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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리스우에서 자는 곰*거르러치무거 헤허
2013년 12월 11일 08시 56분  조회:2024  추천:0  작성자: 동녘해



“깨여나라, 아야…”
소리가 들려온지 한참 되는것 같았다. 아야는 끝내 무거운 눈을 떴다. 할아버지는 침대머리에 서서 아야를 빤히 내려다보고있었다. 희끗희끗한 할아버지의 머리칼은 창밖에서 비쳐들어오는 해빛에 반사되여 눈부셨다.
“왜 그러세요?”
아야는 해빛이 찔러대는 두눈을 연신 비비면서 물었다.아직도 1분쯤 지나야 아야는 완전히 잠에서 깨여날수 있을것 같았다.
“얼른 일어나라니까. 오늘 너를 데리고 가서 좋은 구경을 시켜주마.”
할아바지는 말씀하면서 집을 나섰다. 문은 여전히 빠금히 열려져있었다. 해빛은 둑을 넘어선 홍수마냥 집안에 흘러들어 아야를 삼켜버렸다. 
“좋은 구경을 시켜준다구요?”
아야는 잠나라에서 펄쩍 뛰여나왔다. 할아버지의 말씀은 그야말로 유혹적이였다. 아야는 속도를 내서 옷을 주어 입은후 신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 그의 어깨가 원목으로 된 문가에 맞혔다. 피부에 소나무의 거친 껍질흔적이 남았을것이라고 아야는 생각했다. 
여름이 시작돼서부터 할아버지는 벌써 여러번이나 아야를 데리고 어디 가서 좋은 구경을 시켜주겠다고 말씀했었다.
한번은 비가 멎은후의 아침이였다. 공기습도가 100프로에 달하는지 걸을라치면 수분이 얼굴에 물방울로 매쳐 흘러내렸다.
아야는 묵묵히 걸음을 옮기는 할아버지의 뒤를 부지런히 따랐는데 물에 빠졌다가 금방 구원되여 강변에 올라온 강아지처럼 연신 얼굴의 물방울을 훔쳤다.
그날 아침, 아야와 할아버지는 오랜 시간을 걷기만 했다. 아야가 너무 힘들어 더 이상 걸을 맥이 없다고 투정을 부렸다. 할아버지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머리를 숙이고 부지런히 걸음을 재우치던 아야가 그만 할아버지의 몸에 부딪쳤다.
아야는 할아버지와 함께 인차 아름드리 자작나무뒤에 숨었다. 아야는 조심스럽게 숨소리마저 죽였다. 오래동안 삼림에서 살아온 아야는 어떤 때에 소리를 내야 하는지 그리고 큰 소리를 내야 하는지를 잘 알고있었으며 또 어떤 때에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용납되지 않는지를 짐작하고있었다. 할아버지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은 그들이 서있는 언덕아래의 작은 물웅뎅이였다. 웅뎅이옆에는 이미 이삭이 패인 부들이 가득 했고 좁은 수면에는 부평초가 두텁게 떠있었다.  빠알간 잠자리들이 지난밤의 추위에서 아직 헤여나오지 못했던지 수면우에서 부자연스럽게 빙빙 돌아쳤다.
아야는 그곳에 좋은 구경거리가 있는것이 보이지 않았다. 수면에는 수생식물이 너무 많아 많은 산소와 자양분이 필요했다. 물속에는 물고기도 별로 없었다.
아야는 웬 일이냐는듯 연신 할아버지를 쳐다보았다. 할아버지는 눈 한번 깜빡하지 않고 물웅뎅이를 지켜보고 계셨다. 얼굴에는 아무 표정도 어리지 않았는데 지어  땀방울도 볼수 없었다. 긴장한듯 뻣뻣해진 피부밑에는 관골만 불뚝 살아나보일뿐이였다.
갑자기 할아버지의 얼굴에서 가는 미소가 피여올랐다. 아야도 분명 물결이 갈라지는 소리를 들은것 같았다. 아야도 할아버지의 눈길을 따라 언덕아래에 있는 물웅뎅이를 바라보았다.
아야는 처음에 그것을 물가운데 솟아난 작은 언덕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그 “언덕”이 움직였다. 잠간후, 파아란 수초가 섞인 물이 그 “언덕”에서 흘러내렸다. 먼저 물속에서 머리를 내민것은 오래동안 물속에서 부패된것 같은 나무토막이였는데 우에 많은 가지들이 남아있었다.  그 뒤를 따라 산짐승의 머리 하나가 불쑥 솟아올랐다. 그 머리는 놀랍게 컸는데 앞부분에 괴상하게 생긴 코가 붙어있었다.
그야말로 너무도 못 생긴 동물이였다.
그놈이 물웅뎅이에서 완전히 몸을 들어내자 그 모양이 작은 섬을 방불케 했다. 어림짐작으로도 그놈의 길이는 3메터에 가까왔고 키는 2메터를 접근할것 같았다. 아야로서는 종래로 본적이 없는 커다란 체대의 동물이였다. 큰 코밑에 있는 입술은 연신 푸들거리고있었는데 입귀로는 파아란 수초가 새여나오고있었다. 커다란 몸집과 어울리지 않게 작은 두눈은 툭 튀여나왔는데 할아버지와 아야가 있는 곳을 망연하게 바라보고있었다. 물에 젖은 갈색 나는 털은 해빛에 반사되여 반짝반짝 빛났다. 그놈의 어깨부근은 불쑥 튀여나와 있었는데 단봉락타의 육봉 같았다.
