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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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송이같은 어머니 손목 잡고/김택만
2016년 10월 30일 08시 37분  조회:2178  추천:0  작성자: 아침은 찬란해
     (대상수상작)                  
어제 밤에 눈이 내려 길은 상당히 미끄러웠다. 얼굴을 스치는 바람도 훨씬 차거웠고 거칠었다. 자가용을 몰고 역에 나가 시골에서 올라온 어머니를 마중해가지고  집앞에 있는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창에서 집까지 가려면 몇십메터는 더 걸어야 했다. 나는 이렇게 춥고 미끄러운 날에 왜 부득부득 오시지요, 하고 어머니를 나무람하였고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잔소리를 했다. 동네에서 있어던 일을 쉼없이 얘기하셨다.
2년전 겨울날, 어머니는 넘어지면서 손목을 크게 상해 고생한적 있었다. 그래서 나는 항상 눈이 내리는 날에는 마실을 나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허지만 어머니는 아침에 통화할 때만 해도 우리 집으로 온다는 말씀이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올라오시니 나는 좀 당황하였다.
 길은 좀 경사가 지기까지 해서 한결 더 미끄럽고 걷기가 불편했다. 앞에서 궁둥방아를 찧는 사람도 가끔 보였다.
나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미끄러운 길을 조심스레 걸었다. 엎어지거나 넘어져서 상하면 큰 일이다.혹시라도 미끄러져 상하면 어쩌랴 한발작 한발작에 신경을 곤두세우고서 말이다. 나는 어머니의 손을 더욱 으스러지게 잡았다. 어머니의 손은 차겁고 꺼칠하고 나른했다. 옛날에는 봄날의 햇살마냥 참으로 따스하고 부드럽던 손이였다. 아무튼 어머니의 손을 얼마만에 잡아보는지 모르겠다.
어릴적에 어머님은 늘 내 손목을 잡고 걸었다. 지금은 기억이 한밤중처럼 아리숭하지만 어머니는 손으로 나에게 세수도 시켜주고 목욕도 시켜주고 밥도 먹여주고 빨래도 해주셨다. 내가 조금 철이 들었을 때다. 어두운 밤에 길을 걸을 때면 어머니의 손을 잡았고 어머니의 손을 잡으면 마음이 든든했다. 간혹 무서운 일을 당하면 마치 병아리가 어미닭의 품에 뛰여들듯이 나는 어머니의 손부터 잡았다. 그때 어머니의 손이 부드러웠던지, 거칠었던지, 따뜻했던지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어머니의 손을 잡으면 든든하고 무섭지 않았다. 지금까지 아버지의 손을 잡아본 기억은 없다. 그 손이 부드럽던지, 두툽하던지 더욱 모른다. 저 하늘나라에 가신지 벌써 25년이나 되는데 아무튼 아버지의 손을 잡은 기억은 없다.
어머니의 손은 약손이였다. 어릴 때 배가 아프다고 하면 어머니는 엄마손은 약속이야하면서 손으로 배를 살살 문질러주었다. 그러면 깜쪽같이 배가 홀가분해졌다. 또 머리가 아프다고 하면 어머니의 손으로 내 머리를 살살 긁어주었다. 그러면 아프던 머리도 거짓말처럼 아프지 않았다. 더러운 옷가지들도 어머니의 손을 거치면 깨끗하게 변했고, 음식도 어머니의 손을 거치면 그렇게 맛있을수가 없었다. 어머니의 손맛은 일품이였다. 어머니의 손은 천사의 손이였다.
가난하고 힘들었던 지난 세월에 어머니는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더울세라 추울세라 나에게 따스한 손길을 보내주었다. 철없던 개구쟁이시절에 진종일 강변이며 산에 가서 놀다나니 옷은 진흙이 묻고 어지러워졌다. 이런 옷들을 어머니는 말없이 씻어주었고 기껏해야 이 철딱서니가 없는 자식아!” 하고 내 엉덩이를 살짝 때려주었다. 옷이 헤여지면 깊은 밤에도 쉬지 않고 바늘로 한뜸한뜸 기워주었다. 소학교 졸업하는 해에 내가 너무 장난질만 하다보니 몽땅 낙제를 맞게 되였다. 엉엉 우는 내 얼굴의 눈물도 어머니는 두 손으로 닦아주었다. 그리고 어머니도 자신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손으로 닦는것을 나는 보았다.
