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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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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시] 화원에 꽃이 핀다 (윤동주)
2017년 11월 23일 11시 12분  조회:508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花園에 꽃이 핀다


개나리, 진달래, 안즌방이, 라이락, 문들레, 찔레, 복사, 들장미, 해당화, 모란, 릴리, 창포, 추립, 카네슌, 봉선화, 백일홍, 채송화, 다리아, 해바라기, 코쓰모쓰——— 코쓰모쓰가 홀홀히 떨어지는날 宇宙의 마지막은 아닙니다. 여기에 푸른하늘이 높아지고 빨간 노란 당풍이 꽃에 못지않게 가지마다 물들었다가 귀또리울음이 끊어짐과함께 단풍의 세계가 무너지고 그 우에 하로밤 사이에 소복이 흰눈이 나려나려 쌓이고 火爐에는 빨간 숯불이 피어오르고 많은 이야기와 많은 일이 이 화로가에서 이루어집니다.

讀者諸賢! 여러분은 이글이 씨워지는 때를 獨特한 季節로 짐작해서는 아니됩니다. 아니, 봄, 여름, 가을, 겨을, 어느 철로나 想定하셔도 無妨합니다. 사실 一年 내내 봄일수는 없읍니다. 하나 이 花園에는 사철내 봄이 靑春들과 함께 싱싱하게 등대하여 있다고 하면 過分한 自己宣傳일가요. 하나의 꽃밭이 이루어지도록 손쉽게 되는 것이 아니라 고생과 努力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따는 얼마의 單語를 모아 이 拙文을 지적거리는 데도 내 머리는 그렇게 明晳한 것은 못됩니다. 한해동안을 내 頭腦로서가 아니라 몸으로서 일일히 헤아려 細胞사이마다 간직해 두어서야 몇줄의 글이 일우어집니다. 그리하야 나에게 있어 글을 쓴다는 것이 그리 즐거운 일일수는 없읍니다. 봄바람의 苦悶에 짜들고 綠陰의 倦怠에 시들고, 가을하늘 感傷에 울고, 爐邊의 思索에 졸다가 이 몇줄의 글과 나의 花園과 함께 나의 一年은 이루어 집니다.

시간을 먹는다는 이말의 意義와 이말의 妙味는 칠판 앞에 서보신 분과 칠판밑에 앉아 보신 분은 누구나 아실것입니다.그것은 確實히 즐거운 일임에 틀림 없읍니다. 하루를 休講한다는것보다 (하긴 슬그머니 까먹어 버리면 그만이지만) 다못 한시간, 宿題를 못해왔다든가 따분하고 졸리고 한때, 한시간의 休講은 진실로 살로 가는 것이어서, 萬一 敎授가 不便하여서 못나오셨다고 하더라도 미처 우리들의 禮儀를 갖출 사이가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우리들의 망발과 時間의 浪費라고 速斷하셔서 아니됩니다. 여기에 花園이 있읍니다. 한포기 푸른 풀과 한떨기의 붉은 꽃과 함께 웃음이 있읍니다. 노—트장을 적시는 것보다 汗牛充棟에 무쳐 글줄과 씨름 하는 것보다 더 正確한 眞理를 探求할수 있을런지, 보다 더 많은 知識을 獲得할수 있을런지, 보다 더 效果的인 成果가 있을지를 누가 否認하겠읍니까.

나는 이 貴한 時間을 슬그머니 동무들을 떠나서 단 혼자 花園을 거닐수 있읍니다. 단 혼자 꽃들과 풀들과 이야기할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多幸한 일이겠읍니까. 참말 나는 溫情으로 이들을 대할수 있고 그들은 나를 웃음으로 나를 맞어 줍니다. 그 웃음을 눈물로 對한다는 것은 나의 感傷일가요. 孤獨, 靜寂도 確實히 아름다운 것임에 틀림이 없으나, 여기에 또 서로 마음을 주는 동무가 있는 것도 多幸한 일이 아닐수 없읍니다. 우리 花園속에 모인 동무들 중에, 집에 學費를 請求하는 편지를 쓰는 날 저녁이면 생각하고 생각하든 끝 겨우 몇 줄 써 보낸다는 A君, 기뻐해야할 書留(通稱月給封套)를 받어든 손이 떨린다는 B君, 사랑을 爲하야서는 밥맛을 잃고 잠을 잊어버린다는 C君, 思想的撞着에 自殺을 期約한다는 D君…… 나는 이 여러 동무들의 갸륵한 心情을 내것인 것처럼 理解할수 있읍니다. 서로 너그러운 마음으로 對할수 있읍니다.

나는 世界觀, 人生觀, 이런 좀더 큰 問題보다 바람과 구름과 햇빛과 나무와 友情, 이런것들에 더 많이 괴로워해 왔는지도 모르겠읍니다. 단지 이 말이 나의逆說이나, 나自身을 흐리우는데 지날뿐일가요. 一般은 現代 學生道德이 腐敗했다고 말합니다. 스승을 섬길줄을 모른다고들 합니다. 옳은 말씀들입니다.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하나 이 결함을 괴로워하는 우리들 어깨에 지워 曠野로 내쫓아 버려야 하나요, 우리들의 아픈데를 알아주는 스승, 우리들의 생채기를 어루만져주는 따뜻한 世界가 있다면 剝脫된 道德일지언정 기우려 스승을 眞心으로 尊敬하겠읍니다. 溫情의 거리에서 원수를 만나면 손목을 붙잡고 목놓아 울겠읍니다.

世上은 해를 거듭 砲聲에 떠들석하건만 극히 조용한 가운데 우리들 동산에서 서로 融合할수 있고 理解할수 있고 從前의 ×가 있는 것은 時勢의 逆効果일까요.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가을, 코쓰모쓰가 홀홀이 떨어지는 날 宇宙의 마지막은 아닙니다. 단풍의 世界가 있고———履霜而堅氷至———서리를 밟거든 어름이 굳어질 것을 각오하라가 아니라, 우리는 서리발에 끼친 落葉을 밟으면서 멀리 봄이 올것을 믿습니다.

爐邊에서 많은 일이 이뤄질것입니다.

1939(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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