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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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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서를 꿈꾸는 아들에게(2)
2022년 04월 29일 16시 15분  조회:416  추천:0  작성자: 예술세계
프로듀서를 꿈꾸는 아들에게(2)
□ 김광현
 
 
아들아, 새로운 일에 잘 적응하고 있다니 시름 놓인다. 전번에 너의 메일을 받고 아버지는 몹시 놀랐다. 너의 진보가 그렇게 빠를 줄을 몰랐다. 네가 다큐멘터리 《이화원》의 담당PD K를 곁에서 보필하게 되였다는 것은 아주 빠른 발전이다. 네가 해야 할 일이 정해졌다는 것은 이젠 팀에서 네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표징이기도 하다. 이것은 너에 대한 K의 배려이기도 하겠지만 큰 믿음이기도 하다. 절대 사사로운 감정으로 행하는 일이 아니다. 필시 너의 열정과 인간성이 보여졌기 때문이다. 물론 메가폰을 잡는 일도 아니고 팀에서 아무런 결정권도 없지만 이것은 K 가까이에서 어깨너머로 일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솔직히 심부름군이나 다름없다. 물론 K가 모든 걸 책임지고 행하여 너의 부담은 많지 않을 것이다. 너는 비단 K만 보필해야 할 게 아니라 팀의 모든 선배들의 자질구레한 심부름도 해야 하고 지어는 그들의 개인일까지도 부탁 받을 수 있다. 이는 우수한 성적으로 전문대학이나 일류대학을 나오고 또 취직시험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둔 사람도 대부분 피치 못할 일이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엄청 힘들고 때론 심한 좌절감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주 놀라운 것은 이것이 PD로 발돋움하는 좋은 발판이고 또 이런 무질서한 형태의 작업에서 PD의 진정한 자질이 굳혀진다는 것이다. 이런 작업은 반년이 걸릴 수도 있고 일년이 걸릴 수도 있다. 때로는 중간에 두 손 들고 떨어져나갈 수도 있다. 때문에 K를 보필하는 일은 네가 PD로 성장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은 허드레일이나 하고 심부름이나 하지만 네가 PD의 모든 작업을 곁에서 보고 체험하고 느끼며 배울 수 있는 첩경이다. 촬영을 위한 작업에서도 네가 K 곁에서 도울 일들이 많을 것이다. 이를테면 촬영대본을 챙겨준다든가 작품에 관련된 참고자료를 찾아준다든가 지어는 핸드폰배터리며 커피를 일일이 챙겨야 하는 것도 너의 몫이다. 그리고 시간 나면 촬영시 장면기록도 별도로 해보아라. 보통 이 일은 초보들이 하는 하찮은 일 같지만 특히 영화나 드라마 감독도 이런 일을 기초로 시작한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중국원림》프로 촬영에 몰입하고 있는 김천룡
 
