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张学奎文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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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기붐
2016년 01월 22일 07시 33분  조회:1028  추천:2  작성자: 장학규
수필

타기붐
 
우리집은 버스 출발역과 3리 남짓이 떨어져있는데다 버스 종착역도 직장과 역시 3리 남짓이 사이두고 있어 나는 매번 출퇴근때마다 10여 리 길을 걸어다녀야 했다. 우리동네는 워낙 조선족이 많이 집거해있는 까닭(?)에 택시들이 실북 드나들듯 오가고 있었지만 나는 왼눈 한번 팔지 않고 언제나 걸어다녔다. 

하긴 돈주머니가 엷은 관계도 없지 않은 것 같다. 남들은 비행기를 타고 베이징, 상하이를 이웃처럼 나도는데 하다못해 인력거에라도 편안히 앉아가고픈 마음이 나라고 생기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정장을 한 신사 또는 섹시한 차림새를 한 숙녀들을 태운 차들이 스쳐지날 때마다 저도 모르게 부러운 눈길을 보내게 된다. 그러다가 그속에 대부분이 다른 누구 아닌 바로 조선족이란 것을 의식했을 떄 도전적으로 씩씩한 걸음을 걷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생긴 것만큼 좁쌀이네.)
그들이 이런 뜻의 눈총을 보내오면 나는 대뜸 속으로 
(타기족같으니라구. 며칠이나 우쭐렁거리는가 어디 두고보자)
따위로 맞선을 올린다. 

‘타기족’ 또는 ‘타기붐’이란 말은 내가 만들어낸 것이다. 사전 찾기에만 습관된 사람들이 골머리가 아플 단어임에 틀림없다. 

어느 자료에 의하면 한국에서는 매년 수백수천개의 유행어가 생겨난다고 한다. 그것은 그들의 사유가 개방되고 사회가 진보했다는 것을 설명해준다. 그리고 거침없이 즉시적으로 서면에 올리는 것을 보면 그들 문화의 용량과 포섭력을 알고도 남음이 있겠다. 그런데도 응당 따라배워야 할 것들은 고스란히 놔두고 못된 것만 따온 것이 우리의 실정이 아니고 뭔가? 자가용이 많은 한국의 "타기"를 그대로 옮겨왔으니 개천바닥처럼 훤히 들여다 보이는 돈주머니가 거덜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확실히 우리는 ‘타기붐’이란 형용에 부끄럽지 않을 민족이다. 독자제씨들도 잘 알고 있지만 우리의 소위 ‘서울’인 연길시의 도시 인구 평균 택시 소유량이 전국 1위란다. 순 소비업종의 기형적인 발전을 두고 매스컴들이 요란하게 떠들어대는 것을 보고 나는 말 그대로 막 메스꺼웠다. 따라서 자신이 어쩔 수 없이 이 민족의 한 구성성원이 되어 있다는 사실에 저으기 부끄러웠다. 이러한 부끄러움은 일상생활에서 너무 자주 부딪치게 되어 슬펐고 또 죄스러웠다.

일전 출근시에 본 일이다. 교외 버스여서 발차시간이 따로 없이 사람이 차면 곧 떠나게 되어있었다. 한 반시간쯤 기다려서 당금 만원이 될 무렵에 여태껏 두덜대며 죽쳐있던 조선족 세사람이 그만 참을 줄이 끊어져서 벌떡 일어서는 것이었다. 인츰 떠난다고 차장이 한사코 말리는 것도 뿌리치고 택시를 타고 간다며 부득부득 내려갔다. 그런데 방정맞게도 그날따라 지나가는 택시마다 사람이 타고 있어 우리의 버스가 떠날 때까지도 그들 셋은 택시를 잡지 못했다. 급해난 그들이 다시 버스에 오르겠다고 사정하는 것을 차장이 단마디로 퇴박주는데 그 말은 천하 절창이 될만 한 것이었다.
"당신네 조선족은 달러가 많지 않아요. 그 돈을 다 쓴 다음 내 차를 타세요!"
시내까지 택시는 30원, 버스는 홑수로 3원이다. 그러니까 10배의 돈을 자꾸 주면서 시내를 오락가락하다보면 언제든지 돈이 바닥날 것이라는 타매인 것이다.

