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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11분》

《11분》 (련재14)
2015년 01월 21일 21시 46분  조회:1568  추천:0  작성자: 세계명작


모든것이 정상으로 돌아온 이틀후, 마리아의 일기.
 
열정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평화롭게 먹고, 자고, 일할수 없다. 열정은 과거에 속하는것들을 모두 파괴해버린다. 사람들이 열정을 두려워하는것은 바로 그때문이다.

자신의 세계가 와해되는것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기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힘들여 위협을 통제하고, 이미 먼지로 변해버린 구조를 그대로 유지할수 있는것이다. 그들은 낡아버린것의 기술자들이다.

정반대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자기들이 안고있는 모든 문제의 해결책을 열정에서 찾기를 희망하며 무작정 뛰여든다. 그들은 행복에 대한 모든 책임을 자기 열정의 대상에게 돌리고 불행이 닥치면 그를 죄인으로 삼는다. 그들은 뭔가 신비스러운것이 그들에게 닥쳤기때문에 행복하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어떤 사건이 모든것을 파괴하기때문에 불행하다.

열정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것과 그것에 맹목적으로 뛰여드는것, 둘중 어느것이 덜 파괴적인 태도일가?
 
 
사흘째 되던 날, 랄프 하르트가 마치 죽은 자들 사이에서 부활한것처럼 다시 코파카바나에 모습을 드러냈다. 마리아는 이미 한 손님과 얘기를 나누고있었기때문에 하마트면 기회를 놓칠번했다. 하지만 그를 보자마자 그녀는 손님에게 춤을 추고싶지 않다고, 실은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고 정중하게 해명했다.

그제야 그녀는 자신이 요며칠동안 계속 그를 기다리고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운명이 그녀의 길우에 가져다놓은 모든것을 받아들였다.

그녀는 그것에 불만을 갖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만족스러웠다. 그녀는 그 사치를 즐길수 있었다, 머지 않아 이 도시를 떠날거니까. 그녀는 그 사랑이 불가능하다는것을 알고있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기때문에, 자신이 그 단계의 삶에서 기대할수 있는것을 모두 얻을수 있을것이다.

랄프가 그녀에게 뭘 좀 마시자고 제안했다. 마리아는 과일각테일쥬스를 주문했다. 클럽주인은 컵을 씻는척하며 도무지 리해할수 없다는 눈초리로 마리아를 쳐다보았다. 왜 갑자기 생각을 바꾼거지? 밀랑은 그녀가 음료나 홀짝거리며 앉아있는 꼴을 보고싶지 않았다. 마리아가 사내를 데리고 댄스 플로어로 나가자, 밀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였다. 그들은 순서에 따라 행동하고있었다. 걱정할 리유가 없었다.

마리아는 자신의 허리를 안고있는 그의 손, 그녀의 얼굴에 대고있는 그의 얼굴, 대화를 전혀 나누지 못하게 만드는, 다행스럽게도 쿵쿵 울리는 음악소리를 느꼈다. 그녀가 용기를 되찾기에는 과일각테일쥬스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들이 나눈 몇마디의 말은 매우 형식적이였다. 이젠 시간이 문제였다. 함께 호텔로 가서 사랑을 나누게 될가? 그건 전혀 어려울게 없었다. 직업상 해야 할 일을 하는거니까. 그것이 열정의 흔적을 모두 지워버릴수 있도록 도와줄테니까. 그녀는 그와의 첫만남 이후로 자신이 그토록 괴로워한 리유를 알수가 없었다.

그날 밤, 그녀는 너그러운 어머니가 될것이다. 랄프 하르트는 다른 남자들과 똑같은 절망에 빠진 남자였다. 그녀가 자신의 역할을 잘해낸다면 코파카바나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로 그녀가 스스로 정해놓은 씨나리오에 따라 움직이기만한다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그의 체취를 느끼고(냄새가 좋았다), 그의 피부가 와닿는 느낌을 발견하고(촉감이 좋았다), 자신이 그를 기다리고있었다는것(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 사실이지만)을 알게 된 지금 그녀는 커다란 위험에 직면해있었다.
 
