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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광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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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 공존
2021년 09월 01일 14시 54분  조회:375  추천:0  작성자: 리광학
  
공 존
리광학
분망한 봄이 가고 록음이 막 무르녹는 그해 여름, 복잡하고 번화한 도시속 생활이 싫어 공기 좋고 조용하고 아늑한 곳을 선택해 이사를 간곳은 연길외각에 위치한 농촌 마을이였다.
농촌 마을이라고는 하지만 촌지도부에서 새마을 전망설계에 따라 지은 1,2층 아파트단지여서 살기에 불편함이 없을 것 같았다. 거기다 이곳은 2천여년전 한나라 전후시기의 북오저 고대인들이 살았던 유적지를 중심으로 반경 2백메터를 아우르는 곳이라 하니 앞으로 이런 명당자리에서 산다는 자체가 마음이 마냥 즐겁고 든든하였다.
새마을 앞으로는 낡고 좁은 아스팔트길이 서쪽으로 뻗어 있고 아스팔트길로부터 남쪽 부르하통하 제방언제까지는 푸른 남새발이 보기 좋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리 높지 않은 마을 뒤 산은 동서로 릉선을 이루고 그 릉선 양지쪽에는 이깔나무와 과수나무 그리고 골짜기의 이름 모를 잡목들이 어울려 제법 푸른 숲을 이루고 있었다. 새마을 서쪽 담 너머에는 단층집들이 질서 없이 자리 잡고 있었다. 담 너머에서 밤이면 멍멍 하는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오고 이른 아침이면 군데군데 굴뚝에서 밥 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여 올랐다. 동쪽 백여메터 사이거리에 도시를 에도는 외각 아스팔트길이 띠를 늘인 둣이 남에서 북으로 흘러가 도시와 농촌 구역을 선명하게 선을 그었다.
이사를 간 첫날밤은 너무 고요하였다. 오고가는 차들이 별로 없는데다 온밤 대낮처럼 환히 비추던 가로등마저 없는 곳이라 방안은 카텐을 두르자 완전히 캄캄한 어둠속에 잠겨 버렸다. 저도 모르게 신비로운 적막 속에 빠져 들었다. 그런대로 오랜만에 천국에 온 기분으로 편안하게 잠을 잤다.
그해 가을, 아파트 앞 정원의 과일나무들은 울긋불긋 단풍들기 시작하고 파란 잔디밭은 누런색이 가고 있었다. 날이 저물면 정원에서 찌르륵 찌르륵 풀벌레 소리가 들려와 귀를 간지럽혔다. 날이 밝으면 색깔고운 무당벌레들이 무리를 지어 창턱과 유리창문에서 버성기며 앞 다투어 집요하게 틈사리를 찾아 헤맸다. 걔네들이 바깥보다 집안이 따스한걸 어떻게 알가.
날씨가 차지며 새마을아파트에 입주하는 호들이 많아지기 시작하였다. 어느 날 날이 희끄무레 밝아오자 정원에서 짹짹거리는 소리가 유별라게 소란스러웠다. 창문카텐을 젖히자 참새 떼가 잔디밭에서 먹이를 찾는 모습이 안겨 왔다. 사람들이 새마을로 이사를 오니 참새들도 동참하여 이사를 온 것이다. 예로부터 참새는 집을 짓고 살아가는 인간들과 공조하며 살아 왔다. 초가삼간으로부터 으리으리한 기와집에 이르기까지 한시도 인간들과 동떨어져 산적이 없는 새다. 헌데 이놈들은 번마다 자기 투자는 하지 않고 무상으로 사람들을 따라 다나며 새집에 홀랑 얹져 들어와 산다. 에끼, 이놈들 너무 렴치 없는게 아니냐,
막 창문을 열어졌히고 참새들을 쫓으려다 그만두었다. 한창 먹이를 먹고 있는 참새들에게 너무 과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기실 참새는 인간의 삶에 유익한 동물이다. 참새는 곤충과 풀씨를 주요먹이로 일삼는 새로서 자연생태계나 인간들의 삶에 도움을 주는 유익한 일들을 한다.
헌데 우리에게는 참새를 억울하게 죽음으로 몰아간 무지몽매한 부끄러운 력사가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60여년전, 참새들이 알곡을 먹는 다는 리유 하나로 “4해” 제거 대상에 넣고 전 촌민들이 다 동원 되였다. 참새 잡이에 새총과 그물망 같은 고급적인 무기 외 큰 소리를 낼 수 있거나 때릴 수 있는 민간의 원시적인 도구들이 다 무기로 사용 되였다. 하늘과 땅에서 합세하여 참새를 잡는 전략과 전술이였다. 참으로 가관이 아닐 수 없었다.
같은 시기에 적지 않은 지식인들도 새들과 비슷한 억울함을 당했었다. 세월이 흘러 그릇된 사건이나 일들을 시정하는 운동에서 인간들에게는 루명을 벗겨주고 보상을 해주었다. 헌대 그 당시 억울함을 당하고도 말 못하는 참새들에게는 그 누가 올바른 대접을 했단 말인가. 나는 잰 걸음으로 주방에 달려가 잡곡들을 넣어 두었던 비닐봉지를 들고 창문을 활 열어져끼고 참새들에게 뿌려 주었다. 그러자 놀란 참새떼들이 잔디밭에서 포르릉 날아 과일나무에 옮겨 앉았다. 창문을 닫자 다시 포르릉 잔디밭으로 옮겨 앉았다. 그해겨울은 참새들과 어울려 무난하게 지났다.
