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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위암 치료 세계 1위 한국’ 만들어낸 의사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8월15일 10시59분    조회: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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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훈 연세암병원장, 30년간 말기 암 1만 명 생명 구한 義人
공식적으로 세계에서 위암을 가장 잘 치료하는 나라는 한국이다. 그중에서도 노성훈 연세암병원장(외과 교수)은 국제 의학계에서 최고 대우를 받는다. 수많은 외국 의사들이 한 수 가르침을 받기 위해 그를 찾는다. 말기 암 환자라도 수술 일주일 만에 퇴원하게 만든 그의 수술법은 세계 표준이 됐다. 의사 생활 30년 동안 수술 1만 건이라는 세계 최고 기록을 가진 노 원장은 올해 3월 그 공로를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내년 2월 은퇴하는 노 원장이 의사 생활 30년을 마감하는 인터뷰를 시사저널과 가졌다. 
우리말로 밥통인 위(胃)에 생기는 악성종양이 위암이다. 조기 위암은 생존율이 95%다. 그러나 흔히 말기 암이라고 표현하는 진행성 위암의 생존율은 15%에 머문다. 불과 30년 전까지만 해도 진행성 위암은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내가 전문의를 시작한 1987년 당시만 해도 진단 장비가 발달하지 않아 암이 복막 등으로 퍼진 상태를 구별하지 못했다. 그래서 복부를 열었다가 수술을 중단하는 경우가 20~30%에 달했다. 그 무렵, 전이된 위암을 고치는 의사가 되기로 했다.”​



그는 중·고등학교 때까지는 공대에 진학할 계획이었다. 그의 선친과 형들 모두 엔지니어 출신이었다. 집안에 의사가 한 명 있으면 좋겠다는 선친의 바람대로 노 원장은 의사가 됐다. 
1987년 세브란스병원에서 전문의 생활을 시작했고, 말기 암 치료에 대한 경험을 쌓기 위해 미국과 일본에서 연수했다. 1991년부터 2년 동안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복막전이암 전문가인 폴 슈가 베이커 박사의 도움을 받았고, 1993년에는 3개월간 일본 가나자와대학의 유타가 요네무라 교수의 가르침을 받았다. 
귀국 후 말기 암 환자를 도맡아 치료했는데, 수술을 아무리 잘해도 환자가 정상 생활로 돌아가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했다. 수술 자체가 환자에게 큰 스트레스로 작용하기 때문이었다. 그는 환자에게 부담이 적은 수술법을 찾기 시작했다. 1989년 수술칼을 없애고 전기소작기를 사용하는 위암 수술법을 최초로 개발했다. 전기소작기는 고열로 피부를 절개하고 혈관을 지져 지혈하는 장비다. 당시만 해도 혈관을 잘라내고 실로 꿰매느라 4시간 이상 걸리던 수술시간이 2시간으로 줄었다. 그만큼 마취 시간도 짧아져 환자의 회복 기간도 빨라졌다. 

수술칼 없는 수술법 개발
몇 년간의 경험과 연구로 기존 수술법보다 전기소작기 수술이 환자에게 유리하다고 확신한 노 원장은 1995년 대한외과학회와 1996년 그리스에서 열린 국제외과종양학회에서 이 수술법을 발표했다. 당시 위암 수술의 종주국이라는 자부심이 강했던 일본 의사들이 크게 당황했다. 
1997년 독일에서 열린 국제위암학회에 모인 각국 의사들은 또 한 번 술렁였다. 재발을 막기 위해 위암 수술 시 당연히 잘라내던 비장(지라, 가장 중요한 면역기관)을 보존하는 수술법을 노 원장이 선보인 것이다. 비장을 제거하면 면역력이 떨어져 환자의 삶의 질이 나빠진다. 이후 비장을 보존하는 수술은 세계적으로 통용됐고, 이때부터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위암 치료 종주국이 됐다. 
“국제 의학학술지(란셋)에 2000~14년 세계 71개국 18개 암 치료 성적이 공개됐는데, 한국은 위암·대장암(직장암)에서 세계 최고로 나타났다. 우리가 일본을 역전한 것이다. 일본은 식도암, 대만은 간암 분야에서 최고다. 나머지 암에서는 미국·캐나다·호주 등이 골고루 앞선 상태다.”