“엘크로구나.”
할아버지가 낮은 목소리로 말씀했다. 어쩌면 아야가 놀라서 소리를 쳐 엘크를 쫓을것 같아서 먼저 말해 안심을 시키려는것 같았다.
하지만 아야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소리를 지르고말았다. 그런 정황에서 소리를 지르지 말라고 하면 할아버지와 같은 년장자들이나 가능할지 모를 일이였다.
사실 아야도 의식적으로 소리를 지른것은 아니였다. 그때 아야는 아침이슬에 흠뻑 젖은 신을 벗었다가 다시 신으려고 했던것이다. 젖은 신속에서 발이 퍼져 여간만  불편한것이 아니였다. 신을 벗어들고 무엇인가에 발을 올려 놓으려는 순간 아야는 그만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다가 넘어지면서 저도 몰래 큰 소리를 질러 엘크를 놀래웠던것이다.
엘크는 침착하게 몸을 돌리더니 놀라운 속도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마치도 매생이를 타는 재간이 좋은 사람이 푸른 수면을 가르고 질주를 하는것만 같았다. 엘크는 축축하게 젖은 흙언덕으로 올라가더니 인차 무성한 숲속으로 사라졌다. 그곳은 나무들이 빼곡하게 들어선  삼림이였지만 엘크가 얼마나 행동이 잽쌌던지 아야는 나무가지 흔들리는것조차 본것 같지 않았다.
엘크가 언덕에 오르자 물웅뎅이에 커다란 검은 공간이 생겨났다가 인차 떠다니는 부평초에 의해 메워졌다.
그날아침, 할아버지는 아야를 나무람하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바로 아야에게 엘크와 같은 거대한 체구의 산짐승을구경시키기 위한것이였다.
할아버지는 늘 지금 보지 않으면 후에는 볼 기회가 없을것이라고 생각했던것이다.  
아야는 할아버지가 오늘은 무엇을 구경시키려는것일가 하고 생각을 굴려보았다. 할아버지는 입버릇처럼  “좋은것들이 점점 적어진다.”고 말씀하셨다. 
할아버지는 앞에서 걸음을 옮기셨다. 그뒤를 따르는 아야는 할아버지의 등에서 땀이 흘러내려 점점 더 큰 흔적을 남겨놓는것을 지켜보고있었다.
발밑에는 길이 아니라 뽑혀진 나무뿌리며 꺾어진 나무가지며 날이 선 돌쪼박들이 널려있었지만 할아버지의 발걸음은 시종 침착했다. 
아야가 되려 허둥지둥 발걸음이 어지러워졌다. 그는 돌멩이를 밟아 휘청이지 않으면 나무가지에 옷섶이 걸려 걸음을 멈추었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삼림에서 오래동안 말라온 나무가지들은 아야의 몸에 맞혀 신음같은 소리를 내며 부러져내렸다. 그때마다 아야는 흠칫흠칫 놀라군 했다. 그리고 두툼한 락엽에 몸을 숨기고있던 쥐들이 뛰쳐나올 때면 아야는 당금 심장이 멎는듯한 공포를 느끼기도 했다. 
아야는 할아버지의 뒤를 졸졸 따랐다. 무서워서 조금도 게을리 할수 없었던것이다.
처음에 할아버지와 함께 삼림에 들어갔을 때 아야는 너무도 힘들어 휴식을 하자고 연신 할아버지를 졸랐었다.
“너 참, 몸이 허약하구나.”
할아버지가 근심스러운듯한 표정으로 말씀했다.
삼림이 끝나고 완만한 비탈이 나타났다. 아야는 무성한 삼림 한가운데에 그 같은 비탈이 있었다는것이 놀라왔다. 파아란 풀은 융단처럼 비탈로부터 저쪽면의 골짜기에까지 펼쳐져있었다. 
아야는 미끄러운 얼음우에서 허우적거리다가 강변에 올라온 새끼사슴처럼 파아란 풀로 덮인 언덕을 보고 잠시 어쩔바를 몰라했다. 아야는 할아버지를 따라 록색언덕에 올라섰다. 파아란 꿈나라에 들어선듯한 느낌이였다.
그곳은 해볕이 따스한 바람 한점 불지 않는 곳이였다. 그곳에는 수많은 고추잠자리가 모여있었다. 그놈들은 삼림에서 흐르는 일종의 기류에 좌우지되는듯 보이지 않는 중심을 에워싸고 배회하고있었다.
“조심해라, 물을 밟지 않게.”
앞에서 걸음을 재우치던 할아버지가 귀띔했다. 할아버지는 아야의 기분이 붕 떠있다는것을 진작 보아낸듯싶었다.
아야는 오래동안 느껴보지 못하던 선선한 느낌이 운동화속의 발을 감싸는듯싶었다. 그들은 이미 록색으로 뒤덮인 골짜기밑에 도달해있었다. 여름내내 내린 비물이 모두 그곳에 고인듯 했다. 아야와 할아버지의 발검음소리에 놀란 청개구리가 물속에서 펄쩍 뛰여올랐다.
