 수 있는 걸까?』하고 그들은 말하곤 했다. 『 언제나 우리는 우리를 실어가는 더러운 물같이 짜지 않은 고기를 먹을 수 있을까. 언제나 우리는 움직이지 않는 안락의자에 앉아 소화를 시킬 수 있을까?』

 

 

 

 

그들 중에는 벌써 그들의 집을 생각하고 그들의 불성실하고 저주스런 아내와 귀찮은 새끼들을 그리워하는 자들도 있었다. 그들은 모두 나타나지 않는 육지를 생각하여 너무나 미칠 지경이 된 나머지 만일 풀이 있었다면 그들은 짐승보다 더 황홀하게 풀을 먹을 것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마침내 해변이 나타난다고 알려왔다. 그쪽으로 다가감에 따라 우리는 그것이 찬란하게 빛나는 굉장한 땅이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곳으로부터 삶의 음악이 응얼대는 파도가 되어 흘러나오고, 갖가지 종류의 푸른 풀이 풍요한 이 해안으로부터 꽃과 과일들의 감미로운 향기가 멀리까지 흘러나가고 있는 것 같았다.

 

 

 

 

곧 모두들 유쾌해졌고 누구나 그의 우울한 기분을 바꾸었다. 모든 자질구레한 싸움도 잊고 모든 잘못들도 서로 용서되었다. 약속되었던 결투도 기억으로부터 지워지고 원한들이 연기처럼 날아가 버린 것이다.

 

 

 

 

그런데 나만 혼자서 슬펐다. 터무니없이 슬펐다. 신성을 박탈당한 사제처럼 나는 서글픔 없이 그의 놀라운 단순성 속에 그처럼 무한히 변화무쌍한 이 바다로부터 떠나갈 수가 없었다! 바다는 그 속에 그의 장난과 분노와 미소로 지금까지 살아왔고 또 현재도 살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살게 될 모든 영혼들의 기분과 고통과 도취를 포함하고 또 나타내고 있는 것 같다.

 

 

 

 

이 비할 데 없는 미에 작별을 고하며 나는 죽을 것 같이 낙심되었다. 이 같은 이유로 나와 같이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 마침내!』하고 말할 때 나만은『벌써!』라고 밖에는 달리 외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육지였다. 그의 소리와 정열과 여러가지 편리함과 축제와 함께 그것은 육지였다. 그것은 약속들로 가득한 풍요하고 찬란한 땅으로 우리에게 신비한 장미향과 사향을 날려 보내고 있었다.

 

 

 

 

 

 

35 창문

 

 

 

 

 

 

 

열려진 창문을 통해 밖에서 바라보는 자는 닫혀진 창문을 바라보는 자가 발견하는 풍부한 사실들을 결코 발견할 수 없다. 촛불에 의해 밝혀진 창문만큼 깊고 신비하며 풍요하고 어둡고 동시에 빛나는 것은 없다. 햇볕 밑에서 보는 것은 유리 뒤에서 일어나는 일보다 항상 덜 흥미로운 법. 혹은 검은, 혹은 반짝이는 이 구멍 속에서 삶이 숨쉬고 삶이 꿈꾸며 삶이 괴로와한다. 지붕들의 물결 너머로 나는 한 노숙한, 벌써 주름살투성이의 항상 무엇인가에 몸을 숙이고 있는 가난한 여인을 본다. 그녀의 얼굴, 그녀의 의복, 그녀의 몸짓, 아니 거의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도 나는 이 여인의 역사를, 아니 차라리 이 여인의 전설을 엮는다. 그리고 때로 나는 눈물을 흘리며 그것을 자신에게 얘기해준다.

 

 

 

 

만일 그가 여인이 아니고 늙은 가난한 남자였다해도 나는 똑 같이 쉽게 그이 전설을 엮을 수 있었으리라.

 

 

 

 

그리고 나는 나 자신이 아닌 타자들 속에서 살았고 괴로와했다는 사실에 자랑을 느끼며 자리에 눕는다.

 

 

 

 

아마 당신들은 나에게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군! 『 이 전설이 사실이라고 당신은 확신하나?』그러나 내 밖에 있는 현실이 뭐 그리 중요한가, 만일 그 현실이 내가 살 수 있도록 나를 도와주고 내가 존재하며 내가 누구인가를 느끼게끔 도와 주기만 한다면?

 

 

 

 

 

 

36 그리고 싶은 욕망

 

 

 

 

 

 

 

인간은 불행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욕망으로 들끓는 예술가는 행복하다! 마치 밤 속에 지나쳐버린 어떤 애석한 아름다운 것을 여행자가 그리워하듯, 나는 나에게 그처럼 드물게 나타났다가는 그처럼 재빨리 달아나버린 그녀를 그리고 싶은 욕망으로 불타고 있다. 그녀가 사라진지 얼마나 오래 되었던가!

 

 

 

 

그녀는 아름답다. 아니 아름다운 것 이상이다 : 그녀는 기적적이다. 그녀 속에는 검은 색이 풍부하다. 그녀가 생각케 해주는 모든 것은 깊은 밤의 세계이다. 그녀의 눈은 그 속에 신비가 어렴풋이 반짝이는 두개의 동굴이요, 그녀의 시선은 번개처럼 빛난다. 그것은 어둠 속의 폭발과 같다. 만일 빛과 행복을 퍼붓는 검은 천체를 상상할 수만 있다면 나는 그녀를 이 검은 태양에 기꺼이 비교할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차라리 달을 생각케해준다. 달은 그의 무서운 위력을 그녀 속에 찍어놓은 것이 분명하다. 차가운 신부를 닮은 전원의 흰 달이 아니라 천둥치는 밤의 심연에 걸려, 달려가는 구름들에 시달리는 음산하고 동시에 매혹적인 달. 평온한 사람들의 잠자리를 방문하는 조용하고 조심스러운 달이 아니라 텟살리아의 마녀들의 거칠은 강요로 인해 공포에 떠는 풀 위에서 춤을 추어야 하는 하늘에서 추방당한 패자의 격분한 달이다!

 

 

 

 

그녀의 작은 이마에 강한 의지와 먹이에의 애착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두개의 움직이는 콧구멍이 미지와 불가능을 들이마시는 이 불안한 얼굴의 밑부분에서 붉고 희며, 감미로운 큰 입의 웃음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매력으로 빛나고 있다. 그것은 화산지대에 피어난 희한한 꽃의 기적을 꿈꾸게 해준다.

 

 

 

 

그녀들을 정복하고 그녀들을 맛보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여인들이 있다. 그러나 내가 말하고 있는 이 여인은 그의 시선 밑에 서서히 죽어가고 싶은 욕망을 주는 여인이다.

 

 

 

 

 

 

37 달의 혜택

 

 

 

 

 

 

변덕 그 자체인 달은 네가 요람 속에 잠자고 있는 동안 창문으로 들여다보며 생각했다 : 『이 아이는 내 마음에 드는군.』

 

 

 

 

그리고 달은 그의 구름층계를 부드럽게 내려와 소리없이 유리들을 넘어 들어왔다. 그 다음 달은 어머니같은 부드러운 애정으로 내 위에 굽어보며 너의 얼굴 위의 그의 색채들을 드리웠다. 그로 인해 너의 동공은 녹색으로 바뀌었고 너의 뺨은 굉장히 창백해졌다. 너의 눈이 괴상하리만치 커지는 것도 이 방문객을 바라다보면서 였다. 달은 너무 부드럽게 너의 목을 조르는 나머지 너는 그녀 때문에 울고 싶은 욕망을 영원히 간직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달은 달의 기쁨을 퍼뜨리며 은빛을 발하는 듯한 분위기로, 혹은 빛나는 독처럼 방 전체를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이 살아 있는 모든 빛은 다음과 같이 생각하기도 하고 말하기도 하는 것이었다. 『그대는 영원히 내 입맞춤의 영향을 따를 것이다. 그대는 내 식으로 아름다울 것이다. 그대는 내가 사랑하는 것, 또 나를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리라. 물, 구름들, 정적, 밤, 녹색의 무한한 바다, 형태가 없으며 동시에 여러 모양의 물, 그대가 있을 수 없는 장소, 그대가 알지도 못하는 연인, 괴상한 꽃들, 광란시키는 향기들, 피아노 위에서 느긋하게 넋을 잃고, 여인들처럼, 부드럽고 쉰 목소리로 신음하는 고양이들 등!

