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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시골학교/기와 집/고향 마을/여름/해는 서천에 기울고(림운호)
2018년 05월 17일 15시 29분  조회:568  추천:0  작성자: 림운호


시골학교
 
림운호

 
저기 뛰놀던 아이들은 어디 가고
교정엔 잡초가 무성한데
호랑나비 한마리가
해빛속에 어리마리 졸고있다
 
낭낭한 글소리는 바람에 실려
산 너머 저 멀리 사라지고
유년시절의 파아란 꿈들이
아롱아롱 해빛에 반짝인다
 
너무나 부드러운 바람결에
너무나 눈부신 반짝임속에
동화처럼 아름다운 추억들이 
아득히 사라져 떠나 간다 
 
 
기와 집
 
저기 낮은 기와 집은 어디 가고
아파트가 높다랗게 자라는 데 
불빛이 명멸하는 즐비한 집에
지금은 그 누가 살고 있는가
 
홀제 그 모든 불빛이 사라지고
한폭의 그림이 펼쳐지는 데
그 옛날 기와 집 소녀가 걸어나 와 
달빛아래 사뿐히 춤을 춘다
 
파도처럼 그리움이 밀려오 듯이
그렇게 추억은 찾아 와
가끔은 나를 데리고
낮 설은 고향으로 떠나 간다 
 
고향 마을 
 
백년묵은 징검다리 훌쩍 건너
호젓한 마을 길에 들어서니
눈에 익은 집과 담장들이
해빛아래 졸고있다
 
길을 따라 어디로 가든
집집마다 굴뚝에 연기가 사라지고
뜰에는 잡초가 무성한데
길 가던 강아지가 날 빤히 쳐다본다
 
늘 마주치던 이쁜이는 어디가고
홰나무만 외롭게 서 있는데
그리움으로 하여 마음 하나가
바람에 나붓긴다
 
먼 곳에 밭을 가는 노인과
이따금씩 들려오는 황소의 영각소리-
나의 고향은 어디로 갔나
바다 건너 저 멀리로 갔는가
 
여름
 
뙤약 볕이 재글재글 타오르는 들에
풀 잎이 축 처져있고
새들도 잠을 자는 시간에
뜨거운 열기가 가슴을 파고 든다
 
그늘 하나 없는 넓은 들에는
누군가 허리를 꼬부린 채
걸음걸음 김을 매는 모습이
어슴프레 보인다
 
해빛에 수증기가 가물거리고
태양은 작은 그림자를 남기고
늙으신 어머니 한 분이
여름날 들판을 받치고 있다
 
 
해는 서천에 기울고
 
잊은 듯이 동구밖에 서서
누군가를 가다리는 나그네 하나
바람은 얼굴을 스치고
해는 서천에 기울고
 
저기 뛰놀던 아이들은 어디 가고
여인의 노래는 어디 갔는가
고요한 들은 슬픔에 잠기고
시냇물은 그리움에 흐느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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