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张学奎文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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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장학규 소설

빈하로 레전드
2016년 04월 08일 09시 12분  조회:862  추천:1  작성자: 장학규
 
 
단편소설
 
빈하로 레전드
 

 
그해 나는 스물두살난 애숭이 남자애였다. 코밑에 달린 수염 몇대를 치켜세우면서 남자인체 허세를 부리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나는 어쩌다가 청도의 어느 거리바닥에 내팽개져 있었다. 그 거리는 빈하로라고 불리웠으며 이름에 걸맞게 이촌하가 바로 옆에서 흐르고 있었다. 

90년대도 반나마 훌쩍 지나가면서 세기말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진하게 사람들을 내리누르던 무렵이었다. 행운스럽게 두 세기를 살게 된 사람들이었지만 얼굴들은 그렇게 밝지도 흥분되어 있지도 않았다. 사람들은 여전히 하나같이 생계에 시달린 축 처진 모습들이었다. 

특히 빈하로에 기생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세기”라는 테마에 별로 큰 의미를 두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빈하로 바로 남쪽에는 이촌하 재래시장이 자리잡고 있었다. 홀쪽하게 말라버린 강바닥에 알록달록한 천막들이 길다랗게 펼쳐진 노천시장이었다. 

청도의 아침은 대개 여기서부터 열린다. 날이 어스푸레 밝아지기 바쁘게 여기저기서 딩강댕강하는 소리들이 들린다. 그러면 빈하로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상가들이 따라서 하나둘씩 문을 열기 시작한다. 

길이가 2킬로도 되나마나한 빈하로에 한글간판을 내다 건 상가만 저그만치 80개가 넘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식당이나 상점을 내놓고도 여관, 노래방, 커피숍, 헤어샵 등이 촘촘히 들어서있었다. 

나는 이 거리에 들어설 때마다 저도모르게 이상야릇한 감정에 휘말리게 된다. 무엇이 어떻게 되어진지도 모르고 흐리멍텅하게 22년을 고스란히 지켜온 동정을 잃어버린 곳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빼았겼다고 형용해야 맞을 것이다. 그리고 그즈음에서 여자란 물건을 바로 알아버렸다. 마치 헤어샵이 무엇일가 갸우뚱하다가 그대로 끌려들어가 머리를 깎고 나온 것과 같은 버전이었다. 

내가 이 거리를 이틀만에 다시 찾은 것은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였다.  

저앞 서울헤어샵 바로 길 마주켠으로 사람 둘이 비스듬히 스쳐지나갈 수 있는 좁은 골목길이 보인다. 그 길을 따라 20여 미터 들어가면 창문에 “대박소개소”라고 쓴 나무패쪽이 보인다. 고향에서는 생소하지만 청도에서는 흔하디 흔하게 볼 수 있는 소개소이다. 주로 직업소개를 해주지만 수요에 따라 이런저런 엉뚱하고 치사한 주선도 해주는 그런 곳이었다. 책상 하나에 의자 하나, 그리고 전화기 한대로 마른 땅에서 헤딩하는 식으로 쉬운 장사를 하고 있었다. 

이 소개소를 통해 나는 청도에서의 첫 직장을 찾았다. 그리고 취직한지 일주일만에 그 직장의 부장이란 사람의 성화에 못이겨 이 소개소에 전화를 했었다. 

“이봐, 미스터 장, 어디 근사한 아가씨 없어?”

휴식시간에 밖에서 담배를 피고 있는데 마부장이 어슬렁 다가와 이렇게 말을 걸어왔을 때 나는 어리둥절했었다. 
우리 회사는 슬리퍼를 만들어 일본으로 전량 수출했는데 300여명 여직원들이 다닥다닥 미싱기에 매달려있는 그런 제조업 회사였다. 뽄딩 접착도 봉제와 한 라인으로 이어져 있어 냄새는 물론 실내 온도도 살인적이었다. 

회사에 한국인이라고는 사장외에 생산을 책임진 마부장과 무역을 관장하는 조부장 이렇게 세명뿐이었다. 나는 남보다 늦게 입사하여 무역이나 총무쪽의 좋은 일자리는 벌써 남들이 차지하여 현장관리로 들어갔다. 