 

 

 

 

『그리고 그대는 내 연인들로부터 사랑받고, 나를 따르는 자들로부터 섬김을 받을 것이다. 내가 나의 밤을 애무로 목을 애무했던 녹색 눈의 남자들의 여왕이 될 것이다. 이 남자들도 바다를, 무한하고 소란한 녹색의 바다를, 형태가 없으며 동시에 여러 모양인 물을, 그들이 그곳에 있을 수 없는 장소를, 그들이 알지도 못하는 여인을, 어떤 미지의 종교의 향로같은 음침한 꽃들을, 의지를 혼란시키는 향기들을, 그들 광기의 표적같은 관능적인 야생동물들을 사랑하는 것이다!』

 

 

 

 

저주받은 사랑스런 귀염둥이 아이야, 지금 내가 너의 발 밑에 누워 너의 모든 인물 속에서 위험한 여신의, 숙명적인 대모의, 모든 <괴짜>들의 해로운 유모의 반영을 찾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38 어느 쪽이 진짜 그 여자일까?

 

 

 

 

 

 

나는 베네딕따라는 한 소녀를 알았던 적이 있다. 그녀는 주위의 분위기를 이상으로 채우고, 그녀의 눈은 위대함, 아름다움, 영광, 그 밖에도 불멸성을 믿게 하는 모든 것에 대한 갈망을 전파시키는 듯한 소녀였다.

 

 

 

 

그러나 이 기적같은 소녀는 오랫동안 살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따라서 그녀는 내가 그녀를 알게 된 지 며칠 지나지도 않아 죽었다. 봄이 그의 향기를 묘소에까지 흔들어 놓은 어느날, 그녀를 묻어준 것은 바로 나였다. 인도의 보석상자처럼 향유를 바른 썩지 않는 나무상자 속에 그녀를 잘 닫아 묻어준 것이 바로 나였다.

 

 

 

 

그런데 나의 눈이 나의 보물이 묻힌 장소 위에 고정되어 있을 때 나는 갑자기 죽은 소녀와 이상하게도 닮은 한 조그만 인물이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 이 인물은 아직 굳지 않은 신선한 흙 위에서 신경질적이며 괴상하게 부산스럽게 발을 구르며 웃음을 터뜨리고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었다.

 

 

 

 

『나요, 내가 진짜 베네딕따요! 내가 바로 유명한 천민이요! 그리고 당신은 당신의 맹목적 광기의 벌로 실제의,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게 될 거요!』

 

그러나 나는 분이 치밀어 『아니야! 아니지! 그럴 리가 없지!』하고 대답했다. 그리고 나의 부정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 발로 땅을 어찌나 세차게 두드렸던지 나의 다리는 새 무덤 속에 무릎까지 빠져들어갔다. 그리고 마치 덫에 걸려든 이리처럼 나는 이상의 덫에 걸려 있었다. 아마도 영원히.

 

 

 

 

 

 

39 순종의 말

 

 

 

 

 

 

 

 

 

 

그녀는 아주 보기 흉하다. 그러나 그녀는 감미롭다! <시간>과 <사랑>은 그들이 발톱으로 그녀 위에 자국을 찍어놓았다. 순간 순간이 지날 때마다, 매번의 애무마다 그녀는 젊음과 신선함으로부터 멀어진다는 것을 <시간>과 <사랑>은 그녀에게 잔인할 정도로 잘 알려준 것이다.

 

 

 

 

그녀는 진정 보기 흉하다. 그녀는 개미, 거미줄, 아니 해골 같기조차 하다. 그러나 동시에 약수이며 신약이며 신기 같기도 하다. 요컨대 묘하게 매혹적이다. <시간>도 그녀의 자태에서 빛나는 조화와, 그녀의 부술 수 없을 정도로 우아한 골격을 해치지 못했다. <사랑>도 그녀의 어린애같이 감미로운 숨결을 변질시키지 못했으며 <시간>은 그녀의 풍부한 머리카락을 뽑아내지 못했다.

 

 

 

 

그녀의 머리카락으로부터 님므, 엑스, 알레스, 아비뇽, 나르본느, 뚤루즈 등 태양의 축복을 받은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남프랑스의 모든 열광적 생명력이 엷은 황갈색 향기가 되어 흘러나온다.

 

 

 

 

그녀의 아름다운 이<齒>는 <시간>과 <사랑>이 아무리 물어뜯어도 여전히 아름답기만 하다. <시간>과 <사랑>도 그녀의 소년같은 가슴의 막연한 그녀의 영원한 매력을 조금도 감소시키지 못했다.

 

 

 

 

아마도 허약해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혀 지치지 않고 여전히 영웅적인 그녀는 위대한 혈통의 말들을--그것은 그것이 무거운 짐수레에 매어졌을 대도, 임대사륜마차를 끌 때도, 진정한 아마튜어의 눈은 그것을 알아내고 마는 그런 혈통 좋은 말이다—생각케 한다.

 

 

 

 

그리고 그녀는 어쩌면 저다지 부드러우며 또 저다지 열정적인가! 그녀는 가을이면 사람들이 사랑하는 것 같은 사랑으로 사랑한다. 마치 겨울이 다가오면서 그녀의 가슴 속에 새로운 불을 켜놓기라도 한 듯하다. 그리고 그녀의 맹종적 애정은 결코 지칠 줄 모른다.

 

 

 

 

 

 

 

40 거울

 

 

 

 

 

 

 

한 험상궂게 생긴 남자가 들어온다. 그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응시한다.

 

 

 

 

『--왜 당신은 당신의 거울 속에 비추어 보는 겁니까, 그곳에서 당신을 보면 불쾌해질 뿐일 텐데요?』

 

 

 

 

그 험상궂은 남자는 나에게 이렇게 대꾸하는 것이었다. 『--형씨 불멸의 89원칙에 따를 것 같으면 모든 사람들은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소. 따라서 나 역시 나를 비추어볼 권리가 있는 거요. 기꺼이 그렇게 하든, 아니면 불쾌해지든 그것은 내 의식의 문제일 뿐이오.』

 

 

 

 

상식의 이름으로는 의심할 여지없이 내가 옳다. 그러나 법의 관점에서 볼 때는 그 친구 역시 틀리지 않다.

 

 

 

 

 

 

41 항구

 

 

 

 

 

 

항구는 인생의 투쟁에 지친 영혼을 위해 매혹적인 거실과 같다.

 

 

 

 

하늘이 풍요함, 움직이는 건축구조의 구름들,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바다 색깔들, 등대의 반짝임 등, 항구는 눈을 즐겁게 하는 데는 기막히게 훌륭한 프리즘과도 같다. 눈이 그곳에서 결코 지칠 줄 모르는 프리즘. 복잡미묘한 날씬한 선박들의 형태는--물결이 그의 조화로운 동요를 선박에 전달한다--영혼의 미와 리듬의 취미를 품게 해준다. 그리고 특히 이제 인생의 야심도 호기심도 사라진 자들에게는 망루에 앉거나 방파제에 팔을 괴고 앉아 떠나는 사람들, 돌아오는 사람들, 아직도 욕망을 가질 힘이 남아 있는 사람들, 여행과 치부에의 욕망을 가진 자들 등, 이들이 모든 움직임을 관조하는 것은 일종이 신비한 귀족적 즐거움이다.

