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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11분》

《11분》 (련재6)
2015년 01월 14일 21시 04분  조회:1332  추천:0  작성자: 세계명작


  그날 밤 그녀는 잠을 설쳤다. 그 모든것이 한낱 꿈에 불과한것으로 밝혀지는 꿈이였다. 소스라쳐 잠에서 깨여난 그녀는 도리여 그것이 꿈이라는것을 알았다. 초라한 호텔방 의자우에 다음날 해변에서의 약속을 기약하는 드레스와 명품구두가 분명히 놓여있었으니까.

  스위스남자를 해변에서 만나기로 한 날, 마리아는 일기에 썼다.

  아무래도 내가 옳지 못한 결정을 내리려는것 같다. 하지만 실수 역시 앞으로 나아가는 한 방식 아닌가. 세상은 나에게 뭘 원하는걸가? 위험을 무릅쓰지 말라고? 삶에서 용기 있게 《그래》라고 말 한번 못해보고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라고?

  열한살때 소년이 다가와 연필을 빌려달라고 했을 때 나는 이미 실수를 저질렀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때로 두번째 기회란 아예 없기도 하다는것, 세상이 주는 선물을 망설이지 않고 받아들이는 편이 더 낫다는것을. 물론 위험하다. 하지만 그 위험한 이곳에 오기 위해 뻐스를 48시간이나 타며 무릅썼던 위험보다 더 심각한것일가? 누군가에게 또는 무언가에 충실하려면 우선 나 자신에게 충실해야 할것이다. 진정한 사랑을 찾으려면 내가 했던 보잘것 없는 사랑들과 먼저 결별해야 할것이다. 많은 경험을 한것은 아니지만 나는 경험을 통해 배웠다. 뭔가에 대해 확실한 소유권을 주장할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것을, 모든것이 환상에 불과하다는것을. 물질적인 부나 정신적인 부나 마찬가지다. 내가 종종 겪었던것처럼, 확실히 자기것이라고 여겼던 뭔가를 잃은 사람은 결국 깨닫게 된다. 진실로 자신에게 속하는것이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그리고 나에게 속하는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나에게 속하지 않는것들에 대해 구태여 걱정할 필요가 뭐 있는가. 오늘이 내 존재의 첫날이거나 마지막 날인양 사는것이 오히려 낫지 않은가.


  이튿날, 매니저를 자처하고 나선 마이우손을 대동하고 외국인을 만난 그녀는 스위스령사가 공증한 계약서를 준다면 초청에 응하겠다고 말했다. 스위스인은 그런 종류의 요구에 익숙한듯 그건 자기도 바라는 바라고 대답했다. 그녀가 스위스에서 일을 하기 위해서는 그녀가 하려는 일을 할수 있는 스위스사람이 없다는것을 증명해줄 서류가 필요하다는것이였다. 그러면서 그는 스위스녀자들은 삼바춤에 재능이 없으니 증명서를 얻는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거라고 덧붙였다. 그들은 함께 령사관으로 갔고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마이우손은 자기 몫을 현금으로 선불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외국인이 지불한 5백딸라의 30퍼센트를 가졌다.

  《이게 일주일치 선금이요. 일주일치, 알겠어요? 당신은 이제 일주일에 오백딸라씩 버는거예요. 수수료도 떼지 않을거고요. 매니저 수수료는 첫 지불금에서만 나가니까!》

  그 순간까지, 지구 반대편으로 려행한다는것은 마리아에게는 하나의 꿈에 지나지 않았다. 꿈꾸는것은 아주 편한 일이다. 그 꿈을 이루지 않아도 된다면, 우리는 힘든 순간들을 그렇게 꿈을 꾸면서 넘긴다. 꿈을 실현하는데 따르는 위험과 꿈을 실현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욕구불만사이에서 망설이며 세월을 보낸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다른 사람들을, 특히 부모와 배우자와 자식을 탓한다. 우리의 꿈을, 욕망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게 가로막은 죄인으로 삼는것이다.

  그녀가 간절히 바랐던,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찾아오지 않았으면 하고 소원했던 기회가 갑자기 마리아를 찾아왔다. 미지의 삶속에 도사리고있는 위험과 도전에 어떻게 맞서니? 여태까지 익숙해진것들 하루아침에 어떻게 버리지? 왜 성모 마리아는 나를 그토록 멀리까지 가게 하시는거지?

  마리아는 언제든 생각을 바꿀수 있을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이 모든것이 전혀 심각하지 않은 하나의 롱담, 고향에 돌아가 친구들에게 들려줄 아주 흥미로운 얘기거리에 불과하다고. 요컨대 그녀의 집은 이곳에서 천킬로메터 이상 떨어진 곳에 있고 지금 그녀의 주머니에는 350딸라가 들어있다고. 당장 래일이라도 짐을 싸서 고향으로 돌아간다면 외국인과 마이우손은 그녀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전혀 알수 없을거라고.

  령사관을 방문한 날 오후, 그녀는 혼자 해변을 거닐며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엄마, 배구하는 사람들, 거지, 술취한 사람, 조잡한 공예품을 팔러 다니는 행상, 기체조나 요가 같은 몸동작을 하고있는 사람, 관광객, 둘러앉아 카드놀이를 하고있는 로인들을 구경했다. 그녀는 리우데자네이루에 왔고 외국인과 만났고 매니저를 두었고 최고급식당과 령사관에도 갔다. 그녀의 고향에서는 누구도 결코 살수 없는 드레스와 구두를 선물받았다.

