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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문화유산]방일권, 조선족 상모춤에 새 생명을 불어넣다
조글로미디어(ZOGLO) 2026년5월18일 15시39분    조회: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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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모춤의 전승과 혁신,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가

푸르스름 단색이던 야광 상모가 오색 령롱한 야광빛으로 빛나고 현란한 불꽃이 상모줄끝에서 화려하게 사방으로 부서진다. 흥겨운 줄뛰기의 리듬에 맞추어 상모춤군들이 어우러져 넘나들고 양걸춤 나무다리우에서 묘기를 부리듯 상모가 돌아간다...워낙 흥겹고 성수나는 상모춤인데 빛과 색채, 묘기까지 가미되니 구경군들의 아낌없는 환호성과 박수가 저절로 터져나온다... 이 모든 혁신의 중심에는 훈춘시문화관의 상모춤 안무가 방일권(39세)이 있다. 그는 전통 상모춤을 현대적 감각과 창의적인 기술, 그리고 끊임없는 혁신으로 재탄생시키며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예술인이다.

방일권의 이야기는 단순한 예술가의 성공 스토리가 아니다. 가난과 역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은 한 청년의 끈질긴 도전, 그리고 전통예술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이를 미래로 련결시키는 진정한 전승자의 기록이다.

역경을 딛고 일어서다

1987년, 화룡시 복동진의 평범한 농가에서 태여난 방일권의 인생은 순탄하지 않았다. 열여섯 살, 누구에게나 불안정하고 연약하기 쉬운 나이에 그는 갑작스럽게 부모님을 모두 잃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병원에 갈 형편이 되지 않아 부모님 모두 정확한 병진단조차 받지 못한 채, 불과 1년 사이에 모두 세상을 떠났다는 점이다. 어린 나이에 홀로 남겨진 방일권은 가장 먼저 부모님의 빚을 갚기로 결심한다. 집을 팔고 땅을 양도하여 부모님 생전에 진 빚을 모두 청산한 후, 그는 몇 백 원밖에 안되는 전 재산을 안고 연길로 향했다. 목적도 없이, 확실한 직업도 없이, 그는 낯선 도시에 몸을 던졌다.

“밤에는 PC방에서 눈을 붙이고, 낮에는 온 시내를 돌아다니며 일자리를 찾았습니다.” 그의 추억속 연길에서의 나날은 처절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연길시의 한 음식점에서 서빙으로 첫발을 내디뎠고 이후 술집, 노래방 등 여러 곳을 전전하며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방일권은 당시의 어려움을 회상할 가난 자체보다는 ‘무기력함’을 가장 큰 고통으로 꼽았다. “일용직으로 있는 일은 힘들지만 몸이 힘든 게 아니라 마음이 힘들었어요.” 힘든 하루일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 누워도 잠들지 못했다. 자신이 어떤 꿈도, 계획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살아가고있다는 것이 가장 큰 고통이였다. 방일권의 이 고백은 중요한 진정한 역경은 외부의 어려운 조건이 아니라 내부의 공허함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방일권은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닌, 삶의 목표와 의미라는 것을 깨닫게 되였다고 말한다.

운명을 바꾼 인연, 상모춤을 만나다

2009년 10월, 방일권의 인생에 전환점이 찾아온다. 평소 노래를 좋아했던 그는 지인의 소개로 웨딩업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결혼식 축하 공연에서 축가를 부르던 어느 날, 그는 우연히 상모춤 전승인인 한상일 스승을 만나게 된다.

한상일은 젊은 방일권의 처지를 알게 된 후 그에게 상모춤을 권유했다. 하지만 처음 방일권의 반응은 랭담했다. ‘온종일 고개만 흔드는 춤’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모춤에 대한 별다른 미련 없이 거절하려 했던 그였지만, 근 한 달 동안 이어진 스승의 권유 끝에 결국 도전을 결심한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방일권은 상모춤을 배운 첫날부터 상모를 회전시키는 기초 동작을 성공시킨 것이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처음 상모를 돌리면 댕기가 잘 돌아가지 않기 마련이다. 그러나 방일권은 자신에게 숨겨져 있던 재능을 단번에 드러냈다.

이 타고난 자질은 아마도 그가 겪은 시련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고통과 외로움 속에서도 자신의 내면에 집중할 수 있었던 힘, 몸과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였다.

그로부터 두 달 후인 2009년 12월, 그는 광주시에서 상모춤 공연 무대에 설 수 있을 만큼 실력이 늘었다. 설명절 기간의 풍경구 공연이였는데 하루에도 반시간 간격으로 8차례나 공연해야 하는 힘든 첫 무대였다. 40일간의 힘들었던 공연 후 받은 3,000원은 그가 22년 인생에서 번 가장 큰 돈이였다. 이 돈을 쥔 그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자신도 노력하면 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으로 실감한 순간이였다.