입사 첫날 쉰고개인 마부장은 다른 두 조선족 현장관리와 나를 데리고 식당으로 갔다. 
“미스터 장”
그때 마부장은 이렇게 나를 불렀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나를 부르는 말인줄을 몰랐다. 처음 듣는 말이어서 나름대로 강아지한테 이름을 붙여서 부르는 것처럼 한국인들은 사람한테도 그렇게 제마음대로 별호를 붙이는 것으로 지레 짐작했다. 
“우리 이젠 한가족이야 한가족, 알갔어? 한가족이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걸 알지?”
“네에”
나는 알둥말둥 했지만 무작정 고개부터 개어올렸다. 

이틑날부터 마부장은 정말로 한가족처럼 나를 대했다. 
“임마, 여기 와.”
이틑날 현장에 나온 나에게 마부장은 손가락을 까댁대면서 이렇게 소리쳤다. 그는 그것을 “말을 깐다”고 해석했다. “미스터 장”이란 강아지 부르는듯한 호칭도 첫날 후 종적없이 사라지고 대신 “임마”가 내 새로운 호칭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번이 두번째로 불리는 “미스터 장”이었다. 

“왜 없어?”
마부장은 가족처럼 무랍없이 나의 호주머니를 들추어 담배 한가치를 피워물고 깊게 연기를 토해냈다. 
“뭐가요?”
“뭐긴 뭐야? 임마! 아가씨 말이지. 너 아가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내 호칭은 다시 “임마”로 돌아갔다. 
마부장은 도둑처럼 현장 안을 슬그머니 들여다보더니 목소리를 죽여서 말을 이었다. 
“돈 주고 한번 할 수 있는 아가씨말야. 이 동네에 많다고 들었는데…”
“그런 건 난 정말 몰라요.”
“임마, 거 소개소에 한번 전화해봐. 그 사람들은 잘 알거잖아. 저녁 퇴근후에 갈 거라고 전해.”

나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는 것을 무시하고 마부장은 나더러 전화하라면서 자기 사무실로 떠밀었다. 덕분에 나는 에어컨이 돌아가는 시원한 사무실에서 잠시나마 호사하게 되었지만 구경 어떻게 전화를 해야 할지 몰라 한동안 서성이다가 마부장이 다시 찾아와 재촉해서야 겨우 소개소 전화 번호를 눌렀다. 

“여보세요.”
애교가 다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의 눈앞에는 불현듯 소개소 여 사장의 해반주그레한 얼굴이 떠올랐다. 30대 후반의 덜 미운 여자였다. 목소리만 들으면 애어린 처녀같은 묘한 매력을 풍기는 여자였다. 
“저…미스터 장인데요. 거 있잖아요. 며칠전에 끌신 만드는 공장에 취직시켜줬잖아요.”
“끌신이라? 아, 슬리퍼 회사 그러네요. 기억나네요. 무슨 일이죠?”
나는 꺽꺽거리면서 마부장의 요구사항을 겨우 전달했다. 무슨 말인지 나절로도 두서가 잘 잡히지 않는데 생각밖에 상대방은 곧바로 알아듣고 있었다. 
“오늘 저녁이요? 언제든 수시로 오시라고 그러세요. 절대 뒷일이 없으니까 안심하시구요.”

저녁에 마부장은 식사를 마치기 바쁘게 시내에 볼 일이 있다는 핑계를 대고 나를 데리고 회사를 나섰다. 난생 처음 하이야를 타보는 나는 마부장의 뒤에 붙어섰다가 그가 운전석 문을 열기 바쁘게 따라서 뒷좌석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런데 운전석으로 발 한짝을 들여다놓던 마부장이 금세 얼굴이 붉어지면서 와락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못 나와 임마! 거기 어디라고 감히 앉어. 얼른 앞좌석에 가 앉아. 건방진 녀석!”
나는 영문도 모르면서 뿌옇게 욕을 얻어먹고 황급히 앞좌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가는 길에 마부장은 성낼 때와는 달리 퍼그나 온화한 어조로 운전석 바로 뒤는 귀빈석으로 운전자가 모셔야 하는 사람이고 그 옆자리는 다음으로 중요한 손님이 앉게 된다고 승차 매너를 알려주었다. 더불어 나처럼 상급을 모시고 다니고 길을 안내해야 할 가이드 역을 맡은 사람은 운전석 옆자리에 앉아야 한다고 이론과 실례를 들어가면서 반시간 좋이 얘기했다. 