이제 어떡하지?
  그녀는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이 바다 맞은편에는 사자들이 어슬렁거리는 초원과 고릴라들이 득실대는 숲으로 뒤덮인 아프리카가 있다고 지리시간에 배웠다. 거기서 조금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나아가면 에펠탑과 유로디즈니와 피사의 사탑이 있는 환상의 땅 유럽에 닿을것이다. 잃을게 뭐가 있는가? 브라질녀자라면 다 그렇지만 그녀는 《엄마》라는 말을 내뱉기 이전에 이미 삼바춤을 배웠다. 직업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돌아올수 있을것이다. 좋은 기회는 찾아오는 즉시 잡아야 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있지 않은가.

  돌이켜보면 그녀는 몇몇 남자들과의 련애처럼 자신이 통제할수 있는 경험만을 하기로 마음먹고는 《예》라고 말하고싶을 때 《아니요》라고 말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왔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미지의 세계앞에 서있다. 력사시간에 배운 오래전 대양을 건너려는 야망을 품은 탐험가들이 바다를 마주하고 느꼈을 예감도 크게 다르지 않을것이다. 이제까지 그랬듯이 이번에도 《아니요》라고 말해야 할가? 그랬다가 평생을 후회하며 보내게 되지는 않을가? 연필을 빌려달라고 했던 첫사랑이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이후로 그녀는 그때의 《아니요》를 계속 후회해오지 않았던가! 《예》를 시도해보지 못할 리유가 뭐지?

리유가 하나 있었다. 그녀는 동북부 지방도시 출신이였다. 학교에서 공부하며 보낸 몇년의 세월, 텔레비죤련속극에 대한 풍부한 교양, 자신이 아름답다는 확신외에는 삶에 대한 별다른 경험이 없었다. 그것으론 당장 미지의 세계에 맞서기엔 부족하지 않을가.
  그때 바다를 바라보며 웃고있는 사람들이 눈에 띄였다. 그들은 바다에 들어가길 두려워하는것처럼 보였다. 이틀전엔 그녀도 똑같은 두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지금은 마치 이곳에서 태여난 사람처럼 원하면 언제든 물속으로 들어갈수 있었다. 유럽에 가서도 이렇지 않을가?

  그녀는 성모 마리아에게 말없이 기도를 올렸다. 몇초후 그녀는 유럽에 가기로 한것이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성모 마리아의 보호를 받고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돌아오는건 언제든 가능할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멀리까지 갈 기회는 영영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 꿈은 위험을 무릅쓸만한 가치가 있었다. 에어콘 없는 뻐스를 타고 고향에 돌아가는 48시간을 버텨낼수 있다면 그리고 그 스위스사람이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면.

  그녀는 너무나 들뜬 나머지 스위스남자가 또다시 그녀를 저녁식사에 초대했을 때 요염한 표정을 지으며 그의 손을 살짝 잡기도 했다. 남자는 슬그머니 손을 뺐다. 마리아는 불안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끼며 그가 자신을 정말 진지하게 대하고있다는것을 알았다.

  《삼바스타!》
  그가 말했다.
  《아름다운 브라질 삼바스타! 다음주 려행!》

  모든게 꿈만 같았다. 하지만 《다음주 려행》은 생각도 할수 없는 일이였다. 마리아는 가족들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그런 중대한 결정을 내릴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스위스인은 불같이 화를 내며 서명된 서류의 사본을 내보였다. 그녀는 처음으로 겁이 났다.

  《계약서! 계약서!》
  그가 반복하여 말했다.

  려행을 하기로 마음을 굳힌 마리아는 매니저 마이우손에게 의견을 묻고싶었다. 그는 그녀를 돕기로 하고 돈을 받지 않았던가? 
  하지만 마이우손은 최근에 호텔에 투숙한 브라질이 세상에서 가장 자유분방한 나라라고 여겨 가슴을 드러낸채(가슴을 드러낸 사람이 자기밖에 없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거북한 눈길로 힐끔힐끔 쳐다보는것도 눈치채지 못한채)모래우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는 독일녀자를 유혹하는데 온통 정신이 팔려있어서 마리아가 그의 주의를 끄는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만약 내가 마음을 바꾼다면 어떻게 되죠?》
  그녀가 물었다.
  《계약서에 어떻게 되여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당신을 감옥에 처넣을거요.》
  《나를 절대 찾아내지 못할텐데요!》
  《그래요. 그러네요. 그럼 걱정할 필요도 없겠네요 뭘.》

  한편 스위스인은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이미 현금 5백딸라, 구두 한컬레, 드레스 한벌, 저녁식사 두끼, 서류공증비용을 지불한터였다. 그는 가족을 만나봐야 한다고 고집부리는 마리아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비행기표 두장을 끊어 그녀의 고향에 함께 가자고 제안했다. 단 48시간내에 모든 일을 끝내고 계약서 조항대로 다음주에 유럽으로 떠난다는 조건이였다. 그녀는 자신이 서명한 서류에 다음주에 유럽으로 떠난다는 조항이 명시되여있음을 알게 되였다. 그리고 깨달았다. 유럽 혹, 감정, 계약서를 가지고는 장난을 쳐서는 안된다는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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