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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투
2018년 09월 10일 19시 13분  조회:147  추천:0  작성자: 장학규


단편소설


 

개미 투
 

장학규 




 

“교육국 장처장이랑 미팅을 잡았어. 어렵게 만든 자리니까 다섯시까지 꼭 와야 해.”
  문걸이가 전화를 걸어왔을 때 창학이는 마누라와 함께 한창 이사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점심 시간을 한참 지난 시점이였지만 그들 부부는 먼지를 뒤집어쓴채 배를 촐촐 굶으면서 일에 열중하고 있는 중이였다.
“?”
 
  창학이는 퀭해진 눈으로 안해를 바라보았다. 스마트폰 스피커를 열어둔 상태로 통화했기에 안해도 통화 내역을 다 들은 것이다. 안해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였다.
“알았어. 제시간에 도착할게.”

  그들은 달포전에 살던 집을 팔아버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시골동네에서 경이를 공부시킬 자신이 없어서였다. 아파트가 속한 학교에 헛일삼아 가보았다가 창학이는 그만 초풍할 지경으로 놀라고 말았다. 단층집 십수채가 촘촘히 들어앉은 가운데 반급마다 6~70명씩 꽉 들어차서 벌집처럼 왕왕거렸었다. 주변에 하루가 멀다하게 일어서는 고층빌딩만 아니였어도 이게 정말 청도라는 동네에 있는 학교가 맞는지 의심할 정도였다.

  그날로 창학이는 조금도 주저없이 아파트를 복덕방에 내걸었다. 그리고 롱담같이 며칠도 안되여 팔려나갔다.
“벌써 그 집을 기다린 사람이 있어요. 조손 삼대가 사는 가정인데 방이 세개이상인 큰집을 내놓으라고 해서 애먹었어요.”
태평양이라는 굉장한 이름의 복덕방 주인은 희미한 웃음을 지으면서 요새는 둘쨰를 마음대로 낳게 하는 바람에 큰집이 대세라고 주절주절거렸다. 그리고 사나흘도 되지 않아 주인이 나졌으니 빨리 복덕방으로 나오라고 재촉했다.

  진씨 성을 가진 구매자도 외지인이였다. 애가 둘이 딸린 젊은 부부였는데 자기네는 시내에서 집 사서 애들을 공부시킬 게제가 못된다면서 마치도 집 파는 창학이에게 큰 잘못을 저지른듯 두손을 애매하게 비벼대기도 했다. 그러는 그들을 보면서 창학이는 까닭없이 우월감같은 것이 생겨나기도 했다.

  그런데 그때까지도 창학이는 자기 주변에서 대형 쓰나미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좀 심상치 않긴 했었다. 아파트 매매 계약에 따라 선불금 30프로를 받은 창학이는 닷새만에 이번에는 마야라는 다른 이름의 복덕방을 통해 중점중학교가 위치한 부근의 한 작은 아파트를 계약했다. 원래 살던 집보다 면적이 절반밖에 되지 않았고 지은지도 근 20년이 되는 낡은 아파트였으나 학교를 끼고 있다는 리유로 값은 엄청나게 비쌌다. 그나마 큰 아파트를 판 덕분에 위치 좋은 작은 아파트의 선불금은 그런대로 맞출 수 있었다. 

  문제는 재래시장에서 배추를 사고파는 것도 아닌데 복덕방에 사람이 개미처럼 바글바글거린다는 점이였다. 이게 웬 시추에이션이지 하면서도 세상사에 많이 무감각해진 창학이는 심드렁하게 자기 할 수속에만 전념했다. 집 판 잔금을 받기로 한 시간대를 맞추어 좀 더 여유를 가지고 한달반내에 새집 대금을 일시불하기로 약속했다.

  새집에서 남은 대출을 상환하기를 기다리는 사이에 어느덧 두주일이란 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로부터 다시 이틀이 더 지나 앞선 태평양복덕방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정월 대보름 휴가때문에 진씨의 새 신분증이 며칠 늦게 나오게 된다는 것이였다. 진씨의 신분증이 유효기를 넘겨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건 창학이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였다. 예상보다 열흘쯤 늦어질 거 같다고 했다. 신분증이 도착하면 바로 은행대출을 신청하면 보름내에 돈이 나올 거라고 아주 은행이 자기가 꾸린 것처럼 수헐하게 내뱉었다.
“아주 꼴깝을 떠세요.”
전화를 닫고 창학이가 중얼거리는데 어느새 그 소리를 들은 안해가 오래간만에 얼굴을 풀고 맞장구를 쳤다.
“글쎄요. 지랄도 잔치처럼 하네요 호호”
딸애의 진학이 큰 골치거리였던 안해는 학군내에 집을 샀다는 것만으로도 만시름을 풀 놓는 눈치였다.