소개소 여사장을 따라 10여 분 걸어서 향양2지로의 어둑시그레한 골목에 들어서니 2층 단독주택이 나타났다. 여 사장은 그 집이 자기네 “아지트”라고 소개했다. 내가 아지트란게 도대체 무엇일가고 궁금해하고 있는데 마부장은 한시가 급하다는 듯 여 사장이 가리키는 2층으로 한달음에 달려올라갔다. 그 와중에도 나를 잊지 않았는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소리쳤다. 
“저 우리 미스터 장도 한칸 마련해줘요.”
“마음 놓으세요. 사~장~님~”
여 사장은 길게 말꼬리를 늘여붙히며 대꾸한 후 나를 향해 왼쪽 눈을 끔벅거렸다. 나이에 비해 주책없는 동작이었으나 웬일인지 싫지 않았다. 오히려 묘한 호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솔직히 나는 여 사장을 처음으로 만났을 때부터 참으로 여자답게 생겼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생김새도 그렇고 목소리도 그렇고 하는 행동 역시 너무 여성스러워보였다.  

“미스터 장, 여기요.”
여 사장은 웃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초점없이 올려다보다가 나한테로 다가와 손을 뻗쳐 나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뭉클한 앞가슴이 간단없이 팔에 맞혀왔다. 
“저기로 가요. 미스터 장을 위해 특별히 따로 준비해두었어요.”
10평쯤 되어 보이는 방이었는데 침대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나를 침대에 눌러앉힌 여 사장은 왠지 어색한 웃음을 떠올렸다. 얼굴에 홍조를 띠운 채 한동안 말없이 서성이기만 하던 여 사장은 아무래도 안되겠다는 듯 허리를 굽혀 아까처럼 나의 어깨를 서슴없이 안았다. 모름지기 힘을 주어 나의 팔로 가슴을 실었던 것이 분명했다. 팔이 그녀의 가슴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나의 심장이 느닷없이 세차게 쿵쾅 튀기 시작했다. 엄마 젖을 떠나서 처음으로 그런 부드러움을 체험하고 있었다. 코속으로 여자의 향기가 스멀스멀 밀려들어왔다. 이윽고 여 사장의 취한 듯한 목소리가 귀밑을 간지럽혔다. 
“좀 기다려요. 탱탱한 아가씨 보내줄게요.”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내가 혼잡해진 머리를 털며 어리둥절해있을 무렵, 문이 소리없이 열리며 웬 처녀애가 조용히 들어섰다. 초봄의 날씨에는 좀 추워보이는 흰색의 원피스를 호리호리한 몸에 착 붙게 차려입은 그녀는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를 뒤로 묶어매고 있었다. 둥글스럼한 여 사장과 달리 그녀는 갸름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는데 수줍음때문인지 얼굴은 피빛처럼 물들어있었다. 내 또래가 분명한 그녀도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이해가 모자랐던지 들어선채로 주춤 멈춰선 후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때 밖에서 여 사장의 날선 목소리가 날아왔다. 
“뭐하고 있어?”
처녀애는 화들짝 놀라는가 싶더니 냉큼 나의 옆에 와서 앉았다. 
“저는 청이라고 불러요.“
“나는 학.”
나는 하지 않아도 될 대답을 해놓고 제풀에 멋적어 고개를 숙였다. 청이라고 부른다는 여자애도 뒷말을 찾을 수 없다는 듯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인사 나누었으면 얼른 물 들고 들어가야지.”
문밖에서 여 사장의 차거운 목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 심술이 마디마다 덕지덕지 묻어났다. 나는 내가 어디서부터 여 사장한테 잘못 보였던가를 되새겨보았다.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나갈 때 무의식적인 것처럼 나의 손을 잡아 자기 배쪽으로 갖다 대주기까지 했던 여 사장이었다. 혹시 청이가 무엇을 잘못한 것인가? 아닌게 아니라 청이는 죄지은 사람처럼 후다닥 뛰쳐나갔다. 