45분만에 그들은 의식의 모든 단계를 거쳤다. 이윽고 사내가 클럽주인에게 말했다.
《내가 손님 세사람분의 료금을 지불하고 그녀를 데려가겠습니다.》
주인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또다시 젊은 브라질녀자가 사랑의 함정에 빠지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마리아는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랄프 하르트가 이곳 규칙을 그렇게 잘 알고있을줄은 생각지 못했던것이다.

《내 집으로 가요.》
그게 최선의 결정일지도 모른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밀랑의 방침에 어긋나긴 했지만, 이번 한번만은 례외로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가 녀자와 함께 사는지 아닌지 확인하는것외에도 유명한 화가들의 생활방식을 두눈으로 직접 보아두면 언젠가 고향신문에 기사를 쓸수도 있을것이고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그녀가 유럽에 있을 때 지식인이나 예술가들과 교제했다고 믿게 될테니까.

웬 말도 안되는 핑게람!

30분후, 그들은 제네바 린근에 있는 콜로니라는 마을에 도착했다. 성당 하나, 빵집 하나, 관공서 건물 하나, 모든것이 제 자리에 있었다. 그의 집은 아빠트가 아니라 삼층짜리 단독주택이였다! 그는 정말 돈이 많은게 분명했다. 또한 그가 함께 사는 녀자가 있다면 소문이 두려워서라도 감히 그녀를 자기 집에 데려가지는 못했을것이다.

따라서 그는 부자에다 독신이였다.
그들은 이층으로 올라가는 층계가 있는 홀로 들어섰다. 그리고 곧장 걸어 방 두개가 정원을 향해 나있는 일층 안쪽으로 갔다. 그림이 사방벽을 에워싼 방, 하나는 식당 열할을 하고있었고 다른 방에는 쏘파 몇개, 의자, 책이 빽빽이 꽂혀있는 서가, 재털이와 씻지 않은 잔들이 있었다.

《커피 한잔 마시겠어요?》
마리아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당신은 아직 날 그렇게 취급해서는 안돼. 나는 내가 한 약속들을 어김으로써 나 자신의 악마들에게 도전하는거니까. 하지만 침착해야 해. 내 령혼이 사랑에 굶주려 있긴 하지만, 오늘 난 창녀 또는 친구 또는 너그러운 어머니의 역할을 수행할거니까. 그 모든것이 끝난 다음에야 나는 당신이 끓여주는 커피를 마실거야.

《저기 정원 안쪽에 내 작업실이 있어요. 내 령혼도 거기 있죠. 그리고 여기 이 모든 그림과 책들 사이엔 내 두뇌가 있죠. 내 생각들도.》
마리아는 자신의 아빠트를 떠올렸다. 그곳에는 정원이 없었다. 책도 없었다. 도서관에서 빌린 몇권을 빼고는 공짜로 얻을수 있는걸 굳이 돈을 주고 살 필요는 없었다. 그림 역시 없었다. 언젠가 꼭 한번 구경하고싶은 상하이곡예단 포스터 한장을 제외하고는.
랄프가 위스키병을 집어 그녀를 향해 내밀었다.

《아뇨, 전 안마실래요.》
그가 얼음을 넣지 않고 한잔을 따라 단숨에 비웠다. 그러고는 능란한 화술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대화가 흥미로울것 같긴 했지만, 마리아는 그가 그들사이에 일어날 일을 두려워하고있다는걸 알수 있었다. 다시 상황을 통제하는것은 마리아였다.
술을 한잔 더 마신 랄프가 전혀 중요하지 않은 용건을 전하듯 불쑥 말했다.

《나에겐 당신이 필요하오.》
정지. 그리고 이어지는 긴 침묵. 그는 좀처럼 침묵을 깨려 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는지 한번 두고보자고 마음먹고 마리아도 침묵을 지켰다.