 

 

 

 

 

 

42 정부들의 초상화

 

 

 

 

 

 

일종의 남정네들의 규방에서, 다시 말해 한 조촐한 도박장에 붙어 있는 끽연실에서 네명의 남자들이 담배를 태우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들은 딱히 젊지도 늙지도, 잘 생기지도 그렇다고 못 생기지도 않았다. 그러나 늙었든 절었든 간에 그들은 환락의 베테랑들에게서 곧 나타나는 그런 유의 품위를, 뭐라고 묘사해야 할 지 모를 냉정하고 조소적인 어떤 슬픔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이렇게 말하는듯한 분위기이다. 『우리는 살만큼 살았오. 그래서 우리들은 우리들이 사랑하고 존경할 수 있는 것을 추구하고 있소.』

 

 

 

 

이들 중 한 친구가 여자를 주제로 한 잡담을 시작했다. 여자에 관해 전혀 얘기하지 않는 것이 더욱 철학자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재사들 중에는 술을 마시고 난 후 하찮은 대화를 무시하지 않는 친구들이 있는 법이다. 따라서 그들은 마치 무도곡이라도 듣는 기분으로 이 친구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모든 남자들은--하고 그는 시작한다--누구나 홍안의 미소년의 시기를 경험하지요. 이 때는 만일 숲의 요정이 없으면 나무 몸통이라도 기꺼이 애무하는 시기입니다. 그것이 사랑의 제 일 단계입니다. 제 이단계로 가면 선택하기 시작하죠. 숙고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이미 데카당스의 시작이죠. 그때부터 결정적으로 아름다움을 찾는 거요. 내 얘기를 하자면, 여러분, 나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제 삼단계의 갱년기에 도달하는 영광을 누렸오. 이 때가 되면 아름다움만으로도 충분치가 않다오. 아름다움에 향기나 장신구들로 맛이 돋구어 지지 않은 미라면 말이요. 때때로 나는 어떤 미지의 행복을 , 절대적인 평정을 나타내줄 어떤 제 사단계같은 것을 갈망할 때가 있다는 것조차 고백해야겠군요. 그런데 제 일단계의 홍안 미소년때를 제외하고는 나는 평생 그 어떤 여자보다 신경질 날 정도의 바보와 화난 정도로 평범한 여자들에게 더욱 민감했다오. 그러니 내가 나의 마지막 정부로 인해 얼마나 고통을 받았는지 판단해 보십시요.

 

 

 

 

그려는 어떤 공작의 사생아였습니다. 아름답다, 그거야 말할 필요도 없지요. 아름답지 않다면 무엇 때문에 그녀를 정부로 삼았겠오? 그러나 그녀는 이 큰 장점을 한 위험하고 비정상적인 야심으로 해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늘 남자가 되고 싶은 여자였답니다.『당신은 남자가 아니요! 아! 내가 남자였다면!』『우리 둘 중 남자는 나요!』이것이 그녀의 입에서 쉴새없이 튀어나오는 참을 수 없는 후렴 같은 것이었오. 나는 그곳에서 후렴이 아닌 노래만이 흘러나오기를 바랬건만. 내가 어떤 책이나, 시, 또는 오페라에 관해 찬탄이라도 보낼라치면 『당신은 아마 그것이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죠』하고 그녀는 금새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신은 그것에 관해 환히 알고 있는 거요?』하고 이론을 내세우기가 일쑤였다오.

 

 

 

 

어느 날인가는 그녀가 화학에 손을 댔습니다. 그 이후로부터 나는 그녀와 나의 입 사이에 유리마스크라도 끼어있는 듯 생각되었습니다. 이 모든 점들과 함께 그녀는 대단한 새침뜨기였죠. 내가 어쩌다 약간 지나칠 정도의 사랑의 몸짓으로 그녀를 귀찮게 할라치면 그녀는 마치 강간당한 미모사 잎처럼 움츠러듭니다.......

 

 

 

 

『--그래 그 일은 어떻게 끝났습니까? 내가 알기로는 당신이 별로 참을성이 많은 사람이 아닌데요』하고 듣고 있던 세 남자 중 한 친구가 물었다.

 

 

 

 

『--신이 이 악에의 치료약을 내렸지요』하고 그는 계속했다. 어느날 나는 이상에 굶주린 나의 미네르바여신이 나의 하인과 머리를 마주하고 단둘이 있는 것을, 그것도 그들의 얼굴을 붉히게 하지 않기 위해서는 내가 그곳에서 조용히 물러나야 할 그런 상활 속에 있는 그들을 발견한 것입니다. 그날 저녁 나는 그들에게 그들 급료의 나머지를 주어 그들을 둘 다 해고시켰지요.

 

 

 

 

--나는 말입니다 하고 다른 한 친구가 말을 받았다. 나는 내자신을 원망하는 수 밖에 없지요. 행복이 나를 찾아왔는 데도 나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으니까요. 최근 운명의 여신이 세상에서 가장 부드럽고 가장 온순하며 가장 헌신적인 여인을 누리는 즐거움을 나에게 허락하였습니다. 그녀는 항시 나에게 응할 준비가 되어있었지요. 그러나 정열적으로 응하는 법이 없었습니다. 『나도 좋고말고요. 그것이 당신에게 유쾌한 일이라면 나는 좋아요』이것이 그녀의 습관화되어버린 대답이었습니다. 이 벽같은 여자, 이 의자같은 여자에게 몽둥이질이라도 해보시요. 나의 정부로부터 강요된 사랑의 열정을 끌어내기보다는 차라리 한숨 소리나 끌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일년동안의 동거생활 이후 그녀는 한 번도 즐거움을 경험한 적이 없었노라고 나에게 고백했습니다. 나는 이 공평치 못한 투쟁에 진력이 났지요. 그리고 이 비할 데 없이 완벽한 여인은 다른 남자와 결혼을 했습니다. 그후 나는 그녀를 다시 만나보고 싶은 엉뚱한 생각을 갖게 되어 그녀를 보게 됐습니다. 그녀는 나에게 그녀의 예쁜 여섯 아이들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하더군요 : 『자! 나의 친애하는 친구여, 신부는 아직도 당신의 정부였을 때 만큼 <순결>합니다』이 여인의 인품은 조금도 변하지 않은 거지요. 때때로 나는 그녀를 그리워합니다. 그녀와 결혼했어야 하는 것이었는데. 하고 생각할 때가 있지요.

 

 

 

 

듣고 있던 친구들이 웃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세번째 친구가 그의 차례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여러분, 나는 당신들이 아마도 하찮게 생각했을 즐거움을 누린 적이 있습니다. 나는 사랑에 있어서의 코메디에 대해 말하려고 하는 겁니다. 그렇다고 이 코메디에 감탄스런 요소가 없는 것도 아니었지요. 나는 나의 마지막 정부를 당신들이--내가 믿기로는--당신들의 정부들을 증오했거나 혹은 사랑했던 것보다 훨씬 더 짙게 사랑했지요. 우리들이 레스토랑에라도 들어갈라치면 조금 후 그곳의 모든 사람들은 먹는 것조차 잊고 그녀를 감상하곤 했답니다. 식당의 급사들, 계산대 앞의 부인조차도 이런 유의 엑스터시에 감염된 듯 그들의 일을 잊을 정도였지요. 요컨대 나는 얼마동안 한 <희귀한>여인과 같이 살았던 겁니다. 그녀는 끊임없이 먹었습니다. 먹은 음식을 씹고 으깬 다음, 삼키곤 했지요. 그것도 가장 경쾌하고 무사태평하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말입니다. 그처럼 먹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는 오랫동안 황홀경에 빠져있기 일쑤였죠. 그녀는 『배가 고파요!』하고, 영국사람같이 부드럽고 꿈꾸는 듯한 기이한 방법으로 말하곤 했죠. 그녀는 이말을 밤낮으로 세상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그녀의 치아를 드러내며 되풀이하곤 했답니다. 그같은 그녀를 대하면 상대방은 측은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동시에 즐거워지기도 하지요. 그녀를 <폭식의 괴물>처럼 장터에 내놓고 사람들에게 구경시켰다면 한 밑천 벌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나는 그녀를 잘 먹였지요. 그런데 그녀는 나를 떠나버리고 말았답니다.--틀림없이 어떤 식량 공급자를 따라 갔겠지요?--그외 비슷한 일로 떠났을 것입니다. 병참부에 근무하는 일종의 관리가 이 가엾은 여인에게 몇명 병사들 몫의 식량을 주었는지도 모르죠. 그것은 적어도 내가 짐작하는 가정이죠.

 

 

 

 

--나는 말입니다 하고 네번째 사나이가 시작한다. 나는 여자들이 이기주의에 대해 보통 비난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일 때문에 끔찍한 고통을 견뎠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당신들이 정부의 결점을 불평하기에는 머무나 운수좋은 인간들 같습니다!

 

 

 

 

그것은 침착하고 온건해보이는 거의 성직자같은 외양의 사나이에 의해 심각한 어조로 선언되었다. 그러나 그의 외양은 불행히도 밝은 회색 눈--이런 눈을 가진 사람의 시선은 『내가 바라는 바이요!』『그렇게 해야만 합니다!』,혹은 『나는 결코 용서할 수 없소!』하고 말하는 듯하다--에 의해 빛나고 있었다.