할아버지는 풀들에 가리워진 오솔길에 올라섰다. 하지만 아야는 그 길로 걷기 싫어 고의적으로 곁에 고여있는 물에 들어갔다. 그 바람에 더 많은 청개구리들이 란시라도 터진듯 풀쩍풀쩍 뛰여오르더니 그 맵시로 더 깊은 물속에 사라졌다.
아야의 바지에는 가루같은 부들의 노르스름한 씨들이 들어붙었다.
할아버지는 머리를 돌려 아야를 바라보았지만 뭐라고 나무라지는 않았다.
두개의 작은산 사이에 있는 습지를 걸어지난 그들은 다시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할아버지의 발걸음이 늘여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오래동안 산길을 걸어온 사람들의 특유의 발걸음이였다. 할아버지는 선택성이 있게 발을 옮겨디뎌 될수록 소리가 나지 않게 했다. 땅에 널려있는 돌멩이나 바싹 마른 나무가지를 용케 지나서 맞춤한 곳에 발을 내려놓는 할아버지의 발밑에서는 정말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아야는 할아버지처럼 걸음을 옮기자면 쉽지 않지만 기어코 그 방법을 배워내리라 마음 먹었다.
그들은 천천히 언덕을 올랐다.
갑자기 퍼더덕 하는 큰 소리가 났다. 아야는 지뢰라도 밟은듯 깜짝 놀라 두눈을 꼭 감았다. 온몸을 으스스 떨리게 하는 찬 기운이 아야의 발에서부터 머리쪽으로 스멀스멀 기여올랐다. 아야는 머리가 핑핑 돌아가는듯싶었다.
아야가 두눈을 떴을 때 부산한 소리를 내며 날아오른 새는 벌써 멀리로 가서 두어번 원을 그리더니 습지곁에 있는 풀밭에 내려앉았다.
그놈은 메추리였다.
아야는 자기의 행동이 저으기 만족되였다. 비록 놀라기는 했지만 지난번처럼 크게 소리 지르지 않고 자신을 통제했던것이다. 
메추리와 같은 새들은 몸뚱이가 무겁기때문에 땅에서 날아오를 때 반드시 안간힘을 다하여 날개짓을 해야했다. 하기에 날개에서 요란한 소리가 났던것이다.
그놈들은 또 평소에는 죽은듯이 나무에 숨어있다가도 사람들이 다가가면 갑자기 하늘로 날아올랐다. 아야는 그놈이 방금 할아버지가 곁에 갔을 때는 왜 날아오르지 않았는지 몹시 궁금했다.
뒤에서 그렇게 큰 동정이 났지만 할아버지는 머리도 돌리지 않고 묵묵히 걸음만 재우쳤다. 아야의 발걸음도 전보다 많이 가벼워졌다. 신에 물이 들어가서 자꾸 꿀럭꿀럭 소리가 났다.
할아버지가 잠간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 바람에 아야도 멈추어섰다. 아야는 그것이 방향을 가늠하기 위한것이라는것을 알고있었다. 산길에 습관이 된 사람들에게는 모두 그런 습관이 있었다. 할아버지는 임의의 마른 나무가지 하나로도 자기가 서있는 위치를 알아낼수 있을것이라고 아야는 생각했다.
할아버지는 머리를 돌려 아야를 바라보았지만 얼굴에는 별 다른 표정이 없었다. 하지만 진작 아야의 눈길에서 답안을 찾은것 같았다. 그에 할아버지도 내심으로 만족하는것 같았다.
조용한 삼림에서는 말이 필요 없었다. 눈길로도 얼마든지 뜻을 전달할수 있었던것이다.
아야도 못내 흥분되였다. 그도 진작 그런 방법으로 할아버지와 교류를 해보고싶었던것이다. 아야는 자기도 차츰 성숙되여 가는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야는 할아버지의 뒤를 바싹따라 “좋은 물건”이 있는 그곳에 거의 도착하고있었다. 그들은 끝까지 큰 동정을 내지 않았다. 
태양은 이미 두어발 떠오른 상태였다. 해빛은 나무가지사이를 뚫고 땅을 비추었고 습기는 나무가지사이를 지나 공중으로 날아오르며 무지개같이 황홀한 색채를 련발했다. 아야는 삼림속의 고요함이 좋았다. 아야는 저 멀리 삼림의 어느 곳에서 딱따구리가 나무를 쫓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렇게 높은 소리는 아니였지만 삼림이라 멀리까지 울렸던것이다.
바람이 불어와 나무꼭대기에 난 가지들을 어루쓸어 싸락싸락하는 소리를 냈다.
삼림에는 또 작은 새들의 합창도 있었다. 아야는 근본 그 작은 새들이 어디에 숨어있는지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구성진 노래소리는 아야로 하여금 어느 성대한 모임에 참가한듯한 느낌을 주었다. 
아야는 전에 가끔 집뒤에 있는 자작나무숲에 들어가 새소리를 들은적이있었다. 날이 희붐하게 밝아올 때의 새소리가 제일 구성졌다. 아야는 새들의 노래소리를 록음한적이 있었다. 하지만 록음된 새소리는 현장에서 듣기보다 못했다.