청이가 다시 방으로 들어온 건 그로부터 10분이 채 되지 않아서였다. 그 사이 몸의 곡선이 환히 들여다보이는 원피스대신 잠옷 같은 훌렁한 꽃옷을 바꿔입은 청이는 언제 수줍었냐는듯 뜨거운 김이 물물 피어오르는 소래를 들고 들어오더니 들뜬 목소리로 재촉했다. 
“얼른 옷을 벗어요. 제기 씻어드릴게요.”

내가 어정쩡해있는 사이 청이는 나의 웃옷을 벗어 침대에 아무렇게나 던져놓았다. 연후 바지 벨트로 손이 가던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는가 싶더니 그대로 바지마저 벗겨내렸다. 팬티 한장 달랑 남을 때까지 나는 마네킹처럼 청이가 하는대로 몸을 맡기고 있었다. 그러나 청이가 팬티를 잡는 순간 나는 기절초풍할 지경으로 놀라면서 침대위로 훌쩍 뛰어올라갔다.
“이러지 마! 이러면 안돼!”
“처음인가 보네요…”
“난…부장님을 모시고… 왔을뿐이야…”

청이는 한사코 이불을 몸에 감싸고 숨어드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막무가내인 듯 호 한숨을 가볍게 내쉬더니 부시시 이불속으로 기어들어왔다. 
“이러면 전 사장님께 혼나요. 사장님이 꼭 먼저 씻어줘야 한다고 당부했는데…”
입속 말로 종알거리던 청이가 그대로 몸을 밀착해왔다. 구석까지 밀린 나는 더이상 피할데가 없었다.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당장 귀구멍에 꽉 들어찼다. 참새 같은 심장이 툭툭 튀는 것이 팔뚝을 통해 전달되었다. 아까 여 사장의 그것과는 많이 달랐다. 뭉클하지도 않았고 포근하지도 않았다. 빨려들어갈 거 같은 느낌도 없었다. 단단하게 다져진 살덩이가 다소곳이 솟아나 대어온 거 뿐이였다.  

우리는 그렇게 가지런히 붙어서 누운채로 한동안 잠자코 있었다.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내가 여자랑 같이 누워있기는 10년만의 일이었다. 그때 소학교 졸업을 앞둔 나는 이웃집의 한살 어린 희자란 여자애를 얼려서 우리집 웃방에 이불을 덮고 같이 누웠다가 아버지에게 발각되어 된통을 당한 적이 있었다. 여자가 많이 궁금했고 그렇게 여자랑 누워있으면 애가 생기는 거라고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아버지에게 반나절 쫓겨서 도망 다닌 후부터 다시는 여자들 옆에도 가지 못했다. 

지금은 가끔 몽정도 하고 수음도 하지만 여자를 구경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는 아직도 잘 알지 못했다. 그래도 기어코 잠자는 남성을 깨우치고 있었다. 

청이가 몸을 꼼지락거리면서 손이 왔다갔다 하더니 어떻게 나의 거시기를 다쳐놓은 모양이었다. 갑자기 그 물건이 성난 듯 용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도무지 그것을 주체할 방법이 없었다. 나는 낑 신음을 토해내면서 허둥지둥 청이의 몸위로 올라갔다. 팬티를 내리고 다시 청이를 발가벗기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흐른듯 싶었다. 막 입구가 보이는 그때 머얼건 액체가 허무하게 물총처럼 쑥쑥 뿜어져나갔다. 청이의 그곳엔 순식간에 어지럽게 젖어버렸다.
“이걸 어쩌지? 이걸 어째?”

청이가 아우성을 지르며 후다닥 뛰어내리더니 부끄러움도 잊은듯 하얀 엉덩이를 드러낸채로 물로 씻어내기 시작했다. 한참을 정신없이 물을 끼얹던 청이가 무슨 감촉을 느꼈던지 멍하니 자기를 내려다보는 나를 빤히 올려다보았다. 둘은 거의 동시에 피씩 웃어버렸다. 