 

 

 

 

만일 당신들이, 내가 알기로는 신경질적인 당신, G씨나..., 아니면 당신들 경솔하고 용기없는 K씨와 J씨같으면, 당신들의 내가 알았던 그런 여인과 짝을 맺게 되었더라면 당신들은 도망치거나 아니면 죽어버리던가 했을 겁니다. 그러나 나는 당신들이 보다시피 살아 남았습니다. 감정이나 혹은 계산에서 절대로 오류를 범할 수 없는 어떤 인물을 상상해 보십시요. 딱할 정도로 침착한 성격에, 과장도 연극도 아닌 헌신적인 마음,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온화함, 폭력없는 힘을 갖춘 인물을 상상해 보십시요. 이 여인과의 사랑의 이야기는 거울처럼 투명하고 순수한 그러나 현기증 날 만큼 무미건조한 땅의 표면 위를 가는 끝없는 여행과도 같았답니다. 이 투명한 표면은 나의 모든 감정, 몸짓 하나하나가 나 자신의 양심을 조소하듯 정확히 반사해주는 나머지 어쩌다 온당치 못한 감정이나 행동을 스스로에게 허락이라도 하면 금새 나는 나를 끊임없이 쫓아다니는 나의 유령의 말없는 비난을 받곤 했습니다. 사랑이 나에게는 일종의 감독과도 같았지요. 얼마나 많은 어리석은 짖을 내가 하지못하게 그녀는 강요했던가! 그리고 그것을 범하지 못한 것을 나는 얼마나 애석히 생각했던가!갚을 의향도 없는 얼마나 많은 부채를 나는 갚아야만 했던가! 나의 광적인 인품으로부터 끌어낼 수 있었던 많은 이득을 그녀는 나에게서 앗아가 버린 것입니다. 그녀의 냉정하고 범할 수 없는 규범으로 그녀는 나의 모든 변덕을 방해했습니다. 더욱 끔찍한 일로는 위험이 지난 후, 내가 그녀에게 감사하는 것을 허락치도 않았답니다. 얼마나 여러 번 나는 그녀의 목에 매달려 『불완전해요, 비참한 인간같으니라고! 내가 분노와 불편함없이 그대를 사랑할 수 있도록!』하고 소리치고 싶은 것을 참았던가! 몇년동안 가슴은 증오로 가득찬 채 나는 그녀를 경애했죠. 그러나 마침내 증오로 인해 죽은 것은 내가 아니었소!

 

 

 

 

--아! 그럼 그녀가 죽었군요. 하고 듣고 있던 친구들이 물었다.

 

 

 

 

--그렇소! 그것은 그녀가 그렇게 계속될 수가 없었지요. 사랑이 나에게는 나를 짓누르는 악몽같이 돼버렸죠. 정치의 신의 말대로, 상대방을 이기느냐, 아니면 내가 죽느냐, 이것이 운명이 나에게 던져준 양자택일의 궁지였다오! 어느날 저녁, 숲속에서였지요...숲속 늪 가에서...우울한 산보 후, 그때 그녀의 눈은 감미로운 하늘을 발사하고 있었지요. 그러나 나의 가슴은 지옥처럼 경련하고...

 

 

 

 

--뭐라고요!

 

 

 

 

--어떻게 했다고요!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거요 ?

 

 

 

 

--그것은 피할 수 없는 귀결이었습니다. 나는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봉사자를 두드려 없애버리고 싶은 너무나 강한 감정에 사로잡혔답니다. 그러나 이 인물이 나에게 일으켜주는 이같은 감정을 자인한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었지요.그에게 존경심을 가지고 있는 인물을 제거해야 했으니까요. <그녀가 완벽한데>, 내가 그녀를 달리 어떻게 할 수가 있었겠어요

 

 

 

 

듣고 있던 세 친구는 이 친구를 몽롱하고 약간 얼빠진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이 친구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척하려는 듯이 또 동시에 자기들로서는 비록 충분히 설명된 행동이지만 그같은 엄한 결단을 내릴 수 없었을 것이라고 암암리에 고백하려는 듯했다.

 

 

 

 

그리고 나서 그들은 세 술병들을 가져오게 했다. 그처럼 어려운 삶을 주는 <시간>을 술과 함께 죽이고 그처럼 느릿느릿 흘러가는 <삶>을 술과 함께 재촉하기 위해서 였다.

 

 

 

 

 

 

43 여자에게 정중한 사수

 

 

 

 

 

자동차가 숲을 가로질러 가고 있을 때, 시간을 <죽이기>위해서는 총을 몇 방 쏘는 것도 즐거울 것이라고 말하여, 그는 사격장 근처에 차를 멎게 했다. 시간이라는 이 괴물을 죽이는 것, 그것은 가장 정당하고 가장 당연한 모든 사람의 일이 아닌가? 그리고는 그는 감미로우며 동시에 가증스런 그의 애인에게--그가 무한한 쾌락과 무한과 고통, 그리고 아마도 그의 천재의 큰 부분까지도 맛볼 수 있었던 것은 이 신비스런 여인 덕분이다--정중하게 손을 내밀었다.

 

 

 

 

몇 개의 총알이 겨냥한 표적과는 먼 곳을 맞추었다. 그 중에는 천장에 가서 박히는 총알도 있었다. 그러자 매력적인 창조물 그녀는 남편의 서투름을 비웃으며 미친 듯이 웃어댔다. 그때 그는 갑자기 그녀 쪽으로 돌아서며 이렇게 말했다.

 

 

 

 

『자, 저쪽, 오른편, 고개를 쳐들고 저처럼 오만스런 모습을 하고 있는 저 인형을 지켜 보구려. 에, 그런데! 귀여운 천사여! <그것이 당신이라고 나는 가정하고 있다오.>』그리고는 그는 눈을 감고 방아쇠를 놓았다. 인형은 정확히 참수형을 당했다.

 

 

 

 

그리고는 그는 그의 애인, 그의 가증스런 여인, 그의 피할 수 없는 잔인한 뮤즈 쪽으로 몸을 기울여, 그녀의 손에 정중하게 입맞추며 이렇게 덧붙이는 것이었다 : 『아! 나의 귀여운 천사, 얼마나 나는 나의 능숙함에 대해 당신에게 감사를 하고 있는지!』

 

 

 

 

 

 

44 수우프와 구름

 

 

 

 

 

 

 

나의 작은 경박한 애인이 나에게 저녁을 대접하고 있었다. 나는 식당의 열린 창문을 통해 신이 증기로 만든 움직이는 건축인, 만질 수 없이 섬세한 기적적 구조를 관조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나의 관조를 통해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 『이 모든 환영들은 거의 나의 애인의 눈만큼, 녹색 눈의 나의 자그만 무서운 애인만큼 아름답군.』

 

 

 

 

그런데 갑자기 나는 등뒤에서 거칠은 주먹질을 한 방 받았다. 그리고 쉰 듯한 매력있는 목소리가, 생명수에 의해 쉰 듯한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엇다 : 『못된 구름장수 친구같으니라고, 어서 수우프를 먹지 못하겠수?』

 

 

 

 

 

 

45 사격장과 묘지

 

 

 

 

 

 

(묘지가 보이는 곳에 주막이라.)--『기이한 표시로군.--하고 우리들의 산보자는 생각한다.--그러나 갈증이 나게 할 만큼 썩 잘된 간판이군. 틀림없이 이 카바레의 주인은 호라츄스와 에피큐로스의 제자 시인들을 감상할 줄 아는 거야. 어쩌면 고대 이집트인들의 깊은 세련미조차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 그들에게는 해골, 혹은 무엇이 되었던 인생의 덧없음을 나타내는 어떤 표시를 갖지 않은 멋있는 향연이란 없었던 것이니까.』

 

 

 

 

그리고는 그는 주막으로 들어갔다. 무덤을 마주보며 맥주 한 컵을 마시고 천천히 담배 한 대를 피웠다. 그러자 이 묘지에 내려가고 싶다는 엉뚱한 기분에 사로잡히는 것이었다. 그만큼 묘지는 풍요한 태양이 넘치고 풀들은 무성히 자라, 묘지는 너무나 유혹적이었다.

