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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회사원들이 세계 주요국 직장인 중 유급휴가를 사용하는 비율이 가장 낮고, 휴가를 쓸 때 동료에게 ‘미안한’기분을 가장 많이 느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특히 일본 직장인들의 유급휴가 취득률이 3년 연속으로 세계 최하위를 기록했지만 일본인의 절반 이상은 “휴가가 부족하지 않다”는 응답을 내놨습니다. 일본인들이 유독 성실해서 휴가가 부족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휴가 내는 것이 눈치 보여서 마음에도 없는 답을 한 것인지 궁금해지는 조사 결과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여행 예약사이트 익스페디아재팬이 올 9월 세계 19개국에서 18세 이상 성인 직장인 1만11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일본인의 유급휴가 취득률은 50%에 그쳐 3년 연속으로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프랑스, 브라질, 스페인 등 유급휴가를 100% 사용하는 나라에 비하면 소진율이 절반에 불과한 것입니다. 한국과 싱가포르, 멕시코 등도 소진율이 93%에 이르렀고(한국이 93% 유급휴가 사용률을 기록했다니 잘 믿기지 않기는 합니다!), 상대적으로 휴가 소진율이 낮은 미국(71%), 호주(70%)도 70%대를 기록했습니다.
사용하는 유급휴가의 절대일수에서도 일본인은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프랑스, 스페인, 브라질 직장인이 연 30일의 유급휴가를 모두 사용한 것을 비롯해 대다수 국가에서 연간 14일 이상의 휴가를 사용했다는 설명입니다. 미국과 일본, 태국이 10일의 유급휴가를 사용해 절대 휴가일수에서도 최하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렇다면 일본인들은 왜 유급휴가를 이토록 잘 가지 않는 것일까요. 유급휴가를 취득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가장 많이 나온 것은 ‘인력 부족’이었습니다. ‘내가 휴가를 가면 대신 일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직장 상황을 너무 신경 쓰다 보니 본인의 휴가를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입니다.
상사가 휴가를 내는 것에 협력적이라는 응답도 43%로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상사가 휴가에 협조적이라는 응답은 한국(50%), 홍콩(50%), 싱가포르(55%) 등 아시아 국가가 전반적으로 낮았지만 일본이 유독 ‘엄한 상사’가 많았습니다.
휴가를 사용하는 것에 죄책감(미안함)을 느끼는 비율도 일본 직장인의 경우, 58%에 달해 가장 높았습니다. 휴가를 쓸 때 미안함을 느끼는 비율은 한국이 55%로 2위를 차지했습니다. 동료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끼는 비율은 한국과 일본이 큰 차이가 없었지만 ‘자신이 더 많은 휴가를 갈 권리가 있다’고 믿는 비율은 한국이 78%로 54%에 그친 일본을 압도했습니다. 일본 직장인들이 그만큼 더 남의 눈치를 보고, 본인에 대한 자신감이 약하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주목되는 사항은 일본인의 53%만이 ‘휴가가 부족하다’고 응답했다는 점입니다.(이 분야에서 한국은 72%가 휴가가 부족하다고 응답, 멕시코(75%)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습니다.) 세계 주요국 중에서 가장 휴가를 적게 가는 일본인들이 휴가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비중은 세계에서 낮은 편에 속하는 것입니다.
일본인들이 과연 속내를 솔직하게 드러내 조사를 한 것인지 살짝 의심이 가기도 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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