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sjmz 블로그홈 | 로그인
세계명작

카테고리

※ 댓글

  • 등록된 코멘트가 없습니다
<< 4월 2024 >>
 123456
78910111213
14151617181920
21222324252627
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블로그 -> 기타

나의카테고리 : 《11분》

《11분》 (련재16)
2015년 01월 23일 22시 22분  조회:1579  추천:0  작성자: 세계명작


마리아는 제네바에 온 이후로 종종 그랬듯 추위와 어둠속을 걸었다. 평상시 그런 산책은 슬픔, 외로움, 브라질로 돌아가고픈 마음, 낯선 언어, 금전문제, 시간적제약들을 불쑥불쑥 불러일으켜 우울증에 빠져들게 하곤 했다. 하지만 오늘 그녀는 40분동안 빛, 지혜, 경험, 마법으로 충만한채 한 남자와 함께 벽난로 불꽃앞에 머물렀던 녀자, 바로 자기 자신과의 만남을 향해 걸었다. 마리아는 얼마전 호수가를 산책하며 새로운 삶에 뛰여들어야 할지 말지를 고민하는 동안 그 녀자의 얼굴을 흘끗 본적이 있었다. 그날 오후 그 녀자는 서글픈 미소를 지었다. 마리아는 얼마전 랄프의 그림에서 그 녀자의 얼굴을 다시 보았다. 이제 마리아는 또다시 그 녀자가 곁에 있는것을 느꼈다. 마리아는 한참 뒤 그 마술적인 존재가 늘 그렇듯이 그녀를 홀로 두고 홀연히 사라져버린걸 깨닫고나서야 택시를 잡아탔다.
추억을 망치지 않기 위해서는 방금 보낸 좋은 시간을 근심으로 흐트리지 않기 위해서는 그녀와 처음 만난 오후에 대해 더이상 생각하지 않는편이 나았다. 또 다른 마리아가 진정 존재한다면 언젠가 다시 나타날터였다.

랄프에게 장난감 기차 객차를 선물받은 날 밤, 마리아가 쓴 일기.

깊은 욕망, 가장 실제적인 욕망, 그것은 누군가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욕망이다. 거기서부터 반응이 일어나고, 남자와 녀자의 게임이 시작된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이끌림은 설명이 불가능하다. 그것은 순수상태의 욕망이다.

욕망이 아직 이 순수상태에 머물러 있을 때 남자와 녀자는 삶에 대해 열광하고 다음번 축복의 순간을 기다리며 매 순간을 경배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그것을 아는 사람들은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그들은 경솔한 행동으로 사건을 앞당기려 들지 않는다. 그들은 불가피한것은 반드시 발현되리라는것, 진실은 늘 자신을 드러낼 방법을 찾고있다는것을 알고있다. 그들은 매 순간이 너무나 중요하다는것을 알고있기때문에, 망설이거나 기회를 놓치지 않으며, 어떠한 마술적순간도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며칠후, 마리아는 자신이 그토록 피하고자 했던 함정에 빠졌다는것을 깨달았다. 그렇지만 슬프지도 불안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더 이상 잃을것이 없었기때문에 자유로웠다. 상황이 매우 랑만적이긴 하지만 랄프 하르트는 존경받는 예술가인 반면 그녀는 창녀라는것을 그는 태여나면서부터 관리되고 보호받는 천국에서 살아온 반면 그녀는 세상 반대편에 있는 늘 위기를 겪는 나라에서 왔다는 사실을 랄프 하르트가 깨닫는 날이 오리라는것을 알고있었다. 그는 명문대학을 졸업했고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관들을 드나들지만, 그녀는 고작 고등학교를 졸업했을뿐이였다. 그런 꿈은 오래 지속되는것이 아니였다. 마리아도 살만큼 살았으므로 현실이 꿈과 일치하지 않는다는것쯤은 잘 알고있었다. 그런데도 그녀의 가장 큰 기쁨은 이런것이였다. 현실에 대고 너따윈 필요없다고, 나의 행복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에 좌우되지 않는다고 말하는것.