 

 

 

 

아닌게 아니라 빛과 열기가 그곳에서 광란하는 듯, 술 취한 태양이 인간 잔해의 밑거름을 받아 굉장히 피어 있는 꽃들의 융단을 따라 뒹굴고 있는 듯했다. 무한한 삶의 스침이--무한하게 작은 것들의 삶이다.--대기를 채우고 있었다. 그것은 옆 사격장의 총알 소리들의 규칙적인 소리로 인해 규칙적인 간격으로 끊긴다. 총소리들은 숨죽인 심포니의 웅성거림 가운데 샴페인의 마개가 폭발하듯 터져 나오곤 했다.

 

 

 

 

그때 이 죽음의 강렬한 향기와 분위기 속에, 머리를 덮혀주고 있는 태양 밑에서 그는 한 목소리가 앉아 있는 무덤 밑에서 속삭이는 것을 들었다. 목소리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 『소란스런 살아있는 자들아. 너희들의 카라빈과 과녁이 저주를 받을 것이다. 고인들과 그들의 신성한 휴식에 그처럼 무관심한 자들 같으니라고! 죽음의 성소 옆에서 죽이는 기술을 배우러 온 참을성없는 인간들 같으니라고, 너희들의 야심이 저주를 받을 거시요, 너희들의 계산이 저주를 받을 것이다! 만일 너희들이 얼마나 상이란 받기가 쉬운 것이며 얼마나 목표란 닿기가 쉬운 것이라는 것을 알기만 한다면, 그리고 <죽음>을 제외한 모든 것이 얼마나 허무한가를 안다면, 근면한 살아있는 자들아, 너희들은 오래 전부터 <목적지>에, 가증스런 인생의 유일한 진짜 목적지에 와 있는 자들의 잠을 이렇게 자주는 방해하지 않으련만! 』

 

 

 

 

 

 

 

46 후광의 상실

 

 

 

 

 

 

 

에! 뭐라고! 나의 애인이여, 당신이 여기 있다니? 당신, 극치의 정수만을 마시는 당신이 몹쓸 장소에 있다니! 신들의 양식만을 먹는 당신이! 진정코 그것은 나를 놀라게 하는 일이요.

 

 

 

 

--나의 애인이여, 그대는 말과 차들에 대해 가지는 나의 공포를 알지 않소. 방금 내가 보도를 급히 가로질러가며 동시에 사방으로부터 죽음이 급히 달려오는 이 살아있는 혼돈 사이로 흙탕물을 뛰어넘는데, 나의 이 갑작스런 움직임가운데 나의 후광이 머리로부터 보도의 흙탕 속으로 미끄러져 떨어졌다오. 나는 그것을 주울 용기가 없었다오. 나는 나의 뼈를 부서뜨리게 하는 것보다 나의 표적을 잃는 편이 덜 불쾌하다고 판단을 내린 거요. 그리고는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오. 불행이 어떤 일에는 유익하다고. 이제 나는 아무도 모르게 산보도 할 수 있고 저속한 행동도 할 수 있고 보통 인간들처럼 방탕에 빠질 수도 있다오. 자, 이제 당신도 보다시피 나는 당신들과 똑 같소!

 

 

 

 

--당신은 적어도 이 후광을 잃었다고 게시하거나, 경찰에 찾아 달라고 요구해야죠.

 

 

 

 

--천만에! 아니요. 이제 나는 만족이라오. 당신만이 나를 알아보는군. 더구나 위엄을 부리는 게 내게는 지긋지긋하오. 그리고 어떤 엉터리 시인이 후광을 주워 뻔뻔스럽게 자기 머리 위에 붙일 것이라고 기꺼이 생각하고 있오. 한 행복한 사람을 만든다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그리고 특히 나를 웃게 만드는 행복한 인간임에야! 이를테면 X나 혹은 Z을 생각해 보시오. 자! 얼마나 그것은 우스꽝스럽겠소!

 

 

 

 

 

 

 

47 마드모아젤 비스뚜리

 

 

 

 

 

 

가스빛이 밝혀주는 도시의 가장 변두리 지점에 이르렀을 때, 나는 내 손 밑으로 어떤 팔이 슬그머니 기어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내 귀에 속삭이는 한 목소리가 들렸다 : 『당신은 의사이시죠, 선생님』나는 바라보았다 : 그것은 한 키가 크고 건장하게 생긴 여자였다. 엷게 화장을 한 그녀는 두눈이 시원스럽게 찢어져 있었고 머리카락은 그녀가 쓴 모자의 끈과 함께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아닙니다. 나를 지나가게 해주십시요. -오! 천만에! 당신은 의사예요. 나는 그것을 잘 알고 있어요. 나의 집에 갑시다. 당신은 나에게 아주 만족할 것입니다. 자! --물론 나는 당신을 보러 갈 것이오. 그러나, 후에, <의사가 다녀간 후에>, 제기랄! ......--아! 아! 하고 그녀는 여전히 내 팔에 매달려 웃음을 터뜨리면--당신은 장난꾸러기 의사이군요. 나는 그런 유의 의사들을 몇 명 알고있죠. 오세요.』

 

 

 

 

나는 신비를 정렬적으로 사랑한다. 왜냐면 나는 항상 신비를 파헤치는 희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이 동반자, 아니 이 예기치 않은 수수께끼에 끄리어가도록 나를 내맡겼다.

 

 

 

 

나는 그녀의 누옥의 묘사를 생략하기로 한다. 잘 알려진 몇 명의 옛날 프랑스 시인들의 글속에서 그런 것은 발견할 수 있으리라. 다만 시인 레니에조차 생각지 못했던 세부로 말하자면, 유명한 의사의 초상화 두세 개가 벽에 매달려 있다는 점을 말해야 한다.

 

 

 

 

나는 그녀로부터 대단한 대접을 받았다! 큰 난로며, 뜨거운 술이며, 담배 등을, 나에게 이 좋은 것들을 제공하고, 그녀 자신도 담배 한 대를 피우며 이 광대같은 인물은 나에게 말하는 것이었다 : 『친구여, 당신집에 있는 것처럼 편히 하세요. 그래야만 당신은 병원과 당신의 좋았던 젊은 시절을 돌이킬 수 있을 것이니까요. --아! 저런! 도대체 어디서 당신은 이 흰 머리털을 얻게 되었오? 얼마 전만해도, 당신이 L씨의 인턴으로 있을 때만해도 당신은 그렇지가 않았건만......어려운 수술 때면 그를 도왔던 것이 당신이었다는 것을 나는 잘 기억하고 있다오. 즐겨 자르고 베고 꼬매던 인간이 이제 여기 있다니! 그에게 가위들이며,실들이며,탈지면들을 건네주던 것이 바로 당신이었죠.--그리고 수술이 다 끝났을 때 그는 시계를 바라보며 의기양양해서 이렇게 말하곤 했죠. 여러분, 5분 걸렸군! --오! 나는 말에요. 어는 곳에나 갑니다. 나는 이 신사들을 잘 안다오.』

 

 

 

 

조금 후 그녀는 나에게 친근하게 말을 놓으며 후렴같은 그녀의 말을 되풀이하며 말하는 것이었다 : 『그대는 의사지요. 그렇지 않아, 나의 고양이?』

 

 

 

 

이 난해한 후렴이 나를 참을 수 없게 했다. 『아니요! 』하고 나는 화가 나서 외쳤다.

 

 

 

 

--그럼 외과의사?

 

 

 

 

--아니요, 아니라니까요! 당신의 목이나 자르게 하기 위한 의사라면 몰라도! 불경스런 뚜쟁이 성체기 같으니라고! 『기다려요. 당신도 알게 될 거요. 』하고 말하더니, 그녀는 장에서 한 다발의 서류들을 끄집어 내놓았다. 그것은 다름아닌 그 당시의 유명한 의사들의 초상화의 컬렉션이었다--그것은 모렝이 석탄으로 제작한 것으로 볼테르가에 몇 년동안 전시되어 있었다.

 

 

 

 

『자! 이 친구들을 알아보오?』

 

 

 

 

--네! X로군요.....이름이 밑에 쓰여져 있는걸. 더구나 나는 그를 개인적으로도 알고 있지.

