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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엄마
2014년 09월 11일 11시 06분  조회:1700  추천:0  작성자: suseonjae



바보엄마
 
 
 
 
 
 
"엄마는 언니만 좋아하고, 오빠만 좋아하고 내 말은 듣지도 않고!!!"
막내딸의 100데시벨이 넘는 짜랑짜랑한 목소리가 온 집안을 휘감고,
나의 목을 휘감고, 나의 귀를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시작하면 족히 그렇게 두 세 시간 걸리는
똑같은 이야기의 ‘소리 지르기’가 또 시작되었습니다.


'아, 오늘도 그냥 안 넘어가는구나!'
점점 귀가 아파지기 시작했고,
드디어 귀에서 혈관이 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혈관이 튀는 부분을 누르고,
나의 딸은 그 모습을 보고는 더욱 더 소리를 지르기 시작합니다. 

 
"또 내 말 안 듣고, 귀 틀어막는 거 봐!!!" 
옆에 바짝 다가와서 더 크게 말합니다.
아이 덕분에 가는귀가 먹었습니다.
좀 작은 소리는 잘 안 들립니다.
조용히 말하라고 한마디 하자 대꾸가 세배로 돌아옵니다.
한마디 했다가는 더 길어 질 테니 대꾸를 하지 않습니다.
그러자 대답을 않는다며 또 시비를 겁니다. 

 
저는 '참자, 참자' 참습니다.
아이는 더 바짝 다가오며 악에 받쳐 소리를 지릅니다.
참다 참다가 한마디 했습니다.
대답이 거세게 돌아옵니다.
또 대답했더니 더욱 거세게 돌아옵니다. 

 
'그래, 오늘은 그냥 뭐라고 하는지 끝까지 들어보자!' 하고
귀가 아프든 말든 가만히 앉아서 마주하고 들어봅니다.
내가 말하는 것은 모두가 못 마땅한가 봅니다.
참고 더 듣자. 한 시간, 두 시간….
이제 목소리가 조금 작아졌습니다.
나는 그냥 듣고 있습니다.
듣기 싫지만 듣고 있습니다.


'이 아이는 지금 나한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가…' 하고 생각해봅니다.
그동안 하도 소리 질러대어 듣기 싫었던 그 말들을 또 말하고 있습니다.
"엄마는! 엄마는! 엄마는!!!"
“엄마는!” 이 말이 가장 많이 들립니다.
'내가 뭘 잘못했나보다'
목소리가 조금 조용해지는 것을 보니 힘이 드는 가 봅니다.


'아! 내 딸은 나한테 자기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거구나.'
갑자기 말할 수 없이 아이가 측은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내게 사랑을 갈구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아이가 말하는 것을 참고 들으며,
물끄러미 바라보니 다른 때와 달리 느껴지는 것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아이가 못된 것이 아니라,
내가 못된 사람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리를 지르는 것은 내가 아이의 말을 잘 듣지 않아서 그런 것은 아닐까?
별 생각 없이 말을 하여 아이로 하여금
기대감에 부풀게 하고 약속을 지키기 못한 것은 아닐까?
아이가 배려심이 부족한 것이 아니고,
내가 배려심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무심코 한 것이
비교한다고 생각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들이 들자 순간, 갑자기 내 입에서 말이 튀어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면서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아이는 '이 엄마가 또 우는가보다' 하는 표정이었습니다.
아이를 때리느니 차라리 견디기 어려워지면
가끔은 울고 맙니다.

‘이 아이가 나의 잘못된 점을 알게 하도록 나를 일깨우는 구나‘
하는 것이 온몸으로 전해지면서 아이를 끌어안았습니다.
항상 그리 소리를 지르면
싸아~ 하니 냉담해지는 나의 태도에 익숙한 아이는 살짝 당황해합니다.

 
"미안해.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
하고 끌어안았습니다.
아이도 가만히 눈물을 흘렸습니다.
목소리가 많이 잦아듭니다.
이런 것이었구나….
엄마로서 나의 자존심만 세우고,
막내의 말은 소홀하게 생각한 것입니다. 


 
 
아직도 매일의 전쟁은 심심찮게 벌어집니다.
당장 고쳐지지 않는 나의 단점들을 보며 한심하지만,
반드시 고치리라 다짐해봅니다.
내 딸이 아니면 어느 누구도
나에게 아픈 말들을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알려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막내가 소리를 지르면 죽고 싶은 마음이 들 만큼,
힘겹고 어렵지만, 그래도 감사를 드립니다.
나에게 마음 공부하라고 소리 지르는 막내의 외침이 잠잠해질 때면
나는 좀 괜찮은 사람이 되어 있을 거란 생각을 하며
오늘도 한바탕 전쟁이 휩쓸고 지나갑니다.


자식을 통해 조금씩 내 모습을 알아가면서,
아이의 행동이 나를 보며 배운 것이란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힘겨웠습니다.
올해는 몸과 마음의 여유를 갖고 막내와 나의 쌓인 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직장을 휴직하였습니다.


적극적으로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여서
아이에게 사랑을 퍼부어주는 시간을 만들렵니다.
이 많이 덜 된 엄마를 마음 공부시키느라 힘겨운 막내에게 감사를 보내며,
맑고 밝고 따뜻함을 이 엄마에게서 느낄 수 있도록 열심히 수련하겠습니다.
또한 딸로 하여금 나를 바로 보게 하고
제 자신을 다듬어주는 보이지 않는
따스한 손길에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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