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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족의 '음료'에서 유럽 대표술이 된 맥주 이야기
조글로미디어(ZOGLO) 2019년7월3일 09시35분    조회: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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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박하고 야만스러워" 로마는 왜 맥주를 무시했을까

야만족의 '음료'에서 유럽 대표술이 된 맥주 이야기 

[오마이뉴스 글:윤한샘, 편집:손지은]

우리는 인생 역전 스토리 혹은 무시받고 설움받은 자들의 복수 스토리를 좋아한다. 주목받지 못하고 3류 인생으로 살던 이가 소위 '존버'를 통해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고 마침내 성공하게 되는 이야기는 평범한 우리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곤 한다. 우리가 좋아하는 맥주가 이런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혹시 알고 있는가?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가 되는 반전 드라마의 원조가 바로 맥주다.

지금으로부터 약 9000년경 메소포타미아에서 태어난 맥주는 그리스가 패권을 쥐기 전까지 인류에게 가장 인기 있는 음료였다. 하지만 힘의 균형추가 지중해로 넘어오는 BC6세기, 맥주는 점차 와인에게 자리를 내어주게 된다.

페니키아인으로부터 전파된 와인은 그리스에게 신의 선물과 같은 존재였다. 산과 구릉이 많은 그리스는 보리와 밀보다 포도와 올리브가 잘 자라던 곳이었고, 특히 아테네는 와인과 올리브 무역을 통해 패권을 쥐게 된다. 지중해 건너 페르시아와의 수차례 전쟁을 견뎌낸 그리스는 점차 새로운 문명을 논할 정도로 발전하게 되고 눈부신 발자취를 남기게 된다.    

"천박하고 야만스러운 음료" 
 
▲  맥주
ⓒ pixabay

 
고대 그리스의 비극작가인 아이스킬로스는 지중해 건너 중앙아시아 민족을 맥주나 마시는 미천한 종족으로 묘사했다. 와인은 아름다운 색깔과 향기로운 향미를 갖는 신의 음료였고 노예들이 마시던 시큼하고 텁텁한 맥주와 철저하게 구분되었다. 이러한 그리스 문화는 뒤를 잇는 로마에게 그대로 전승되었다.

새로운 문명의 패권을 쥔 로마는 그 어떤 나라보다 와인을 즐기고 찬양하던 '제국'이었다. 브리타니아(지금의 영국), 갈리아(프랑스), 히스파니아(스페인), 그리스, 아시아, 이집트 그리고 북아프리카까지 인류 역사 상 가장 찬란한 문명을 꽃 피운 로마인들에게 맥주는 비천한 노예와 북쪽 차가운 땅에 살고 있는 '야만족'(Bavarian)들이 마시던 술이었다. 
 
"그들은 보리나 밀을 포도주처럼 발효시켜 마신다. 레누스 강과 다누비우스 강 근처에 사는 부족들은 포도주도 사서 마신다... 음주와 관련해서는 그들에게 그런 자제력이 없다. 원하는 만큼 술을 대줌으로써 그들의 주벽에 맞장구 쳐준다면…" - 게르마니아 23장, 타키투스
 
▲ Old Germania 타키투스의 게르마니아를 바탕으로 그린 지도, 1645년
ⓒ wikipedia

 
바바리안, 로마의 북쪽인 게르마니아에 살고 있는 야만족이었던 그들은 포도주를 마시지 않고, 보리와 밀을 발효시킨 음료를 마셨다. 이들에게 맥주는 신과 함께 마시는 음료였으며 일상 생활에서 물 대신 마음껏 마시는 생명수와 같았다. 하지만 2000년 동안 유럽 및 아시아를 지배했던 로마인들에게 이들이 마시던 맥주란 저질음료였고 천박하고 야만스러운 음료였다. 귀족들의 음료였던 와인이 활자와 책을 통해 양조기술을 발전시킨 것과 달리 맥주는 변변한 기록도 없이 수천 년 이상 생존했다. 맥주는 그렇게 낮은 자와 핍박받는 자를 위한 음료였다. 