《맙소사, 난 너무 랑만적이야.》
일주일내내 그녀는 어떻게 하면 랄프 하르트를 행복하게 해줄수 있을가 고민했다. 그는 그녀가 영영 잃었다고 생각한 자긍심과 《빛》을 되찾아주었다. 그에게 보상을 해줄 방법이라면 그가 마리아의 전공이라고 여기고있는 섹스뿐이였다. 하지만 코파카바나의 직업적인 섹스라는것은 너무나 뻔했기때문에. 그녀는 다른 정보들을 찾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우선 포르노 영화를 몇편 섭렵했다. 하지만 거기서는 파트너의 수에 관계된 몇몇 사항을 제외하고는 흥미를 끌만한것을 찾아내지 못했다. 영화가 큰 도움이 되지 않았기때문에. 그녀는 제네바에 도착한 이래 처음으로 책을 사기로 했다. 한번 읽고나면 아무 쓸모도 없어질 책들을 아빠트 여기저기에 놓아두여야 하는것이 거추장스럽긴 했지만. 그녀는 랄프와 산티아고의 길을 걸을 때 봐두었던 서점으로 갔다. 그리고 그 주제에 관련된 책들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런 책들은 엄청나게 많아요.》
서점에서 일하는 아가씨가 말했다.
《사람들은 그것외에는 관심이 없는것 같아요. 특별 코너에 진렬된 책들 말고도, 저기 보이는 모든 소설책들속에 섹스장면이 적어도 한번쯤은 꼭 들어있어요. 감동적인 사랑 이야기나 인간의 행동에 대한 따분한 훈계로 덧칠을 해놓긴 했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건 오로지 그것밖에 없어요.》

그 아가씨는 잘못 생각하고있었다. 마리아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그것을 알수 있었다. 사람들은 세상사람들이 모두 섹스만 생각한다고 믿고싶어한다. 사람들은 욕망이 반짝이도록 만들기 위해 식이료법을 하고, 가발을 쓰고, 미장원이나 헬스클럽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야한 옷을 입는다. 그런 다음엔? 행동으로 넘어가야 할 시간이 오면, 11분, 그것으로 끝이다.  창의성도, 환희의 절정으로 이끌어주는 아무것도 없다. 그 짧은 순간의 반짝임만으로 불꽃을 계속 피울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세상이 책을 통해 설명될수 있다고 믿는 그 금발 아가씨와 왈가왈부해봤자 아무 소용도 없을터였다. 마리아는 특별 코너가 어디 있는지 알려달라고 했다. 그녀는 거기서 게이, 레즈비언, 수녀(교회에서 일어나는 외설적인 이야기)들에 대한 책 몇권과 삽화가 곁들어진 동양의 방중술에 대한 책들을 발견했다. 그중 그녀의 관심을 끈것은 《성스러운 섹스》라는 제목의 책 단 한권뿐이였다. 적어도 다른 책들과는 다를것 같았다.

그녀는 그 책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와 명상음악을 틀어주는 방송에 라디오 채널을 맞춰놓고 책을 펼쳤다. 책에는 몸을 자유자재로 비트는 곡예사나 따라할수 있을 다양한 체위의 삽화들이 실려있었고 아주 지루했다.

마리아는 사랑이 체위에 좌우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대부분의 경우 체위의 변화는 춤의 스텝처럼 자발적이고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만큼 이미 충분한 경험을 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책의 내용에 집중해보려고 애썼다.

두시간후, 그녀는 두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첫째는 코파카바나로 일을 나가야 하니 곧 저녁을 먹어야 한다는것이였고 둘째는 그 책의 저자가 섹스에 대해 아무것도 리해하지 못하고있다는것이였다. 책에는 리론, 동양의 준거, 피상적인 의식(儀式), 엉뚱한 제안들만 잔뜩 라렬되여있었다. 저자가 히말라야(그녀는 히말라야라는 곳이 어딘지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에서 명상을 했고 다른 많은 책들을 인용한것으로 보아 그 문제에 관한 많은 독서를 했다는것을 짐작할수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본질적인것을 모르고있었다. 섹스는 리론, 향, 접촉점, 복잡한 체위에 좌우되는것이 아니다. 하긴 그 분야에서 일하고있는 마리아조차도 잘 모르는것을 어떻게 한 녀자(저자는 녀자였다)가 왈가왈부할수 있단 말인가? 아마 히말라야에서 뭘 잘못 배웠거나, 단순함과 열정속에 아름다움이 녹아들어있는 주제를 복잡하게 서술하다보니 그렇게 꼬여버렸을것이다. 이런 한심한 책이 버젓이 출간될수 있다면, 마리아 역시 자신이 구상한 《11분》의 집필을 진지하게 생각해볼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서술할 생각이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에게 그럴 시간도 흥미도 없었다. 그녀는 랄프 하르트를 행복하게 해주는데에, 그리고 농장경영을 배우는데에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집중해야 했다.

