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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효율 낮아 도로 출퇴근 … 실패한 IBM의 실험
조글로미디어(ZOGLO) 2017년5월27일 12시40분    조회:2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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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근무 탈피, 사무실로 U턴하는 기업들
[일러스트=신용호]
출근길 도심으로 실어다 주는 지하철에 몸을 욱여넣는다. 간밤의 숙취를 땀냄새로 확인시키는 ‘아재’들 사이에서 미처 단장을 못 마친 여성들은 바쁘게 쿠션 파운데이션을 콧등에 찍어바른다. 자가용 출근을 한다 해도 ‘고통 지수’가 크게 다르진 않다.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8차선 도로 위에서 생각한다. ‘평생 이 시간을 모으면 아이와 더 놀아주고 취미 생활도 할 텐데….’

학창 시절 통학 지옥에 이어 직장인이라면 숙명적으로 치러야 할 출근 전쟁. 하지만 정보기술(IT)의 발달 덕에 반드시 사무실에 나가지 않아도 일할 수 있게 됐다. 이른바 원격근무(telework)다. 집에서 일하는 재택근무를 포함해 모바일 환경을 이용해 사무실 바깥에서 일하는 유연근무 전체를 아우른다. 2015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 근로자 37%가 사무실 바깥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5년 9%에서 20년 만에 네 배로 뛰었다.

‘러시 아워’의 종말을 알리는 이 근무 형태 변환은 많은 이점을 가져다 주는 것으로 보고됐다. 2015년 5월 미국 포브스 기사에 따르면 대형 건강보험사 애트나는 총 고용 인원 4만8000명 가운데 43%가 부분 내지 전일로 원격근무를 하는데 덕분에 사무실 임대비용을 15~25% 절감했다. 제록스의 미국 내 근로자 7만 명 중 11%(약 8000명)는 풀타임 원격근무자다. 줄어든 연간 차량 주행거리(약 1억5000만㎞)로 인해 절감된 연료가 11만 배럴, 무려 1000만 달러(약 112억원)어치다.

그런데 이 같은 트렌드에 변화가 일고 있다. 세계적인 컴퓨터·정보기기 업체인 IBM은 최근 자사 원격근무자들에게 ‘한 달 안에 거주지 지사 사무실로 복귀하든지 아니면 회사를 떠나라’고 통보했다. IBM은 전체 직원 38만 명 가운데 40% 정도가 원격근무 형태로 일하고 있다.

IBM의 변신이 충격적인 이유는 이 회사가 재택·원격근무의 원조 격이기 때문이다. IBM은 80년대부터 일부 근로자의 집에 원격 터미널을 설치했고 93년 본격 도입했다. 2009년엔 IBM의 글로벌 근로자 38만6000명 가운데 40%가 집에서 일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통해 미국 내 사무실 임대 비용만 연간 1억 달러를 절약했다. IBM은 또 ‘통근자 고통 지수’란 걸 계량화해 원격근무의 장점을 이론화한 주역으로 꼽힌다.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차 난간에 매달리거나 지붕에올라앉은 채 통근하는 직장인들. [중앙포토]

업계 분석에 따르면 IBM은 기업 실적 부진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사무실 U턴’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 참에 인력 정리 효과도 노린 것이다. 하지만 IBM만이 아니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애트나도 비슷한 시기에 재택근무자들을 사무실로 불러모으기 시작했다. 야후·레딧·베스트바이 등 인터넷 기반 업체들도 재택근무를 줄이는 추세다. 그야말로 통근 시대로의 회귀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통근시간 절약 등 명분에 비해 업무 효율 증대가 뚜렷지 않다는 점이다. 2016년 8월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회계 감사원은 “연방정부 기관 다수가 원격근무를 채택하고 있지만 이로 인한 이점을 뒷받침할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는 보고서를 냈다. 조사 결과 연방정부 근무 인력의 절반가량인 100만 명이 전일 혹은 부분적으로 원격근무제의 혜택을 입고 있고 4분의 1 이상이 실제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재택근무 환경 조성 비용 등을 감안할 때 ‘비용 절감 대비 이익’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정량화된 정보가 불충분했다. 보고서는 ‘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평가하지 못하면 향후 더 추진해야 할지 알 수 없다’며 시스템 보완을 요구했다.