  얼마후면 무난하다던 진씨의 신분증이 아직 나오지 않은 대신 새집의 대출이 먼저 풀렸다. 일이 이대로 진행된다면 자칫 량쪽의 수속이 동시에 마무리될듯 싶었다. 앞뒤로 뛰여다니기 귀찮겠다고 투덜대고 있는데 마침 새집을 맡은 마야복덕방에서 다급히 호출했다.
“지금 당장 모든 서류를 빠짐없이 챙겨가지고 오세요.”

  초봄인지라 오후 다섯시가 넘기 바쁘게 날이 어두워졌다. 퇴근을 서두를 때에 사람을 부르는 것은 무언가 심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징조였다. 창학이네 부부는 서류봉투를 가지고 황황히 집문을 나섰다.
“내부소식인데요. 새로운 아파트 구매제한정책이 내일 저녁 열두시부터 발효한다고 합니다. 외래인은 어떤 경우에도 집 두채를 구매할 수 없게 됩니다.”
덜 밉게 생긴 복덕방 매니저 아가씨가 불안한 목소리로 급촉하게 말했다.
“저희들은 집이 한채인데요.”
“아니, 저쪽 집 아직 명의 이전이 되지 않았잖아요?”
“그건 그렇죠.”
“그러니까 결국 이 집이 두번쨰 집이 되는 셈이예요. 내일이 지나면 이 집을 살 수가 없게 된단 말입니다.”
그러고보니 늦은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복덕방에는 서류봉투를 들고 달려오는 고객들이 그치지 않았다. 창학이네 부부는 불안한 마음에 뭐가 뭔지도 모르면서 매니저가 시키는대로 여기저기에 손도장을 찍고 싸인했다.

  흔치는 않지만 창학이는 문뜩문뜩 자신이 거리바닥에 내몰린 개미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여기 치이고 저기 밀리면서 간신히 생존해나가는 미물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특히 안해의 상태가 더 말이 아니였다. 지난해부터 반쪽이 된 얼굴이 어느새 시꺼멓게 죽어있었다. 창학이는 조이면 당장 부러질 거 같은 안해의 처량한 어깨를 가볍게 쓸며 어르듯 말했다.
“여보, 우리 우유 먹고 좀만 버티자.”
힘내자는 말이였지만 스스로 듣기에도 맥빠진 소리였다.

  이날따라 하늘에서는 때아닌 비방울을 흩날리고 있었다. 이제 싹이 돋아나기 시작한 가로수들은 바다바람에 앙상한 가지를 흔들며 애처로운 소리를 내고 있었다.
원래 심성이 예민한 안해는 양꼬치를 먹고 들어가자는 창학이의 제의를 무시하고 한사코 호프집을 찾아들어가더니 맥주 두잔에 그만 녹초가 되여버렸다.
“우리 둘… 말이예요. 똥과 설사가 합친… 격이예요. 묽은~ 똥이잖아요.”
집에 돌아와서도 횡설수설하는 안해를 겨우 다독여 눕히고 긴밤을 거의 뜬눈으로 보내다싶이 한
창학이는 날이 밝아오기 바쁘게 진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진씨는 자기가 아직도 고향인 하남성에 있다고 느릿느릿하게 말했다.
“그런데 무슨 신분증 수속이 그렇게 오래 걸려? 임시신분증은 이틑날로 나오는데 지금 나를 엿먹이는거요? 당신까지 사람을 업신 여기는 거요?”
막다른 골목에 이르면 나이가 명함이라고 창학이는 나이차가 한돌개는 되는 진씨에게 말이 나가는대로 내뱉었다. 그러자 허우대가 멀쩡한 진씨가 생각밖에 비굴하게 죽어들어갔다.
“형님, 미안합니다. 사실은 그 사이 회사에 급한 일이 있어서 급히 출장 다녀오느라고 늦었습니다. 이미 온바하곤 진짜 신분증을 만들어가야잖아요. 곧 나오게 됩니다. 며칠만 기다리십시요.”

