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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광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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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구석을 채우며
2012년 12월 07일 15시 20분  조회:979  추천:0  작성자: 리광학
빈구석을 채우며

 

리 광 학



나는 한달에 한번 꼴로 “곤욕”을 치릅니다.

젊어서는 머리가 길면 리발관을 찾아 쓰~윽 거침없이 자르고 다듬고하면 재빨리 끝낼수 있었습니다. 헌데 십여년전부터 리발관을 찾아 머리를 자르고 씻고 검은 염색을 들이고 말리고 다시 다듬고 씻고 하는 과정을 거치면 한시간을 훨씬 넘기기가 일쑤입니다. 이런 곤욕을 일년치고 열두번을 치러야 합니다.

어릴적에는 어서 빨리 커 성인이 되고픈 마음에서 인지 뜨는 해와 지는 해를 보며 세월이 굼벵이처럼 너무너무 느리게 기여가는것 같았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요즘 나이를 먹어가면서 웬지 머리는 너무 빠르게 자라는것 같고 시간은 너무 급하게 굴러 가는것같습니다.

머리야 좀 느리게 자라며는 안되느냐, 세월아 좀 천천히 흘러가면 안되느냐? 무지한 욕심같아서는 한번쯤 보기좋게 머리를 잘 자르고 다듬고 한다음 그런대로 더 자라지 않아으면 좋겠습니다. 그놈의 시계바늘을 뭠춰 세우고 흐르는 시간을 꽁꽁 묶어 놓고 싶습니다.

문뜩 지난세월에 있은 손목시계에 관한 에피쇼드가 떠오릅니다. 70년대말 마을의 어리버리한 한 청년이 그 당시 귀한 “상해표” 손목시계를 어렵게 샀습니다. 이튿날 보기좋게 손목에 척 걸고 일터에 나갔습니다. 한참 지나 쉼 시간이 된것같아 작업반장이 손목시계를 찬 그 청년에게 몇시가 되였는가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청년은 팔소매를 걷우고 손목시계를 들여다 보다 “ 야, 시계바늘이 계속 돌아 간다야… ” 하며 발을 굴렀습니다.

이렇게 인간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쉼없이 매일 매 시각마다 고장없이 슬슬 무정하게 돌아만 가는것이 시계바늘이고 세월이 아니겠습니까?!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또 오는 해를 맞이하고 지나온 세월을 되돌아보니 세월과 야박한 시간에 너무 쫒기며 실속없이 인생이란 긴 턴넬을 앞만보고 허위허위 달려온것 같습니다. 그리고 방금 턴넬을 벗어나 잠깐 쉬면서 다가 올 미래에 대해 조용히 그려보니 조금은 힘에 버거운것 같고 또 한걸음 더 나가 그리 멀지않는 지척에서 황혼의 노을을 바라보니 가을 바람에 락엽이 쓰르륵 굴러가듯한 허전하고 쓸쓸한 기분이 다가오는것을 감추기 어렵습니다.

한편 지나온 인생을 돌이켜보니 웬지 내 야망과 욕심 그리고 고질적인 성격 때문에 너무 딱딱하고 굳어진 삶과 너무 틈서리가 없고 완벽하고 꽉찬 삶을 살려고만 애쓴것 같습니다. 그로하여 지난세월,나와 함께 일을 했던 동료들이나 항상 내 옆에 있어 주었던 안해나 내 아이들 그리고 형제들도 힘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자꾸 겹쳐듭니다. 이로하여 지금쯤 자책도 하고 후회도 해봅니다.

인제야 살면서 너무 빈틈없고 깔끔한 방보다는 조금은 허전한 방이 훨씬 편안하고 너무 꽉찬 사람보다는 조금은 빈구석이 엿보이는 사람이 더 다가가기 쉽고 한결 정겨웁다는것을 조금은 깨달은것 같습니다.

흔히 살면서 삶의 방식이나 습관이라는것은 고치기 힘든것이라는것을 알고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이시각, 열두번째로 리발관을 찾아 머리를 자르고 다듬는 이참에 내 마음속의 욕심도 자르고 마음도 고르롭게 다듬어 보렵니다.

오는 해는 지금의 삶에 만족을 하고 거뿐한 몸과 마음가짐으로 인생의 오솔길을 가면서 앞만보고 걷는것이 아니라 고개를 돌리고 길옆의 이런저런 색다른 풍경과 경물도 보고 살피면서 걷고 싶습니다. 때론 멈춰서 숨을 돌리고 언덕우의 풀한포기나 꽃한가지를 살짝 꺽어 싱그러운 냄새를 맡으며 자연에 도취되기도 하고 때론 머리를 쳐들고 아득히 먼 하늘과 땅사이를 보며 후련하게 마음을 트이고 싶습니다.

차분하고 너그러운 마음가짐과 편안한 자세로 일의 결과 보다는 과정을 더 중하게 더 새롭게 여기고 즐기면서 빈구석을 아름답게 채워가는 여유로운 삶을 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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