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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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똥 거르기
2021년 01월 11일 12시 24분  조회:891  추천:0  작성자: 박문희


말똥 거르기


(1)

 
빗소리 나팔소리 휘파람 소리
횃소리 영각 소리 돼지 웃는 소리
벼랑 가에 쥐 탄 놈 노 젓는 소리
얼음에 튀긴 잡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기름진 엉덩이 두드려 주는 소리
가렵지 않은 넓적 배 긁어 주는 소리
찢어진 상처에 소금 치는 소리
소금 친 상처를 기워 매는 소리
고속철 맨드라미 기어가는 소리
인공위성 꽁지에 별빛 스치는 소리
고무줄 탄 소똥이 하품하는 소리
종이배 위 말똥(馬糞)이 잠꼬대하는 소리



(2)
 
귓구멍 안에서 뿌지직 뿌지직
말똥(語屎)이 서 말 닷 되 밀밀 나온다.
대나무 속대 얼궈 뽑은 새파란 숯불
얼음조각 구워 빚은 빨간 탕후루
모난 가루 묽은 돌 동글납작 빈대떡
짭짤한 들깨, 참깨 시고 떫은 산수유
우수수 쏟아져 고분처럼 쌓인다.
돌절구에 털어 넣고 쇠공이로 빻아서
까만 말총 얼개미로 대충대충 거른다.
말똥가루 한 잔에서 벼룩이 논다.
팔딱팔딱 곤두박질 재주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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