  이날 오후 느즈막에 관방 뉴스에 새로 제정된 아파트구매제한정책이 공포되였다. 신통력이 어디까지 미칠지 모를 복덕방의 “내부소식”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당지 호적을 가진 시민 가정은 두채까지 가능하나 비호적 주민은 1채로 제한했다. 그것도 연속 12개월 개인소득납세증명이나 사회보헙납부증명을 제출해야 했다.

  창학이는 속이 철렁했다. 10여년간 줄창 사회보험을 납부해오긴 했으나 털면 먼지가 나지 않는 법이 없다고 또 무슨 건덕지가 잡힐지 알수 없었기 때문이였다. 창학이는 안해가 이 소식을 알면 또다시 쇼크를 받을가봐 입을 함구하고 크게 숨도 내쉬지 않았다.

  그러나 안해는 어느새 벌써 알고 있는 눈치였다. 평시의 초조하고 긴장된 모습과 달리 코노래까지 흥얼거리면서 저녁을 짓고 있었다. 창학이는 그만 오리무중에 빠져버렸다.
“당신 어제 맥주 둬고뿌하더니 더위까지 먹은겨? 아직 날씨가 이른거 아니오. 삼계탕 사다드릴가?”
안해는 그를 흘끔 돌아보며 가볍게 웃었다.
“계속 우려먹는 사골곰탕이잖아요. 금방 풀릴 거예요. 그리고 우리는 조건에도 부합되니 괜한 신경 쓰지 말아요.”
“나 그럼 시름놓고 공원 가서 장기나 둘가보다.”
창학이는 그러는 안해가 오히려 고마워 간만에 빈정거리는 어투로 대꾸했다. 따로 국밥이라고 딸애의 중학교 진학문제가 대두해서부터 안해와 한 채널에 들어보지 않기는 이번이 처음이였다.
“뭐 그러세요. 사마귀가 수레바퀴에 맞서봤자 짓이겨질 일밖에 있겠어요. 장기 두던 장기 바치던 마음대로 하세요.”
그날 마야복덕방에서는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이틑날도 역시 꿩구워먹은 자리였다. 사흘이 되여 창학이의 인내심이 한계점에 거의 도달할 무렵 뜻하지 않게 진씨가 새 신분증을 가져왔으니 복덕방에서 만나 명의 이전 수속을 하러 가자고 전화가 왔다.
“우리도 일 있다고 며칠 끌자구요.”
안해는 창학이가 진씨라도 되는듯 째려지게 흘겨보며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지금 그 말씀 웃기시려고 하신 겁니까? 당장 5월이면 애 중학교 신청을 해야 하오. 어디 남들처럼 배포유할세 말이지.”
“그래도 그렇지, 우리가 여직껏 속을 태운 걸 생각하면 일년정도 속태워줘도 과할 것 같지 않아요.”
“그건 넌센스야. 얼른 준비하고 가보기오.”
“정말이예요. 우리가 명의 이전을 해주면 이 집은 진씨거가 되잖아요. 그런데 저쪽 집이 지금처럼 계속 풀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만 한데 나앉아야 하는게 아니예요?”
  창학이는 불시에 이마를 탁 쳤다. 옳거니, 맞거니. 왜 그 생각은 못했을가 싶었다. 악수 뒤끝에 비수라고 진씨가 일단 잔금을 내고 명의 이전을 마치면 그날로 집을 내라고 할지도 모를 일이였다.
창학이는 냉큼 핸드폰을 꺼내 새집을 주선한 마야복덕방을 연결했다. 지금껏 그렇게 민첩한 동작을 해본적이 없었다. 그들을 전문 책임진듯 전번날 만났던 덜미운 매니저 아가씨에게로 전화가 이어졌다. 매니저는 창학이의 말을 듣더니 다분히 애교가 섞인 목소리로 서류는 그날로 부동산교역센터에 제출되였지만 관련 정책에 따라 잠시 스톱된 상태라고 설명한 후 다시 사회보험을 납부했냐를 확인하더니 그러면 문제 없을 거 같으니 저쪽 요구대로 진행하라고 말했다.
원래 설겆이 많이 하는 사람이 그릇을 자주 깨는 법이라 매니저의 말을 액면 그대로 다 믿을 수는 없었지만 이미 엎지른 물이니 어떡할 방법이 나지지 않았다. 하늘에 운수를 맡길 수밖에 없었다.
복장공장을 꾸리는 진씨는 납세증명만 한묶음 들고 왔었다. 그것을 본 은행 경리는 입을 딱 벌리더니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면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열흘 정도면 대출이 내려올 거예요.”