또 한번은 회사의 일로 칭다오에서 옌타이까지 택시를 타게 되었다. 차가 움직이기 바쁘게 잰내비같이 생긴 운전수가 싱겁게 말을 걸어오는 것이었다.
"저.... 조선족이지요?"
"예? 아, 어떻게 아셨죠?"
그때까지만 해도 칭다오인들은 조선족이란 개념을 잘 알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우리의 어조를 듣고는 대개 남방인으로 넘겨짚는 형편이었다.
"절강사람인가요?"
"복건에서 오셨죠?"
이런 식으로 물어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었다. 우스운 얘기지만 그래서 남방인 행세를 하며 돌아다니는 동포들이 더러 있었다. 그렇지만 첫 대면에 직방 조선족이냐고 물어오기는 나로서는 처음 당하는 일이었다. 어떻게 알았을까? 그게 궁금했다.
"왜 뭐 장거리를 택시로 가는 손님은 거개가 한국인이 아니면 조선족이니깐 괜히 해본 소리죠.근년에 이곳 택시업은 그들 덕분에 많이 흥성해졌지요."
"..."
나는 황련 먹은 벙어리 모양으로 얼굴이 지지벌개져서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도무지 뭐라고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한것은 목단강에서도 조선족이 없으면 택시업이 곧 저조기에 들어설 것이라는 말을 택시 운전수한테서 직접 들었기 때문이었다. 장성 내외의 관점이 이토록 일치하다는데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물론 여기에는 장성도 가로 막을 수 없는 우리 조선족의 신통한 "타기" 재주가 큰 몫을 담당한 것은 자명한 일이다.

지금 도시나 농촌이나를 막론하고 조선족이 비교적 집중된 지방이면 각종 차들이 줄지어 서있는 것이 하나의 풍경처럼 되고 있다. 무척 안타깝고 또 안스러운 일이지만 단순히 차타기에만 그친다면 그래도 그렇게 실망할 것까진  없다. 한국 국토의 9배가 넘는 동북땅이 비좁아 우리의 차티기 연습장이 관내로 성세호대하게 승승장구로 진출해도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어쩌면 시간단축 또는 효율제고라는 화려한 명제로 뜻 풀이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 기막히는 일은 차를 타다 못해 인젠 사람 타기를 일삼고 있는 것이다. 땅거미가 지기 무섭게 동네어구에 기다리는 차를 타고 어슬렁어슬렁 술집이나 노래방에 찾아가서 *** 타기를 일삼는 이것도 우리 사회의 하나의 풍경이 아닐까. 사랑을 위해서라면 무방할걸. 단순히 일종 욕망을 풀기 위해 피땀이 한껏 슴배인 금전을 흥청망청 탕진하는 것은 어리석다기보다 일종 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망한 우리 동포가 어디 하나 둘 뿐인가?!

현존의 세계는 약육강식의 세계이다. 못살면 자연 주눅이 들고 업수임을 당하기 마련이다. 그런만큼 잘 사는 것이 우리 모두의 목적이고 민족의 위상을 한껏 춰세우는 도경이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처럼 살림을 윤택하게 꾸미자면 억척스레 일을 하고 아끼며 절약하는 길밖에 없다. 한국에 가서 두더지 대접을 받으며 억지로 끌어온 ‘태산’을 뭉청뭉청 떼어던지는 것은 자멸의 길 이상으로 해괴한 것이 아니다. 최저로 우리에겐 아직까지 그럴만한 여유와 실력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

그래서 묻게 되는 말
"언제 가야 우리의 못난 '타기붐'이 갈아앉을까?!"
대답이 묘연하다. 아마 내일은 또 다른 무슨 타기를 벌릴지도 모른다. 아이구, 사람이 속이 타서 재가 되겠네!

나도 타기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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