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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리시진' 김수철 전"(련재 28)
2021년 01월 01일 05시 32분  조회:187  추천:0  작성자: 오기활
                            제 3부 ; 신문잡지로 읽는 김수철
  2, 자연의 대문을 열어가는 사람
                                     (2)

장검인양 창공을 뚫고 우뚝솟은 백두산. 끝간데 없이 눈뿌리 아득히 뻗어간 천리림해에 동이튼다.
산중턱에 아담히 자리잡은 백두산보호국벽돌집은 안개 이불속에 묻혔다.
“엊저녁에 폭우가 내렸는데 묘칠후에 떠나 보시죠.” 국장동무가 길 떠날 차비에 여념이 없는 두 사람에게 권고하는 말이다.
“아니,‘천마’는 이런 날씨를 더 좋아 하지요.”
김선생은 국장에게 사의를 표하며 신들메를 꽁꽁조인다.
”김선생은 그 수수께끼를 꼭 플어야 발편잠을 쉬겠답니다.”
동행하는 주 의약공사 김동무가 쾌활하게 웃으며 김선생을 두둔해 나선다.
며칠전에 있은 일이 였다. “연변중초약”책을 편찬하던 김선생은 한 가지 문제에 봉착하였다. 즉 연변에 반신불수와 고혈압에 쓰는 진귀한 약재인“천마”가 나는가 안나는가. 난다면 출생지는 어디인가. 종시 답안을 찾지 못해 모대기던 그는 어느 하루 김동무한테서 자기가 5.6년전에 백두산으로부터 몇십리 떨어진 무송쪽수림에서 “천마”를 보았다는 말을 들었다. 김선생은 날듯이 기뻤다. 헌데 김동무는 빙그레 웃음“하, 김선생님. 천마가 있다는 것이 확실한데 책에 적어넣으면 안됩니까?”하고 물었다. 이 말을 들은 김선생은 즉시 정색해지는 것이였다.
“김동무, 과학이란 로실한 학문인 것 만큼 우리는 어디까지나 실사구시 해야 하오. 실물표본과 출산지등을 똑똑히 얻지 못하고 책에 기입하는건 과학에 대해 책임지지못하는 표현이요. 그리고 또 후대에 대해서도 책임지지 못하는 태도지.”
이리하여 그들은 부랴부랴 급한 길을 떠났던 것이다.
밖을 나서니 새벽안개가 천지림해에 이불을 쭉펴서 몇발자국 앞도 잘 보이지 않는다. 간밤에 쏟아진 폭우에 물벼락을 맞은 나무들은 스쳐지나가는 바람에 콩알 같은 물방울을 뚝뚝 떨군다. 물방울이 목덜미에 떨어 질 때 마다소름이 쭉 끼친다.
한참 걸으니 사품치는 백하가 길을 막았다. 강우에 무지개처럼 걸린 외나무다리, 두 사람은 손을 꼭 잡고 다리우에 천천히 올라선다. 얼음판처럼 미끌미끌하다. 그들은 온 몸의 신경을 발끝에 모아 바레무무용수처럼 한치한치 내디디며 다리를 건넌다. 전신에 땀이 빠직빠직 돋는다.…. 다리를 건넌 그들의 얼굴에는 안도의 빛이 흐른다.
한 20리 실히걷자 꼭 들어선 버드나무숲이 앞을 막는다.
“엉?” 김동무는 무망간에 소리친다.
“왜 그러오?”
“길이 없어졌습니다.”
두 사람은 한창 돌아 보았으나 끝내 길을 찾지 못했다.
“이상한데? 분명 5,6년전엔 길이 있었댔는데…”
“허허, 길이 없으면 길을 내면서 가지. 이 길잡이가 있으니 념려 없소>” 김선생은 지남침을 꺼내들며 소탈하게 말한다.
길 없는 길을 찾아 가시덤불을 헤치며 앞으로만 나아가는 그들의 강행군. 몸집이 건장하고 힘꼴이 센 김동무가 저만큼 앞서서 간다.”
“work harder! work harder!”
(위오ㅡ크하ㅡ더! 위오ㅡ크하ㅡ더!)(힘을  냅시다! 힘을 냅시다!)
등뒤에서 들려오는 김선생의 힘찬 목소리에 김동무는“예?”하며 돌아섰다. 자기를 부르는 줄로 알았던 것이다. 김동무의 의혹에 찬 얼굴 표정을 보던 김선생은 저도모르게 허허 웃었다.
“나의 학습이 동무에게 착각을 주었구만.” 김선생은 그를 바싹 따라서며 손에 쥔 단어카드를 넘겨준다.
“아니? 영어단어카드?” 김동무의 눈은 화등잔이 되였다.
김동무의 표정에서 그의 내심을 낱낱이 들여다 본 김선생은“요기도할?Y 좀 쉴가?” 하더니 옆에 넘어진 진대나무우에 소료(비닐박막)를 펴는 것이였다. 붉은해가 아득하게 높이솟은 나무우듬지들 사이로부채살 같은 해살을 펴칠다. 김선생은 허리춤에 둘러찼던 밥보자기를 풀어 헤친다. 밥한줴기를 김동무에게 주고 다른 한 줴기를 자기가 쥐더니 맛나게 한입 뚝 뗀다. “실로 별미로군.” 산속에선 휴식의 한 때 이 멋이 좋다.