은행 경리는 복덕방 주인과 많이 가까운 듯 서로 눈웃음을 나누었다. 진씨는 히로뽕을 주사 맞은듯 금세 흥분해서 교복만 5년여를 만들어왔다면서 청도에서 학교 다니는 학생들이 자기가 만든 옷을 안 입어본 애가 없을거라고 희떠운 소리를 늘여놓기 시작했다.
대출 수속을 마치고 복덕방 주인이 이참에 부동산교역센터에 가서 명의 이전을 하자는 걸 창학이의 안해가 잔금을 아직 받지 못했는데 어떻게 명의 이전을 하냐고 단마디로 거절해버렸다.
그리고 얼마후 대출이 예정대로 내려왔고 창학이네는 울며 겨자 먹기로 명의 이전 수속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어제 일이였다. 집을 일주일내로 내주기로 했지만 저쪽 집은 여직 소식이 없는 상태였다. 아침에 일어나자바람으로 막무가내로 이사짐부터 짜면서 부부는 오래동안 토론해온 화제를 또다시 꺼내면서 갑론을박했다.
“아예 이 동네에서 대수 몇달 살 집을 구할가요?”
“그럼 학교는 어떻게 붙이구?”
  “당신 지금 운전 배우지 않아요. 면허 따내면 차로 데려다주면 되잖아요.”
  “누가 데려다주는 일을 말하는 거요? 여기서 살아도 학교에 붙을 수 있었다면 왜 집을 팔았겠소. 머리만 잔뜩 길어가지고 우우”
창학이는 운전면허 얘기만 나오면 까닭없이 울화가 치밀군 한다. 자가용을 갖춘지는 여러해가 되였다. 시내 변두리에서 살다보니 출퇴근이 문제여서 차를 사기는 했어도 창학이는 사업상 관계로 매일 술상이 생겨 감히 차를 몰 엄두를 내지 못했다. 대신 안해가 면허를 받고 여직껏 몰고 다녔었다.
아마도 새로운 부동산정책이 곧 나올거라는 소식을 들은 이틑날일 것이다. 그랬다. 맥주 두 컵에 만취가 되였던 안해가 아침에 일어나자바람으로 창학이를 끌고 자동차운전학원으로 달려갔다.
“이제부터 애를 학교까지 데려가고 데려올지도 모르니 당신 이번에는 아무런 소리도 말고 운전 배워요.”
하는 생각이 언제나 액션수준이여서 그렇겠거니 하고 창학이는 안해가 하는대로 내버려두었다. 학원 비용이 저그만치 5천원이 넘었다. 창학이의 한달 로임에 맞먹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양씨 성을 가진 코치라는 량반이였다. 생긴 것도 우락부락한데다가 텁기도 말이 아니였다. 마치도 십년 묵은 빚을 갚지 않았다는듯이 언제봐도 소에게 물린 상통을 하고 있었다.
안해의 스승이기도 한 양코치는 첫 며칠은 아주 살뜰하게 창학이를 대해주었다. 후에야 안 일이지만 안해는 떠나면서 창학이 몰래 양코치에게 2백원을 질러주었었다. 그런데 그 약발이 겨우 3일밖에 가지 않았다. 첫 필기시험이 끝나서부터 양코치는 배워주라는 차는 고스란히 세워두고 학원들을 모아놓고 연설을 일삼았다. 항상 포인트를 못잡고 설왕설래하는 특기가 부럽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얘기를 한데 묶어놓으면 딱 한글자, 즉 돈이였다. 어느 코치네 학원은 2백원 내고 시험장을 두바퀴를 돌면서 연습한 것이 주효하여 시험에 단번에 넘어갔다느니, 어느 친구는 2백원을 옆자리에 앉은 시험관에게 질러준 덕분에 시험내내 그 코치의 암시를 받으면서 겨우 넘어갔다느니 하는 말들이였다. 모두들 그 말뜻을 알아듣고 슬그머니 양코치의 주머니에 마니를 질러주었던 모양이였다.
그러나 창학이만은 아니였다. 안해가 먼저 상납한 것도 있지만 사실 운전에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였다. 집에 차가 있으면서부터 틈날 때마다 운전해온 터여서 웬간한 주차나 후진에는 5~6년 운전경험을 가진 안해보다도 나았다.
그러자 양코치의 심술이 노골적으로 터지기 시작했다. 차를 연습해도 웬간해서는 창학이를 부르지 않았고 어쩌다 오르게 해도 소태 씹은듯 쓰거운 표정으로 노려보군 했다. 좀만 실수를 하거나 자기의 요구대로 하지 않으면 바로 고성이 터지군 했다.