피와 땀으로 쌓은 기술

2010년 3월, 방일권은 장백산풍경구로 자리를 옮겨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상모춤을 추었다. 이 시기는 그의 상모춤 기술이 가장 빠르게 성장한 시기였다. 그는 매일 밤 숙소 로비에서 인터넷에서 검색한 상모춤 동영상을 보면서 고난도 기술을 자체로 도전하고 익혔다.

그에게는 무용 경험이 전무했다. 기본적인 스트레칭 하나에도 눈물이 날 정도로 고통스러웠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옆에서 거들어주는 사람도 없이 혼자 연습하다 머리를 땅에 부딪혀 상처를 입기도 여러번이였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이를 악물고 연습을 계속했다. 그 결과, 그의 이마에는 굳은살이 생겼고 탈모 현상까지 겪었다.

이러한 고통은 상모춤이 단순한 ‘놀이’나 ‘기술’이 아니라 온몸과 정신을 갈아넣는 진지한 예술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리고 방일권은 그 고통을 기꺼이 감내하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갔다.

중국 달인쇼, 그리고 스타덤

꾸준한 노력은 결국 빛을 보았다. 2011년부터 전국 각지에서 방일권의 상모춤 요청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그때로부터 그는 상모춤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인연을 맺게 되였다.

같은 해, 《중국달인쇼》 제3시즌 연변지역 예선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낸 방일권은 본선에 진출해 전국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시 그의 독창적인 퍼포먼스였던 35m에 달하는 장상모 댕기를 객석까지 날려보내는 기술은 큰 화제를 모았다. 이 기술은 단순히 상모 댕기의 길이만 긴 것이 아니라 객석 관객의 머리우를 스쳐 지나가며 회전하는 고난도 동작으로 그의 대표적인 퍼포먼스가 되였다.

그 후 그는  CCTV <행복을 향해 출발>, <비상 6+1>, <환락영웅>, <나 음력설야회에 오를테야>, <황금100초> 등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조선족 상모춤의 매력을 널리 알렸다. 상해동방위성, 복건동남위성, 호북위성, 하북위성, 북경위성 등 전국 각지의 텔레비죤방송 무대들도 그의 상모춤으로 물들었다. 2016년에는 CCTV 음악채널 <민가중국> 및 <두만강·중로정> 등 대형 문예공연에도 참가했다.

흥미로운 점은 방일권의 예술적 재능이 상모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2008년부터 2009년 사이 그는 중국음악학원 성악 9급과 10급을 취득했다. 또한 2009년 길림성 예술시리즈대회 성악 부문에서 동상을, 2013년 같은 대회 무용부문에서 1등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러한 다양한 예술적 력량은 그가 단순한 ‘기능인’이 아닌 예술의 본질을 리해하고 표현하는 진정한 예술가임을 증명한다. 소리와 움직임,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의 예술혼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였다.

문화예술인으로서의 길

2013년, 방일권은 상모춤으로 명성을 얻게 되면서 룡정시문화관 입시시험에 통과하여 전문 예술인으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15년 11월에는 훈춘시문화관의 요청으로 자리를 옮겨 녀성상모팀을 직접 조직하고 매일 수 시간의 집단 훈련을 이끌었다.

훈춘시문화관에서 그는 상모팀을 체계적으로 육성했고 단원들의 기술 향상뿐만 아니라 팀워크와 예술적 표현력 강화에 힘썼다. 그가 안무를 맡은 <명절의 기쁨>은 야광상모, 화염상모, 줄뛰기상모 등 혁신적인 상모춤들이 어우러져 2020년 연변텔레비죤방송국 음력설야회 무대를 빛냈다.

방일권의 진정성은 그의 고백에서도 드러난다. “저에게 있어서 상모춤은 단순히 생계를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제 인생을 바꾸었고 삶의 태도까지 바꾸었죠. 이 춤을 제대로 배우고 전승하는 것이 제 꿈입니다. 상모춤은 저에게 목표와 자부심을 주었고 이제는 그것을 다음 세대에 전하는 것이 제 책임과 의무라고 생각됩니다.”

전통을 깨우는 혁신 10년 연구의 결실- 특허 상모

방일권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한 기능 전수에 있지 않다. 그의 가장 큰 업적은 상모 자체의 혁신에 있다. 전통 상모가 가진 구조적 문제점들인 불편한 착용감, 잦은 부품 손상, 공연 중 발생하는 소음, 비효률적인 교체 방식 등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그는 무려 10년에 걸친 오랜 연구와 실험을 진행했다.

2020년 4월, 마침내 국가지식재산권국으로부터 조선족 상모 실용신형특허를 획득했다. 이는 중국조선족 상모의 첫 특허이다. 이 특허에는 여러 면의 혁신적인 개량이 담겨있다.

첫째, 모자 겉면의 일체화이다. 전통 상모는 여러 조각의 천을 이어 붙여 만들었지만 개량 상모는 한 장의 천으로 제작하여 미감을 크게 향상시켰다. 그리고 본체를 EVA재질로 금형에 찍어내여 가볍고 제작 공정도 간소화되였다.