그뒤로부터 아야는 새소리를 다시 록음하지 않았다.
참, 무슨 헛생각이람…
아야는 잡생각을 굴리는 자신을 나무랐다.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무엇인가에 부딪쳐 소리를 낼수 있기때문이였다.
아야는 할아버지와 함께 언덕우에 올라섰다. 큰 소나무들이 하늘을 찌르며 쭉쭉 올리 뻗어있었는데 아야로 하여금 연신 감탄을 터치게 했다. 할아버지는 아야에게 소나무들은 자기옆에 있는 나무들도 해볕을 충족하게 받게 하기 위해 우만 바라보고 자란다고 알려주었다.  
아야는 소나무에 응고되여있는 송진 한쪼박을 뜯어내서 입에 넣었다. 씁쓰레한 느낌이 바짝 마른 아야의 입안에서 감돌았다. 삼림에 사는 애들은 모두 아야처럼 송진을 껌으로 생각하고있었던것이다. 
할아버지는 물속에서 걷는듯 걸음을 늦게 옮겼다. 아야는 가끔 할아버지가 걸음을 멈추지 않았나 뒤를 돌아보았다.
제일 처음 할아버지와 함께 삼림으로 들어왔을 때 아야는 나이가 매우 어렸었다. 그는 할아버지의 느릿느릿한 걸음을 보고 매우 우습게 생각했다. 하지만 삼림으로 들어오는 차수가 잦아질수록 아야는 할아버지가 왜 그렇게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겨놓는가를 알것 같았다. 할아버지는 삼림속의 모든것을 놀래우지 말자고 생각했던것이다.
아야는 조용하게 삼림에 서있으면 자기도 삼림의 일부분으로 된듯한 느낌이 들었다. 자기도 한그루의 나무로 된듯했던것이다.  
어느한번, 아야는 의식적으로 할아버지와 함께 나무옆에 꼼짝 않고 서있은적이 있었다. 물론 할아버지가 먼저 나무옆에 다가가셨던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무숲에 사슴뿌리 한쌍이 나타났다. 아야는 호기심이 동해 사숨뿔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잠간 지나 사슴머리가 나타났다. 이어 길다란 목이며 미츨한 몸뚱이도 보였다. 털은 해빛에 반짝반짝 빛나고있었다. 사슴은 머리를 숙이고 부지런히 먹이를 찾아 먹으며 다가왔다. 얼마후 머리를 쳐든 사슴은 나무옆에 꼿꼿이 서있는 할아버지와 아야를 발견한듯싶었다. 하지만 사슴의 눈에는 공포의 빛이 어리지 않았다. 아야는 종래로 그처럼 부드러운 눈길을 본적이 없는것 같았다. 까아만 눈망울에는 티끌 한점 묻지 않은것 같았다. 사슴은 샘물처럼 맑은 눈동자로 아야와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사슴은 아야와 할아버지를 삼림의 일부분으로 여기는것 같았다. 잠간후 사슴은 몸을 돌려 삼림심처로 들어갔다. 아야는 갑자기 가슴이 쿵쿵 소리를 내며 높뛰고있다는것을 느꼈다. 도무지 자기의 눈을 믿을수 없었던것이다.
“네가 노력만 한다면 영원히 삼림의 일부분으로 될수 있단다.”
할아버지는 아야를 보고 말씀하시면서 의미심장하게 앞쪽을 가리켰다.
아야는 “좋은 물건”이 앞에 있다고 믿었다. 긴장해서 호흡마저 가빠졌다. 하지만 아야는 더 힘을 주어 숨소리를 눌렀다. 그 바람에 얼굴마저 빨개졌다.
아야는 끝내 할아버지의 옆에 붙어섰다.
언덕저쪽에는 나무가 몇그루밖에 서있지 않는 넓고 평탄한 풀밭이 있었다.
그곳에서는 나무뒤에 몸을 숨기고 산아래의 모든것을 한눈에 바라볼수 있었다.
그들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파아란 풀과는 어울리지 않는 매트리스 하나가 놓여져있었다. 재료때문이였던지 매트리스는 해빛에 반사되여 눈이 부셨다.
아야는 심산속에서 그같이 현대적인 매트리스를 본다는게 놀라왔다.
설마 저 매트리스를 “좋은 물건”이라고 했을가?
몇년전,  그곳으로부터 얼마나 떨이지지 않은 곳에 리조트가 있었다는것을 아야는 지금도 기억하고있었다. 리조트는  경영부진으로 하여 인차 문을 닫았었다. 호기심으로 왔던 유람객들은 사실 전기도 없고 물도 없는 산중생활에 적응할수 없었던것이다. 그때 누군가 리조트에서 쓰던 매트리스를 이곳에 던져버린게 분명했다.
할아버지는 저 매트리스가 그렇게 좋은 물건으로 생각되셨을가?
아야는 처음으로 할아버지의 판단력에 이의를 느끼게 되였다.
아야는 머리를 돌려 할아버지를 훔쳐보았다. 그때 할아버지는 미동도 없이 아야옆에 서서 두눈을 쪼프리고 언덕아래의 아늑한 풀밭을 바라보셨다.