“너 돼지니? 그 미련한 머리 가지고 무슨 차운전을 배운다고? 집 돌아가서 똥바지 벗고 자던가.”
그래도 실기시험을 창학이는 무난하게 넘어갔다. 다섯명이 가서 두명만 합격된 것이다. 양코치는 더욱 야료를 부렸다.
“너 잘하잖아. 배울 필요 없어. 절로 가서 시험치라구.”
그날부터 지금까지 창학이는 한번도 운전대를 잡아보지 못했다. 여러가지 일이 한데 겹쳐서 정신없이 돌아친 원인도 있었지만 양코치가 전혀 불러주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자동차운전학원은 그게 률이였다. 코치가 어느날 오라고 해야 가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동영상을 보면서 배워요 까짓꺼. 기술은 문제 아니잖아요. 주행시험은 세부적인 순서문제이니 인차 배워낼 거예요.”
“그럼 학원비는 헛판게 아니요. 어떻게 해서라도 그넘의 양코치인지 양꼬치인지 하는 작자를 이겨야지. 하다못해 본전이라도 뽑아야 해. 이렇게 당하지만은 않을거야.”
“됐어요. 탱크앞에서 돌도끼 휘두르는 격이예요. 우리 경이 일에나 신경 써요.”
“저녁에 교육국 장처장이랑은 어쩔가? ”
가까운 친구인 문걸이앞에서 경이의 진학문제를 두고 속탄 얘기를 자주 했었다. 문걸이가 그걸 기억해두고 있다가 용케 장처장을 모셨다는 걸 창학이는 잘 알고 있었다.
“가요. 애가 여직껏 타온 모든 증서를 다 가지고 가서 우리 경이가 얼마나 훌륭한 애인가를 알립시다.”
부부가 약속 장소인 해란강민속궁에 가니 거기에는 벌써 문걸이와 장처장이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름 먼저 가서 기다린다고 일찍 떠났는데도 늦어서 여간 난감하지 않았다. 미안해 어쩔줄 모르는 창학이에 비해 장처장은 문걸이가 미리 푹 고아놓은때문인지 오히려 제쪽에서 손님을 맞이하듯 일어나 자리를 권했다.
“어서 여기 앉아요. 이제보니 알만한 친구네요.”
창학이도 웬지 장처장이 낯익었지만 구경 어디서 보았던지는 아무리해도 생각나지 않았다.
“저도 많이 본듯한 모습인데요.”
“왜 벌써 잊었어요. 접때 벽산학교 새청사 준공식에서 만났었잖아요. 저녁에 술도 함께 먹고 그랬었는데요. 수록원에 집 있는데 그걸 팔고 시내로 들어오련다고…”
“아, 처남이 역시 수록원에 세집 들어있다고 그랬던가요?”
“맞아요. 어때요? 집 팔고 샀어요?”
  “네, 사긴 샀는데요. “
창학이는 잘되지 않는 중국말에 손짓발짓까지 해가면서 여의치 못한 일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했다. 장처장은 용케도 말 한마디 삐치지 않고 그대로 다 들어주었다.
“그러면 일단 새집주인과 세입계약을 작성하십시오. 지금은 말입니다. 학교 주변에 세집을 얻어 살아도 입학이 가능합니다. 물론 다섯번째 순서로 명액이 남아야 되겠지만 역시 기회는 있습니다.”
그 정도의 정보는 창학이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대체로 외래인이지만 학군내에 자기 집을 가진 네번째 순서의 애들도 겨우 턱걸이할지 말지라고 알려져 있었다. 세집에 사는 다섯번쨰 순서의 애들은 거의 도태되는 운명이란 것은 비밀도 아니였다.
창학이는 대화 와중에도 자꾸 등허리를 지르는 안해의 성화에 못이겨 옆구리에 끼고 있던 봉투를 식탁우에 올려놓았다. 그것은 경이가 소학교 6년간 받은 3호학생 증서 12장과 전국성적인 콩클에서 받은 작문상, 성악상장들이였다. 그런데 창학이가 미처 설명도 하기 전에 장처장은 피끗 곁눈질해보더니 툭 잘라 말했다.
“걷어넣으세요. 그런 증서 꼬물도 소용없어요. 학교에서는 호적과 집, 납세와 사회보험 여부 그런것만 본답니다. 우리 술이나 먹어요.”