서기 408년, 게르만족인 오도아케르에 의해 서로마는 무너지게 된다. 로마인과 같은 문명을 누리기 원했지만 그럴 능력이 없었던 게르만족들은 서로마의 문화를 이어나가지 못하게 된다. 게다가 삽시간에 퍼진 흑사병으로 인해 과거 찬란했던 서로마는 인구의 반이 죽어나가고 대부분의 땅이 황폐해지는 암흑기, 즉 다크 에이지(dark age)를 맞게 된다. 거대한 로마는 갈기갈기 찢겨지고 그렇게 중세는 로마의 문명을 잇지 못한 채, 고통스러운 시기로 접어든다. 이런 시기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희망을 준 건, 내세를 약속한 기독교였다. 

민중의 와인
 
▲ old Monk brewing 가장 오래된 수도사 양조 그림
ⓒ ancient-origin.net

 
기독교는 313년 밀라노 칙령이 있기까지 로마에서 탄압받던 종교였다. 테오도시우스 황제 이후 로마의 국교로 인정된 기독교에서 맥주는 성경에서조차 한마디도 언급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예수가 기적을 일으킨 건 와인이었지만, 중세 암흑기 시절 평범한 사람들에게 힘을 준 건 맥주였다. 특히 기독교의 수호자이자 지역 공동체의 중심이었던 수도원은 맥주 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하게 된다.
 
문자를 몰랐던 일반인과 달리 수도사는 기록을 통해 맥주 양조기술을 발전, 전승했으며 이를 통해 수준 높은 맥주를 양조할 수 있었다. 수도원은 구휼기관으로서 신분의 귀천 없이 맥주를 나눠주었으며 주 수입원으로서 맥주를 양조했다. 로마인이 그토록 무시했던 맥주는 그들이 한때 그토록 탄압했던 기독교를 통해 중세시대 사람들에게 기적을 일으켰던 것이다. 

어지럽던 중세를 정리하고 새로운 도약의 시기로 이끈 이는 '샤를마뉴'(또는 카롤루스) 대왕이었다. 9세기 초반, 정복을 통해 서로마 제국의 영토를 거의 회복한 '프랑크 제국'의 왕, 샤를마뉴는 로마 가톨릭으로부터 황제의 칭호를 받게 된다. 샤를마뉴 대왕은 누구보다 맥주를 사랑한 사람으로 유럽 곳곳을 돌아다니며 훌륭한 맥주 양조를 독려했다. 과거 로마인들이 그토록 경멸했던 게르마니아 혈통인 샤를마뉴 대왕이 서로마 제국의 뒤를 잇게 되고, 야만족들의 '소울 음료'(soul beverage)였던 맥주가 마침내 유럽을 대표하는 술로 올라서는 순간이 온 것이다. 
 
중세시대 맥주는 평범한 이들이 사랑하고 즐기는 음료로 성장하게 된다. 알코올 도수가 낮고 식수보다 안전했던 맥주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신분과 귀천을 가리지 않고 즐기는 음료가 되었으며 공동체를 연결하는 매개체로, 고된 하루의 일상을 시원하게 씻어주는 존재가 되었다. 특히 로마시대 건설되었던 도로는 타번(tavern)과 펍(pub)을 발전시켰다. 맥주를 그토록 무시했던 로마가 남긴 유산을 통해 맥주는 인류의 벗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 것이다. 

21세기 현재, 맥주는 그 어떤 술보다 전세계 어느 곳에나 즐길 수 있는 음료다. 남미의 마추피추, 미국의 알래스카, 그리고 아프리카까지 맥주가 사랑받지 않는 곳은 찾기 힘들다. 이는 수천 년 동안 맥주가 우리의 친구로서 존재해온 근원적인 가치를 여전히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 로마 시대 동안 힘들고 고통받던 시기를 버텼던 맥주가 하루하루 고달픈 삶을 사는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그래서 여전히 유효하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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