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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찬가
2010년 01월 19일 14시 27분  조회:995  추천:0  작성자: 김태현

단편소설

 

생 일 찬 가

 

 

 

   나의 생일은 동지달 초여드레이다.

   예전 같으면 크게 웅성대였을 방안에 홀로 생일상을 마주하고 앉아있노라니 지나간 옛일과 더불어 사람이 이다지도 그리운줄을 모르겠다.

   전에는 로친네가 차려주는 생일상을 받고 키넘어가는 자식들의 축복속에 괴로운줄을 몰랐건만 오늘은 허전하고 공허한 마음뿐이다.

   며칠전 로친은 구정물바게쯔를 들고 밖에 나갔다가 살얼음발에 발을 빗디디며 넘어지는바람에 그만 늙은몸이라 쉽게 다리뼈가 부러져 지금은 현성병원에 가 누워있는것이다.

   속담에 <늙으막사랑이 기둥뿌리를 뽑는다>고 하더니 환갑도 지나고 이제 70을 바라보는 파파늙은 로친네를 새삼스레 생각는 나자신이 어쩐지 낯뜨겁게 부끄럽기만 하다.

   로친은 다리를 상하기전에 집에 있는 막내딸년더러 외지에 가있는 오빠네한테 편지를 띄우라고 알리면서 이번의 아버지생일은 혹시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며 바가지를 박박 긁더니 지금 병원에서 어떻게 보내고나 있는지?

   나와 로친은 슬하에 아들 셋과 딸 둘 이렇게 5남매를 두었는데 지금은 막내딸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시집, 장가를 가 외지에서 일들을 보고있다.

   며칠전 연길 일보사에서 일을 보는 큰아들이 제 어미의 기대와는 달리 편지와 함께 돈 500원을 부쳐보내면서 아버님에게 생일상을 잘 갖추어 드리라는것이였다.

   큰아들은 편지에다 사업취재차 장춘으로 간다면서 아버님생일에 갈것 같지 못하다는것이였다.

   그래도 너그러운 마음에 기자란 원체 그렇고그런것이니 어찌 집안의 녀편네들처럼 집구석에 처박혀 있겠는가고 생각하니 그놈의 자식이 그래도 난놈인것 같다.

   여기 이 두메산골의 자그마한 중학교교원으로부터 일약 벼슬하여 남들이 그렇게도 부러워하는 일보사의 기자편집으로 사업할라니 여간만 바쁘지 않겠는가?

   , <개천에서 룡이 솟은 셈>이지

   그리고 그때 둘째놈은… 그때 둘째놈은 오지도 못하고 대신 녀편네를 보내서 아버님생일에 갈것 같지 못하다고 기별을 전하지 않았던가?

   둘째놈도 어느 한 편벽한 시골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있었는데 어느핸가 나도 모르게 그 무슨 작가협횐지 하는데 들어가지고 날마다 사업외에 글을 쓴다고 란리더니… 하긴 작가라는것이 결국은 옛날의 문장가를 말하는가보지.

   그래도 둘째며늘애는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시애비앞에서 제 남정 자랑만 주섬주섬 한무더기 섬겨대면서 어디 뭐 동북3성중청년작가들의 창작실정교류모임에 참가하고저 할빈으로 떠나갔다지.

   그놈도 못난놈은 아니야. 제노릇은 착실하게 한놈이였거든. 글쎄 맏이를 따라 날마다 시인지 소설인지 하는것을 쓰던것이 끝내는 작가로 되였으니 그놈도 역시 인물은 인물이야.

   그런데 셋째놈은 앞서번에 미리 시골에 내려와서 뭐라고 했던가?!

   , 옳지. 그 무슨 조동령 때문에 몇백리나 되는 왕청땅으로부터 떠나올수 없다는것이였지.

   그러니 그놈도 원체 농촌에서 구을어 먹던 놈이였는데… 그래도 어느 방송국인가 하는데 문예편집으로 들어간다고했지. 결국에는 그녀석도 제 형들을 본받아 글 깨나 쓰더니 글쎄 제 형들을 제치고 먼저 우화시집을 4권이나 세상에 내놓았다지 않겠나?