“내려와요. 제가 씻어줄게요.”
청이의 손짓에 이끌려 나는 나체인채로 대범하게 바당에 내려섰다. 그때까지 대야에 능청스레 앉아있던 청이는 어디서 생긴 용기인지 불쑥 손을 내밀어 내 물건을 잡고 아래로 당겼다. 
“이렇게 앉아요. 그래야 씻기 좋지요.”

청이는 앉은 자세로 뒷걸음치면서 물을 끼얹어 씻어주기 시작했다. 처음 하는 일이어서 신기했던지 씻다가는 들여다보고 다시 물을 끼얹으면서 장난기가 발동한 듯 톡톡 쳐주기도 했다. 나는 그러는 청이를 내버려두다가 불시에 손을 뻗쳐 아직 입은채로인 그녀의 웃옷속을 뒤졌다. 청이는 거절하지 않았다. 겉옷외에는 가슴띠가 전부였다. 나에게 딴딴한 감촉을 주었던 것은 바로 그 갑옷 같은 가슴띠때문이였다. 보라색 가슴띠를 겨우 젖히고 말랑말랑한 속살을 더듬을 때까지 청이는 쉴새없이 종알거렸다. 
“사장님은 씻어주는 게 제일 먼저 순서라고 했는데 왜 남자란 게 도망가구 그랬어요? 사실 저도 처음이라 잘 몰라요. 이렇게 씻으면 되는 거죠? 아, 그런데 이거 왜 이렇게 힘쓰고 그러죠?”

그때 윗층에서 퉁탕퉁탕 계단을 뛰어내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이어 “미스터 장, 미스터 장”하는 마부장의 부름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본능적으로 “예” 하고 대답하며 부지런히 옷을 찾아입었다. 문을 열고 나가보니 울안에서 마부장과 소개소 여 사장이 무슨 얘기인가 열심히 하고 있었다. 여 사장의 손에는 돈뭉치가 쥐여있었다.
“짜아식이, 총각때를 벗었구나 후훗”
마부장이 나와 청이를 돌아보며 한 말이었다. 

회사로 돌아오는 길에 마부장은 일찍 돌아가게 된 연유를 얘기했다. 급한 불을 먼저 끈 후 담배 한대 피워 물고 2차 준비를 하는데 왠지 퀴퀴한 냄새가 나더란다. 중국집들이 대개 냄새가 나는 터라 의례 그럴려니 했는데 다시 코를 끙끙거려보니 분명 옆에 누운 여자의 몸에서 나는 냄새였다. 머리에 기름이 번져 엉켜붙었는가 하면 목 아래로 검게 때가 번져있었다. 땀이 아직도 배여있는 여자의 배에 손을 올려서 살짝 긁어보니 손톱밑이 금세 때가 들어찼다.  
“구역질 나서 죽는 줄 알았어. 안되겠어. 이게 방법이 아니야. 아무래도 파트너를 찾아야 할 것 같아. 소개소 사장한테 교포 여자를 부탁했으니 내일쯤은 소식이 있을 거야.”

정확히 이틑날 저녁무렵에 소개소에서 전화가 왔다. 파트너를 찾아놓았으니 내일 와서 면접을 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성사되면 파트너에게 한달에 3천원을 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만 입이 딱 벌어졌다. 매일 연장작업을 적어도 세시간씩 해야 하는 내 월급이 고작 5백원이였기 때문이었다. 

그전에 나는 마부장의 설명을 통해 파트너란 보모 겸 애인이란 뜻이란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밥도 해주고 집안 거두매도 하고 빨래도 하고 더불어 잠자리까지 함께 해주는 그런 역할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나는 갑자기 자신의 값어치가 기생보다도 형편없이 작다는 것을 뻬저리게 체감했다. 

마침 다음날에 일본 바이어가 오게 되어있어 마부장은 몸을 뺄 수 없었다. 개미 채바퀴 돌듯 하던 마부장이 큰 결심이나 한듯 나에게 말했다. 
“내일 말미를 줄테니 니가 대신 가봐. 젊고 이쁘고 깨끗하면 되는겨. 괜찮다 싶으면 며칠후 내가 직접 볼러 갈 거라고 전해줘.”

