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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해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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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단상
2016년 01월 28일 21시 22분  조회:1218  추천:5  작성자: 파랑비


    어려서 시골에서 살 때 매번 서쪽 하늘이 빨갛게 불타다가 해가 산뒤로 넘어갈 때면 나는 그 산너머에는 아직 해가 있을 거라고, 산때문에 해가 안 보인다고 생각했었다. 그때 산골에서 지는 해는 언제나 아직 빛을 낼 수 있는 빨간 해였던 것 같다. 그리고 황혼도 아주 황홀했던 것 같다.그러나 몇해전부터 연해도시인 위해에 나와 살면서 바닷가에 앉아 망망한 바다에서 지는 해를 보고 황혼의 서글픔을 알게 되었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해수욕을 가자고 조르는 애들의 성화에  저녁을 일찍 먹고 바닷가에 갔었다. 6시가 넘어서 이제는 해가 져서 햇빛에 탈 염려가 없을 줄 알고 같던 것이  웬걸 서쪽 바다위에는 해가 아직 덩그러니 있는 것이였다.
   저녁 해였지만 하루종일에 달아서 더위가 가셔지지 않은 모래위에서 비록 강하지는 않아도 여전히 그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저녁이라고 양산을 가지고 나오지 않을 것을 좀 후회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열기가 다 빠져버린 해는 지친듯 점점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탈데로 다 타 버리고 식을데로 다 식어가는 바다의 황혼은 시골의 황혼보다 길었으나 서글펐다.
    이때의 해수욕장은 수영고봉이다. 바닷물도 아직 따뜻하고 저녁도 든든히 먹은 수영객들은 이 황혼에 해수욕으로 하루의 더위를 가시느라 정신이 없다. 그러는 사이에 하늘도 바다도 차츰 밀려오는 재빛속에 잠기기 시작했다.
애들을 보느라고 잠깐 눈 뗀 사이에 희미하던 해는 더는 찾아 볼 수 없게 사라져 버렸다. 그 날의 황혼은 이렇게 불타는 노을도 없이 그저 하늘을 약간 벌겋게 하려다가 서서히 밀려오는 재빛속에 사라지고 말았다.
    나는 매번  그런 황혼을 볼 때마다 동네 단화할머니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걸어서 10분밖에 안되는 지척에 살고 계시지만 나도 겨우 명절 때밖에 못 가 봤다.  뭐가 그렇게 바쁜지? 아니 바쁘다는 것은 그저 양심을 위안하는 핑게인지도 모른다.
연세가 90이 넘으셨지만 정신력도 좋고 깨끗하신 할머니는 내가 갈 때마다 내 손을 붙들고 하시는 말씀이
    ‘나 이거 안 죽어서 어떡하니?’
    이 말씀이다.
    ‘할머니는 언제나 이렇게 깨끗하시고, 정신력도 좋으셔서 얼마나 좋아요? 할머니 이게 바로 복이예요!’
    내가 이렇게 말씀 드릴 때마다
   ‘어이구, 복은 무슨 복…’
    하고 중얼거리시며 얼굴을 돌리시는 할머니의 눈길은 더없이 고독하고 쓸쓸하다. 할머니는 이제는 기력이 모자라서 밖에 나가지 못하시고 많이 누워 계신다고 한다. 몸이 마를대로 말라서 우리11살짜리 딸애의 몸집보다도 더 적으신 것 같다. 해외에 간 자식들이 언제 오냐고 물으면 더 외로워 하실 것 같아서 물어 보지도 못하고 그저 동생 곁에 가 계시는 우리 엄마 아버지 소식에 할머니네 북경에서 공부하고 있는 손주들의 이야기를 하다가 온다.
    그러나 이번 추석에 갔을 때 할머니네 보모가 한 말이 지금도 짜꾸 내 귀전을 두드린다.
   ‘제가 들어 온지 석 달 됐는데 이렇게 와 봐주는 사람은 처음이예요… 집은 좋은 거 샀어도 자식들이 다들 힘든가 봐요… 오늘 명절이라고 처음 과일을 샀어요. 평일에는 이런것도 못 사 드려요…’
    세상도  더 커지고 발길도 더 먼데까지 닿는 오늘, 도시의 아파트는 더 높아지고 현대화한 교통수단으로 세상의 거리는 더 짧아지고 있으나 현시대 인간의 정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지 않는가 싶다.
   ‘부모재 불원유(父母在,不远游)란 전통은 현실의 새로운 개념속에 점점 희미해져가고 오늘날 노인들에게 자식들의 만년의 보살핌과 임종의 배려는 사치한 꿈으로  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서쪽 하늘의 황혼은 매일 그리움과 고독으로 불타고 지고 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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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1 ]

1   작성자 : 아름다움
날자:2016-01-29 18:35:33
인물도 곱고 글도 섬세하고.
Total :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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