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그때 그 이야기31]향기로 피여나는 인연
조글로미디어(ZOGLO) 2026년6월1일 16시30분    조회:832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한경애

삶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만남으로 시작된다. 부모, 형제, 이웃, 친구, 선생님, 동료…… 수많은 사람과 만나 인연을 맺으며 살아간다. 

어느 날, 외손녀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청소기를 돌리는데 전화가 울렸다. 모르는 번호라 잠시 망설이다가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혹시 한경애 전화 맞는가요?"

"네, 맞는데요. 누구신지?……"

"아, 맞구나. 내 누군지 기억 안 나겠지? 나 최승화 선생님이다."

아득히 먼 기억 속에서 얼굴이 떠올랐다. 바로 나의 중학교 담임 선생님이셨다. 꿈에도 생각지 못한 전화에 반가움이 앞섰다.

청도에 있는 동창생에게서 내 전화번호를 알게 되셨단다. 다음날 대림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1984년, 오상사범학교에 입학한 후 한 번도 만나지 못했기에 만나서 알아볼가 걱정했는데 대림역 11번 출구에서 선생님이 먼저 나를 알아보고 손을 흔들었다. 무정한 세월이 얼굴에 수많은 흔적을 새겼지만 그래도 선생님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마주 앉으니 이야기가 거침없이 흘러 나왔다. 그리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45년 전으로 돌아갔다.

내가 태여난 마을은 흑룡강성 해림현 시하진 동풍촌, 2백 세대 남짓한 작은 시골마을이였다. 마을에 학교가 7학년까지 있었지만 졸업하면 8리 떨어진 한족 중학교에 가거나 생산대 일을 하는 것이 규례였다. 그런데 내가 소학교를 졸업한 해에 학교는 5학년까지만 남게 되였다. 나는 한족말을 배우기 위해 앞마을 한족학교에 가서 4학년과 5학년을 다녔다. 그때 창식이가 녕안조선족중학교에 갔다는 소식을 듣고 나도 가고 싶다고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아버지는 공부하려는 자식은 동냥을 해서라도 시켜야 한다며 개학한 지 한 달 만에 나를 해림현조선족중학교에 입학시켰다.

그때 중학교에서 배우는 외래어는 일어였다. 해림현 근처 조선족소학교에서는 이미 일어를 1년 배웠기에 애들은 과문을 줄줄 읽었다. 그러나 나는 '아이우에오' 한 글자도 읽을 줄 모르는 눈 뜬 소경이였다. 너무 막막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다행히 담임선생님인 최승화 선생님이 우리 학년 일어를 가르치셨다. 선생님은 오후 방과후면 나에게 한 시간씩 개별 지도를 해주셨다. 지금 생각하면 무상으로 1대1 지도를 해주신 것이 얼마나 큰 은혜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그렇게 한 달 동안 지도를 받으며 복습한 결과 첫 월고에서 73점을 맞았다. 선생님은 전반 학생들 앞에서 나를 칭찬하며 귀감으로 삼아주셨다.

최승화(앞줄 가운데)선생님과 함께 남긴 졸업사진

막 제대하고 학교에 배치받은 최승화 선생님은 그때 28세 총각 선생님이셨다. 책임감이 강하고 성격이 서글서글하여 학생들이 많이 따랐다. 동경성에 있는 선생님 부모님댁과 친척집에 재워가며 학생들을 경박호 유람을 시켜주신 분이셨다. 그래서 우리 학급은 전교의 부러움을 샀다.

중학교 2학년 겨울밤이였다. 잠결에 뜨거운 열기가 느껴져 눈을 떠보니 숙소 아궁이 쪽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누군가 "불이야!" 하는 소리에 모두 자리를 박차고 깨여났다. 다행히 다음 날 아침 세수할 물이 있어 금방 불은 껐지만, 그때 내가 벗어놓은 솜옷이 절반이나 타버렸다. 한 벌뿐인 솜옷이 반이나 탄 것이였다. 나는 눈앞이 캄캄해져 울음보를 터뜨렸다. 담임선생님은 학급 친구들을 동원하여 나에게 새 솜옷 한 벌을 사주셨다. 하늘색 바탕에 흰 물방울 무늬의 그 솜옷 덕분에 그해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었다.

