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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굴뚝연기
2015년 02월 10일 07시 39분  조회:2020  추천:0  작성자: 바위
아파트생활을 한지 수십년 세월이 흘렀다. 그래서인지 기억속에 남아있는 굴뚝연기는 점점 멀어져 가고 희미해 진다. 간혹 연기를 보아도 고향의 굴뚝에서 피여나던 연기와 너무나 달라 련상조차 할수 없을 정도다.

오랜만에 고향을 다녀왔다. 적적한 차안에서 바깥세상을 구경하는것이 유일한 재미다. 산간마을을 지나면서 저녁을 맞아 집집이 밥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여나고 있다. 강산이 몇번이나 변할 세월이 흘렀건만  아직도 굴뚝생활을 하는 가정들이 많이 보인다.

오늘따라 새삼스레 굴뚝연기에 혼을 담아 정감을 불러본다. 스치고 지나가는 차창밖 집집의 굴뚝에서는 기억속에서 사라져가던 파란 연기가 여유롭게 나불나불 춤추며 하늘로 솟아오른다. 시합이라도 하는듯 시간 맞추어 하나둘 피여오른다. 바람이 없을때는 서서히 하늘로 솟다가는 미풍이 불어오자 여기저기로 흩어지며 란무도 한다.

그 모습을 쳐다보던 나의 눈앞에는 저도 몰래 동년시절의 행복했던 시절들이 재구성되여 앨범처럼 한장한장 펼쳐진다.

기실 나무를 연료로 하는 연기는 그 냄새가 짙고 독하지 않다. 불이 잘 들지 않아 연기에 눈물을 흘릴때도 있지만 천대하지는 않는다. 그 냄새를 맡으며 일상을 이어간다. 가스가 땔감들을 대체하면서 도시에서는 굴뚝연기가 종적을 감추어 버리고 인젠 농촌의 특유한 자연경관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였다.

부뚜막은 언제나 어머니의 자리다. 두루마기를 걸치고 불을 지피고 구수한 된장국을 끓인다. 누구하나 돕지 않아도 불때고 밥짓는 일은 언제나 어머니 혼자의 몫이다. 어머니의 인생은 부뚜막과 평생을 함께 한 인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굴뚝연기는 어찌보면 소리없는 명령과도 같다. 연기가 나면 터전에서 일하던 어른이든 뛰놀던 아이이든 집에 갈때가 되였다는 신호를 받은것처럼 집으로 꾸벅꾸벅 발길을 옮긴다. 한창 까불대던 나이인 우리형제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아이들과 마을곳곳을 누비며 숨박꼭질에 바쁘다. 시간이 가는줄도 모르고 집에 갈념도 안한다. 누구집 굴뚝에서 연기가 나면 아이들도 너네 집에서 밥을 짓는다고 야단들이다. 식사준비라고 해봤자 옥수수밥이나 옥수수가루떡이 전부였지만 그래도 내심 매일 기대되는 밥상이다. 굴뚝연기가 피여나고 나면 맛갈나는 식사를 할수 있어서 좋았다.

밥상이 차려졌는데도 집에 돌아오지 않으면 어머니가 마을을 누비며 우리들을 불러들인다. 어머니의 사랑을 가슴으로 느끼고 가족의 의미가 묻어나는 순간순간들이다. 굴뚝연기는 우리들의 어린시절에 즐거움을 가져다준 추억으로 되기에 손색이 없다.

굴뚝연기는 식구들의 가슴속에 묻혀있는 따뜻함이다. 해가 아직 떠오르지 않아도 집집이 남정들은 마을밖에 가서 방목하거나 땅을 일군다. 힘이 들고 배가 출출해날때면 마을의 굴뚝에서 연기가 나는지 살펴본다. 담배를 한대 붙이고 나무밑에 앉고나면 식구들이 밥상을 챙겨들고 연기속을 뚫고 찾아온다. 모든 피로가 가뭇없이 사라지고 육신 구석구석까지 따사로움이 느껴진다.

가족의 끈은 밥에서 시작되고 밥상에서 이어가는것 같다. 소박한 밥상이라도 식구들과 한자리에서 싱겁네 짜네 잔소리를 늘여가며 알콩달콩 지지고 볶고 사는데 행복이 숨어 있다. 가장 단순한 생활방식이 가장 행복한 삶을 만들수 있다.

굴뚝연기는 매일 이른 아침이면 빨간 태양을 맞이하고 황혼이면 둥근 달을 맞이한다. 가물가물 피여나는 연기는 구운 고구마처럼 달달한 행복이 집집마다에 넘치게 하고 산간마을의 령혼이 되여 그 맥을 이어가게 한다.

오늘도 어제 같고 래일도 오늘같은 변함없는 향촌의 삶, 하루가 쌓여 인생이 되고 삶이 쌓여 력사가 된다. 다람쥐 채바퀴 돌리듯 변함없는 인생이지만 그속에 인생의 희노애락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오늘도 굴뚝연기는 어머니와 고향의 상징으로 되여 고향의 정감을  담아 파란 비단이 되여 고향의 하늘을 감돌며 매일매일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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