근로자가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는 위험성도 종종 지적된다. 2013년 미국 온라인 보안 전문업체 베리존은 익명의 40대 중반 소프트웨어 개발자 사례를 폭로했다. ‘밥’이라는 가명의 이 남자는 매일 사무실에 출근해선 고양이 비디오를 시청하고 이베이에서 쇼핑거래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자신의 일은 중국 하도급 업체에 하청을 줘 원격으로 프로그래밍을 하게 했다. 순탄하게 굴러가던 ‘업무 아웃소싱’은 회사 측이 VPN 접속 기록 검사를 하면서 들통났다. 밥이 중국에서 접속했다고 알림이 뜬 순간 그가 자기 책상 앞에 앉아 모니터를 보고 있던 게 확인됐고 결국 그는 짐을 싸야 했다. 모럴 해저드를 떠나서 이러한 ‘원격 하청’은 회사 정보 보안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사무실 안에서도 벌어지는 이런 문제를 눈에 보이지 않는 원격근무 때 통제하긴 더욱 어렵다.

고용주뿐 아니라 근로자도 원격근무에 대한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일과 쉼의 경계가 명확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초 국제노동기구(ILO)가 유엔 산하 연구기관인 유로파운드(Eurofound)와 공동으로 작성한 보고서 내용도 이 점을 지적한다. ILO는 기술 발전으로 활성화하고 있는 원격 업무의 영향에 대해 유럽연합(EU) 10개 회원국 외에 아르헨티나·브라질·인도·일본·미국 등 총 15개국에서 수집한 자료를 분석했다.

이 결과 사무실 밖 근무를 통해 생산성이 향상된 반면 업무 시간은 물론 업무 강도가 늘고 업무와 사생활의 혼재가 일어날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벨기에는 재택근무 근로자의 주당 근무시간이 44.5시간으로 사무실 근로자(42.6시간)보다 1.9시간 많았다. 주말 근무도 늘어나서 네덜란드 재택근무자의 절반(50%)이 일요일에 일을 했는데 이는 일반 근로자의 38%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집중 근무에 따른 과로와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비율도 40%로 사무실 인력(20%)에 비해 두 배로 많았다.

연구는 또 원격근무자가 종종 소외감을 느끼고 동료나 업무 환경에서 단절감을 느낀다고 보고했다. 수면 장애 를 호소하는 경우도 많았고 자신의 업무 성과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불안감도 보였다. 응답자들은 사무실에서 함께 일할 때 창의성과 속도 증대, 동료에게서 배우는 경험 등의 장점이 있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전일 원격근무보다는 2~3일 정도 사무실 출근을 병행하는 것이 근로자의 고립 및 단절감을 없애준다”고 평가했다.

출퇴근이라는 행위 자체가 사냥을 위해 집을 떠나던 시대부터 인간 DNA에 새겨진 유전이라는 설명도 있다. 이언 게이틀리가 쓴 『출퇴근의 역사』(책세상)에선 일터와 쉼터를 의도적으로 분리하고자 하는 욕망이 출퇴근이라는 관습을 지탱시켜온 것으로 소개된다. 실제로 200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통근자 수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을 때 통근을 불편해하기보다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보고서는 대부분의 응답자들에게 “이상적인 통근 시간은 0보다 큰 시간”, 즉 통근을 아예 하지 않는 것보다 하는 편이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때문에 최근엔 러시 아워와 통근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기술 발달이 각광받는 분위기다. 자율주행차가 사무실로 데려다 줄 동안 통근자는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며 쉴 수 있을 것이다. 혹은 미국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제안하는 진공튜브고속열차가 눈깜짝할 새 회사 앞에 데려다 주는 시대도 도래할 것이다. 사실 핵심은 일을 어디서 하느냐가 아니다. 이 일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함께 일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출퇴근 발걸음의 무게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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