 

 

 

 

--그럴 줄 알았지요! 자! Z을 보세요....., 이 친구가 강의 중 X에 관해 이렇게 말하고 했죠...『얼굴에 영혼의 우울을 달고 다니는 이 괴물같으니라고!』그 모든 것들은 상대방이 같은 일에 대해 자신과 같은 의견을 나누지않았다는 이유로 말에요! 그 당시 대학에서는 그 일로 얼마나 웃었던지! 기억나세요? 자, K군이요. 그가 병원에서 치료하던 폭도들을 정부에 고발한 친구죠. 그때가 반란의 시기였으니까요. 어떻게 그처럼 잘생긴 친구가 그같이 냉혹한 인물일 수가 있지요? 자, 이제 유명한 영국인 의사 W군요. 나는 파리로 여행하는 중 그를 붙잡은 적이 있죠. 그는 아가씨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아요?

 

 

 

 

그리고 내가 역시 원탁 위에 놓인 끈으로 묶인 꾸러미를 건들자, 좀 기다려요 하고 그녀는 말했다. 이쪽 것은 인턴들이고 저쪽 꾸러미는 통근 조수들이죠.

 

 

 

 

그리고는 그녀는 훨씬 젊은 모습들을 나타내고 있는 사진 뭉텅이를 부채모양으로 펼치는 것이었다.

 

 

 

 

다음에 우리가 다시 만날 때는 당신은 나에게 당신의 초상화도 주어야 하지 않겠어요, 여보?

 

 

 

 

--그러나 왜 당신은 나를 의사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하고 이번에는 나 역시 나의 고정관념을 따라 그녀에게 말했다.

 

 

 

 

--당신이 부인들에게 그처럼 친절하고 상냥하니까!

 

 

 

 

--독특한 논리로군! 하고 나는 혼자 생각했다.

 

 

 

 

--오! 나는 잘못 알아보는 일이 별로 없다오. 나는 그같은 의사들을 많이 라고 있다오. 나는 이 신사들을 너무나 좋아하는 나머지 아프지 않는데도 그들을 종종 찾아가죠. 단지 그들을 보기 위해서 말예요. 그들 중에는 나에게 냉정하게 이렇게 말하는 친구들도 있죠 : 『당신은 조금도 아프지 않소.』그러나 나를 이해하는 의사들도 있다오. 왜냐면 나는 그들에게 아양을 떠니까요

 

 

 

 

--그럼 그들이 당신을 이해하지 못할 때는.....?

 

 

 

 

--맙소사! 그 때는 내가 그들을 <무익하게>방해한 것이니까, 벽난로 위에 10프랑을 남겨두죠.

 

 

 

 

--그 친구들은, 참 착하고 상냥하기도 하군!

 

 

 

 

--나는 자선병원에서 한 작은 인턴을 발견했었죠.그는 천사처럼 예쁘고 상냥했다오! 불쌍한 소년같으니라고. 그는 일을 하고 있었죠. 그의 동료들이 나에게 말해주었는데, 그는 그에게 아무 것도 보내줄 수 없는 가난한 부모를 두었기 때문에 돈 한푼 없다는 거예요. 그 점이 나에게 신뢰감을 주었지요. 결국 나는 비록 아주 젊지는 않지만 충분히 아름다운 여인이었으니까요. 나는 그에게 말했죠 : 『나를 보러 오세요. 그리고 나에 대해 어렵게 생각치 말아요. 나는 돈은 필요 없으니까요.』그러나 당신 이해하겠소? 나는 그것을 수많은 방법으로 그에게 알아듣게 했다오. 나는 그것을 아주 노골적으로 말할 수는 없었죠. 이 귀여운 아이를 모욕하지나 않을까 겁이 났던 거에요. 그런데! 나는 그에게 감히 말할 수 없는 괴상한 욕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당신은 이해할 수 있겠소?--나는 그가 나에게 올 때 그의 왕진가방과 그이 의사가운, 그밖에도 약간의 피까지도 가져오기를 원했다오!

 

 

 

 

그녀는 그것들을 아주 솔직한 태도로 말했다. 마치 한 민감한 남자가 사랑을 바치고 싶은 여배우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 『나는 당신이 처음 맡아서 한 그 유명한 배역을 위해 입었던 의상을 입고 있는 당신을 보고 싶소.』

 

 

 

 

나는 고집을 부리며 말했다 : 『당신 속에서 그처럼 특별한 이 정열이 태어났던 기회와 때를 기억해낼 수 있소?』

 

 

 

 

나의 이 질문을 그녀에게 이해시키는 것은 쉽지 않았다. 마침내 그 여자는 내 말을 알아들었다. 그러나 그때 그녀는 대단히 슬픈 태도로, 그리고 내가 기억하는 한, 눈길을 돌리기까지 하면서 대답하는 것이었다 : 『모르겠어요.....기억할 수 없어요.』

 

 

 

 

이처럼 대도시에서는 그곳에서 산보하며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눈여겨볼 수 있을 때 얼마나 괴상한 일등을 발견하게 되는 것인가? 그곳의 삶은 무죄한 괴물들로 들끓고 있다.--주여, 나의 신이여! 당신, 창조자여, 당신 스승이며, 법과 자유를 만든 당신이여, 재판관으로 하여금 용서하게 내버려둔 당신이여, 동기와 원인들로 가득 차, 마치 칼끝에 놓여 있듯 마지막가지 가 있는 자를 회복시키듯, 나를 개종시키기 위해 어쩌면 나의 머리 속에 공포의 취미를 집어넣었을지도 모를 당신이여, 주여, 미치광이 남녀들을 불쌍히 여기소서! 오, 창조자여! 그들이 왜 존재하며 그들이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었으며>, 어떻게 했어야 그들은 <그렇게 되지 않을>수 있었을까를 알고 있는 유일한 창조자의 눈에 과연 괴물이란 존재할 수 있는 겁니까?

 

 

 

 

 

48 이 세상 밖이라면 어느 곳에나

 

 

 

 

 

 

 

이곳의 인생은 병원과도 같다. 그곳에서 환자들은 제가끔 침대를 바꾸어 다른 곳에 있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는 병원. 어떤 환자는 난로 앞에 누워 고통하고 싶어하는가 하면, 어떤 환자는 창문 앞자리에서 라면 병이 나을 것이라고 믿는다.

 

 

 

 

나에게는 내가 현재 있는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라면 항상 좋을 것처럼 생각되어지는 것이다. 이 같은 자리를 바꾸는 문제가 바로 내가 나의 영혼과 끊임없이 논쟁하는 문제 중의 하나이다.

 

 

 

 

『말해보렴, 나의 영혼이여, 추위에 떠는 나의 가련한 영혼이여, 리스본에서 살면 어떨까? 그곳은 분명 따뜻할 거야. 그곳에서라면 도마뱀처럼 그대로 원기를 회복하게 될 거야. 이 도시는 물가에 있지. 이 도시는 대리석으로 세워졌다고들 하더군. 그리고 이 도시의 대중들은 식물을 어찌나 증오하는지 모든 나무들을 뽑아 버렸다고들 하더군. 그것이야말로 너의 취미에 맞는 경치겠군. 빛과 금속 그리고 그것을 반사해줄 액체로 만들어진 경치!』

 

 

 

 

나의 영혼은 대답이 없다.

 

 

 

 

『너는 움직이는 경치를 보면서 쉬는 것을 매우 좋아하니까, 홀랜드, 이 극도의 행복한 땅에 가서 살고 싶은가? 박물관에서 네가 흔히 그곳의 그림을 감탄했던 그 고장에서라면 어쩌면 네가 즐길 수 있지 않을까? 돛대담의 숲과 집 발치에 매어둔 선박들을 사랑하는 너에게 로테르담은 어떨까?』

 

 

 

 

나의 영혼은 여전히 말이 없다.

