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성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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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겨울강과 사슴(외5수)
2019년 07월 18일 10시 11분  조회:281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겨울강과 사슴

리성비

 

정말 그렇게 미끄러울 줄 몰랐었다

무엇엔가 단단히 네 발을 묶이우기라도 한듯

일어설 수도 걸을 수도 없다

 

굶주린 승냥이 같은 눈보라가

얼어붙은 강바닥을 혀바닥으로 자주 핥으며 지나간다

조심스럽기보다 급한 마음 일어설 수가 없다

 

지난 밤, 얼어붙은 겨울강을 건느려다가

장밤 버둥거렸고

지금은 또 한낮을 버둥거리고 있다

 

뭔가 자꾸 두렵기만 해서

그냥 소리내여 울지도 못하고 있다

노루꼬리 만한 겨울해가 서산에 걸린다

몇발자국 사이둔 겨울강 언덕

사슴의 지친 두 눈엔

새봄 그리던 평화가 조금씩 빛을 바래여가고 있다

 

 

가을하늘

 

가슴에 엉킨

뭉게구름

더러는 흘려보내고

더러는 쏟아버리고

 

빈 가슴

아기염소 같은

하얀 그름쪼각

한두점 주어담는다

 

 

내두산 억새꽃

 

상강霜降 지나

피는 꽃 억새꽃

 

붉은 단풍 아래

흰머리 억새꽃

 

겨울바람 하늬바람

서걱이는 억새꽃

 

하늘 아래 첫 동네

뿌리 깊은 억새꽃

 

 

벼꽃

 

안개이슬 맺힌

맑은 눈 뜨고

하늘을 바라다 본다

하늘에는 흰옷자락 구름이

저벅저벅

청개구리 풀떡이는 논두렁 걷는다

 

떠돌다 머문 구름나그네

 

 

굴원

 

미꾸라지 욱실거리는 개천에서 태여나

하늘 우러러 청결한 몸

죽어 승천하여 은비늘 금비늘 룡이 되다

창생의 하늘 오르내려 천년 세월

해해년년 멱라강의 눈물 한드레씩 길어올려

시름시름 시들어가는 이 땅을 적셔주었네

봄이면 하얗게 쌓이는 안개 헤쳐 승천하고

가을이면 귀향해 개천에 몸 담그고

이끼 푸른 바위틈에 생명의 알을 낳았었네

지금은 깊은 어둠 깨고 부화한 새끼룡들이

해마다 음력 오월 오일 수리날이면

양자강에 모여 환생하는 조상의 혼을 기리네

 

 

시골가을 저녁풍경

 

뜨거운 노을이

싱그러운 저녁밥상 우에 내려앉는다

한잔 술에

잘 익은

붉은 노을

홀로 사는

늙은 로모

잔에 술을 따른다

 

길 가던 길손이

‘고수레’ 하고

마루바닥에 술을 뿌린다

 

굵은 주름이

한폭의 그림처럼 환하다

 

한평생 물농사

주룩주룩 비물 같던 목소리

가까이에서 들린다

 

출처:<장백산>2017 제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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