둘째, 챙끈의 혁신이다. 기존 단색 천 끈을 홍·황·람 삼색으로 땋은 끈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이는 단순히 미적 감각을 높인 것뿐만 아니라 음양오행의 조화원리를 바탕으로 한 색채 상징성과 공동체의 화합, 풍요와 축원의 의미를 담고있다.

셋째, 머리띠 부분의 분리형 구조이다. 기존에는 머리띠가 모자와 일체형이여서 세척이나 교체가 어려웠지만 개량 상모는 분리형으로 제작되여 위생적이고 실용적이다.

넷째, 회전축의 구조 개선이다. 기존 철사 고정 방식에서 발생하던 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가죽과 나일론을 결합한 소재를 사용했다. 이는 마찰음을 대폭 줄였을 뿐만 아니라 회전의 부드러움도 향상시켰다.

다섯째, 304 불수강 재질의 도입이다. 일반 철제 재질은 녹이 쓸거나 마모가 빨랐지만 불수강 재질은 내구성이 뛰여나고 녹이 쓸지 않아 사용수명을 더한다 .

여섯째, 물채부분의 쇠줄이 꽜꽜하고 무겁고 쉽게 휘는 것을 탄소섬유로 대체해서 가볍고 탄성있으며 보기좋게 개선했다.

방일권은 특허 연구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전통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만이 전승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대인들이 더 편하게, 더 아름답게 춤출 수 있도록 도구 자체를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한 전승의 방식입니다. 제가 만든 상모로 후배들이 더 수월하게 기술을 익히고 더 멋진 퍼포먼스를 펼칠 수 있다면 그보다 큰 보람은 없을 것입니다.”

현재 이 개량 상모는 훈춘시무형문화유산 조선족상모제작기예로 명명됐다. 그의 목표는 명확하다. “상모와 상모춤이 더 잘 보존되고 전승되여야 더 멀리 전국과 세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조선족 상모가 살아 숨 쉬는 문화유산으로 남길 원합니다.”

상모춤의 미래를 열다... 한계가 없는 도전 정신

방일권의 혁신은 멈추지 않는다. 최근 5.1절 휴가 기간에 장춘에 공연차 나갔던 그는 전동휠을 타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고 전동휠을 타고 무대에 등장하면서 상모를 돌리는 새로운 퍼포먼스를 또 생각해냈다. “조금이라도 새롭고 눈길을 끌 수 있다면 저는 과감히 상모춤을 혁신해 봅니다.” 그는 서커스단에서 선보이고 있는 고난도 외발자전거를 타면서 상모춤을 추는 퍼포먼스도 연습 중이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전통은 변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전통은 시대에 맞게 발전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정신과 미학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그의 말에는 확신이 담겨있었다.

방일권의 혁신은 또한 포용성을 향해 나아간다. 그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도 상모춤을 출 수 있는 휠체어 상모를 고심히 연구하고 그 노하우를 전수했다. 연변주장애자련합회에서 전국장애자문예회연에서 선보인 휠체어 상모춤은 1등상을 받았다.

2020년에는 연길시인평소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줄뛰기를 하면서 상모춤을 추게 하여 연변텔레비죤방송국의 소년아동음력설문예회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2025년에 방일권이 돈화시제2소학교 학생들에게 가르친 상모춤표현은 제13회 ‘소하풍채(小荷风采)’ 전국소년아동무용전시공연에서 최고상인 소하지성(小荷之星) 영예를 따내기도 했다.

현재 방일권은 훈춘시 여러 소학교와 중학교에 내려가 정기적으로 상모춤 전승교육을 진행하며 상모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동분서주하고있다.

전승과 혁신의 아름다운 선률

상모의 색동줄이 힘차게 휘날리듯 방일권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가난과 상처를 딛고 전통예술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젊은 예술가의 행보는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넓은 세계로 뻗어나가고있다.

그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기술의 전수가 아니다. 전통을 지키되 전통에 갇히지 않고 과거를 존중하되 현재의 기술로 새롭게 태여나게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방일권이 상모춤을 통해 보여주는 진정한 전승의 의미이며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할 혁신과 발전의 진정한 가치일 것이다.

방일권은 입으로만 말하지 않고 자신의 몸과 상모와 기술로 증명하고 있다. 전통은 박제되여야 할 유물이 아니라 시대와 함께 호흡하며 진화하는 살아있는 예술이라는 사실과 그 진화의 중심에는 언제나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열정과 노력, 창의성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의 삶은 한 편의 드라마이자 하나의 증거이다. 어떤 역경 속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개척한 사람은 결국 그 길에서 성공의 꽃을 피울 수 있는 법이다. 방일권의 상모춤이 앞으로도 어떤 새로운 혁신과 감동으로 우리를 찾아올지, 그의 계속되는 도전이 기다려진다.

/안상근 김파 기자


编辑:김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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