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3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시인 대학교

윤동주와 시집 제목
2018년 10월 10일 01시 27분  조회:2687  추천:0  작성자: 죽림

윤동주가 처음 준비한 시집의 제목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아니라 ‘병원’이었다. 아픈 시대 상황을 함축적으로 담아낸 제목이었으나, 우여곡절 끝에 아홉 자의 긴 제목으로 바뀌게 됐다.

연희전문 4학년 때인 1941년, 윤동주는 19편을 묶은 시집을 내려고 했다. 먼저 필사본 3부를 만들어 한 부는 자기가 갖고, 나머지는 스승인 이양하 교수(영문학, 수필가)와 가장 가까운 후배 정병욱에게 줬다.

“동주는 자선 시집을 만들어 졸업 기념으로 출판을 계획했다. ‘서시’까지 붙여서 친필로 쓴 원고를 손수 제본을 한 다음 그 한 부를 내게다 주면서 시집의 제목이 길어진 이유를 ‘서시’를 보이면서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처음에는(‘서시’가 완성되기 전) 시집 이름을 ‘병원’으로 붙일까 했다면서 표지에 연필로 ‘병원’이라고 써넣어 주었다. 그 이유는 지금 세상은 온통 환자투성이기 때문이라 하였다. 그리고 병원이란 앓는 사람을 고치는 곳이기 때문에 혹시 앓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않겠느냐고 겸손하게 말했던 것을 기억한다.”(정병욱, ‘잊지 못할 윤동주의 일들’)

동주는 당시의 시대 상황을 병원으로 상징했다. 폐결핵 환자인 젊은 여자는 ‘찾아오는 이’ 하나 없는 외로운 존재다. 나도 ‘아픔을 오래 참다’ 이곳에 왔지만 ‘늙은 의사’는 병명을 모른다. 그는 시대적 고통을 알지 못한다. 나는 ‘금잔화 한 포기를 따 가슴에 꽂고 병실 안으로 사라진’ 여자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 본다. 여자와 나의 건강이 속히 회복되기를 기원하면서. 절망 속에서 희망을 꿈꾸는 동일시(同一視)의 메타포다.

어떤 이는 윤동주의 ‘병원’을 토머스 브라운과 보들레르, 체호프와 릴케에 연결시킨다. 이들은 ‘세계가 병원이며 우리는 이해받지 못하는 환자’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으니 그럴 만하다. 릴케의 ‘말테의 수기’에서도 근대도시는 병원인 것처럼 그려져 있다.그래도 동주의 병원은 건강하게 읽힌다. 환자가 젊은 여성인 데다 젊은 ‘나’ 역시 ‘우리’가 속히 회복되기를 기원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시집은 출간되지 못했다. 이양하 교수가 출판을 보류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십자가’ ‘슬픈 족속’ ‘또 다른 고향’ 같은 작품이 일제의 검열에 통과될 수 없을 뿐더러 동주의 신변에 위협이 따를 것이니 때를 기다리라고 했다.

출판을 단념한 동주는 졸업 직후 용정으로 귀향해 시집을 내려 애썼지만 그곳에서도 사정은 여의치 않았다. 동생 윤혜원은 “오빠가 300원만 있으면 되는데…하며 안타까워했다”고 훗날 말했다. 10세 아래 동생 윤일주도 “아버지께서 출판해줄 의향이 있었으나 모든 여건이 허락되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사후 3년이 지나서야 유고시집이 나왔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570 사투리는 향토인의 살과 피이자 호흡이다... 2022-06-08 0 1390
1569 나는 어떻게 조선족이 되었나 / 남영전 2021-12-20 0 1027
1568 [문단소식]- 훈춘 김동진시인 "풍경소리" 울리다... 2021-09-07 0 993
1567 [시공부사전] - 담시(譚詩)? 2021-05-29 0 1297
1566 하이퍼시 명언 21 / 최흔 2021-05-25 0 1287
1565 하이퍼시 명언 20 / 최흔 2021-05-25 0 1272
1564 하이퍼시 명언 19 / 최흔 2021-05-25 0 1279
1563 하이퍼시 명언 18 / 최흔 2021-05-25 0 1274
1562 하이퍼시 명언 17 / 최흔 2021-05-25 0 1199
1561 하이퍼시 명언 16 / 최흔 2021-05-25 0 1177
1560 하이퍼시 명언 15 / 최흔 2021-05-25 0 1223
1559 하이퍼시 명언 14 / 최흔 2021-05-25 0 1142
1558 하이퍼시 명언 13 / 최흔 2021-05-25 0 1228
1557 하이퍼시 명언 12 / 최흔 2021-05-25 0 1309
1556 하이퍼시 명언 11 / 최흔 2021-05-25 0 1204
1555 하이퍼시 명언 10 / 최흔 2021-05-25 0 1268
1554 하이퍼시 명언 9 / 최흔 2021-05-25 0 1345
1553 하이퍼시 명언 8 / 최흔 2021-05-25 0 1240
1552 하이퍼시 명언 7 / 최흔 2021-05-25 0 1130
1551 하이퍼시 명언 6 / 최흔 2021-05-25 0 1229
1550 하이퍼시 명언 5 / 최흔 2021-05-25 0 1252
1549 하이퍼시 명언 4 / 최흔 2021-05-25 0 1204
1548 하이퍼시 명언 3 / 최흔 2021-05-25 0 1273
1547 하이퍼시 명언 2 / 최흔 2021-05-25 0 1357
1546 하이퍼시 명언 1 / 최흔 2021-05-25 0 1329
1545 토템시에 대한 탐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 김룡운 2021-05-24 0 1162
1544 토템과 민족문화 / 현춘산 2021-05-24 0 1136
1543 남영전 토템시의 상징이미지/ 현춘산 2021-05-24 0 1441
1542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시인평화", 남의 일이 아니다. 2021-05-10 0 1412
1541 시인 최기자/ 소설가 허련순 2021-05-03 0 1326
1540 조선족 시단과 시인들...6 2021-03-02 0 1312
1539 조선족 시단과 시인들...5 2021-03-02 0 1439
1538 조선족 시단과 시인들...4 2021-03-02 0 1263
1537 조선족 시단과 시인들...3 2021-03-02 0 1494
1536 조선족 시단과 시인들...2 2021-03-02 0 1576
1535 조선족 시단과 시인들...1 2021-02-19 0 1566
1534 [시공부] - 투르게네프 산문시 2021-01-18 0 1713
1533 [시공부] - 김기림 시인 2021-01-18 0 1964
1532 [타산지석] - 늘 "이기리"... 꼭 "이기리"... 2020-12-28 0 1995
1531 토템시/ 범= 남영전, 해설= 현춘산(8) 2020-10-10 0 1895
‹처음  이전 1 2 3 4 5 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