아야는 할아버지가 무엇을 기다리고있다는것을 알것 같았다.
할아버지는 삼림에 대하여 아는것이 매우 많았다. 
아야가 할아버지와 함께 보냈던 첫 겨울의 큰 눈이 내리던 그날밤, 아야는 난로가 뿜어내는 열기에 취해 혼곤히 잠이 들어있었다. 등잔불밑에서 사슴뿔을 다듬던 할아버지는 갑자기 손에 들었던 사슴뿔을 상우에 올려놓았다. 사슴뿔에는 어미사슴이 새끼사슴에게 젖을 먹이는 륜곽이 절반쯤 조각되여있었다.
할아버지는 두눈을 쪼프리고 미동도 없이 앉아서 무엇인가에 귀를 기울이다가 머리를 돌려 아야에게 눈길을 돌렸다.
할아버지가 미소를 지으셨다. 그 미소에는 목적을 달성한데서 오는 만족감 같은것이 어려있었다. 아야는 할아버지의 눈길에서 그 “목적”이 무엇인가를 찾아보고싶었다.
할아버지는 등잔심지를 돋구어놓고 창가로 다가가서는 아야에게 다가오라고 눈짓을 했다.
아야는 창문에 한벌 얼어붙은 성에를 손가락으로 파서  작은 구멍을 만들었다. 고요한 달빛아래에서 눈덮인 삼림은 그처럼 신비스럽게 느껴졌다. 어쩌면 로씨야황야에서 제일 아스라니 멀어져있는 동화를 보는것 같았다.
두마리의 예쁜 여우가 밖에 서있었다. 그중 한마리가 깜찍한 머리를 돌려 창문쪽을 바라보고있었다.  
할아버지는 그렇게 자신의 낙언을 실현했던것이다. 아야가 산에 들어오기전에 할아버지는 아야에게 여우를 구경시켜주겠다고 말씀했던것이다. 아야는 정말 타는듯한 붉은 털을 가진 여우를 보고싶었었다.
겨울을 맞은 여우털은 예쁘고 두터웠고 굵직한 여우꼬리는 가볍게 한들거렸다. 여우의 몸은 고동색으로 보였는데   달빛아래에서 은은한 빛을 뿌리고있었다.
그 시각, 그놈들은 먹이를 찾으러 집앞에 나타났던것이다.
아야가 여우를 구경하러 삼림으로 가고싶다고 했을  때 할아버지는 “여우 구경을 왜 삼림속에 가서 하려는거니?” 하고 되물었었다. 그날밤부터 할아버지는 먹고 남은 밥이나 반찬을 마당에 있는 큰 나무아래에 뿌려놓았다.
할아버지는 그놈들이 꼭 먹이를 찾아 마당에 올것이라는것을 알고있었던것이다.
할아버지는 그렇게 삼림속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손금 보듯 알고있었던것이다.
아야는 얼어붙은듯 꼿꼿이 서서 눈 한번 깜빡하지 않고 무엇인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그놈은 엄청나게 큰 몸뚱이를 가진 동물이였다.
곰이다!
아야는 심장이 당금 튀여나올것만 같이 긴장해졌다. 
식물이 풍부한 이 계절에 곰은 삼림속에 있는 모든 먹이를 배에 집어넣고 그것들을 지방으로 만들려는것 같았다.  그놈은 흔들흔들 삼림을 벗어나더니 여유작작 아야네를 향해 다가왔다.
사람을 내놓고 삼림에는 더 이상 곰의 상대가 없었다.  사냥군이라는 직업도 차츰 인류사회에서 사라져가고있었다. 하기에 그놈은 “천당”에서 사는거나 다름없었다.
아야는 산처럼 큰 몸뚱이의 야수를 바라보면서 공포로 하여 온몸이 오그라드는것 같았다. 하지만 그와중에도 그놈이 매트리스 있는 곳으로 다가가는것은 여간만 흥미롭지 않았다.
곰은 매트리스를 보고도 생소한 물건을 접촉할 때 보이는 조심성 같은것은 진작 팽개친듯싶었다.
매트리스곁으로 다가간 곰은 잠간 걸음을 멈추고 본능적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어 굵은 목을 흔들면서 코방울을 벌름거려 주변의 공기냄새를 맡는것 같았다. 
아야는 호흡을 멈추고 손가락 하나를 입에 넣었다. 하지만 너무 긴장했던 탓으로 입안이 몹시 말라있었다. 아야는 힘껏 침을 모아 손가락을 적신후 입에서 뽑아 눈앞으로 가져왔다.
바람의 방향을 예측하려는것이였다. 하지만 방향이 가려지기전에 손가락이 선뜩 해나면서 약간 묻어있던 침을 몰아가버려 도대체 어느방향에서 불어온 바람인지 가려낼수 없었다.
할아버지는 손가락에 침을 묻쳐 바람방향을 알아내는 방법을 아야에게 배워준지 오래지 않았다. 