이 결과는 개인의 노력보다 잘 갖춰진 의료 환경의 산물이라는 게 노 원장의 설명이다. 예컨대, 암 치료는 수술뿐만 아니라 항암·방사선 치료를 접목해야 효과가 극대화되는데, 국내 의료 환경이 암 치료에 최적화돼 있다는 것이다. 
“각종 의료장비와 전문인력이 집중된 병원이 암을 잘 치료한다. 서울의 5대 병원과 경북대병원, 전남대병원은 암 치료에 최적화된 환경을 갖췄다. 이들 병원이 국내 암 환자의 50%를 치료한다. 의료 불균형 같지만, 암 환자의 생명을 구하고 삶의 질을 보존하려면 전문인력과 장비를 분산하기보다 집중하는 게 이롭다. 미국도 암 치료를 MD앤더슨이나 존스홉킨스병원 등 몇 곳으로 집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전까지 혁신적인 수술법을 개발했다면, 1998년부터 노 원장은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찾았다. 예컨대 위암 수술 환자는 분비액과 가스를 빼기 위한 콧줄(비위관)을, 배에 생긴 고름을 빼는 심지(배액관)를 단다. 그는 2001~02년 이 두 가지를 모두 제거하는 방법을 찾아내 환자의 고통을 줄였다. 또 복부 절개 길이를 25cm에서 15cm 미만으로 줄이는 수술법도 2003년 고안했다. 수술 부위가 작아지자 합병증이 줄고 환자 회복도 빨라졌다. 환자는 수술 다음 날부터 걸어 다니고 1주일 만에 퇴원하게 됐다. 

외국 의사들이 노성훈 원장의 수술을 참관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3000만 명 중 1만 명만 치료했을 뿐”
다른 의사들이 포기한 말기 암 환자들이 그를 찾았다. 30년 동안 그런 환자 중 1만 명이 그의 수술로 생명을 되찾았다. 수술 사망률은 0.3%로 세계 최저치다. 외국 의사들은 그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100회 이상 해외 학회 강연을 요청했고, 2000년 이후 500명 이상의 외국인 의사가 그의 수술법을 배웠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논문(SCI급)도 약 320편에 이른다. 2005년부터 노 원장은 더 많은 환자를 살리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1년에 세계적으로 90만 명의 위암 환자가 발생한다. 30년이면 3000만 명이다. 나는 그중 1만 명을 치료했을 뿐이다. 수술로도 환자를 살리지만, 연구를 하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 그래서 중국·대만과 함께 대규모 연구(클래식 연구)를 진행했다.” 

노 원장은 2~3기 위암에 수술과 항암제를 같이 사용하면 수술만 할 때보다 15% 이상 생존율을 높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는 매년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데, 이후 그의 연구를 근거로 2~3기 위암 수술 후에 항암제를 사용하라는 세계 지침을 마련했다. 세계 치료방침으로 정해진 것이다. 

또 그는 올해 국제 의학지(란셋 온콜로지)에 세계 최초로 항암제가 필요하거나 불필요한 환자를 가려내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전체 위암 환자 중 13~15%는 수술 후 항암제를 안 써도 되고, 45%는 기존 항암제가 도움이 되며, 나머지 45%는 기존 항암제가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기존 항암제가 도움이 안 되는 45% 환자에게는 새로운 약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연구결과나 내 수술법에 대해 세계 누구든 배우러 온다면 환영한다. 그런 의사가 자기 나라에서 환자를 치료하면 지금보다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지 않겠나.”

노 원장은 암 환자다. 2014년 후두암에 걸려 지금도 치료 중이며, 2015년 목디스크 수술도 받았다. 그래서인지 유독 환자의 심정을 잘 이해한다. 
“얼마 전 수술한 환자는 위암 1기였는데, 수술 후 6개월 만에 간으로 전이됐다. 조기 위암이 전이된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만큼 우리는 암에 대해 모르는 게 많다. 그런가 하면 4기 위암 환자가 완치되기도 한다. 확률은 확률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생존율이 95%든 15%든 환자에게는 무의미하다. 개인에게는 삶 또는 죽음이 있을 뿐이다. 의술은 발전하고, 의사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므로 환자는 절대 포기하지 말았으면 한다.”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시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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