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zxkhz 블로그홈 | 로그인
张学奎文学
<< 4월 2024 >>
 123456
78910111213
14151617181920
21222324252627
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문학 -> 발표된 작품 -> 수필

나의카테고리 : 장학규 수필

변소 견문
2016년 01월 16일 11시 33분  조회:1292  추천:4  작성자: 장학규
 
수필
 
변소견문
 

미국견문이오 일본견문이오 하는 글들은 많아도 못난 나처럼 변소를 보고 잘 알았노라고 으시대는 사람은 아마 이 세상에 다시 없을 것이다. 

좀 구차한 소리 같지만 변소의 학문에도 따져보면 재미있는 것들이 더러 있다. 한국에서는 변소를 점잖게 화장실이라고 부른다. 뭐 '변소'라는 낱말이 일본 오랑캐들의 발명이라고 하던가. 사무라이 궁둥이에 뭉개진 36년만을 생각해도 이가 갈리고 밸이 터질 노릇인데 '변소'따위마저 고스란히 남겨두어 괴로움을 덧씌울 수 없다는 것이 반도인들의 사유이다. 영국거나 프랑스거나 어느 나라 것이든 다 되어도 왜놈들 것만은 절대 안된다는 오기이다. 그래서 머리를 쥐어짜서 고안해낸 것이 '화장실', 그런데 여기에도 문제는 적지 않다. 여인들이 얼굴을 멋지게 다듬는 곳도 화장실, 세상 뜬 억울한 인생을 하늘로 보내주는 곳도 화장실인데 변소까지 중뿔나게 '화장실그룹'에 가입한다면 언어혼란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 

"여보세요. 화장실 어디 있죠?"
"이눔아. 여긴 밥 먹는 고장이야. 뒈질려면 썩 나가"
단통 주먹이 날아올지 아니면
"아이구, 쪼글쪼글한 나그네가 화장실은 왜 찾아요?"
식으로 우롱을 당할지도 모른다. 

하여튼 촌넘인 필자에겐 아무래도 '변소'가 더 익숙하고 친근하다. '뒷간'이라는 고유어로 환원하지 않을바에는 우리모두에게 이미 보편화된 변소라는 이름을 그대로 두는 것도 괜찮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그건 그렇고 
변소라는 것이 누구에게건 친근과 호감을 안겨줄리 만무하지만 필자의 경우 변소는 일종의 공포를 자아내는 원천이기도 하다. 

전에 베이징의 팔달령에 올랐을 때의 일이다. 삼복철이라 숨이 쿡쿡 막히게 무더웠다. 동이로 흘러내리는 땀을 쉴새없이 훔치며 가파른 길을 오르다가 길옆에 한무리의 양키들이 줄지어 서서 아우성을 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성문은 아직 멀었는데 웬 영문일가고 다가가보니 공중변소앞에서 벌어지는 희극이었다. 단체 관광을 온 외국손님들이 단체 배출을 공연하는 중이었다. 곱살하게 생긴 아가씨 하나가 변소 출입구에 두다리를 떡 뻗치고 서서 입소료를 받고 있었는데 양키들에게 잔돈이 없었던 모양으로 사환군 비슷한 '머스마'가 뻔질나게 주위 가게들에 다니며 잔돈으로 바꿔오군 했다. 그래서 자연 출입이 늦어졌는데 뒤에 선 손님들은 배가 터진다고 야단들이었다. 이런 와중에도 네것내것을 딱 가르는 서양넘들의 원칙이 얄밉기도 했지만 그보다도 돈에 눈이 빨개 남의 사정도 봐주지 않는 그 아가씨가 더 민망스러웠다. 
"먼저 들여놓고 나중에 돈 받으면 안되우?"
보다못해 싱겁게 한마디 지껼였더니 그 대답은 아주 명언이었다. 
"아니라구요. 이것들은 제 좋은 노릇을 끝내면 즉시로 입을 쓱 닫는 족속들이예요."

이 말의 진실성 여부에 대하여 필자는 의논할 자격이 없다. 아무렴 팔달령 같은 어마어마한 유람구에서 매일 외국인들과 접촉하는 그 아가씨의 체험이 퍽 심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처럼 굉장한 드라마를 보여주는 그 현장만은 썩 아름다운 것이 못된다는 것쯤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맨 먼저 구린내가 화살마냥 코를  찌른다. 다음은 지뢰를 피하듯 오물을 살펴야 한다. 이쯤이면 그래도 괜찮은 셈이다. 아무튼 급한 일을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이니깐. 보다 희한한 메뉴는 그 뒤에 있는 것이다. 칸막이 문을 열고 들어서면 서든 앉든 두눈과 평행을 이루는 맞은쪽에 이 세상에서 가장 적나라하고 생동한 성문화가 새겨져있는 것이다. 그림과 문자가 상부상조한 그것은 중국인들이 베풀 수 있는 손님에 대한 가장 친근한 서비스가 아닐까 싶다. 하신에 가해졌던 압력이 서서히 물러감과 더불어 단 시각적으로만이라도 성적향수 내지 만족(?)을 받으라는 일종 배려가 아닐까.

이런 식의 관심은 청도에서도 한번 겪었다. 