곰은 자기의 후각을 완전히 믿고 주변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는것 같았다. 그놈은 갑자기 뒤다리 두개에 몸을 의지하여 섰다.  가슴에 있는 둥근 달 모양의 하얀 털이 들어났다. 곰들은 간혹 그렇게 선 자세로 사냥물을 관찰할 때가 있기는 했지만 그 자세는 결코 곰들이 마음대로 취할수 있는그런 자세는 아니였다. 그놈은 몇초간 그렇게 선자세를 취하다가 앞발을 매트리스에 쿵 하고 내려놓았다.  
멀리 떨어져있는 아야도 곰이 매트리스에 떨어져 내릴 때 나던 그 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곰은 그 동작을 련속 세번이나 반복했다. 아야가 매트리스속의 용수철이 곰의 그같은 충격을 받아낼수 있을가 근심하고있을 때 곰이 매트리스변두리에 앞발을 걸치더니 차츰 매트리스우로 기여올라갔다. 잠간후 곰은 완전히 매트리스우에 올라가 엎드렸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였다. 아야는 할아버지를 건너다보았다. 할아버지의 표정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아야는 할아버지가 처음으로 그곳에 온것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할아버지는 꼭 먼저 그곳에 와서 미트리스우에서 자는 곰을 관찰하기 맞춤한 지점을 선택한것이 분명했다.
곰은 찌는듯이 내리 쬐이는 해볕을 가리우기 위해 왼쪽앞다리로 눈앞을 가리우고있었는데 그 자세는 모래사장에서 휴식의 한때를 보내고있는 피서객을 방불케 했다.    
자는듯 움직이지 않던 곰이 갑자기 분노해서 오른쪽앞다리를 번쩍 들어 마구 휘둘렀다. 곰의 냄새를 맡고 달려드는 모기를 쫓는것 같았다. 
아야는 숨소리마저 죽여가며 조용히 서있는다는것이  매우 힘들었다. 그는 신체중심을 왼발에 실으려고 시도했다. 그런 방법으로 한쪽발이나마 쉬워보려는것이였다. 하지만 정말 신체의 중심이 왼쪽발에 모두 옮겨가는 순간 뜻밖의 사태가 벌어졌다.
아야가 딛고있던 마른 나무가지가 우지끈 하고 부러졌던것이다. 아야는 너무도 놀라 숨마저 멎는것 같았다. 곰도 놀라 머리를 쳐들고 소리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곰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삼림속으로 들어갔다. 더 이상 매트리스우에서 자고싶은 흥미가 없어진 모양이였다.
아야가 머리를 돌렸을 때 할아버지는 오던 방향으로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기고있었다. 아야는 자기가 조심하지 않아 큰 소리를 내게 된것을 매우 후회했다. 자기가 정말 있을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생각했다.
할아버지는 곰이 갑자기 그곳을 떠난것을 두고 아무 반응도 없었다. 어쩌면 곰의 그 표현이 빨리 끝나기를 은근히 기다린것 같기까지 했다.
귀로에 선 그들의 발걸음은 매우 느렸다. 때는 정오라 태양은 머리우에 걸려있었다. 하지만 무성한 나무가지들이 해볕을 가리워주어 그렇게 무덥지는 않았다. 삼림은 너무 고요해서 새들의 노래소리조차 들을수 없었다. 다만 나무가지를 뚫고 내리는 해빛이 길에 얼룩덜룩 그림자를 던져줄뿐이였다.
길에서 습기가 모락모락 피여올랐다.
아야는 할아버지의 등에 돋았던 땀이 차츰 마르고 륜곽이 분명한 가루로 된 땀흔적이 남는것을  발견했다. 매번 삼림에 들어올 때마다 그러한 일이 발생했다. 어쩌면 그것은 여름날에 산길을 걷는 사람들이 반드시 겪어야 할 규칙 같은것인지도 모를 일이였다.
할아버지는 그런 행동으로 아야에게 삼림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주려고 한것 같았다.
아야와 할아버지는 제일 마지막 산등성이에 올랐다. 나무집이 멀리에서 보여왔다. 할아버지는 걸음을 멈추고 어깨에 멨던 물통을 내리워 아야에게 넘겨주었다. 아야는 물통덮개를 탈아열고 할아버지의 체온때문에 미지근해진 물을 몇모금 마셨다. 아야는 이미 칠이 군데군데 벗겨진 군용물통을 다시 할아버지에게 건네주었다.
할아버지도 물통을 받아 한모금 마셨다.
그것은 아야와 할아버지의 휴식이였다. 그 습관은 이미 몸에 배여있었다. 번마다 산길을 걸을 때면 할아버지는 적당한 지점을 찾아서 한참씩 휴식을 했다. 할아버지는 두눈을 쪼프리고 하늘가로 펼쳐진 무연한 삼림을 하염없이 바라보군했다. 그곳에서는 지평선을 볼수 없었다.
아야가 오기전, 할아버지는 그 삼림에서 홀로 살았었다.  
세찬 바람이 불어왔다. 망망한 삼림은 쏴쏴 파도소리를 냈다. 수많은 락엽수들이 바람에 파도를 타고있었다.
대면적의 삼림은 언제나 사람들의 눈으로는 알아볼수 없을 정도로 바람에 설레이고있었다. 그것은 푸른 삼림의 호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삼림은 자지 않고있었던것이다.
“할아버지, 그 곰말이예요…”
아야가 잠간 말을 끊었다가 이었다.
