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앙은 정말 부부금실이 좋을까?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2월28일 08시20분    조회:973
일부다처로 사는 원앙, 배우자 선택은 암컷이 한다

새끼 때 1:1 암수 비율, 커갈수록 암컷이 많아진다

원앙은 일부다처로 가족을 이룬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불과 50여 년 전만 해도 신랑 신부가 한복 입고 신부집 마당에서 혼례를 올렸다. 이 전통혼례의 첫 의식으로 신랑이 나무로 깎은 기러기를 신부집에 전달했다. 왜 기러기일까? 

예전엔 신부의 혼수품에 빠지지 않는 것이 원앙금침(鴛鴦衾枕)이다. 원앙금침이란 신혼부부가 베는 배게와 이불에 원앙을 수놓은 것을 말한다. 이는 신랑 신부가 원앙처럼 사이좋게 좋게 살라는 바람이 담겨있다. 원앙은 옛 그림에 비교적 자주 등장한다. 고려청자 연적에도 원앙이 연꽃을 입에 물고 있다. 부부의 화목과 자손의 번영을 기원하는 의미다. 원앙은 부부 금실의 상징이 된 지 오래됐다. 

아이러니하게 원앙은 일부다처로 산다. 원앙 수컷 한 마리가 암컷 여럿과 함께 사는 자체만 보면, 신혼부부에게 모범이 되는 사례는 아니다. 원앙의 이런 생활을 보고 사람들은 수컷이 암컷을 여럿 거느렸다고 말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배우자 선택권은 암컷에게 있다. 암컷이 수컷을 선택한다. 선택받은 수컷이 그 암컷 주위에 찰싹 달라붙어 다른 수컷이 얼씬거리지 못하게 막느라 졸졸 따라다녀 다정하게 보인다. 이렇게 다정한 모습을 본 옛사람들이 부부 금실의 상징으로 만들었던 것 같다. 

원앙은 부부금실을 상징한다. 가정의 장식품으로 사용되는 원앙 목각(왼쪽).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원앙 암컷은 어떤 수컷을 좋아할까? 한마디로 깃털이 화려하고 선명한 수컷을 좋아한다. 암컷의 깃털 색깔은 볼품없다. 반면에 수컷은 화려하고 우아하다. 원앙은 애초에 암컷이나 수컷의 털 색깔이 비슷했을 것이다. 화려한 수컷은 암컷에게 선택받아 대를 이었으나, 화려하지 않은 수컷은 선택받지 못하고 총각으로 늙어 죽어 그 유전자는 사라졌을 것이다. 대가 거듭될수록 점점 더 화려한 수컷만 남아 지금처럼 암, 수의 깃털 색깔이 완전히 달라졌다. 

동물 눈의 망막에 있는 원뿔 모양의 세포는 색깔과 세밀한 부분까지 감지하는 역할을 한다. 새의 원뿔세포는 사람보다 열 배나 많다니, 얼마나 민감할지 짐작이 된다. 새는 독특하게 자외선 파장을 감지하는 능력도 있다. 이런 특징으로 맹금류가 하늘 높이 날다 생쥐를 발견해 사냥하기도 하고, 먼 곳에서 눈으로 봐서 나무 열매가 익었는지 안 익었는지 알아챈다. 이처럼 새의 의사소통에 소리뿐만 아니라 시각적 신호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까치 수컷의 깃털 광택과 건강상태, 번식 성공도의 상관관계를 밝힌 재미있는 국내 연구가 있다. 이 박사학위 연구에서 까치 수컷의 깃털 광택이 건강상태나 번식 성공 정도를 평가하는 신호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즉, 수컷 깃털이 건강상태를 가늠하는 지표로 작용하며 깃털 광택이 좋은 개체가 일등 신랑감이다. 암컷이 수컷의 깃털만 봐도 신랑감으로 맞이할 만한 놈인지 아닌지 안다는 말이다. 

유사한 사례로 예전에 할머니들은 마당에 노는 수탉의 볏만 보고도 건강한지 아닌지 알았다. 수탉 머리에 있는 톱니 모양의 붉은 살 조각인 볏이 선홍빛을 띠면 건강한 놈, 거무스름한 색이면 건강하지 못한 놈이다. 암탉은 사람보다 더 정확히 구분해냈을 것이다. 까치처럼 원앙 암컷도 수컷의 깃털 광택만 봐도 쓸 만한 놈인지 아닌지 구분해 낼 수 있다. 그래서 원앙 암컷이 화려한 수컷을 좋아한다. 