창학이는 술 먹는 내내 허파에서 바람이 새여나가는 느낌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장처장이 어쩌면 연기를 하는 거 같기도 하고 몽니를 부리는 것 같기도 했다. 슬그머니 문걸이에게 저 자식 돈 좀 질러줘야 하는게 아니야 하고 묻는데 어느새 조선말을 꽤나 익힌 장처장이 귀동냥해 듣고서 대번에 손사래를 치더니 목이 잘려나가는 흉내를 냈다. 더이상 어떻게 말을 붙여볼 수 없었다. 술상은 멋없이 인차 끝났다.
더이상 미룰 수 없었다. 4월에 막 접어들었고 이제 5월부터는 인터넷 신청을 해야 했다. 들리는 소문에는 세입계약도 두달전이여야 유효하다고 한다.
이틑날 창학이네 부부는 아침 일찍 새집으로 향했다. 장처장이 별방법이 없다면 그들로서는 더 속수무책일수밖에 없었다. 길고 짜른 건 대봐야 안다고 우선 장처장의 충고대로 세입계약서라도 만들고 볼 판이였다. 그런데 새집은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응대가 없었다. 전화를 걸었더니 과부로 홀로 사는 녀주인의 잠꼬대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저 새집 사서 나왔어요. 그 집 비워두었으니 급하면 먼저 들어도 돼요.”
창학이는 하마트면 하늘로 솟구칠번 했다. 세상에 어디 이런 떡이 있나 싶었다. 호박이 넝쿨채로 굴러온셈이였다. 창학이는 흥분을 참느라고 무지 애썼다. 녀주인은 한시간 후에 복덕방에서 집열쇠를 넘겨주겠다고 선선히 대답했다.
그들이 복덕방에 도착했을 때는 녀주인은 아직 오지 않았고 그들을 맞아준 것은 여전히 그 덜미운 매니저 아가씨였다.
“마침 잘 오셨네요. 그렇지 않아도 전화를 드리려고 했어요.”
“웬일이죠?”
  “집문제가 해결되였어요. 새정책을 출범하자마자 즉시 발효되다보니 합리성이 없어 많은 문제를 야기했던가봅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새 정책이 발효되기 전에 이미 부동산교역센터에 교부된 사안들은 원 정책대로 진행하기로 결정하였대요.”
뒤미처 들어온 녀주인도 그 말을 듣더니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창학이는 이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모른다. 멀쩡한 자기 집을 가지고 세입계약을 맺으려 했다가 열쇠를 받으려 복덕방에 가고 다시 거기서 매니저를 따라 부동산교역센터에 가서 일사분란하게 수속을 마쳤다. 나중 은행에 가서 잔금을 녀주인에게 이체하고보니 제법 길어진 봄날도 많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5월에 창학이는 인터넷으로 신청서를 제출했다. 다행히 새로 제작된 부동산권리증을 가진 덕분에 네번쨰 순서에 자리잡게 되여 그나마 마음이 든든해졌다. 이제는 하늘에 운수를 맡길 수밖에 없었다. 주변에 차문해보니 네번째 순서의 아이들까지는 그래도 입학이 문제 없다고 했다.
이달에 창학이에게 또 한가지 호소식이 있었다. 호구포인트제에 창학이가 합격된 것이다. 지난해 1점에 목맸던데 비해 올해는 2점이 넘쳐난 것이다. 나이 점수 1점이 깎인대신 사회보험 1년이 늘어나면서 3점이 가산되였고 거기에 헌혈 1점이 추가되였던 것이다.
여전히 지난해의 그 메주같이 생긴 처녀가 서류를 접수했고 먼저번과 완연히 다른 깎듯한 태도로 묻는 말에 차근차근 대답해주었다. 바로 이 처녀가 기자증, 작가증, 수상증서들을 쓰레기인듯 테이블우에 던지던 그 당사자였다.
“이런 건 쓸데 없어요. 다른 자격증은 없어요? 용접공 자격증이라든가 아니면 하다못해 전기수리공 자격증이라든가 하는 거 말이예요.”
그때 느꼈던 모멸감을 창학이는 지금도 잊지 않고 있었다. 하마트면 신문사를 때려치우고 용접기술을 배울러 갈번 했었다.
“집이 아무리 커도 중고주택이면 포인트 얼마 챙기지 못해요. 그집 팔고 새아파트 사는 방법도 있어요.”
그렇게 시까스르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주 곰상해져서 아닌 아양까지 떨어주었다.