나는 이렇게 뜻하지 않게 빈하로에 다시 찾아오게 되었다. 이틀만에 들르는 빈하로였지만 모든게 새롭고 생기 있어 보였다. 전에도 빈하로가 격정이 넘치는 거리라는 생각은 자주 했지만 솔직히 신선한 충격을 주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나는 그것이 청이때문에 오는 환각 비슷한 감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날 이후로 단 한시각도 청이를 잊은 적이 없었다. 몽정 비슷하게 빼앗긴 동정, 나는 그것을 빼앗겼다고 형용할 수 밖에 없었다. 내 22년 순정이 그 한번으로 그만 오염되고 만 것이다. 비록 동물학적으로 성립되지 않을지는 몰라도 나는 이미 나의 총각을 청이에게 주었다고 믿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청이의 딱딱한 가슴을 잊을 수 없었고 나를 씻어주던 그 부드러운 손길을 잊을 수 없었다. 눈만 감으면 “아, 그런데 이거 왜 이렇게 힘쓰고 그러죠?” 하던 청이의 귀여운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와 저도모르게 온몸이 힘으로 굳어지군 했다. 
나는 청이가 많이 보고싶어졌다. 한 여자가 그렇게 그리워지기는 난생처음이었다. 한번밖에 보지 못한 처녀를 나는 사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떻게 하면 소개소 여 사장이 청이를 다시 불러주게 할 수 있을까에 골몰하다보니 나는 어느덧 골목길 끝머리까지 갔다가 길이 막혀 되돌아오는 역사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개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나는 저도모르게 하늘이 하는 일을 인간이 어떻게 알소냐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청이였다. 청이가 쇼파에 단정히 앉아있었다. 불륨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흰색의 원피스를 입고 다소곳이 고개를 수그리고 있던 청이가 문을 떼고 들어서는 나를 발견하고 얼굴에 홍조를 띠고 벌떡 일어섰다. 
“이제 보니 둘이 아는 사이였군요.”
여 사장이 빈정대는듯한 어조로 인사를 대신했다. 
“그럼 파트너란 사람…”
“네, 맞아요.”
“안돼요!”
놀란 쪽은 시까스르는듯한 여 사장이 아니라 오히려 내쪽이었다. 내 목소리가 그렇게 높아지리라고는 나 자신도 미처 생각지 못했다. 유리창문이 드르릉 떨리는 것을 직감하며 나는 애써 침착하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우리 부장은 쉰이 넘은 사람이예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버지벌 되는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그날 청이를 미스터 장한테 보낸 거예요. 청이가 숫처녀인 건 아시죠? 첫 경험이 아름다운 추억이 되게끔 배려했던 거예요. 아니면 그때 벌써 마부장한테 차려졌을 거예요.”
“사장님 고마웠습니다. 사장님, 그런데 이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청이는 아직 어려요. 사장님…”
나는 입에서 무슨 말이 나가는줄도 모르고 쉴새 없이 손을 비볐다. 여 사장은 난처한 듯 어깨를 으쓱하면서 도리머리를 저었다. 이마살이 깊게 찌프러진 걸 보면 그녀가 많이 짜증나고 귀찮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 둘에 비해 정작 당사자인 청이는 되려 태연하고 침착한 표정이었다. 말 없이 지켜만 보고 있던 청이가 늘쩡늘쩡 입을 열었다. 
“사장님, 저 미스터 장과 잠깐 얘기하고 올게요. 오후에 전화 드릴테니 그때까지는 마부장과의 일은 없던 걸로 해주세요.”
여 사장이 괘씸하다는 듯 입을 실룩거리는 것을 무시하고 청이는 나의 손을 잡아끌고 거리에 나섰다. 
빈하로는 여전히 분주하고 흥성했다. 여기저기서 사구려 소리가 구수하게 들려왔고 음식들이 익는 냄새가 풍겨왔다. 느끗하게 구경하며 흥정하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간만에 따스해진 봄날의 화사함이 묻어있었다. 
“왜 그랬어요?”
“뭐가?”
“아까 사장님하고 막 다투다싶이 했잖아요. 미스터 장과 무슨 상관인데요?”
“몰라. 나도 왜 그랬는지 몰라.”
청이는 피씩 웃었다. 
“저를 좋아해요?”
“응”
“한번밖에 보지 못했는데두?”
“매일 보는 사람만 좋아하란 법은 없잖아.”
청이는 더이상 말이 없이 앞장서 허영허영 걸어갔다. 어느새 그제 왔던 향양2지로에 들어서고 있었다. 
“저 여기에 집을 잡고 몇달 째 직업을 찾았지만 결국 취직이 되지 않았어요. 겨우 초중을 졸업했거던요. 돈이 다 떨어져 집세도 밀리고 아는 친구 하나 없는 신세예요.”