 

 

 

 

『바타비아라면 너에게 어쩌면 더 흥미로울까? 더욱이 그곳에서는 우리가 열대지방의 미에 혼합된 유럽의 정신을 발견할 테니까.』

 

 

 

 

『한 마디의 말도 없다.—나의 영혼은 죽은 것일까?』

 

 

 

 

『그렇다면 너는 나의 욕망으로 너무 앓은 나머지 너의 병 속에서만 즐길 정도까지 무감각해진 것인가? 사정이 그렇다면 죽음을 닮은 나라 쪽으로 달아나자꾸나—나는 우리의 문제는 내가 할 테다, 나의 영혼이여! 우리는 토르네오로 떠나기 위해 가방을 챙길 것이다. 그보다 더 멀리로, 발틱해의 제일 끝에까지 가자. 아니, 그것이 가능하다면, 삶으로부터 더 멀리 떨어진 곳으로, 북극지방에 자리를 잡도록 하자. 그곳에서는 태양이 땅을 겨우 비스듬히만 스치고 낮과 밤의 느린 교체가 변화를 제거시키고, 단조로움을, 이 죽음의 반 쪽 부분을 배가시킨다. 그곳에서 우리들은 북극광이 우리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때때로 마치 지옥의 인공의 불의 반사 같은, 그들의 장미빛 빛다발을 보내는 동안, 긴 어둠 속에 잠길 수 있을 것이다.』

 

 

 

 

마침내 나의 영혼은 폭발한다. 영혼은 현명하게 나에게 외치는 것이다 ; 『아무 곳이라도 좋소! 아무 곳이라도! 그것이 이 세상 밖이기만 하다면!』

 

 

 

 

 

 

49 가난뱅이를 때려라

 

 

 

 

 

 

보름동안 나는 나의 방에 틀어박혀 그 당시에(16, 17년 전이다) 유행하던 책 더미에 둘러싸여 있었다. 유행하던 책이란 24사간 동안에 사람들을 행복하고 현명하고 부유하게 만드는 기술을 다룬 책들이다. 그래서 나는 대중의 행복을 꾀하는 이 모든 기업가들의—모든 가난한 자들에게 스스로 노예가 되라고 충고하며 그들이 모두 왕관을 박탈당한 왕이라고 설득하는 이 친구들의--, 모든 노작들을 소화, 아니 삼켰다고까지 말해야 한다. 그때 내가 현기증, 혹은 마비에 가까운 정신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에 아무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때 나에게는 나의 지성의 깊이로부터 내가 방금 그것에 관한 사전을 총망라한 모든 착한 여인에 관한 상투적 표현들보다 우수한 어떤 생각에 관한 막연한 씨앗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어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끝없이 막연한 어떤 것, 즉 어떤 생각에 관한 생각에 지나지 않았었다.

 

 

 

 

그리고 나는 굉장한 갈증을 느끼며 외출했다. 왜냐면 불량한 독서에의 정열적인 취미는 그에 비례하는 대기와 변통약의 욕구를 낳는 법이니까.

 

 

 

 

내가 카바레를 들어서려고 할 때, 한 비렁뱅이가 그의 모자를 내게 내밀었다. 그런데 그의 시선은 잊을 수 없이 특별한 것이어서, 만일 정신이 물질을 움직이고 최면사의 눈이 포도들을 익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이 시선은 왕권을 붕괴시킬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동시에 나는 내 귀에 속삭이는 한 목소리를 들었다. 그 목소리는 내가 잘 알고 있는 목소리였다. 나를 아무 곳에서나 따라다니는 착한 천사, 아니 착한 악마의 목소리였다. 소크라테스도 그의 착한 악마를 가지고 있었는데 어째서 나는 나의 착한 천사를 가지지 말란 법이 있겠는가? 어째서 나라고, 소크라테스처럼, 치밀한 렐루나 베이야르제가 사인한 미치광이 면허장을 자지지 말란 법이 있겠는가?

 

 

 

 

소크라테스의 악마와 나의 악마 사이에는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다. 소크라테스의 악마가 금지하고 경고하고 막기 위해서만 나타난다면 나의 악마는 몸소 충고하고 암시하고 설득한다.

 

 

 

 

이 가엾은 소크라테스는 금지의 악마만을 가졌다면 나의 악마는 굉장한 확신에 차있는 악마, 행동의 악마, 혹은 투쟁의 악마이다. 그런데 그 목소리는 나에게 이렇게 속삭이는 것이었다 : 『상대방을 증명해주는 자만이 상대방과 동등한 거요. 그리고 자유를 정복할 줄 아는 자만이 자유를 뉠 가치가 있는 거요.』

 

 

 

 

즉시 나는 나의 비렁뱅이에게 달려들었다. 단 한 번의 주먹질로 나는 그의 한 눈을 갈겼다. 눈은 순식간에 공처럼 커졌다. 그의 두 이를 부러뜨리는 데 나는 내 손톱 하나를 부러뜨렸다. 태어날 때부터 연약하며 권투에도 거의 숙달이 되어있지 않아, 충분히 강하지 못함을 깨달은 나는 이 노인을 재빨리 때리기 위해, 한손으로는 그의 옷의 깃을 붙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목을 움켜쥐고 벽에 대고 그의 머리를 힘차게 부딪기 시작했다. 나는 이 점도 고백해야겠다. 나는 미리 이 장소를 슬쩍 눈길로 검토해 두었다는 사실과 이 외딴 교외에서는 내가 모든 경찰관의 감시로부터 충분히 오랫동안 안전할 수 있었으리라는 것을 검토해 두었다는 것을.

 

 

 

 

그리고는 견갑골들을 부수기에 충분할 만큼 힘찬 발길을 그의 등에 퍼부어 이 약한 육순 노인을 괴롭힌 다음, 나는 땅에서 끌리고 있는 굵은 나뭇가지를 집어 들고 마치 비프스테이크를 부드럽게 하고 있는 요리사처럼 집요하고 힘차게 그를 두드렸다.

 

 

 

 

갑자기, --오, 기적이여! 오, 자신의 이론의 훌륭함을 검토하는 철학자의 즐거움이여! –나는 이 낡아빠진 해골이 몸을 뒤척이며, 그처럼 묘하게 고장 난 기계에서 결코 가능하리라고 내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힘으로, 몸을 일으키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이 늙어빠진 불한당은 나에게는 <좋은 징조>로 생각되어지는 증오에 타는 시선을 보내며 나에게 달려들어 내 눈을 멍들게 하고 이를 네 개나 부러뜨리고, 내가 사용했던 같은 나뭇가지로 나를 석고처럼 사정없이 때렸다—나의 힘찬 치료요법으로 나는 그에게 자존심과 삶을 되찾아 준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그에게 논쟁이 끝난 것으로 생각한다는 나의 의사를 이해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표시를 했다. 그리고 스토아파의 소피스트 같은 만족감을 가지고 몸을 일으키며, 나는 그에게 말했다. 『선생, <당신은 나와 동등하고>! 나와 나의 돈주머니를 나누는 영광을 베풀어 주시요. 그리고 당신이 진정한 박애주의자라면 당신의 동료들에게도, 그들이 당신에게 동냥을 구걸 하거든, 방금 내가 마음 아프게도 당신의 등에 시도한 <수고>를 가졌던 이론을 적용시킬 것을 기억하시오.』

 

 

 

 

그는 나의 이론을 이해한다는 것과, 나의 충고에 따를 것이라는 것을 굳게 맹세했다.

 

 

 

 

 

 

50 착한 개들—죠셉 스티븐스씨에게

 

 

 

 

 

 

나는 익살광대에 대한 존경으로, 나의 세기의 젊은 작가들 앞에서조차 얼굴을 붉혀본 적이 없다. 그러나 오늘 내가 도움을 청하려 하는 것은 화려한 성격의 화가의 영혼에게가 아니다. 결코 그러려는 것이 아니다.

 

 

 

 

차라리 나는 기꺼이 스턴에게 도움을 청하려 하는 바이다.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하려한다 : 『하늘에서 내려오시오. 아니면 극락세계에서 나를 향해 올라오든지. 그리하여, 감상적 익살꾼이여, 비유할 데 없이 훌륭한 익살꾼이여! 당신에게 걸맞는 노래를 착한 개들, 불쌍한 개들을 위해 내가 지을 수 있게 나를 고취시켜주오.이곳으로 와 당신을 후세의 기억에까지 영원히 데려다 줄 당나귀의 등에 걸터앉으시오. 그리고 특이 이 나귀는 그의 두 입술 사이에 묘하게 매달린 그의 불멸의 마카롱과자를 물고 있는 것을 잊지 않도록!』

 

 

 

 

아카데미의 뮤즈는 비켜라. 나는 이 새침데기 노파에게는 관심이 없다. 나는 친근한 뮤즈, 시민의 뮤즈, 살아있는 뮤즈에게, 그녀가 나를 도와 나로 하여금 착한 개들을, 불쌍한 개들을, 흙투성이의 개들을 노래하게 해주도록 구원을 청하는 바이다. 이들 개들이야말로 그들의 친구인 가난한 자들이나 그들을 다정한 눈으로 보는 시인을 제외하고는, 모두들 페스트에 걸린 더러운 개인양 멀리한다.