네가 팀에서 촬영한 모든 소재(素材)들을 맡아 관리한다니 좀 걱정스럽구나. 그런 중임을 맡는다는 것이 아직 시기상조가 아닐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매일 촬영한 메모리카드를 거두어들이고 외장하드에 옮기는 일은 그 책임이 막중하다. 그러니 매사에 꼭 침착하고 신중해야 한다. 매 촬영기의 메모리카드를 받을 때엔 반드시 기록해두었다가 저녁에 외장하드에 옮기고 번호를 매기는 것과 그외 작업까지 책임지고 마쳐야 한다. 너의 실수로 팀의 촬영결과물이 몇초 사이에 날아날 수도 있고 다시 찍기 힘든 소중한 화면들을 날려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거기에는 막중한 경제손실도 따르게 된다. 그렇다 해서 지레 겁을 먹으면 더욱 안된다. 내 말은 그 막중한 책임을 실수 없이 해내려면 네가 일에 모든 정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네가 핸드폰을 분실하거나 개인 소지품을 잃어버리는 것과는 성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촬영한 소재를 저장한 외장하드를 생명처럼 귀중하게 간직해야 한다. 믿어주는 만큼 정성과 책임을 다하기 바란다. 어떻게 보면 이건 또 너에 대한 K의 고험일 수도 있다. 네가 이 일이 적성에 맞는지를 소리 없이 테스트하는 것일 수도 있다.
K는 북경미디어대학(北京传媒大学)을 졸업한 유능한 사람이다. 그가 이미 찍은 여러편의 다큐멘터리들이 국제상을 수상했고 중국에서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였다. 한때 CCTV 명프로인 〈동방시공간〉의 담당PD였고 후에 다큐멘터리 PD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많은 다큐멘터리를 직접 기획, 제작한 K는 명석한 통찰력과 풍부한 현장경험을 갖고 있다. 그는 자신이 선택한 직업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여기고 올인해온 사람이다. 내가 굳이 너를 북경에 보낸 것은 큰 물에서 이런 스케일이 크고 경험이 풍부한 PD를 만나 배우게 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나는 몇년전부터 인맥을 통해 K와 연줄을 달았고 북경에 갈 때마다 찾아 함께 식사도 하고 술도 마시면서 친구처럼 사귀였다. 나는 그 때 K에게 앞으로 혹시 아들을 부탁할지도 모른다고 넌지시 말했고 K는 흔쾌히 맡아주겠다고 대답했다. 사실 우리는 부모로서 네가 곁에 있으면 덜 외롭겠지만 너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북경에 보냈던 것이다. 네가 다큐멘터리에 관한 책을 사서 읽는다는 말을 듣고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다큐멘터리는 기획에서부터 여러가지 준비과정을 거쳐 제작, 방송되기까지 카메라, 조명, 조작기술, 컴퓨터그래픽, 음악, 자료조사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참여를 필요로 한다. PD는 이들의 의견을 종합해 판단하고 팀을 이끌어가는 지휘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프로에 대한 최종책임도 PD가 지게 된다. 따라서 PD는 자기의 주장을 고집하기보다 팀의 모든 성원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널리 의견을 경청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네가 K를 잘 보필하려면 여러 방면의 지식과 상식을 장악해야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너도 자연스럽게 PD의 역할을 감당하게 될 것이다. 아버지가 지방 텔레비죤방송국에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때는 이런 규모 있는 정상적인 절차를 밟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인력이 부족하여 한개 프로에 많은 사람을 투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한 팀에 5명, 6명이였기에 새 다큐멘터리를 준비할 때면 곁에 너와 같은 보조를 두고 자료수집 등 여러가지 일을 맡길 형편이 못되였다. 그러다보니 내가 제작하려는 내용에 관련되는 부서와 학자, 전문가 등 인물들을 섭외하는 일은 거의 PD인 나의 몫이였다. 그리고 내가 제작하는 다큐멘터리를 위해 전문가팀을 무어 수시로 그들에게 자문을 구해야 했다. 지금 네가 참여한 대형 다큐멘터리 《이화원》도 력사제재이다보니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짬짬이 시간을 내 너도 《이화원》 관련 력사자료를 많이 찾아보고 나름 대로 지식을 터득하거라. 우선은 네가 하고 있는 일과 관련된 참고서들을 읽으며 지식을 터득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렇게 배워둔 력사지식은 머리속에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이런 력사사실이 어떻게 다큐멘터리로 제작되는지를 알게 되면 앞으로 네가 PD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의 이름난 서예가 황영년선생을 취재하고