   허허허…

   그러나 참, 다 키워놓으니 모두 제 갈데로 뿔뿔히 흩어져 나와 로친은 이젠 형체만 남은 거미신세로밖에 되지 않았는가?

   그런데 요 괘씸한 막내딸년은 왜 아직도 돌아오지 안누? 고년도 뭐 저들 오빠처럼 글을 써서 작가로 되겠다구 호들갑을 떨며 밤낮 글을 써대더니 이젠 제법 현문화관이요, 진문화소요 하는데로 중뿔나게 뛰여다니던것이 오늘은 현문화관창평실에서 선생님들이 사업검토를 내려왔다면서 저녁에 집을 나간것이… 에참, 고년도 역시…

   그래도 괜찮아!

   옛날 같으면야 언제 조런 코비린내나는 계집애들이 감히 현의 <관원>들을 쳐다나 보았을라구?

   허허허…

   그래서 아들 세놈이 모두 작가로 되였으니 이 애비도 밖에 나가면 동네어른들한테서 작가를 키운 애비라고, 아들 세놈을 잘 두었다고 떠받들리운다니깐!

   그런데 뭐 이 무식쟁이인 애비가 그놈들을 가르쳤다고? 어쩌면 아들놈들과 함께 사업한다는 작가선생들까지도 어찌나 우리 령감, 로친이 아들을 잘 두었다고 떠받들고다니는지.

   그래도 아들 세놈의 덕분에 무슨 주석이라 했지? 그래 뭐 작가협회 주석이란분도 다 만나보았으니 시골 촌놈으로서는 늙으막에 눈을 틔운 대운이지비. 이때까지 나이 70을 훨씬 먹으면서도 한개 나라에는 주석이 한분밖에 없는가했더니 그놈들의 작가협회에도 주석이란 계신다고 했었지.

   그래, 그놈들 셋이 모두 오지 못해두 별문제는 아니지. 지금은 사회주의 새 농촌건설이라고 여기 이 두메산골 로덕촌에서도 농촌문화건설을 시작했을라니 그놈들의 일들이라고 어찌 한곳에 매운채 힘들지 않겠는가?

   그러나 작년까지만 해도 아들 세놈과 딸 하나에 따르는 며늘들에 사위까지 와서 크게 동네방네 청해 들이고 장수잔 높이 돌렸건만 오늘은…

   그래도 옛말과 같이 <부모어시 생각는데는 딸자식이 낫다>고 유신산골에 시집보낸 큰딸년이 해마다 꼭꼭 제 남정을 배동해가지고 차없는 시골눈길을 헤치면서라도 찾아오지 않았던가?

   그런데 금년 초봄에 불쌍한것이 생활이 펴일락하더니 그 무슨 암인지 뭔지 하는 불치의 병에 걸려 이 늙은것들을 두고 앞서갈줄이야…?!

   - 옛날에는 암인지 뭔지 하는 그런 병은 없었는데. 지금은 쩍하면 간암이요, 위암이요 하면서 죽어가는 사람이 그렇게도 많다고 했지.

   거 몹쓸 암이라는것도 참! 나같은 늙은것들이나 잡아갈거지 새파란 나이에 한창 복된살림 꾸려가려고 버둥거리는 젊은놈을 글쎄…

   그런데 요년, 요 막내딸년은 왜 아직도 안 오누? 이젠 10시라 밤도 깊어가는데…

   그래도 고년이 나이 어려도 제법 셈팽이 다 든 모양이야. 하여튼 정말이지 지금은 까놓고 말해서 문학이든 뭐든 사람이란 먹물이 들어야 되여!

   아까 저녁녘에도 고년이 애비한테 어머니가 집을 비워 생일상을 갖추어드리지 못해서 자기가 대신 갖춘다며 어디서 굴러온 놈인지는 몰라도 허여멀끔한 사내놈 하나 차고와서 나 좋아하는 통닭구이대신 꿩 한자웅으로 차린다며 반나절이나 지지고 볶고 야단이더니 상다리 부러지게 한상 푸짐히 갖추어놓고는 저희들이 돌아오지 못해도 서운한 생각 마시고 혼자서라도 폭 드시라면서 훌쩍 떠나가더니 왜 아직도 안 오누?

