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설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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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볏 쫗기
2013년 10월 17일 00시 38분  조회:1876  추천:1  작성자: 오설추
   그녀가 아무리 우아한척 얌전을 빼도 녀자들은 그냥 그녀를 남자의 첩년이라고 쑥떡거린다. 고운 옷을 입고 나서도 남자 돈을 얼려 사입은거라하고 어디를 려행 갔다와도 남자의 돈을 빼내 잘도 놀아댄다고 한다. 협회선진이 되여 붉은 꽃을 달아도 남자의 본처눈에 피눈물 나게 하고도 저렇게 대소변 못가릴정도로 앞에 나설수 있는가 한다. 하긴 부부가 애글타글해도 자식하나도 키우기 벅차하는 녀자들이고 보면 애들이 딸린 과부가 아무 일 않고도 호의호식 하니 격분할만도 한 일이다. 이럴 때 차라리 그녀가 팥지 같은 박색이였으면 그 주제에 남자 꼬시는 재간은 있다고 편히 웃기나 하겠지만 안타깝게도 콩지륙촌에나 가는 인물이여서 녀자들에게는 견딜수 없는 재앙으로 다가오는 모양, 겨울날의 된감기처럼 그녀의 일거수일투족마다 격렬한 기침을 내뱉는다.
   아이러니한것은 그녀를 거들 때마다 그 남자를 밑반찬처럼 꼭꼭 곁들이는 녀자들이 정작 남자에게는 한번도 기침을 뱉지 않는다는것, 오히려 처첩도 거느릴수 있는 센스있는 남자란다. 남자가 바람나면 로맨스고 녀자가 바람나면 불륜인가. 듣자니 그 남자의 본처가 제남편은 멀쩡히 놔두고 그녀의 첩살림만 잡아두드리며 갖은 행패를 다 부렸단다. 녀자들이란 동성의 불륜에는 무자비한 독재이고 이성의 불륜에는 무한한 민주주의인가.
   한무리 암탉들이 몰려들어 한 암탉의 볏만 피나도록 짓쫗아대는것을 본적이 있다. 왕따당하는 암탉의 볏이 특별히 빨갛고 예뻐 수탉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기때문이란다. 눈이 시도록 빨갛고 성감적인 볏은 그렇지 못한 보통 볏들의 성적본능에 상처를 입일수 있단다. 상처 입은 본능은 걷잡을수 없는 분노와 폭력으로 전환되기도 한다. 녀자들의 기침뱉기와 그남자 본처의 행패도 일종의 “빨간볏 쫗기”심리에 속한다고 말할수 있다.
   이런 “빨간볏 쫗기”현상은 농촌에 빈하중농재교육을 받으러 갔을 때도 있었다. 나라 운명에 관계되는 엄숙한 정치로선투쟁회에선 병걸린 닭들마냥 꺼떡꺼떡 조는 아줌마들이 바람난 과부를 투쟁한다 하면 지렁이를 발견한 닭무리마냥 눈에 빛이 반짝반짝 나는것이였다. 하긴 이 과부가 보통 바람쟁이도 아니고 전문 혁명적간부들만 부식시키는 “반동적바람쟁”인데다 저네들처럼 앉으나서나 풍더분한 “몸뻬”가 아니라 남정네 눈을 쏙 빼먹을듯한 조롱박스타일이였으니, 그 덕에 밭일에 손가락 까딱 않고도 하루 삼시 이밥만 차례지는 상팔자여서 오로지 한 남정만 바라고 밥상밑의 묵은 조밥만 챙기는 저네들 하고는 비교도 안되는터였다. 그러니 어찌 이 순간에 눈이 반짝반짝 빛나지 않으리오, 언녕 가위까지 챙긴 “반짝반짝”들이 소여물 썰듯 그녀의 머리채부터 썩둑썩둑 자르는것이였다. 예쁜 “볏”에 대한 콤플렉스를 변비 풀듯 풀어내는 판이였다. 뒤이어 정치바람쟁이 과부에게 부식된 혁명적간부동지의 본처란 분이 체머리까지 벅차게 떨며 혁명구호를 웨치기시작했다.
   “저 바람쟁이년을”
   “저 바람쟁이년을” 빈하중농들이 우렁차게 따라웨쳤다.
   “어쩔가?”
   “어쩔가?” 빈하중농들이 따라웨쳤다.
   따라웨치다 불시에 산사태 터지듯 웃음이 터졌다. 타도하자!해도 아직 덜 분이 풀리겠는데 어쩔가?라니, 계급립장이 견정하지 못해도 유분수지, 혁명이 무슨 손님을 접대하거나 문장을 짓는것인가, 혁명은 한 계급이 다른 한 계급을 뒤엎는 폭력적인 행동이다. 어찌 “어쩔가?” 라는 얼빤한 계급의식으로 혁명을 대체할수 있단 말인가, 누군가 혁명적코가 시물시물 웃는다더니 오늘은 혁명적주먹이 와하하 하겠다야. 아니나다를가 혁명적주먹이 와하하 하다가 혁명적아래까지 와하하 했는지 누군가 웃다가 “뿅” 하는 소리까지 내고말았다. 그바람에 모두들 배가죽이 세간 날 지경이였다. 이럴 때 어쩔수 없이 둔부에서 나오는 “뿅”소리는 도대체 혁명적소리라 해야하는가, 반혁명적소리라 해야하는가.