중학교 3년 동안 우리 집은 늘 량표돈을 맡아서 나의 뒤바라질을 하였다. 집 형편을 잘 아는 나는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선생님을 찾아가 사정을 여쭈었다. "선생님, 저희 집 형편에 고중공부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중등사범학교 시험을 보게 해주십시오."

우리 학급에는 36명이 있었는데 중등사범학교 명액이 3개뿐이였다. 그런데 그 명액이 나에게 돌아올 줄이야! 졸업시험이 끝난 후 선생님은 우리를 데리고 목단강조선족중학교에 가서 오상사범 면접시험을 보았다. 그리고 어느 날, 선생님은 반장 해자와 함께 오상사범 입학통지서를 들고 직접 우리 집까지 찾아오셨다. 셋 중에서 나만 합격했다. 선생님은 우리 어머니 앞에서 딸을 어떻게 그렇게 잘 가르쳤느냐고 칭찬만 하시다가 기차 시간에 쫓겨 따뜻한 밥 한 끼 대접도 못 받고 돌아가셨다. 그 당시 해림에서 우리 집까지 오려면 목단강에서 환승하여 시하진에서 내린 후 8리 길을 걸어야 했다. 그렇게 어렵게 찾아 오셨는데 식사 한 끼 대접 못하고 차비도 드리지 못한 것이 지금까지도 마음에 걸린다.

한 사람의 작은 미소가 다른 이의 하루를 밝혀줄 수 있고 한 번의 결정이 한 사람의 일생을 좌우할 수 있다. 만약 42년 전에 최승화 선생님이 나에게 중등사범학교 시험 명액을 주지 않았다면 나는 어떤 삶을 살았을가? 나는 교원 사업을 사랑해서 선택한 것은 아니였지만, 매일 교단에서 초롱초롱한 눈동자를 마주하며 날마다 사업과 삶에 애착을 가지게 되였다. 중한수교 이후 많은 조선족 교원들이 교단을 떠날 때 나도 잠시 흔들렸으나 학생들과의 인연을 끊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였고, 결국 35년이란 긴 세월을 교단에 바쳤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사람이 가장 행복하다. 내가 한평생 소학교 교원으로 보람차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은사 최승화 선생님과의 소중한 인연 덕분이다.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 같다. 혼자인 것 같지만 아프거나 힘들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항상 손을 내밀어주는 인연들이 있었다. 오늘도 오래도록 향기가 머무는 그 인연들에 감사할 따름이다. 꽃향기는 꽃이 지면 끝나지만, 인연의 향기는 영원하다.