 

 

 

 

체! 미인으로 자처하는 개. 이 네 발 달린 자존심이 강한 덴마크산 개, 발바리. 땅개, 혹은 코커스파니엘종의 개. 이 코커스파니엘종은 자신에 어찌나 도취해있는지 방문객의 다리에나 무릎에, 마치 그들의 마음에 들 수 있다고 확신을 가지기라도 하듯, 함부로 뛰어든다. 어린애처럼 소란하고 매춘부처럼 멍청하며, 때로는 하인처럼 성가시고 뻔뻔한 개같으니라고! 체, 특히 추위타며 게으른 이 그레이하운드라고 불리우는 네 발 달린 뱀같으니라고. 이 개들은 그들이 뾰쪽한 주둥이에도 친구의 발자취를 따라갈 충분한 후각조차 가지지 못했으며 납작한 머리에 도미노놀이를 할 만큼 충분한 지혜도 가지지 못하고 있다.

 

 

 

 

이 모든 피곤한 기생충같으니라고! 개집으로나 들어가라!

 

 

 

 

그들은 그들의 화려하고 큰 개집으로 돌아가도록! 나는 흙투성이의 개를 찬양하는 걸. 집도 없는 개, 배회하는 개. 어릿광대인 개를 나는 노래한다. 그들의 직감은 가난한 자, 보헤미안, 익살광대의 그것처럼 필요에 의해—이 놀랍게 지성의 어머니, 이 진정한 지성의 수호신! <필요>에 의해—훌륭히 자극을 받고 있다.

 

 

 

 

나는 비참한 개들을 찬양한다. 그것은 대도시의 구불구불한 협곡에서 외로이 방황하는 개들이나, 혹은 그들의 깜박이는 정신적인 눈으로 자신을 버린 인간에게 이렇게 말하는 개들이다 : 『나를 당신과 함께 데려가시오. 우리들의 두 개의 불행으로 우리는 어쩌면 하나의 행복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오!』

 

 

 

 

<이 개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하고 전에 네스또르 로끄쁠랑은 그의 불멸의 무예란에서 말했다. 그 말을 그 자신은 잊었음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나만은, 그리고 어쩌면 쌩뜨 뵈브도 오늘날까지 그것을 기억하고 있다.

 

 

 

 

개들은 어디로 가나? 하고 주의깊지 못한 인간들인 당신들은 말할 거요. 그들은 그들의 일을 위해 가고 있소.

 

 

 

 

일의 랑데부, 또는 사랑의 랑데부를 위해. 안개를 헤치고 눈 속을 가로질러, 진흙 속을, 물어뜯는 듯한 삼복더위 밑을, 흘러넘치는 비 속을 그들은 가고 오며 종종걸음을 걷는다. 그들은 혹은 벼룩에 의해, 혹은 정열, 필요 혹은 의무에 자극되어 자동차들 아래로 지나가기도 한다. 우리들처럼, 그들도 아침 일직 일어나 혹은 그들의 삶을 차지도 하고 혹은 그들의 쾌락을 위해 달린다.

 

 

 

 

그들 중에는 교외의 폐허 아래서 잠자며, 매일같이 일정한 시간이 되면 빠리 르와이얄의 부엌 문에 와서 선물을 요구하는 개들도 있다. 또 어떤 개들은 어떤 60대의 숫처녀들의 자비심이—그녀들의 한가한 마음은 짐승에게 바쳐진다. 왜냐면 어리석은 인간들은 이제 늙은 여인의 마음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그들에게 준비하여 준 식사를 같이 하기 위해 한 무리를 이루어 50리 이상이나 달려온다.

 

 

 

 

또 어떤 개들은 탈주한 흑인노예처럼, 사랑에 미쳐, 며칠동안 그들의 거처를 떠나 도시로 와서 화장이 다소 소홀한, 그러나 자신만만하며 호의에 대답할 줄 아는 예쁜 암캐 주위를 한 시간 동안이나 배회한다.

 

 

 

 

그러나 그들은 수첩, 메모, 서류가방도 없지만 아주 정확하다.

 

 

 

 

게으름뱅이 벨기에산 개를 당신도 아시나요? 그리고 당신도 나처럼 이 푸줏간이나 유제품가게, 빵가게의 운반차에 달린 이 모든 기운 센 개들을 노래한 적이 있었던가요? 그들은 승리에 찬 짖음으로 말들과 대적할 수 있는 데서 느끼는 의기양양한 즐거움을 증명하고 있다.

 

 

 

 

이제 그런 개 중 훨씬 문명화된 계열에 속하는 두 마리의 개를 소개하려 한다. 부재중인 광대의 방으로 당신을 인도하도록 나를 허락하시도록. 방에는 커튼도 없고, 빈대로 더럽혀진 질질 끌리는 침구, 색칠한 나무로 된 침대가 하나, 짚으로 엮은 의자가 둘, 주물 난로가 하나, 한 두개의 부서진 악기들. 오! 서글픈 가구여! 그러나 제발, 헤어졌으면서 동시에 화려한 옷으로 차려입고, 음유시인이나 군인들 같은 머리모양을 한 이 두 인물을 바라보시오. 그들은 켜진 난로에서 서서히 끓고 있는,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는 긴 수저 하나가, 마치 공사가 끝났음을 알리는 공중 돛대들 중의 하나인 양, 꽂혀 세워져 있는 <이름없는 작품>을 마술사 같은 주의를 기울이며 감시하고 있다.

 

 

 

 

그토록 열성적인 코메디언들이 기운나게 하는 진한 수프로 배를 채운 다음. 길에 오르는 것은 당연하지 않습니까? 하루종일 대중의 무관심을 견뎌야 하고, 큰 몫을 차지하여 혼자 네 명 이상의 수프를 먹어치우는 지배인의 부당한 대우를 무릅써야 하는 이 가련한 악마들에게 약간의 육욕의 즐거움을 당신은 허락하지 않겠습니까?

 

 

 

 

얼마나 여러 번 나는, 가련한 마음과 미소로 이 모든 네발의 철학자들. 즐거운, 온순한, 혹은 헌신적인—공화국의 사전은, 만일 인간들의 <행복.에 지나치게 몰두해 있는 공화국이 개들의 <명예>에 주의를 기울일 시간을 가졌더라면 그것을 <친절한>이라고 불렀을—노예들을 눈여겨보았다.

 

 

 

 

얼마나 여러 번 나는 아마 어느 곳에인가는(결국, 누가 그런 곳이 없다고 하겠는가?), 그들의 무한한 용기와, 인내와 노동을 보상해주기 위해 이들 착한 개들, 불쌍한 개들, 흙투성이의 서글픈 개들을 위한 특별한 천국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던가. 스웨덴보거는 터키와 홀랜드 개들에게는 그 같은 천국이 있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버질과 떼오크리트의 작품 속의 목자들은 그들이 부르는 교차운의 노래의 대가로 좋은 치즈나 최상품의 피리나 젖이 가득 부풀은 암염소 등을 기다렸다. 불쌍한 개들을 노래한 시인은 그 대가로 풍요한 색깔이면서 동시에 바랜, 가을의 태양이나 원숙한 여인의 아름다움, 생마르뗑의 여름을 생각케 해주는 아름다운 조끼 하나를 받았다.

 

 

 

 

빌라 에르모사가의 술집에 있었던 어느 누구도 화가가 얼마나 급히 시인을 위해 그이 조끼를 벗었던가를 잊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화가는 불쌍한 개들을 노래하는 것이 선량하고 정직한 일이라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옛날 이태리의 굉장한 폭군이 귀중한 소네트 한 편이나 괴상한 풍자시 한 편의 대가로 보석으로 풍부하게 장식된 단검이나 궁정의 망토를 성스러운 아레쬬인에게 주었던 것과 같은 것이다.

 

 

 

 

화가의 조끼를 어깨에 걸칠 때면 언제나 시인은 착한 개들을, 현자 같은 개들을 생마르뗑의 여름들을, 그리고 대단히 성숙한 여인들의 미를 생각치 않을 수 없게 된다.

 

 

 

 

 

 

파리, 몽파르나스 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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