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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광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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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이 가는데 바늘이 따른다
2013년 02월 28일 16시 04분  조회:1034  추천:1  작성자: 리광학
실이 가는데 바늘이 따른다

□ 리광학
 

어제 한낮까지만 하여도 해볕이 쨍쨍 내리쬐며 잘해주던 날씨가 태풍 “산바”의 영향으로 하늘에는 검은 구름이 이리저리 몰켜 다니며 수시로 비가 올 잡도리를 한다.

요즘 안해는 세번째로 빨간 고추를 썰어 말리우고있다. 며칠전 두번에 거쳐 말리운 고추만 하여도 집식구들이 먹을 량은 넉넉히 될것 같은데, 내가 이젠 그만두면 안되겠는가고 간곡히 말렸어도 내 말은 마이동풍으로 듣더니 “잘 됐다” 싶었다.

추말리기에는 흐린 날씨와 비는 금물이고 적이다. 지난 이맘 때에도 련속 사흘이나 비가 내려 채 마르지 않아 물기가 즈르르한 빨간 고추를 와락와락 방안에 거두어들여 며칠간 전기담요우에 널어 말리우면서 온 집안에 풍기는 독하고 매캐한 고추냄새를 맡는 곡욕을 톡톡히 치르기도 했었다.

와 안해는 평소 그다지 다투지 않고 큰 말썽이 없으며 그저 평온하게 지내는 편이다. 헌데 해마다 립추가 지나고 빨간 고추를 말리우는 일이 시작되면 서로 티격태격 다투기 시작한다.나는 안해가 빨간 고추를 말리우며 달달 들볶는게 시끄럽고 짜증이 나며 싫다.

해는 평소에 늘 몸이 이곳저곳 아프고 말째여 약을 달고있다. 시도 때도 없이 병원출입도 잦은 편이다. 헌데 빨간 고추를 말리우는 시기가 다가오면 새벽부터 마당주변을 쓸고 펴고 고추를 썰어 널고 번지며 펄펄 날아다닌다. 안해가 빨간 고추를 말리우는데 열을 올리기 시작하면 곁 사람도 그 절주에 맞추어 춤을 춰야 한다. 아니 춤을 추는 흉내라도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안해의 잔소리를 듣기가 일쑤였다. 안해는 어디에서 그런 열정과 에너지가 넘쳐나는지 참말로 의문스럽기도 했다.

데 해마다 몇주일간 빨간 고추를 말리우는 “대회전”이 끝나면지쳐서 기진맥진한 안해는 며칠간 몸살을 한다. 곁에서 하도 보기가 안스러워 그러지 말고 차라리 시장에서 햇 고추가루를 골라 사면 편하지 않겠는가고 하면 장마당에서 파는 고추가루값이 얼마고 통고추가루값이 얼마인가고 눈을 치뜬다. 그래도 고추는 자기절로 직접 고르고 자기 손으로 말리워야 깨끗하고 색상이 고운 고추가루를 얻을수 있다며 고집을 꺽지 않는다. 그러면 결국 나는 손을 들게 되고 안해의 주견대로 일이 진행된다.

제부터인지 가정에서의 안해의 위치와 영향력은 고추 말리우는일 뿐만 아니라 집 구석구석에까지 미친다. 예전에 우리 집의 많은 일들은 가장인 내가 주견을 세우고 처리하였다. 혹시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 안해가 두말 하면 나는 자존심을 세우고 언성을 높이며 그대로 밀고 나갔다. 결과 안해는 “바늘이 가는데 실이 따른다”는 식으로 수긍하고 뒤따랐다. 이러한 가정의 일상 흐름은 몇해간 지속적으로 습관되여 왔다. 솔직히 어떤 일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우격다짐으로 강력하게 추진하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일들이 내가 주장했던것처럼 모두가 정확하고 옳게 처사되였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누군가 50대가 쉭~ 다가오면 남편들은 많은 일들에서 자신들의 주견을 보류하고 “최전방” 으로부터 점차 물러서서 안해들의 말을 고분고분 따른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실상 우리 집도 례외가 아닌것 같다.

월이 흘러 무릎아래 자식들도 사회인이 되고 지천명의 나이가 바람처럼 스쳐 지나감에 따라 나는 자연히 기를 낮추게 되고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리게 된다. 따라서 가정의 많은 일들도 안해가 주관하고 처리한다. 친척들간의 이런저런 래왕이나 일상 일들은 안해가 알아서 나서주고 대신해주니 나는 참 편하다. 인심이 헤퍼서인지 때론 친구들의 생일도 잊을 때가 많은데 그때면 안해가 용케 기억하고 챙겨주기도 한다.

론 가정에서 남자의 체면을 세우느라고 남편들이 집안 대소사를 좌지우지하는것은 지금도 가부장적인 오랜 관습으로 남아있지만 때론 안해의 말을 고분고분 따라주는것이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지켜가는 가치있는 삶이라면 나는 속편하고 가슴 뿌듯하며 행복하다. 실이 바늘을 따르든지 바늘이 실을 따르든지 가정의 평화나 안정만 잘 유지된다면 남편들의 자존심과 체면따위가 뭘 필요하겠는가. 더구나 요즘 30여년의 개혁개방과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시대도 변해가고있고 사회의 세포인 가정의 구조나 성원들 간의 역할도 달라지고있는것이 오늘의 현실인데야.

이젠 빨간 고추 말리기도 남성들의 한몫이다.

늘에서 후둑후둑 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마당에 널어놓은 빨간 고추를 어서 빨리 거두어들여야 한다. 안해는 마당으로 총알같이 뛰쳐 나간다. 나도 다급히 꿍쳐두었던 전기담요를 찾아 방바닥에 펴고 전원을 련결한다. 그리고는 다급히 안해를 따라 나선다.

실이 가는데 바늘이 따라가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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