“그러지 말아야 했죠, 그렇죠?”
할아버지는 아무말도 없이 물통을 다시 어깨에 멨다.
그들은 산을 내리기 시작했다. 산을 내리는것은 오르는것보다 더 힘들다고 생각하는 아야였다. 아야는 입을 꾹 다물고 몸을 뒤로 한채 걸음을 옮겼다. 아야는 어떤 자세로 산을 내려가야 쉽다는것을 알고있었다.
처음에 아야는 흥에 겨워 소리치며 달려내려가 풀밭에 쓰러졌었다. 풀이 부드러웠기에 아야는 아무 상처도 입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번 경험을 통하여 아야는 산을 내릴 때는 몸을 뒤로 하거나 반쯤 옆으로 돌리고 한발자국 한발자국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디뎌야 한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아야와 할아버지는 거의 같은 시각에 눈을 떴다.
그들이 울안을 나갈 때 해빛은 아직 나무가지를 넘어와 울안을 비추지 못하고있었다.
한번 다녀왔던 경험이 있기에 그들의 걸음은 전날보다 빨랐다. 그들의 몸을 스치는 매 한그루의 식물은 모두 작은 물땅크를 방불케 했다. 아야와 할아버지는 될수록 식물을 건드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나무들이 빼곡하게 들어선 곳은 사실 위험이 도사리고있는 지대이기도 했다. 나무가지에 맺혀있는 물방울이 동시에 떨어져 내리면 그야말로 작은 못이 터져내리는것과 같은 파괴력이 있었던것이다. 하지만 나무들이 빼곡한 삼림에서 걸을 때 그놈들을 다치지 않는다는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아야와 할아버지가 삼림을 벗어났을 때는 옷이 몽땅 젖은 뒤였다. 만약 그들이 좀만 후에 삼림에 들어섰다면 이슬이 말라서 그 정도는 되지 않았을것이다.
태양이 높이 솟아올랐다. 
걸음을 재우치느라 지쳐버린 그들은 마른 나무가지를 찾아 앉아 휴식을 하면서 이슬에 젖은 옷을 말리웠다.
할아버지가 물통을 벗어서 아야에게 넘겨주었다. 아야는 물 몇모금을 마신후 다시 할아버지에게 물통을 돌려주었다.
할아버지는 물을 마시지 않았다.
태양이 높이 솟아오름에 따라 젖었던 옷도 차츰 말라드는것 같았다. 아야는 옷에서 수증기가 증발하는 그 과정을 생생하게 느낄수 있을것 같았다. 아야는 할아버지의 옷을 지켜보았다. 아니나 다를가 할아버지의 옷에서 수증기가 빠져나가는것이 가물가물 보였다.
이슬에 젖은 깃털을 다 말리웠던지 새들도 차츰 삼림에서 날아예기 시작했다. 새들마다 자기의 독특한 목소리로 구성지게 노래를 불렀다. 삼림에 들어가지 않고는 그처럼 생동한 새들의 노래를 들을수 없을것이다. 그야말로 몇백가지 새들의 노래의 하모니라고 할수 있었다. 애들의 휘파람소리 같은것도 있었고 나무몽둥이로 무엇을 치는것 같은 소리도 있었으며 들고양이가 놀라서 우짖는것 같은 소리도 있었다. 그런 비슷한 소리외에 듣기만 해도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릴것 같이 시원한 소리도 있었다. 아야는 만약 삼림에 새들의 소리가 없다면 묘지처럼 적막할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야는 새들의 노래속에서 처음 듣는 생소한 소리만 골라보려고 귀를 기울였다. 만약 정말 생소한 소리를 가려낸다면 신대륙을 발견한것처럼 기쁠것이라고 생각되였다. 그 생소한 소리는 언제나 수많은 새들의 노래에 파묻겨 제대로 가려내기 힘들었다. 아야는 삼림에서 노래하는 그 새들을 영원히 보지 못할수도 있을것이라는 생각이 갈마들었다.  
그래도 아야는 생소한 노래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차츰 그 노래소리는 바위틈에서 졸졸 흘러내리는 샘물소리처럼 똑똑해지는듯싶었다. 아야는 그 노래소리를 깊이깊이 머리속에 간직했다.
그해여름, 아야는 세가지의 부동한 새소리를 새롭게 기억하게 되였다.
아야는 가끔 자기에게 절대 새소리에 속히우지 말라고 경고했다.  
어느날아침, 아야는 굉장하게 높은 새소리에 놀라 깨여난적이 있었다.
아야는 근 한시간이나 갈대밭을 헤집으면서 대관절 얼마나 큰 새이기에 그같이 높은 소리를 낼수 있는가고 생각했다. 하지만 갈대밭에 숨어서 그같이 큰 소리로 우짖는 작은 새 한마리를 보았을 때 아야는 너무도 실망스러워 자기의 눈마저 의심되였다.
아야는 꾀꼬리소리를 제일 좋아했다. 꾀꼬리는 나무집앞에 있는 관목림에 둥지를 틀었다. 둥지는 나무잎과 여러가지 섬유소로 지어졌는데 닭알보다도 더 작았다. 금방 부화된 새끼꾀꼬리는 콩알만큼밖에 되지 않았다.