성 선택과 일부다처제

원앙무리 전체로 보면 새끼가 알에서 막 깨어날 땐 암, 수의 비율이 1:1에 가깝다. 하지만 성장하는 과정에 수컷이 천적에게 잡아먹혀 다 큰 어미의 경우엔 암컷이 수컷보다 훨씬 많다. 화려한 수컷이 쉽게 눈에 띄니 변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 암, 수의 숫자가 맞지 않아 일부일처로 살래야 살 수 없다. 암컷이 신랑감으로 점찍어 놨던 총각에게 고백하기도 전에, 이놈이 이미 다른 암컷과 짝을 맺었어도 남편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어떤 암컷이든지 수컷 한 마리를 독차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인기 많은 수컷은 여러 마리의 암컷과 가족을 이루고, 볼품없는 수컷은 고작 두어 마리 암컷만 곁에 있다. 

선택받은 수컷일지라도 암컷 챙기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암컷이 다른 수컷에게 반해 딴 맘 먹고 떠날까 봐 번식기 내내 전전긍긍한다. 암컷이 등 돌릴 가능성을 아예 없애려고 암컷 주위에 다가오는 수컷이 눈에 띄기만 하면 내쫓는다. 번식기 때 암컷 지키랴 수컷 쫓아내랴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쁘다. 옛날 사람들 눈에 이런 모습이 찰떡궁합처럼 사이좋게 보였을까? 아마도 다른 수컷이 암컷을 해칠까 봐 지켜주고 다정하게 지내는 것으로 보여 금실 좋은 대명사로 여겼을 듯싶다. 

번식기가 끝나면 아무리 사이가 좋은 관계였을지라도 본체만체 남남으로 산다. 한술 더 떠 자기랑 짝을 이뤘던 암컷이 다른 수컷과 어울려 지내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다. 이미 자기 유전자를 공유한 후손이 태어났으니 생물학적 본능은 이뤘고, 번식기가 아니니 암컷이 알을 낳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아서 그렇다. 그러다 다시 번식기가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친한 사이로 되돌아온다. 

태안반도에서 기러기떼가 날고 있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모든 조류가 원앙처럼 다 그럴까? 아니다. 바닷가 주위에 터를 잡고 사는 조류들은 대부분 일부일처로 산다. 전통혼례식이 나무로 깎은 기러기를 들고 입장하면서 시작되는 이유가 있다. 기러기는 평생 부부관계를 유지하면서 장수하는 조류 중 하나다. 서로 다른 가풍에서 살던 남남이 신랑 신부로 만나 기러기처럼 평생 함께 행복하게 살기 바라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본다. 조류들은 자식 기르는 환경이 열악하고 살기 어려워 일부일처로 사는 편이다. 하지만 인간은 특이하게 살기 어려운 시기에 이혼율이 높다. 주위를 둘러봐도 그렇고 통계 자료를 보면 경제가 휘청거렸던 1998년 구제금융 (IMF) 때 그랬다. 기러기라고 살면서 힘든 시기 없이 순탄하게 살 리 만무하고, 속 끓인 적 없었겠냐만은 극단적인 이혼만은 안 한다. 개중에 이혼한 놈들도 있겠으나 대체로 한 번 맺은 부부관계를 평생 이어가는 편이다. 살면서 어려운 시기가 닥치면 기러기의 삶을 들여다보면 좋겠다. 

봄에 달라지는 깃털

봄이 되기 전부터 오색딱따구리 머리에 난 빨간색 깃털, 노랑턱멧새의 뺨에 난 노란색 깃털, 원앙과 공작 수컷의 깃털이 반질반질 윤기가 돌고 화려해지기 시작한다. 달라지는 이 깃털은 수컷이 암컷에게 자기를 알리는 광고다. 자기 유전자가 뛰어나니 자기와 결혼을 하면 똑똑한 자식을 낳을 수 있다는 꼬드김이다. 봄이 가까워지는 요즘 수컷 새들이 화려하게 변신 중이다. 이런 모습을 동물원에 가면 여러 종에서 확인할 수 있다. 멸종위기종인 원앙의 봄맞이도 보고 기러기의 삶을 엿보는 시간도 가질 겸 이번 주말엔 동물원에 가 보면 어떨까? 

노정래 전 서울동물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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