청이는 자기 밑천을 다 들어내기로 작정한듯 나를 자신의 세집으로 안내하고 있었다. 단칸방이었는데 허술한 나무침대 옆으로 취사도구들이 질서없이 쌓여있었고 한쪽 구석에는 청이의 모든 재산인듯한 트렁크 하나가 놓여있을 뿐이었다. 
“저라고 왜 이런 일을 하고 싶겠어요. 그러나 살아야 하니 별다른 방법이 없잖아요. 저 번화한 빈하로는 저와 아무런 상관도 없어요. 저는 벌써 일주일째 채소는 없이 맨국수만 먹고 있어요.”

침대에 걸터 앉은 청이는 어깨를 달싹이며 흐느꼈다. 어깨가 오르내릴 때마다 나무침대는 악기 반주하듯 삐꺽삐꺽 낮다란 아픈 소리를 냈다. 그게 더 마음이 미여졌다. 나약하게 무너져버런 아련한 청이의 몸매를 차마 그저 눈 뜨고 볼 수가 없었다. 나는 조용히 다가가 청이의 손을 더듬어잡았다. 그렇게라도 그녀의 아픔을 덜어주고 싶었고 그렇게라도 그녀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고 싶었다.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경련을 일으키듯 떨리는가 싶더니 불시에 힘이 들어가면서 나의 손을 꽉 틀어잡아왔다. 동시에 몸을 나의 가슴에 기대왔다. 향기롭고 부드러운 여체가 한가슴 가득 안겨들어왔을 때 그 달콤한 행복감은 이루다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 그녀의 길다란 머리채에서 풍기는 싱그러운 냄새는 사람을 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인차 청이는 한숨을 깊게 내쉬면서 손을 풀고 나의 품에서 떨어져나갔다. 
“전 어려서부터 고생을 많이 했어요. 집안이 가난하여 공부를 못한 만큼 못해본 일이 없어요. 걱정 말고 저의 일에 더이상 삐치지 마세요. 이겨나갈 수 있어요.”
“그게 고생하고 같은 뜻이 아니야. 그 사람은 오십이 넘은 사람이란 말야. 아버지 벌도 될 수 있다고.”
“그래서 미스터 장을 여기까지 데리고 온 거예요.”
청이는 침대로 올라가 반듯하게 드러누워 쭉 기지개를 켰다. 몸이 키질하는 순간 젖무덤이 불쑥 솟아오르면서 눈을 자극했다. 
“소개소 사장님의 말을 들어보니 정말 그렇긴 하더라고요. 저의 첫번이 악몽처럼 평생 따라다니면 그보다 더 불행한 일이 어디 있겠어요. 그날 기회를 놓친 대신 오늘 미스터 장과 소중한 기억을 만들고 싶어요.”
청이는 내가 미처 무어라고 말하기도 전에 누운채로 옷을 와락와락 벗기 시작했다. 전번에 보았던 보라색 가슴띠에 이어 그날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흰색의 망사 팬티가 드러났다. 반나체로 침대에 길다랗게 누워있는 청이는 마음의 승화를 얻었는지 한결 평온했다. 요염한 모습으로 높이 솟은 젖무덤은 나를 향해 손짓하고 있었고 들여다보일듯말듯한 팬티는 나의 마음을 마귀같이 유혹하고 있었다. 
“얼른 올라오세요. 저도 그날 후로 미스터 장을 많이 생각했었어요. 참 순진한 사람이구나 그렇게 말이예요.”