나도 누군가의 삶에 향기로 피여나는 인연이길 바란다……

한경애 프로필

1988년 흑룡강성오상조선족사범학교 졸업

목단강조선족소학교에서 사업하다가 퇴직


编辑:안상근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8067
  • 9월 3일, 전국 축구발전 중점도시 수여식이 연길에서 있었다. 수여식에서 중국축구협회 하새 부비서장이 국가체육총국과 중국축구협회를 대표하여 연변주의 전국축구발전중점도시 신청평가결과를 통보하고 연변주에 전국축구발전중점도시 현판을 수여했다.   그는 “연변은 중국에서 유명한 ‘축구의 고장&...
  • 2022-09-03
  • 사진은 9월 3일, 연변도서관에서 연변조선족자치주 성립 70주년을 경축하여 개최된 ‘연변축구운동촬영작품전’을 관람하고 있는 시민. 9월 2일에 개최된 이번 전시회에는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시대별 연변축구 력사적 순간을 담은 70여폭의 촬영작품들이 전시되였는바 귀중한 력사와 아름다운 순간들을 기록하...
  • 2022-09-03
  • 올해따라 유난히 가을바람이 일찍 불어와 쌀쌀한 기운이 감도는 8월 31일, 청도 농일식품유한회사 김철웅 리사장이 고향 음마하를 찾아 고향어르신들께 따뜻한 효도밥상을 차려드렸다. 업무출장차 길림으로 오게 되였는데 특별히 하루시간을 더 내여 고향행을 기획했다는 김철웅 리사장은 이맘 때면 황금파도 넘실거리는, ...
  • 2022-09-03
  • 추석 명절이 다가오면서 2일 중국소비자협회에서는 월병을 과도하게 포장하는 것에 대해 대규모 사회감독 사업을 전개, 광범한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사회 감독에 참여하여 현지의 시장감독부문, 소비자협회 조직에 관련 단서를 제공하는 것을 고무격려한다고 밝혔다. 중국소비자협회 관계자는 과도할 정도로 호화롭게 월...
  • 2022-09-03
  • 9월 3일, 연변조선족자치주 성립 70주년을 경축하여 연길아리랑축구공원에서 원 연변오동팀 선수 대 연변부덕팀 선수들간의 스타 축구경기가 진행되였다. 현역시절 연변축구를 빛낸 고종훈, 천학봉, 방근섭, 최광일, 백승호, 배육문, 윤광, 등 선수들과 그 뒤를 이어 연변축구를 빛내고 있는 연변팀 선수들인 강홍권, 지문...
  • 2022-09-03
  • 9월 3일, 연변조선족자치주 성립 70주년을 경축하여 지난세기 50년도부터 현재까지의 부동한 시기 연변축구의 풍채를 담은 '연변축구사진전'이 연길 아리랑축구공원 문화복도에서 있었다. 사진전에서는 1952년부터 1965년, 1966년부터 1989년, 1990년부터 2000년, 2001년부터 2022년 4개 단계로 나뉘여 부동한...
  • 2022-09-03
  • 2022년 중국국제봉사무역교역회가 8월 31일부터 9월 5일까지 북경에서 거행된다. 길림성의 220여개 기업(단위)이 이번 무역교역회의 온•오프라인 전시와 상담 활동에 참가하게 된다. 성당위 상무위원이며 상무부성장인 채동은 길림교역단 단장으로 무역교역회의 계렬 활동에 참가하고 전람구를 돌아보았다. 이번 무역교역회...
  • 2022-09-03
  • RCEP 연변다국경수출입쎈터가 연길국제공항경제개발구 보세물류쎈터에서 정식으로 개관했다. 이는 연길이 대외 개발개방의 새로운 플래트홈을 건설하는데 리정표적인 중대한 의의를 가진다. 료해에 따르면 RCEP 연변다국경수출입쎈터는 연길국제공항경제개발구 보세물류쎈터(B형)대상의 일부로 건축면적은 1.55만평방메터이...
  • 2022-09-03
  • 9월 2일, 룡정해란강축구문화타운에서 펼쳐진 제1회 중국청소년축구리그(남자 고중 년령단 U17세조) 전국총결승경기 1/4 결승경기에서 연변체육운동학교U16팀과 연변룡정팀이 4강 진출에 실패하였다. 연변룡정팀은 D조 2위로 8강에 진출하였으나 1/4경기에서 심양도시U17팀과의 경기에서 2대2로 빅은후 승부차기에서 4대5로...
  • 2022-09-03
  • 장백조선족자치현문련, 현민간예술가협회, 현작가협회의 공동 주최로 마련된 리학원선생 새책 작품 송독랑송회의가 8월30일오전 현새시대문명실천활동중심에서 진행되였다. 리학원 작가 금년에 86세고령의 리학원(한족)선생은 장백조선족자치현의 저명한 작가이다. 그는 선후로 중소학교 교원, 중학교 교장, 현교원연수학교...
  • 2022-09-03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