   어쩌면 거 현문화관의 창평실선생님들도 너무 하다니깐.

   오늘은 고년들을 좀 일찍 돌려보낼거지. 그래 내가 어찌 고놈들을 기다리지 않고 늙은것이 주책머리없이 혼자서 납작납작 이 술을 따라먹겠나?

   -

   창밖에서는 두만강을 훑는 여우바람이 윙- - 전선줄을 때리며 세차게 불어치고있다.

   창호지가 바람에 부르르 떨면서 별 싱그러운 소리를 낸다.

   ……

   -

   이 추운날 병원은 춥지도 않은지? 어쩌면 병원에서는 구들(온돌)을 놓지 않을가? 그러다가 로친네가 관절염이라도 더 도진다면…

   허참, 내가 왜 이런 부질없는 생각만 다 하누?

   어저께 병원에 갔을 때 의사선생님들이 안심하고 돌아가라면서 저희들이 모두 잘 돌봐준다고, 병원에는 간호원이 따로 있어 환자를 돌봐드린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면서 이 주책머리없는 늙은것이 따로 남아있겠다는것을 억지로 등을 떠밀어 돌려세우지 않았던가?

   , 홀로 이 상을 받으니 왜 이다지도 사람이 그리울가? 해마다 생일날이면 아들과 며느리, 딸과 사위 그리고 손주녀석들까지 와 로친까지 한상에 모시고 즐겨주던 날들이 종래로 있어본것 같지가 않구나.

   -

   - -

   두만강을 훑는 강바람은 무섭게 창살을 후려갈긴다.

   ……

   아차, 고 막내딸년들이 돌아오느라면 몹시 추울텐데… 장작이라도 한아궁이 더 서려놓아야지. 그래 그래야지. 고놈들이 돌아오면 언몸들이나 후끈후끈하게 녹이게 해야지.

   -

   , , 똑…

   ……

   아니, 그런데 저건 무슨 소린가? 그래 딸년놈들이 돌아왔단말이지?

   인제는 고년도 사내를 차고다니며 제격인데.

   -

   , , 탕…

  

   ?! 옳지! 내가 이게 무슨 생각이야. 딸놈들이 밖에서 얼면 어쩔라구. 사람이 늙으면 생각이 많고 또 걸음도 뜨고.

   아니, 이것보지. 이 주착을… 어서 문이나 열어주지 않고.

   -

   “어? 가네. . 잠간만 기다리라구. 내가 가네.

   부뚜막의 끌신을 꿰며 바쁘게 달려가 문을 열었다.

   오후까지도 괜찮은 날씨였는데 저녁나절부터 시작해서 눈이 내렸는지 문밖에는 전신에 하얀 눈을 뒤집어 쓴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아니, 거 누구시오? 이렇게 눈이 쏟아지는데… 어서 들어오게. 밝은곳에 있어선가 눈앞이 잘 보여야지. 자 추운데 어서 들어오게…”

   령감…

   뭐…?! 령감이라구?! 로친은 병원에 있는데… 잉? 임자가?

   “그래유. 령감 나 돌아왔수.

   “뭐라?! 그래 자네가… 이 눈길에…”

   -

   눈보라가 사납게 휘몰아치는데 열려진 부엌문은 바람에 부르르 떨고 도배질한 창호지는 앵앵 무서운 소리를 내질렀다.

   “그래 로… 로친네가 정말 돌아왔단 말이유?!

   두눈을 비비고 자세히 보았다.

   겨드랑이밑에 쌍지팽이를 끼고 하얀 눈바람속에 서있는 그 사람은 분명 로친네였다.

   로친의 손에 들린 보자기에서 통닭구이가 대가리를 비죽이 내밀고있었다…

   한순간 어안이 벙벙한채 넋없이 서서 로친네만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령감… 여보 령감…!

   “여보…! 로… 로친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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