    더욱 코미디한건 “어쩔가”의 혁명적간부남편이였다. 지은 죄때문에 앞장은 못서고 점잖게 뒤짐 쥐고 산책하듯 뒤에서 어슬렁거리다가 다들 참지 못해 웃어대는 장면에 가서는 저도 못참겠다는듯 되게 한번 웃더라는것이였다. 같은 죄인이라도 남자는 원고석이고 녀자는 피고석인가.
    이런 ”빨간볏 쫗기”는 60년대에도 있었다. 우리 동네에 처녀로 애를 둘씩이나 낳아기르는 녀인이 있었다. 문제는 늘 앞가슴이 도도한 원피스와 둔부곡선이 완미한 스카드로 동네 “혁띠”들의 눈을 싱숭생숭하게 만드는것이였다. 이에 눈뿌리 시린 동네 “몸뻬”들이 문화혁명이 터지자 때를 만났다고 그녀의 옷궤부터 반란했다. 죄없는 원피스를 빨간볏 쫗듯 죽어라 찟고밟고하는것을 보면 처녀로 애를 낳았다는 기본투쟁목표보다 성감적인 그녀의 “빨간 볏”이 더욱더 우선이였던것 같았다. 그녀가 머리를 깎이우면서 절규하던 일이 어제련듯 생생하다.
   "저도 당당한 공산주의 후계자의 어머니입니다!”  
   하지만 당당한 공산주의후계자를 버리지 않고 키운 어머니는 이렇게 꼬깔모자 쓰고 투쟁을 받고 공산주의후계자 둘씩이나 버린 아버지는 손색 하나 없는 씩씩한 “총각”으로 사대모 쓰고 처녀장가를 갔단다. 처녀가 애를 낳으면 뒤가 구린 과부이고 총각이 애를 만들면 뒤가 말짱한 총각인가.
    이에 대한 남편의 결론 또한 걸작이다. 남자는 바람써도 되지만 녀자는 안되기때문이란다. 그야말로 남자에게는 자유주의요, 녀자에게는 맑스주의인 파시스륜리이다. 더욱 어이 없는것은 이런 파시스륜리하에서도 우리 녀자들은 한번도 눈에 빛이 반짝반짝 날만큼 남자에대한 격분이 일어 안났다는것, 오히려 다함없는 “민주주의 해볓정책”하에 우리 남편 같은 남자들로하여금 지속적으로 “륜리적 무정부주의상태”로 살아가게 만들고있다는 것.
   기실 예쁘고 성감적인 녀성들의 매력도 일종의 예술이라 할수 있다. 아름다움은 선으로 통하고 선은 예술로 통하기때문이다. 하여 한수의 아름다운 시일수도 있고 멜로디일수도 있으며 한폭의 신선한 그림일수도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녀성들이 이런 신성한 예술품에대해 공연히 씹지 못해 안달이다. 오히려 “몸뻬”같은 풍더분한 녀자에게는 우호적이다. 예술품에는 자비감에 의한 불편함과 위기감을 느끼지만 “몸뻬”에는 자신감에 의한 안전함과 편안함을 느끼기때문이다. 이는 곧바로 예술수양의 평범함에서 비롯된 의식으로서 그네들의 미적표준이 아직 “몸뻬”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는것을 설명한다. 이런 “몸뻬” 같은 자비심의 변태심리가 수탉들의 인기를 빼앗길것 같은 암탉들의 집단적공포 내지 폭력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녀자들이란 자기 “볏”만 곱게 다듬자해도 벅차다. 아름다움은 노력과 시간에 정비례되는것이기 때문이다. 제 볏은 다듬지 않고 밤낮 남의 볏만 찧고쫗고 해서야 언제 예뻐질 시간이 있겠는가. 그것은 예술의 파괴이기도 하고 자신의 파괴이기도 하다. 자신의 파괴는 곧바로 자신의 신성한 성을 죄인으로, 피고석으로, 피독재로, “어쩔가?”의 투쟁대상으로 몰아가는 장본인이다. “녀자의 력사”는 영원히 “흑인의 력사”라는 보봐르의 말씀을 잊으셨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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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1 ]

1   작성자 : 연변사람
날자:2013-10-18 11:42:49
그래요, 보이지 않은 부분을 잘 그렸어요. 남자가 지은죄도 여자에게만 씌워지니 가슴아픈 일이였죠, 게다가 여자들도 여자만 쪼아 주니 더 가슴 아픈일이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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