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소설]
"아빠, 다른 아빠가 와서 저녘밥을 다 먹어치웠어."
손룡호
아빠는 무슨 일이 그리 바쁜지 아침에 출근하면 저녘에는 늘 밖에서 식사하고 얼근해서 늦게 들어옵니다. 엄마는 그런 남편이 안타깝기도 하고 때론 미웁기도 하였습니다. 소학교 1학년다니는 어린 지예는 아빠가 미워났습니다. 아무리 일이 바빠도 저녘에는 아빠 엄마와 마주하고 앉아서 밥을 먹고싶었습니다.
오늘은 엄마가 몇십리나 되는 야산에 가서 아빠가 좋아하는 봄물쑥나물을 뜯어다가 시원한 물쑥국을 끌여놓았습니다. 엄마는 산에서 내려와 집에서 물쑥나물을 검질하면서 아빠에게 벌써 전화를 걸었댔습니다. 그런데 아빠는 또 늦습니다. 엄마는 기다리다가 벽시계를 쳐다보고는 안되겠다고 도리머리를 젖습니다.
"지예야, 우리 먼저 먹자."
이때 지예는 까만 눈을 깜빡입니다.
"엄마, 가만있어."
지예는 쫑드르르 전화기가 놓여있는 차상에 달려가 아빠전화번호를 눌렀습니다.
"왜 바쁜 사람한테 전화하고 그래?..."
아빠는 짜증섞인 소리로 핀잔하였습니다. 아들은 정말로 아빠가 서운하였습니다. 엄마의 성의도 몰라주는 아빠가 싫었습니다.
"아빠, 저녘에 집에 와도 밥이 없어. 다른 아빠가 와서 다 먹어치웠어."
"뭐라구? 다른 아빠?..."
지예는 전화기를 내려놓았습니다. 아빠가 급해서 련속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습니다. 아빠는 정신없이 허둥지둥 주먹쥐고 집으로 달려왔습니다.
2017.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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