어느날 친구들 넷이서 청도맥주 한상자를 따치운적이 있었다. 게트림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던 나는 불시에 아랫배가 터질듯한 느낌을 받았다. 무작정 문을 막뛰어나갔다. 백미터 속도로 허둥지둥 달리니까 사람들은 머리가 잘못된 놈팽이쯤으로 여기고 걸음을 멈추고 재미있게 구경들 하고 있었다. 

"변소, 변소 어디 있소? 아니쿠 나 죽는다."

아무나 붙잡고 물었으나 변소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는지 알바 없고 응당 있어야 할 변소는 눈에 띄우지를 않았다. 그저 숨이 꼴깍 넘어가는 느낌이었다. 

(오늘 이렇게 맥없이 희생되는구나. 아, 불쌍한 이내 신세야.)

눈앞이 가물거림을 의식하며 체념에 빠지고 있을 때 문득 병원간판이 실눈속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하느님 맙소서, 오줌에 막혀 죽으라는 법이 없다더니 중국속담 그른데 없구나! 솔직한 말이지만 그날의 배설은 내 일생에서 가장 시원하고 통쾌하고 또 행복했던 한차례 배설이었다. 

도시 건설 규정에 의하면 큰 거리에서는 5백미터를 사이두고 변소를 세워야 한다. 그러나 규정대로 집행하지 않는 것이 지방 관료들의 관리이고 습성이다. 그들은 무엇에나 극치에 달하고저 한다. 음식에는 맛의 극치, 시달굼에는 고통의 극치, 지어는 배설에도 통쾌의 극치를 부여하려는 것이 아닐가.

독자제씨들도 한번 필자처럼 그런 경우를 당해보시라. 그러면 당신께서 여태껏 본능적이고 물리적으로 진행해왔던 배설도 사실은 하나의 향수라는 것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것은 우스개소리이다. 아니면 필자의 맥주배가 하루새에 사라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볼라니까 변소문화가 점차 사회로 연장되어가는 느낌이 들어 저으기 불안해진다. 

지금은 눈만 뜨면 무섭게 돈이 들어가는 세상이다. 명목이 잡다한 비용이 변소의 입소료처럼 주머니가 텅 빈 백성들을 괴롭힌다. 아파트 하나 유지하려 해도 어깨가 휘어지는데 밖에 나가면 이런 저런 비용때문에 사람이 살아갈 의욕이 싹 잃어진다. 이제 겨우 배에 곱이 찬 동네에서 관광지 티켓은 미국보다 더 비싸고 뭐라도 주먹만하게 만들어만 놓으면 돈을 내놓으란다. 내가 겪은 가장 희한한 수금은 기차표을 살 때 에어컨비가  2원 붙은 것과 노래방에서 문턱세를 30원 받은 것이다. 자전거든 뭐든 세워만 놓으면 보관비 받는 사람이 바로 나타나고 열차에서는 식당차에 의자비란 것도 있었다. 

이보다 더 한심한 일은 변소에 새겨진 성문화가 점차 세상으로 당당하게 전파되어 나가는 것이다. 오늘날 전국의 골목마다에 성병치료광고가 나붙어있다. 오죽하면 어느 한 문인이 성병치료 광고가 게딱지처럼 들어붙은 전선대를 두고 '성의 유린을 받는 불쌍한 전선대'라고 개탄했겠는가. 여관이든 술집이든 노래방이든 아가씨들이 무더기로 손님들을 유혹하고 인터넷이나 티비에서도 눈뿌리 모자라게 공공연하게 성을 드러내고 있다. 옷을 다 벗으면 섹시하다고 칭찬하고 유표하게 튀어나오면 불륨이 좋다하구 도대체가 말릴 수 없다. 

물론 구데기 무서워 장을 못 담그는 법이 없듯이 개혁개방은 계속 끌고 나가야 한다. 문제는 이 나라를 끌고 가는 관리들의 사업자세이다. 업무를 처리하려고 유관인원을 찾자면 거리의 변소 찾기만큼 어렵다. 이러구서야 어찌 나라의 번영강성과 인민들의 행복한 생활을 운운할 수 있겠는가? 문제의 관건고리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39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39 수필을 위한 수필 2018-09-21 0 724
38 불여우를 키우고 있습니다 2018-09-19 0 833
37 나발 불지 마 2018-09-01 0 759
36 인생의 길잡이 리묵 선생 2018-05-15 0 815
35 말이 험담으로 변하면 2017-12-07 0 1218
34 어느 하루 2017-09-15 0 598
33 고향을 조립하다 2017-08-23 2 1157
32 별찌와 초불 2017-08-21 1 480
31 고무풍선과 성냥갑 2017-08-03 1 563
30 극단 종족 2017-08-03 0 509
29 랍치인생 2016-09-10 0 799
28 불감증 2016-05-26 1 893
27 샌드위치의 값어치 2016-03-10 0 703
26 왕바두즈 2016-02-04 4 1282
25 타기붐 2016-01-22 2 1028
24 변소 견문 2016-01-16 4 1292
23 사람은 가까이 하지 않는다 2015-12-23 1 948
22 들꽃의 섭리 2015-04-20 0 1314
21 꿈을 다듬다 2015-04-10 0 1108
20 얼씨구 대신 침 한대 2015-03-19 0 1009
‹처음  이전 1 2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