아야는 새끼꾀꼬리가 부화되여 둥지를 떠나기까지 12일이 걸린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아야는 꾀꼬리의 청아한 노래소리와 함께 잠을 깨군 했다. 
꾀꼬리들이 나무집앞에 둥지를 트는것은 그곳이 다른 동물들의 습격을 받지 않는 안전한 곳이라고 생각하기때문이였다.
갑자기 멀리로 보이는 삼림에서 연기와 같은것이 솟아올랐다. 그것도 바람 없는 날 굴뚝에서 피여오르는 연기처럼 모락모락 솟는것이 아니라 세찬 바람을 만난듯 마구 머리를 풀어헤치고 놀라운 속도로 사방에 퍼져나갔다. “연기”는 갑자기 진해지다가 또 연하게 번지기도 했다. 
그것은 사실 집단적으로 먹이를 찾으러 나선 찌르레기무리였다. 그놈들이 앞다투어 지저귀는 소리와 날개를 파닥이는 소리가 어울려 수천만개의 비방울이 나무잎을 두드리는 소리처럼 들렸던것이다. 수만마리의 새들이 함께 움직였기에 그 소리가 성세호대했고 강대한 회오리바람을 일으킬수 있었던것이다.
찌르레기들은 눈 깜빡할 새에 삼림속으로 사라졌다. 그 기세에 매도 놀라 어쩔줄을 몰라했다.
그것은 찌르레기들만의 생존방식이였다.
새로운 하루가 또 시작되였다.
“걸을가요?”
아야는 여전히 몸이 근질근질해나서 좀더 해볕을 쪼이고싶었지만 너무 오래 앉아있은것 같아 몸을 일으키며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할아버지는 아무 말도 없이 몸을 일으켰다.
매트리스는 여전히 원래의 곳에 놓여져있었다. 그것은 안에 용수철을 넣은 보통매트리스로서 별 다른 특징이 없었다. 매트리스변두리쪽에 무엇엔가 찔려서 난 구멍이 있었는데 주인은 그것때문에 매트리스를 던진것 같았다. 
매트리스에 찍혀져있는 몇송이의 백합꽃은 이미 색이 바래져있었다. 아야는 쪼크리고 앉아 매트리스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무엇을 찾느냐?”
할아버지가 물었다.
“아니요.”
아야가 대답하면서 일어나 사방을 둘러보는체 했다. 아야는 사실 매트리스우에서 곰털을 찾아보았던것이다. 아야는 부근의 관목림에서 마른 나무가지를 주어왔다. 할아버지는 그것들을 매트리스우에 장져놓았다. 할아버지는 아야에게 숲으로 깊이 들어가지 말라고 재삼 당부했다.  
“곰이 부근에 숨어있을지 모른단다.”
마른 나무가지가 매트리스우에 가득 장져졌다. 할아버지가 성냥개비를 그어 나무가지에 불을 달았다.
불은 바람에 파르르 떨더니 인차 꺼져버린듯싶었다. 나무가지가 완전히 마르지 않은것 같았다. 아야는 할아버지가 비오는 날에도 우등불을 피우는것을 본적이 있었다. 그런 할아버지가 자기가 그래도 말랐다고 주어온 나무가지에 불을 붙이지 못하는것이 참 이상하다고 아야가 생각하고있을 때 갑자기 확 하는 소리와 함께 나무가지에 불꽃이 피여올랐다. 
불길은 빨리도 옮겨 붙으며 확확 열기를 뿜었다. 그 바람에 아야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몇걸음 뒤로 물러섰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보면서 아야는 못내 흥분되였다.  할아버지는 시종 아야에게 불장난을 하지 말라고 타일렀다.  더구나 삼림속에서는 성냥도 가지고 놀지 못하게 했다.
연기도 별로 나지 않았지만 불꽃은 아야의 키를 훤씬 넘어서며 확확 소리까지 냈다.
불은 반시간 넘어 타올랐다. 그 사이에 아야는 마른 나무가지를 더 집어넣었다.
불이 완전히 꺼지자 하얀 재와 검으스름하게 변한 용수철 십여개가 남았다. 아야는 몇차례의 비를 맞으면 검으스름한 용수철이 벌겋게 녹이 쓸것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오래오래 흐른뒤 벌겋게 녹이 쓴 용수철은 붉으스름한 가루로 변하여 흙속에 완전히 묻혀버릴것이였다. 
아야와 할아버지는 모두 산언덕에 올라섰다. 할아버지가 아야에게 무슨 손동작을  해보였다. 그 바람에 아야는 선자리에 굳어졌다. 그때 아야와 할아버지는 모두 한그루의 큰 나무뒤에 서있었다.
그때 검은 털을 가진 곰 한마리가 맞은켠의 산기슭에 얼굴을 내밀었다.  그놈은 불길이 타오르는 냄새를 맡고 그곳에서 서성이는것 같았다. 
그놈은 조심스럽게 앞으로 몇걸음을 옮겨놓았다.  목표는 한무지의 재로 변한 매트리스인것 같았다. 
곰은 갑자기 머리를 돌려 도망쳤다.
아야는 그놈이 다시는 그곳으로 오지 못할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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