그리고 너도 따로 PD수첩을 갖추고 매일 촬영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K의 작업을 기록하고 네가 느끼는 감수를 적어두기 바란다. 또 《이화원》에 응한 력사학자들의 인터뷰 원본을 잘 보관해두는 것을 잊지 말거라. 그들 모두 중국에서 이름난 력사학자나 전문가들이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앞으로 다시 만나기 어려운 분들이다. 이들의 연박한 지식과 철학적 사유 그리고 높은 인격적 수양은 만민이 우러르는 본보기이다. 짬짬이 이들의 저작이나 작품들을 읽고 터득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너도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될 것이다. 너희들이 전번에 인터뷰한 여추우(余秋雨) 같은 분은 《힘든 문화려행기》를 비롯한 좋은 작품집을 수두룩이 펴냈으며 력사, 문화, 예술 등 다방면에서 박식한 분이다. 물론 제작할 때에는 인터뷰 내용들을 필요한 부분만 잘라 쓰겠지만 앞으로는 모두 소중한 자료로 남게 될 것이고 꼭 요긴하게 쓰일 때가 있을 것이다. 요즈음 아버지는 전에 촬영했던 내용물들을 정리하면서 참말로 보귀한 인터뷰내용들을 발견하였다. 내가 취재했던 적지 않은 인터뷰상대들은 이미 작고하여 그 자료적 가치가 더욱 소중해졌다. 나는 이제 그 인터뷰내용들을 정리하여 참고서로 만들 생각이다. 앞으로 내가 일하는 데 훌륭한 지침서로 될 것이다.
그리고 항상 K가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수요하는지를 체크하고 네가 옆에서 잘 챙겨주어라. 이것은 전반 팀의 작업에도 유리하며 네가 K의 긍정을 받는 좋은 일이기도 하다. 팀을 조화롭게 이끌고 촬영사와 조명사, 록음사들과 팀워크를 형성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래야만이 네가 K를 보필한 보람이 있게 된다. 금방 촬영팀에 합류한 네가 K의 중시를 받으면 시샘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들에게 친절하게 잘해주고 허리 굽혀 자세를 낮추어야 한다. 언제나 겸손이 긍정을, 오만이 배타를 낳는 법이다. 나도 일하면서 이런저런 사람들과 많이 접촉해보았는데 항상 자세를 낮추고 허심하게 배우는 사람이 끝까지 견지하더구나. 뭘 좀 안다고 오만방자하게 굴고 일을 시키면 군소리를 하는 사람은 자연히 도태되더라. 남보다 일을 더하고 부지런히 배우고 다른 사람들이 수요하는 것을 제때에 챙겨주면서 일을 배우면 너에게도 성과가 고스란히 돌아올 것이다. 그러하되 모든 것은 진심이여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너의 인간성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은 내가 겪어보았기 때문에 꼭 말해주고 싶다.
내가 쓰던 사진기도 보내줄 테니 팀에서 가장 세심한 기록자가 되거라. K가 현장에서 일하는 모습도 많이 담아두거라. 이 또한 좋은 학습과정이 될 것이다. 모든 기록은 앞으로 좋은 력사자료로 남는다는 것을 항상 명심하거라. 중요한 소재를 어느 만큼 축적하고 있는지는 앞으로 네가 훌륭한 PD로 성장하는 데 관건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오늘은 이만 줄이려 한다. 이젠 너도 다 성장한 어른이 되였으니 나의 이런 조언들이 혹시 잔소리로 들릴가 저어되기도 한다. 자식한테 잔소리를 끊지 못하는 게 부모의 마음인가 보다. 다음에는 다큐멘터리의 리론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지금 너의 형편에서 책을 들고 전문지식을 공부할 여유가 없으니 내가 짬짬이 편지를 써서 리론적인 것만이라도 적어 보내야 네가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짜증내지 말고 내심하게 잘 읽어보기 바란다. 전번에 보낸 나의 편지가 큰 위안이 되였다니 기쁘다.
아들아, 전번에 소화가 잘 안된다고 하더니 이젠 좀 괜찮아졌니? 밖에서 음식을 먹을 땐 항상 조심해서 챙겨먹도록 해라. 그리고 아무리 바쁘더라도 수염을 매일매일 깎거라. 안 그러면 게을러보이고 골기 없어보인다. 이젠 너의 형상도 조직을 대표하는 만큼 신경 써야 한다. 오늘도 말이 길어졌구나. 네가 자주 문자 메시지를 보내주니 우린 한결 시름이 놓인다. 지금은 우리 모두에게 너의 앞날이 묘망하게 느껴지지만 머지않은 장래에 희망이 보일 것이다. 힘내라, 아들.
2011년 9월 20일
 
《예술세계》 2022년 제2호
 
 
김광현 프로필
화룡현 농촌이동영화방영대 해설원.
연변영화공사, 연변텔레비죤방송국, 연변위성텔레비죤방송국 등에서 40여년간 프로 사회자, 편집, 번역, 다큐멘터리 프로듀서로 활약.
미국 남캐롤라이나주 그린별 영상아카데미에서 5년간 과외로 다큐멘터리를 공부함.
주요작품: 10부작 력사 다큐멘터리 《영원한 기념비》, 12부작 력사다큐멘터리 《중국조선족혁명투쟁사》, 4부작 휴먼 다큐멘터리 《정률성》 등 수십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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