이틀만에 다시 보는 청이는 갑자기 어른이 되어진 느낌이었다. 얼굴도 붉어지지 않았고 허둥대지도 않았다. 차분한 어조에는 성숙된 여인의 매력이 진하게 묻어있었다. 

나는 귀신에게 홀린 것처럼 허겁지겁 침대로 기어올라갔다. 누군가 형체 없는 것이 안돼 하고 소리치고 있었지만 나의 손은 어느새 청이의 가슴띠 속에 들어가 있었다. 전날의 경험때문에 나는 쉽시라 청이의 젖가슴을 한줌 가득히 틀어잡을 수 있었다. 
“어머, 벌써 힘쓰고 그러네요.”
청이도 어느새 노련한 선수가 되었는지 나의 그것을 툭툭 건드렸다. 
“어서 오세요. 저의 첫번을 남김없이 미스터 장에게 다 줄게요. 그러면 저는 아무 유감도 없이 어려운 발걸음을 내디딜 것 같아요.” 

바로 청이의 그 한마디가 나의 거친 움직임을 멈추게 했다. 나는 그만 오리무중에 빠진 것이다. 그렇다면 내 동정이 청이에게 빼앗긴 것이 아니란 말인가? 그러니까 나는 여직 청이를 가진 것이 아니었단 말인가? 나는 그 머얼건 액체가 나의 동정이었다고 한시각도 의심치 않았으며 청이에게 나의 동정을 전달했다고 철같이 믿었었다. 하다면 나와 청이는 아직도 동남동녀가 틀림없단 말인가?

나는 청이를 일으켜 세운 후 성스러운 의식을 치르듯 정중하게 원피스를 입혔다. 역시 원피스에 감겨진 청이의 몸매는 눈부시게 이뻤다. 그리고 사람이 빨려들어가도록 깊고 그윽한 눈동자에는 티하나 없는 순수함이 들어있었다. 

청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어있었다. 그러건 말건 나는 청이의 손을 끌고 빈하로에로 나갔다. 

점심 시간이 아득바득 다가오고 있었다. 빈하로에는 어느새 발 디딜 틈도 없이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호객하는 조선말이 튕겨나왔다. 그중에서도 “창원밥집”이란 간판을 건 식당의 호객 행위는 그대로 괴짜에 버금갔다. 
“식사하려는 게 맞지예. 이 동네서 우리집 밥이 제일 맛있어유,” 
나이 쉰은 되었을법한 뚱뚱한 아주머니가 미처 반응할 사이도 없이 냉큼 다가와 나와 청이의 손을 한줌에 몰아쥐고 실내로 끌었다. 
나는 마지못해 끌려가는 것처럼 하면서도 슬슬 청이를 식당안으로 떠밀었다. 그리고 얼리고 닥치면서 겨우 청이가 죽고싶도록 먹고프다는 된장국과 소고기 볶음을 청한 후 주인집 전화를 빌려 소개소에 전화했다.
“아, 네, 미스터 장인데요. 청이가 거기 안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다른 사람 소개해보시죠.”
저쪽에서 해반주그레한 여 사장이 뭐라고 종알대고 있었지만 나는 그대로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어버리고 멀뚱하니 나를 쳐다보는 청이앞에 마주 앉았다. 
“나 청도로 올 때 뭔가 해보려고 돈을 좀 가져왔어. 고향에서 양고기 뀀을 구워봤으니 빈하로에서 그걸 해볼 생각이야. 청이는 김치 만들어서 팔던가. 둘이 손 맞들고 벌면 배 곯을리는 없잖아.”

청이는 대답 대신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보았다. 쉴새 없이 오가는 인파속에서 무슨 답안을 얻으려는듯 청이는 눈 한번 깜박이지 않았다. 

그 청이가 결국 내 마누라가 되었다. 그리고 아들 딸을 낳아 키우면서 20년을 줄창 “브래지어”를 “가슴띠”라고 부르는 촌넘이라고 나를 놀려주고 있다. 

“그리고 이젠 제발 조선말이라고 하지 말고 한국말이라고 그렇게 말해요. 우, 미스터 장인지 뭔지 아무튼 고집불통이야.”
마누라는 시도때도 없이 이렇게 나를 시까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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