또 이듬해 화창한 봄이 성큼 돌아왔다. 날씨가 더워지고 만물이 기지개를 활 펴는 아지랑이 피여날 무렵 새마을에로 또 다른 손님이 이사를 왔다. 아파트 공간을 요리조리 날렴하게 날아예며 제비가 찾아 왔다. 제비는 오자마자 자기네들이 살 둥지를 짓기 위해 분망하게 보냈다. 제비는 령리한 건축가였다. 참새처럼 쉽게 기와 밑 공터를 그대로 비집고 둥지를 잡는 게 아니라 기와를 받쳐주는 추녀와 벽사이의 각이난 공간을 리용하여 진흙과 기타 건축자재를 쉼 없이 물어다 자신의 침을 가첨하여 열심히 둥지를 지었다. 어미제비 한 마리는 아파트 복도의 구석진 곳을 택하고 진입해 둥지를 지었다. 그 바람에 그 아파트단원에서는 제비네 가족을 위해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복도 문을 닫지 못하고 지냈다. 제비는 비록 인간이 지은 건축물에 더부살이 집을 지을지라도 책임성 있게 완정한 둥지를 만들었다. 제비의 부지런하고 끈질긴 인내심은 인간들이 본받아야 될 것 같다.
오뉴월이 다가 오자 참새와 제비네 가족들은 둥지에서 새끼가 까나와 어미들이 먹이를 물어다 줄때마다 짹짹 찍찍 소리를 지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아파트정원의 잔디밭과 과일나무들은 새들의 놀이터이고 먹이를 찾는 사냥터였다. 그해 여름, 새들의 가족은 즐겁고 평화로운 나날들을 보내며 번성했다.
또 황금빛 결실을 맺는 가을이 소리 없이 찾아왔다. 기간 참새네 가족과 제비네 가족들이 시름없이 재미있게 알콩달콩 살아가는 정경을 유심히 지켜보는 덩치 크고 심술궂은 관객이 따로 있었다. 바로 뒤 산에서 살고 있던 꿩들이였다. 꿩들이 시샘이 났다. 쬐고만 참새나 제비들이 인간들과 어울려 잘 살아가는 꼴을 그저 지켜 볼 수 없었다.
하늘 트이고 맑고 시원한 가을의 어느 날, 꿩 한마리가 두리번거리다 용기를 내여 산골짜기를 벗어나 새마을로 내려오기 시작하였다. 마을앞줄은 쭉 영업집들이 동서로 앉았는데 꿩은 주춤주춤하다가 아파트 이영위로 날아올라 앉아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뭘 보고 착각했는지 불시에 식당집 뒤줄에 살고 있는 리로인네 2층 베란다로 총알같이 돌진하였다. 두 겹으로 된 유리창이 순식간에 짱하고 깨여지며 꿩이 바닥으로 떨어져 너부러졌다. 갑작스레 벌어진 사태라 거실에 있던 안로인이 유리창 깨지는 소리에 너무 놀란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리였다. 꿩의 한순간의 실수로 인한 돌연적인 습격으로 리로인네는 놀란 것은 물론 돈 팔아 유리창을 다시 수건하는 번거로움에 시달려야 했다. 보잘것없는 작은 꿩이 공중에서 아래로 급강하며 주는 충격과 힘이 이럴진대 전쟁에서 늘 사용되는 미사일의 위력과 거기에 따르는 인간들의 피해는 어떻겠는가.
꿩의 실수로 인한 무모한 희생으로 슬펐던지 그 후 뒤 산의 꿩 몇 마리가 아파트 보이라실 뒤쪽 숲에서 새벽이면 꾸억꾸억 하고 몇 년을 슬프게 울어 사람들의 여린 가슴을 파고들었다.
새마을에서 새들과 공존 속에서의 조용하고 평화로운 삶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하였다. 시내 쪽의 개발붐이 서쪽으로 급격히 밀려오며 길 남쪽의 남새밭에 고층건물이 수풀처럼 일어서 새마을 작은 2층 아파트의 시선을 가로 막았다. 마을 뒤 산릉선을 따라 고속철이 부설되며 연선에 철조망과 기타 부설물이 설치 되여 마을과 나무숲을 남북으로 갈라놓았다. 골짜기 몇 개의 배수구가 철길 밑으로 지나 남북통로 사용되고 있지만 웬지 사람들이 잘 나들지 않는다. 꿩들이 용감하게 마을로 내려오는 일은 다시없었다. 고속철 역방향으로 국가2급도로가 수건 되여 밤낮으로 차량들이 실북처럼 드나든다. 가로등이 설치 되여 밤이면 거리가 대낮처럼 환하다. 새마을 담 너머 서쪽마을은 언녕 파가 이주해 버렸다.
잠간 새 새마을은 연길외각의 복잡하고 번화한 도시로 변해가고 있다. 다행인 것은 이런 발 빠른 변화 속에서도 참새와 제비가족들은 드팀없이 마을사람들과 공존하며 살고 있다.
헌데 들려오는 골목소식에 의하면 우리 마을도 도시 새 전망계획에 들었다고 하던데 그럼 우린 어쩌지? 참새야, 제비야!
하지만 너무 걱정 하지마, 요즘 건설하는 신축아파트 단지들은 생태화원으로 건설되여 환경이 이곳보다 더 좋을 수도 있단다. 우리가 이사를 가면 너희들도 우릴 따라 오면 되는 거다. 어차피 너희들은 빈 몸으로 이사 올 건데 뭐, 그렇게 또 함께 살면 되는 거다.
2021년9월호 청년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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