내가 어릴적에 어머니는 세상에서 제일 멋있고 아름다왔다. 그런 어머니의 손을 잡지 않은것이 언제부터인지 잘 기억나지는 않는다. 아마도 내 스스로 철이 들었다고 느꼈을 때부터일것이다. 아무튼 사춘기를 맞으면서 나는 어머니의 손을 잡기는커녕 어머니가 묻는 말에도 동문서답으로 대꾸하기가 일수였다. 어머니의 손을 잡는것이 부끄럽고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현성에 있는 중학교 기숙사에 주숙하면서 한주일에 한번 꼴로 고향집에  내려갔는데 그 시간에 맞추어 어머니는 동구밖에서 기다렸다. 하지만 나는 어머니의 손을 잡을줄 몰랐다. 어머니도 구태여 내 손을 잡으려고 하지 않았다. 나는 나대로 어머니의 손을 잡고 걷는것이 어색하다 못해 나쁜놈처럼 여겨졌다.
시골에서는 봄이면 고사리도 캐고 민들레도 캤다. 어머니는 전화로 싱싱한 민들레를 많이 캐놓았으니 어서 가져가라고 했다. 거칠거칠한 손으로 한 뿌리, 두 뿌리 캔 민들레를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별미였고 그건 그야말로 밥도둑이였다. 어머니는 가을이면 감자며 옥수수며 고추며를 보내주었다. 지금 어머니의 손을 잡고있지만 모두다 이 거치른 손으로 지은 농산물들이였다. 이 힘없는 손으로 농사지은것이죠.내가 여러 잡지에 “어머니의 청춘”, “강물에 뜬 달”, “아버지 삶만큼 살고 싶다”와 같은 글을 내자 어머니는 잡지를 손에 꼭 받아쥐고 동네방네 다니며 자랑하였다.
안해와 련애하던 시절, 처음 그녀의 손을 잡았을 때 가슴이 뛰고 눈앞이 황홀하였다. 그녀의 손은 부드러웠고 따뜻했다. 나는 이 세상의 모든 사랑과 행복을 다 가진 느낌이였다. 지금도 우리 부부는 지천명의 나이를 넘었지만 공원의 꽃길이나 프르하통하 유보도를 걸을 때면, 또 영화관에 갈 때면 서로 두 손을 꼭 잡는다. 남 보란듯이 서로 손을 잡고 잘도 걷는다.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있는것은 응당한것이고 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또 고사리 같은 딸의 손을 잡고 걷기를 좋아한다. 어린이집에 갈 때나 공원을 산책하거나 강변의 유보도를 거닐 때, 온갖 재롱을 다 부리고 노래까지 부르는 딸의 모습을 볼 때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나는 고사리같은 딸애의 손을 꼭 잡아준다.
하지만 지금 80세 고령의 초췌한 어머니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내 이 거동은 다른 사람들의 눈에 어떻게 비추어질가? 이때까지 안해와 자식의 손만 많이 잡아주었다. 어머니의 손은 잡아보지 못한것이 새삼스럽게 미안하게 느껴진다. 이제부터라도 어머니의 손을 많이 잡아주어야 하게다.
다시 슬그머니 어머니의 손을 내려다보니 문득 빨간 메니큐어를 바른 어머니의 손톱이 얼른거린다. 난생 처음 보는 메니큐어를 바른 어머니의 손톱이다. 어머니이기 이전에 당신은 녀자라는것을 내가 왜 여태껏 모르고있었던가. 나는 무심한 자신이 미웠다. 어머니도 녀자이고 한송이 꽃이다. 그리고 어머니의 꽃다운 청춘을 도둑질한 놈이 바로 내다. 좋은 세월은 갔지만 한껏 멋을 부려보고 싶어하은 어머니의 마음이 리해되고 존경이 갔다.
“어머니, 우리 손 잡고 어머니 손, 내 손을 사진 한장 찍읍시다요.
“뭐, 손도 사진을 찍나? 이 못 생긴 손 사진을 찍어서 뭘 해?
나는 이 멋지고 아름다운 어머니의 손을 영원히 기억하고 남기고 싶었고 가슴에 품고 싶었다.
나중에, 아주 먼 나중에 어머니가 하늘나라에 가시면 더는 만질수도, 그 체온을 느낄수도 없는 어머니의 손을 이제부터라도 자주 만져보고 느껴보리라 다짐하면서 나는 핸드폰을 꺼내들고 사진을 찍었다. 이제부터 사진속에 있는 어머니의 손을 보면서 내 손도 어머니의 손처럼 더더욱 아름다운 손이 되야 하겠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날 밤 나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만화방초 우거진 들길을 그야말로 구름에 달 가듯이 걷는 꿈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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