섹스에 관한 지루한 책을 한쪽으로 치워버린 직후 마리아가 쓴 일기.

한 남자를 만났고, 그에게 빠져들었다. 나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리유를 구실삼아 내가 사랑에 빠지는것을 허락했다. 석달후면 나는 먼 곳에 가있을것이고 그는 하나의 추억에 불과하리라. 하지만 사랑 없이 사는것을 더는 견뎌낼수가 없었다. 나는 한계에 도달해있었다.

나는 랄프 하르트를 위해 하나의 이야기를 쓴다. 그가 나이트클럽을 다시 찾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 생애 처음으로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를 사랑하는것만으로 충분하다. 그와 함께 있다는 생각만해도, 그의 발소리, 그의 말소리, 그의 정겨운 눈길이 이 도시에 아름다운 색갈을 입힌다. 내가 이 나라를 떠날 때, 그는 하나의 얼굴을, 하나의 이름을 가질것이고, 나는 벽난로 불꽃에 대한 추억을 가져갈것이다. 내가 여기서 경험한 다른 모든것, 내가 거쳐온 모든 힘겨운 난관은 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것이다. 

그가 나를 위해 한것을 나도 그를 위해 해줄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많은 생각을 했고, 내가 그 카페에 우연히 들어간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가장 중요한 만남은 육체가 서로를 보기도 전에 령혼에 의해 준비되는것이니까.

그러한 만남들은 우리가 한계에 도달했을 때, 우리가 감정적으로 죽어 다시 태여날 필요가 있을 때 이루어진다. 그 만남들은 우리를 기다리지만, 우리는 그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피한다. 하지만 우리가 절망에 빠져있을 때, 우리에게 잃을것이 아무것도 없을 때, 아니면 우리가 삶에 열광해있을 때, 미지(未知)가 모습을 드러내고 세계는 흐름의 방향을 바꾼다.

누구나 사랑할줄 안다. 그것은 인간에게 내재되여있는것이다. 자연스럽게 사랑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하는 법을 다시 배우고 기억해내야 한다. 단 한사람의 례외도 없이 모두 지나간 감정들의 불길속에서 활활 타오르고 기쁨과 고통, 추락과 회복을 다시 살아내야 한다. 새로운 만남들 뒤에 존재하는 운명을 알아볼수 있을 때까지. 

그제야 육체가 령혼의 언어로 말하는 법을 배운다. 그것이 섹스다. 자신이 내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 전혀 모르고있지만 나에게 내 령혼을 돌려준 남자에게 내가 줄수 있는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가 나에게 요구한것도 바로 그것이다. 그는 그것을 가지게 될것이다. 나는 그가 행복해지길 원한다.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3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30 《11분》 (련재28.끝) 2015-02-01 0 1771
29 《11분》 (련재27) 2015-02-01 0 2110
28 《11분》 (련재26) 2015-01-31 0 1493
27 《11분》 (련재25) 2015-01-31 1 1479
26 《11분》 (련재24) 2015-01-30 0 1509
25 《11분》 (련재23) 2015-01-29 0 1631
24 《11분》 (련재22) 2015-01-28 0 1504
23 《11분》(련재21) 2015-01-27 0 1498
22 《11분》 (련재20) 2015-01-26 0 1329
21 《11분》 (련재19) 2015-01-25 0 1516
20 《11분》 (련재18) 2015-01-24 0 910
19 《11분》 (련재17) 2015-01-24 0 893
18 《11분》 (련재16) 2015-01-23 0 1579
17 《11분》 (련재15) 2015-01-22 0 1534
16 《11분》 (련재14) 2015-01-21 0 1570
15 《11분》 (련재13) 2015-01-20 0 1474
14 《11분》 (련재12) 2015-01-19 0 1546
13 《11분》 (련재11) 2015-01-18 0 1608
12 《11분》 (련재10) 2015-01-17 1 1446
11 《11분》 (련재9) 2015-01-17 0 1578
‹처음  이전 1 2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