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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강한 사나이였다
2021년 02월 04일 10시 25분  조회:548  추천:0  작성자: 로년세계
아버지는 강한 사나이였다

장송심



지난해는 중국인민지원군이 보가위국의 기치를 높이 받들고 항미원조 전쟁에 참전한 지 70년이 되는 뜻 깊은 해이다. 당년의 참전용사들을 찬미하는 주류 매체들의 목소리가 뜨겁게 달아오를수록, 그들에게 쏠리는 세인의 경모의 눈길이 훈훈하게 와닿을수록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가슴에 사무친다. 아버지는 오늘의 이 희열을 맛 보지도 못하고 2006년 8월 14일에 그 쇠돌같이 단단하고 강의하던 생명의 약동을 멈추셨다. 지난해에 어머니마저 보내고 나서 그동안 무심하게 흘려보낸 날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후회가 새삼 갈마들어 늦게나마 아쉬움을 달래보려고 이 글을 적어본다.
1932년 9월 15일, 심심산골인 지금의 룡정시 삼합진 평두산촌 농회 회장의 둘째아들로 태여난 아버지는 16세에 중국인민해방군에 입대하였다. 
1948년 1월, 아직 애티도 벗지 못한 16세의 나어린 아버지는 전우들과 어깨 겯고 가렬처절한 동북해방의 전장에서 영용하게 적들과 싸웠다. 전우들과 함께 밤행군하다가 밀물처럼 몰려오는 졸음을 쫓으려고 하늘의 뭇별을 세다가 그래도 졸려서 땅바닥에 궁둥방아를 찧은 적이 몇번이였는지 모른다고 한다. 2년후, 동북이 승리적으로 해방되자 그 기쁨을 만긱할 겨를도 없이 아버지는 상부의 명령을 받들어 집에도 들리지 못한 채 곧장 항미원조 전쟁에 나가게 되였다.
18세에 부패장으로 승급한 아버지는 생사를 넘나드는 전쟁터에서 적들을 맹렬히 추격하다가 그만 적군의 눈 먼 폭탄에 맞아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시체가 산처럼 쌓인 전선에서 나젊은 아버지가 그렇게 이슬처럼 사라지는 게 하도 아쉬워서 전우들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아버지를 구출하여 담가에 실어 후방병원으로 호송하였다. 병원에서 간신히 정신을 차린 아버지는 의사가 오른팔을 잘라야 한다고 제의하는데도 기어이 오른팔을 남겼다. 비록 그 때 남긴 후유증으로 나중에 오른손 엄지를 잘 쓰진 못했어도 그후로 몇십년 동안 수판알을 튕기며 보낸 아버지의 여생에 한몫했다 할 수 있는 무엇보다 소중한 오른팔이였다. 당시 심장 부근에 깊숙이 박힌 수십개의 파편들 그리고 병마로 아버지는 그 뒤로 쭉 육신의 아픔을 동반한 여생을 보내야 했다.
1952년, 부대에서 퇴역한 아버지는 연길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한어사범학원을 졸업하고 정책에 따라 당시 부모가 계시는 흑룡강성에 돌아가 호림현량식국에서 근무하게 되였다.
아버지는 입이 무척 무거운 편이였다. 아버지에게 중매를 서준 한마을의 이모마저 아버지가 영예군인이라는 사실을 감감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아버지와 결혼한 뒤 흉터투성이인 아버지 몸을 보고 깜짝 놀란 어머니가 그 까닭을 물어보고 나서야 아버지가 일찍 영예군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였다고 하니 얼마나 깊숙이 숨겼는지 짐작할 수 있다. 결혼식이 끝나고 3일 뒤, 아버지는 곧 출근길에 올랐다. 직장이 집과 퍼그나 멀리 떨어진 외지에 있는 데다 뻐스마저 통하지 않다보니 단위 숙소에서 지내면서 한달에 한번 쯤 집에 돌아갈 수 있었다.
일년후, 어머니는 집에서 첫아이를 해산하게 되였다. 난산으로 죽은 아이를 낳고 피못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 어머니를 보고 그제서야 할아버지는 아버지에게 “너의 집사람이 죽어가고 있으니 서둘러 집으로 오너라.”라는 전보문을 띄워보냈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품에 안고 넋을 놓고 펑펑 우는 바람에 어머니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얼굴이 눈물범벅이였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자식들은 여태껏 아버지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 고초를 겪고 나서 아버지는 그냥 이대로 두면 사랑하는 안해를 영영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혀 조직에 전근을 신청했다. 일이 예상 대로 잘 풀리지 않자 결연히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연변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게 되였다.
몸에 박힌 파편들 때문에 남들처럼 힘든 농사일에 종사할 수 없었던지라 아버지는 얼마 뒤 촌부기원사업을 맡아하게 되였다. 그 무렵, 유치원 교원으로 있던 어머니가 촌의 부녀주임, 접생원 등 여러가지 일을 겸직하였기에 아버지가 집살림을 맡아할 때가 많았다. 아버지는 그렇게 남들은 상상할 수 없는 육신의 고통을 묵묵히 감내하면서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어머니가 몸에 좋다는 보약을 그렇게 많이 대접했음에도 아버지는 그 뒤로 수술만 여섯번 받았고 급성간염, 페결핵, 페기종, 심장병 등 여러가지 병마에 시달리면서 일생을 보냈다.
내가 초중 3학년을 다닐 때 일로 기억하고 있다. 어머니를 따라 룡정시병원에 입원한 아버지를 보러 간 적 있는데 그 때 어머니는 의사선생님의 두 손을 꼭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면서 이렇게 애원했다.
“선생님, 우리 애 아버지가 환갑까지라도 살 수 있게 어떻게든 잘 부탁드립니다.”
1991년 겨울, 내가 큰딸애를 낳느라고 병원에서 제왕절개수술을 받는 통에 아버지는 나의 산후조리를 맡게 된 어머니를 따라 연길로 오게 되였다. 마침 설 무렵이라 초담배가 떨어져 서시장에 갔던 아버지는 담배장사군들이 보이지 않자 담배쌈지까지 쓰레기통에 던지고는 “오늘부터 담배하고 인연을 끊는다.”고 다짐하셨는데 과연 그후로 담배를 한가치도 태우지 않았다.
나라에서는 전장터에서 피를 흘리며 싸운 아버지를 시종 잊지 않고 있었다. 1985년 7월, 항미원조에 참전한 부패장 이상의 참전군인들에게 리직휴양간부 대우를 주는 정책에 따라 아버지는 53세에 리직휴양로간부의 신분으로 첫 로임을 탈 수 있게 되였다.
아버지가 엮은 생명의 찬가, 비록 출세하여 만천하에 영예를 떨친 건 아니더라도 내 마음속에서 아버지는 진정한 사나이임이 틀림없다.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아야 했던 생의 마지막 나날에도, 페기종으로 쉴새없이 기침을 깇고 가래가 끓어올라 숨을 헐떡이면서도 아버지는 한번도 힘든 내색을 비치지 않고 생에 대한 애착을 놓지 않고 미래를 동경하셨다. 
어떻게든 환갑나이까지는 버티게 해달라고 애원했던 어머니의 지극한 정성이 하늘을 울린 것일가? 아버지는 기적적으로 일흔 중반까지 우리 곁을 지켜주셨다. 가족에게 한량없는 사랑과 그리움을 남겨두고 75세에 유명을 달리하신 아버지, 생의 마지막까지 꿋꿋한 모습을 보여주신 아버지는 진정한 사나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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