“점수선을 넘었어요. 미리 축하해요.”
그러나 창학이는 심드렁했다. 경이의 중학교 입학이 거의 기정사실화된 마당에 굳이 호적을 올릴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래도 해놓읍시다요. 또 어떤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할지 누가 알아요. 호적때문에 고생한 걸 생각하면 진저리가 나요.”
안해가 창학이보다 더 적극적이였다. 몇년간 호적 없는 서려움을 너무 많이 겪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여하튼 그렇게 수속이 시작되였고 7월 초순에 희소식 두개가 한꺼번에 날아들었다. 심사를 거쳐 호적을 올리는데 동의한다는 통지와 심사를 거쳐 경이의 중학교 입학이 허락되였음을 알리는 통지였다. 창학이네 부부는 처음으로 퍼런 대낮에 서로 부둥켜 안고 미친듯이 키스를 하고 또 했다.
그런데 호적 등록을 하려고 파출소에 갔다가 창학이는 뜻하지 않게 운전학원의 양코치를 만났다. 알고보니 그도 외래인이였다. 이번에 어렵사리 포인트 적립이 되여 20년만에 청도시민이 되였다면서 너무 반가운 나머지 창학이를 괴롭혔던 자신을 잊고 오랜 친구를 대하듯 창학이를 끌어안기도 했다.
“왜 차 배우러 나오지 않지? 새로 실시되는 주행시험이 좀 까다롭긴 해도 당신처럼 운전경력이 있는 사람은 요령만 터득하면 쉽게 넘어갈 수 있어. 다음주부터 나오라구.”
며칠 후의 학교입학신청확인현장에서는 우연하게 진씨와 장처장을 만났다. 그들은 창학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저들끼리 웃고 지껄이면서 교무실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떄서야 창학이는 진씨의 큰아들애가 경이와 비슷하게 컸었다는 현실이 돌이켜졌다.
“우리 처남이 수록원에 세집을 잡고 있어요.”
처음 만났을 때 창학이가 자기 사는 아파트를 말하니 장처장은 그렇게 말했었다. 
“벌써 그 집을 기다린 사람이 있어요…”
태평양 복덕방의 말 많은 매니저의 한 첫마디가 이랬었다.
그렇다면 저 둘이 그 처남매부간이였단 말인가? 세상에 이런 요지경이 어디 있단 말인가? 교무실의 열려진 문으로 학교 책임자인듯한 번대머리 남자가 허리를 굽석이면서 장처장에게 인사를 올리고 있었다.
길게 늘어선 학부모들 뒤를 따라 확인 수속을 하러 교실로 한발작한발작씩 움직이면서 창학이는 지루하고 답답한 느낌만 들었다. 가슴이 무엇엔가 짓눌려 곧 터질 것만 같았다. 아니, 미칠 것만 같았다.
조건에 부합되여 새로 입학하게 되는 학생이 저그만치 850명이나 된다고 한다.  늦게 온 학부형들은 관리인들에 의해 쫓겨나고 있었다.
“이 부분까지예요. 나머지 분들은 내일 오세요. “
한여름 물쿠는 날씨로 인해 복도까지 열기가 뜨거웠다. 차례를 기다리며 손으로 쉴새 없이 흐르는 땀을 훔치던 창학이의 눈에 신문 한장이 비집고 들어왔다. 새로 온 신문인듯 아까 관리인이 앉았던 책상우에 놓여져 있었다. 그건 이 동네에서 발행량이 가장 많은 신문인 반도도시보였다.
관리인은 꾸역꾸역 계속 몰려오는 학부형들을 말리느라고 찌는듯 무더운 밖에 나가 있었다.
창학이는 궁금해서보다 심심해서 그리고 부채삼아 바람이라도 일궈볼려고 신문을 집어들었다. 마침 커다란 톱기사 제목이 유표하게 확 안겨왔다. 테마당답게 표제가 석줄로 되여있었고 신문면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새로운 호적 정책 출범!
조건 대폭 완화 간소화
대출, 신구 여부와 관계없이 90평이상 아파트를 구입했을 경우 호적 취득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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