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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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개의 고원》학습필기-9
2019년 10월 13일 23시 08분  조회:1693  추천:0  작성자: 박문희
《천개의 고원》에서 들뢰즈와 가타리는 리좀의 네 번째 원리로서 ‘탈기표(작용)적 도약 혹은 단절의 원리’를 들고 있지만 실제 리좀의 영토화, 도주선에 의한 탈주(도주)를 통해 끝없이 전개되는 탈령토화, 재령토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내가 흥취를 가지는 것은 우선 ‘탈기표적 단절의 원리’중 ‘기표’라는 개념이다. 이른 바의 ‘기표(記表)’란 ‘기의(記意)’ ‘기호(記號)’와 함께 언어학자 소쉬르에 의해 정의된 언어학 용어인데, 언어를 주요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 시인이라면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소쉬르는 언어를 기호로 파악하고 있는데 기호와 그 의미 사이에는 어떠한 관계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기표’(記表, 한어: 能指)는 기호의 모양이나 소리를 의미하고 ‘기의’(記意, 한어: ‘所指’)는 이 기표에 의해 의미되거나 표시되는 이미지와 개념 또는 의미 내용을 말한다. 기표와 기의를 하나로 묶어 기호(記號)라고 한다.
 
예컨대 ‘가로수’라는 세 글씨의 생김새(즉 시각적 이미지)와 ‘가로수’라는 발음(ga-ro-su, 즉 청각적 이미지)은 기표이고, 그것이 의미하는 ‘가로수’라는 개념은 기의이다. 이 ‘가로수’라는 기표가 의미하는 내용은 ‘길가나 차도를 따라 줄지어 심은, 도시를 아름답게 꾸며 줄 뿐 아니라 먼지나 바람, 더위를 막고 공기를 깨끗하게 하는 구실을 하는 나무’라는 것이다. 이 개념이 바로 기의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말하는 모든 단어들이 ‘기표’와 ‘기의’라는 얇은 두 겹으로 분리되어 있다.
 
말하자면 ‘가로수’라는 기표와 ‘길가나 차도를 따라 줄지어 심은 나무’라는 기의가 합쳐져 ‘가로수’라는 의미가 발생한다. 이것이 의미작용이다. 그러므로 의미작용은 기표와 기의의 결합에서 일어난다. 한편 기표와 기의가 지시하는 현실 속의 대상(가로수)은 지시체(指示體)이다. 예컨대 우리가 ‘가로수’라는 단어를 말할 때 그 음성적, 활자적 물질성은 기표이고, 그것이 뜻하는 바의 의미는 기의인데 여기서 지시된 대상, 즉 현실 속의 실물(가로수)은 ‘지시체’ 혹은 ‘지시대상’인 것이다. 우리가 글로 적거나 입으로 말할 때의 ‘가로수’는 글씨나 소리일 뿐이지 길가에 줄지어 심은 그 실물(나무)은 아닌 것이다.

그러나 현실 생활 속에서 우리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언어의 ‘기표+기의(의미작용)’와 그것의 객관 ‘대상물’을 혼동시하는 경우가 있다. 위와 같이 ‘가로수’를 예로 들면 책에 씌어있는 ‘가로수’란 글씨나 녹음기에 입력되어있는 ‘가로수’란 소리를 객관 대상물과 동일시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길가의 배나무가 뚜벅뚜벅 걸어온다’라는 시구가 원고지에 적혀있다고 하자. 혹자는 이거 안 된다고 한다. 발 없는 배나무가 어떻게 뚜벅뚜벅 걸어오냐는 것이다. 이런 것이 언어의 의미작용과 그것의 객관 대상물을 혼동시하는 경우다.
 
기실 언어와 언어 간에는 아주 강한 접속기능을 갖고 있다. 이 기능을 잘 이용하면 상상력을 키우는데 크게 유조할 것이라 믿는다.

하이퍼시는 인터넷 시대의 산물이다. 이름 자체를 인터넷용어에서 따온 하이퍼시는 그 자체가 인터넷의 성질을 많이 닮아있다. 하이퍼시를 받쳐주는 이론도 현대철학의 리더 격인 리좀이론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하이퍼시인들의 시 문법은 하이퍼링크(hyper link, 超链接)와 쌍방향성이라는 컴퓨터의 속성을 결합한 특성을 지닌다. 이러한 특성을 현대시에 차용한 개념의 시가 하이퍼시라 할 수 있다. 이런 하이퍼시는 비선형(非線型), 비인과(非因果), 비고정(非固定), 탈중심, 탈관념, 다방향 등의 특성을 가진 디지털시대의 새로운 시 세계이다.
 
하이퍼텍스트의 특성을 차용, 기존의 문장 구조를 의도적으로 비틀어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이미지와 의미구조를 공유하며 시각적 언어와 청각적 언어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기존시에 대한 해체와 파괴를 통한 새로운 조립을 역동적으로 보여준다.

하이퍼시의 등장은 인터넷 세계를 살고 있는 현실의 반영이며 21세기 현대시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모색하기 위한 하나의 시도이다. 그런 만큼 하이퍼시는 고정된 지식이 아니라, 유동의 지식, 성장하는 지식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지식의 연결고리는 리좀의 사유에 닿아있다. 수목의 개념이 계통화 하고 위계화(位階化)하고 혈통화 하는 방식에 있다면, 리좀의 개념은 통일되거나 위계화 되지 않은 복수성과 이질성에 있으며, 혈통에 국한된 협소한 관계가 아닌 광범한 결연관계를 이루는데 있다. 리좀은 새로운 접속과 창조가 이어지면서 열린 사고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그런 개념이다.
 
그래서 하이퍼시는 현실적인 시간과 공간의 질서에서 해방된 상상과 공상의 세계를 시에 담아보려는 언어작업의 예술적 산물로 태어나 현재 한창 성장과정을 밟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 새로운 이미지의 공간은 현실과의 만남에서, 기존의 관념에서 벗어난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세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현대시로서 가치를 드러내고 있다 하겠다.

그러나 분명히 해두지 않으면 안 될 것은, 하이퍼시는 이미 완성된 것이 아니라 인제 금방 발자국을 뗀데 불과하며, 현재 상당수의 창작은 실험성을 띠고 있으며 앞으로도 상당히 긴 시기내 실험은 불가피하게 계속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가령 약간의 성과물이 있다고 해도 아직은 매우 미숙한 생태이며,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 반드시 부단히 수정, 갱신, 보완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문제의식은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기존 관념의 해체와 단절면에 대해서만 봐도 하이퍼시는 시의 공간을 확대하고 시적 영감의 원천이 되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해도 시에 대한 이해문제(이른 바의 난해성문제)를 두고 독자와의 소통을 위해서 극복해야 할 과제가 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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