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사람들
손룡호
그들은 물러났다
해뜨고 지는 것처럼
달뜨고 지는 것처럼
매일 그 직장 그 기계곁에 서서
하나의 부속이 되여 바삐 돌아쳤다
30--40년을 하루같이 돌아쳤다
그들은 아버지요 엄마였다
안해요 남편이였다
언니요 오빠였다
녀동생 남동생이였다
일하여 나오는 돈으로
살아가는 제일선 로동자들이였다
그들은 한 일터에서 떠날 줄 모르는 사람들이였다
해가 뜨면 줄줄이 자전거를 타고
공장대문으로 직장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였다
지각조퇴는 그들에게 금물이였다
낮과 밤을 엇바꿔가면서
리윤창출에 혼신을 다 한 사람들이였다
그들은 열심히 일하는 것을
근본으로 뿌리내린 사람들이였다
느닷없는 생활충격에 몇십년의 공령을 아쉽게 접고
사표내고 먼길을 떠난 사람들이였다
자식출세시키겠다고 출가시키겠다고
몸과 마음을 삶의 매돌에 갈았었다
그들은 일해온 것만치 할말이 많은 사람들이였다
익숙한 얼굴들을 보고싶어
서로 보면서 잘 있나 건강하나
자식들은 잘 나가고 있나
묻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들이였다
그리움이 많은 사람들이였다
위챗이 사방에 널린 그들을 모아 놓았다
세상이 아무리 크고 넓어도
사람들이 오글오글 해도
그들은 서로 찾고 싶었다
그들은 서로 보고 싶었다
그들은 서로 만나 함께 활동하고 싶었다
그들은 아픈 몸들이였다
자기를 잊고 열심히 일하면서 탈이난 몸들이였다
자주 병원을 드나들면서 병과 동무하여 살고있었다
살아온 세월을 하나하나 흰머리로 기록하고 있었다
쓰린 속에 술 몇잔이면 쓰러진다
손발이 차고 저리고 입검이 흔들고 기억이 삭막해가고
그들은 그래서 그래도
찾고 만나고 얘기하고
함께 노닐면서
삶을 공감한다
소중한 인생의 가치를 성심껏 진맥해 간다
그들은 정녕 따뜻하고 소박한 사람들이였다
2018.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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