《나에겐 당신이 필요하오, 마리아. 당신이 아직 날 믿지 못한다 해도, 내가 이 말로 당신을 유혹하려 한다고 생각해도, 당신에게 빛이 있다는 말은 사실이예요. <왜 하필이면 나죠? 내게 뭐 그리 특별한게 있죠?>라고 묻지 말아요. 내가 나 자신에게 설명할수 있는 한도내에서는 당신에겐 전혀 특별한것이 없으니까. 그러나 어쨌건 난 당신외엔 아무것도 생각할수가 없어요. 삶의 비의(秘意)란 바로 이런것일거요.》

《난 그런 질문 할 생각 없었어요.》
《굳이 리유를 대라고 한다면, 내앞에 있는 녀자는 고통을 극복해 그것을 긍정적이고 창조적인것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말하겠어요. 하지만 그것으로 모든게 설명되는건 아니오.》
이야기가 점점 심각해지고있었다.

그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나는? 내 모든 창조성, 전 세계의 화랑들이 서로 유치하려고 다투는 내 그림들, 날 자랑스러운 아들로 여기는 내 고향마을, 단 한번도 내게 생활비를 청구한적이 없는 전 안해들, 건강하고 괜찮은 외모, 한 남자가 바랄수 있는 모든것을 갖고도…나는 한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기껏 오후 한나절을 함께 보낸 녀자에게 <나에겐 당신이 필요하오> 하고 말하고있소. 당신의 외로움이 뭔지 알아요?》

《네, 그게 어떤건지 알아요.》

《하지만 내가 느끼는, 언제든지 사람들을 만날수 있고 축제와 파티와 연극초대연회에 매일 초대를 받고, 전화벨은 끊임없이 울려대고, 아름답고 지적이고 교양있는 녀자들이 내 그림을 너무나 좋아한다며 함께 저녁식사를 하자고 매달리는 그속에서 느껴지는 외로움은 알지 못할거요. 뭔가가 발목을 붙들며 말하죠. <가지 마. 재미없을거야. 이번에도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느라 호기를 부리며 하루밤을 보내게 될거야. 모든 사람을 유혹할 능력이 있다는걸 너 자신에게 증명하느라 에너지만 랑비하게 될거야.> 그러면 난 외출을 포기하고 작업실로 들어가 당신에게서 보았던 그 빛을 찾는 일에 몰두해요. 난 작업할 때가 아니면 빛을 볼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가져보지 못한 무엇을 줄수 있죠?》
그가 그녀의 하루밤 몸값을 지불한 손님이라는 사실은 잊어버린채 다른 녀자들에 대한 언급때문에 조금 기분이 상한 그녀가 대꾸했다.

그가 세번째 잔을 들이켰다. 마리아는 마음속으로 그의 목구멍과 위장을 태우고 혈관속으로 섞여들어가 그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는 알콜의 경로를 따라가보았다. 그녀도 취기가 오르는것 같았다. 랄프의 목소리가 단호해졌다.

《좋아요. 내가 돈으로 당신 사랑을 살수는 없겠죠. 하지만 당신 입으로 섹스에 대해서라면 뭐든지 안다고 했으니 나한테 그걸 가르쳐주시오. 아니면 브라질 얘길 해주든지. 당신곁에 있을수만 있다면 뭐든지 좋아요.》

이제 어떡하지?

《난 브라질의 도시라곤 내가 태여난 곳하고 리우데자네이루, 단 두곳밖에 몰라요. 그리고 섹스에 대해서라면, 내가 당신에게 뭘 가르쳐줄수 있는 립장이 아닌것 같아요. 난 이제 겨우 스물셋이예요. 당신은 나보다 여섯살 위인데다가 나보다 훨씬 더 풍부하고 강렬한 경험을 했어요. 난 내가 원하는게 아니라 그들이 원하는것을 하고 그 대가로 돈을 지불하는 남자들을 만나요.》

《난 남자들이 동시에 한 녀자, 두 녀자, 세 녀자와 해보고싶다고 꿈꿀수 있는것을 모두 해보았어요. 그런데도 많은걸 배웠다고 말할 자신이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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