“김선생님, 지금이 어느 땝니까? 지식이 많을수록 더 반동이란 고함소리가 판을 치는데… 그리고 또 몇 년전의 교훈도…”
“뭐? 몇 년전의 교훈?” 미소가 흐르던 김선생의 얼굴엔 삽시에 도고한 기상이 비꼈다. 과학을 탐구한 것이 죄로 되여“자산계급전문가”란 모자를 쓰고 일어, 영어, 로어를 학습한 것이 죄로 되여“양노”란 감투를 쓰고 반년동안이나 인신자유를 박탈당한채 비판받고 투쟁받던 억울한 일. 허나 그 따위 압제와 박해는 도리여 그의 결심과 의지를 더 굳게 했을뿐이였다.
“김동무, 작년에 열린 4기 인대에서 주총리께서는 모주석께서 구상하신 네가지현대화의 웅위로운 전망을 우리 앞에 펼쳐줬소. 그날을 앞당기기 위해 배움과 탐구의 길에서 티끌만한 동요도 있어서는 안된다고 보오.”
“그런데 왜‘고린내 나는 아홉째’라는 모자가 지금도 날아 다닙니까?”
“고린내 나는 아홉째?” 이렇게 되뇌이는 김선생의 입가에 경멸의 빛이 스쳐 지나간다.
“그자들더러 지껄일대로 지껄이라하지요. 이 아홉째가 사회주의 락원의 꽃동산에 자신의 심혈로 아름다운 꽃, 향기로운 꽃들을 가꿔준다는 것을 력사는 증명할 것이니깐!”
그들은 다시 길을 떠났다. 앞에서서 인적 없는 태고연한 원시림에 길을 개척하며 앞으로만 나가는 김선생, 오늘 따라 그가 한결 더 돋보인다.
심산의 해는 노루꼬리처럼 짧기도 하다. 오후 3시에 접어들자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고 망망한 천리림해에 황혼이 천천히 꿈자리를 편다.
“김동무” 한 마장 앞에서 김선생의 부르는 소리에 김동무는 급히 달려갔다. 옆에 다가선 자취도 모르고 언제 불렀느냐 싶게 한자리에 뿌리내린 듯 정숙히 서서 앞을 응시하는 김선생. 이윽고 김동무의 시선도 그의 시선을 따라 한곳에 멎었다. 창공을 치뚫고 아득하게 솟은 분비나무. 세월의 풍상에 씻기고 또 씻겨도 힘 있게 씌여진 력력한 글발!
“인민들이여, 한결 같이 항일의 성전에 떨쳐 나서자!”
그들의 가슴속엔 숭엄한 감정의 격량이 굽이친다.
“우리도 여기서 하루밤을 묵지.” 이윽고 김선생은 격동된 음성으로 침묵을 깨뜨리더니 도끼로 주위의 잔나무들을 찍는다.
얼마후 간편하게 꾸린 막 앞에 우등불이 타오른다. 40년전에 항일의 봉화가 타올랐던 유서깊은 이 전적지에 오늘은 천추에 길이 빛날 항일영웅들의 영령을 지키며 우등불이 활활 밤하늘을 태운다.
“선렬들이피와생명으로바꾸어온이강산, 우리에게물려준이강산, 여기에 숨어 있는 교묘한 대자연의 미지수들을 하나하나 풀어 인민에게 복을주고 강산을 굳게 다져가는 우리 과학일군들의 사명은 얼마나 중대한 것인가! “ 이렇게 사색을 무르익혀가는 김선생은 자기 어깨우에 놓인 짐이 얼마나 무겁다는 것을 심장으로 깊이깊이 느끼였다.
스산한 산바람에 랭기와 습기가 온몸에 스며들어도 엄동설한에서 밤을 지샜을 항일영웅들을 생각하는 그들의 마음은 한없이 후더워 났다. …
얼굴에 선뜩선뜩 떨어지는 물방울에 놀라 깨여나니 김동무의 몸엔 김선생의 소료가 덮어져 있을뿐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새날이 밝아오는 심산밀림속에서 그는 어디로 갔을가?
“선생님ㅡ!” 그는 손나팔을 입에 대고 연거퍼 몇번 목청껏 불렀다. 그 소리는 메아리고 천리 림해에 울려간다.
“여기요ㅡ!” 귀를강구니 남쪽 방향에서 화답하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온다.
김선생은 자기 한테로 급히오는 김동무를 향해 황옥색꽃이 피고 대꼭지 같은 뿌리에 탐스런 열매가 달린 식물을 쳐들어 보이며 환희에 넘쳐 높이 웨쳤다.
“‘천마’요! 연변의‘천마’요!”
련연히 굽이쳐 간 장백산발도 메아리로 화답한다.
“‘천마’요! 연변‘천마’요!”
여러 번 오르내린 백두산으로부터 내두산, 소골령, 대골령, 베개봉, 소팔령, 대팔령, 오랑캐령, 하발령…연변의 산과 들 마다에 별처럼 찍혀진 김선생의 발자국, 그 발자국마다에 풍만한 열매로 아롱진 과학탐구의 성과!
독자들이여, 400여가지 중초약을 생동한 그림과 상세한 설명으로 소개한 1130페지에 달하는“연변중초약”책을 펼칠 때 그대들은 이책의 매 한장의 그림. 매 한페지의 글자속에 속속들이 슴배인 김선생의 수십년간 피타는 노력과 심혈을 잊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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