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편의점 스토리]③"남들은 힘들다지만 내겐 '평생' 하고 싶은 일" 왜?
조글로미디어(ZOGLO) 2019년6월1일 08시00분    조회:2049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편의점에서 일하는 40~60대 점장·점주 이야기
일 고단하지만 '일 할수 있어서' 행복…기술·자본 없는 퇴직자 현실
[편집자주]편의점은 '2019년 한국 사회'의 축소판이다. 최저임금 인상, 소상공인 폐업, 청년 실업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모순이 집약된 공간이다. 취업하지 못한 20대 청년도, 실직한 50대 가장도 편의점에서 '알바'를 한다. 올해도 최저임금 인상 수준을 놓고 '자영업자'인 편의점주와 아르바이트생 간 대립이 예고돼 있다. 24시간 환하게 빛나는 편의점 안에도, 물론 희망은 있다. <뉴스1>은 편의점 아르바이트 직원과 점장, 점주들을 만나 이들이 남몰래 품은 '희망'을 들어봤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2018.12.24/뉴스1 © News1 오장환 기자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제발 좀 맞춰봐. 돈 바꾸러 온 역사가 없어. 내가 이렇게 돈 준비해 놨잖아."

지난 22일 서울 용산구의 한 편의점 점장 이형환씨(가명·49)는 손님에게 호통을 쳤다. 손님은 프로토(경기 결과를 적중시킨 사람에게 배당금이 돌아가는 복권의 일종)를 사던 참이었다. 프로토는 500만원 미만 당첨금은 구매처에서 바로 지급한다. 편의점 인근에서 일을 하는 손님은 이 씨의 오랜 단골이다. 복권을 자주 사는데 당최 당첨된 적이 없다고 한다.

◇장사한지 어느덧 9년…마을에 녹아든 편의점

취미가 뭐냐는 물음에 이 씨는 "취미생활을 절대 가질 수 없는 게 편의점 일"이라며 "이런 진상손님들하고 농담 따먹기 하면서 싸우는 거, 그게 취미생활이고 삶의 낙이에요"라고 말했다. 이 씨가 언급한 '진상손님'은 진짜 진상손님이 아니라 이 씨와 친한 동네 단골들을 뜻한다.

단골들이 편의점에 들어설 때마다 이 씨는 빈정이고 투닥거렸다. 한 단골이 "담배 200원어치만 줘"라고 하자, 이 씨는 담배 한개비에 침을 발라 건넸다. 아이 같은 장난이었다. 손님은 "담배 200원어치만 달라고 해도 안 주고…, 나쁜 사람이야"라고 기자에게 고자질하듯 말했다. 이 씨는 "나라가 그렇게 하지 말라는데, 나라를 탓해!" 웃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이 편의점에서 점장으로 일한 지 어느덧 9년째. 낡은 마을에 들어선 신식 편의점도 마을에 녹아들기에 충분한 시간이 흘렀다. 이 씨는 "단골 장사죠, 뭐"라고 말했다. 기자가 본 단골들은 근처에서 택배를 배달하거나 음식점을 운영했다. 인근에서 일하다 잠깐 들린 그들도 편의점에서 이 씨와 투닥이는게 휴식이었다. 편의점이라는 공간에서 동네 주민이 모여 일상을 나누고 웃음꽃을 피우는 캐나다 시트콤 드라마 '김씨네 편의점'이 떠올랐다.

이 씨가 일하는 편의점에는 특별한 것이 하나 있다. 매일 저녁 이 씨가 일하는 편의점 앞에는 한 할머니가 좌판을 펼친다. 주로 떡과 제철 과일, 채소를 판다. 할머니의 영업방식은 시골 장터와 다르지 않다. 선심 쓰듯 한두 개만 사려고 접근했다간 '싹쓸이'를 강요받기 일쑤다. 할머니는 몹시 추운 겨울날에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자리를 지킨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할머니의 정체(?)를 알고 나면 더 이해하기 어렵다. 이 할머니는 동네에 건물을 두 채나 보유한 '알부자'다. 경기도 인근에 땅을 몇 만평 가지고 있다는 소문도 나돈다. 이렇게나 돈이 많은 할머니가 세도 안 내고 남의 가게 앞에 노점을 한다니, '고생스럽겠다' 싶으면서도 '얄밉다'는 마음도 드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 씨는 할머니가 훨씬 부자인 것을 알면서도 편의점 앞에서 노점하는 할머니를 안타까워했다.

이 씨는 "저희 매장에 지장있는걸 파시는 것도 아니고 저희 영업에 지장이 없으니까 (할머니의 노점에 관여하지 않는다)"며 "(할머니가 노점을) 안해도 되는데 추운날에도 나오시고 추워서 박스 덮고 졸고 계신걸 보면 많이 안타까워요"라고 말했다.

할머니에게도 사연은 있었다. 근처에서 방앗간을 운영하며 떡을 파는 아들네 장사가 신통치 않다는 것. 떡은 하루만 지나도 딱딱해져 상품성이 사라진다. 할머니는 저녁이 되어도 팔리지 않는 아들네 떡을 가지고 나와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편의점 앞 큰 길에서 팔았다. 매일 노점을 나오는 할머니는 마을의 유명인사다. 동네 주민들이 "오늘은 다 못팔아서 어떻게 해"라며 한 마디씩 거들고 지나갔다.

할머니는 "이렇게 나와있는게 '챙피해'"라고 했다가도 "돈 한 푼 없을 때부터 이렇게 고생해서 '챙피하지 않아'"라고 말했다. 말이 앞뒤가 맞지 않았지만 무슨 뜻인지 충분히 와닿았다. 할머니는 "아들을 도와줄 수 있으면 돕고 싶다"며 "다리 아프고 허리 아프면 도와주고 싶어도 못도운다"고 웃어보였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남들은 힘들다지만…편의점 일 '평생' 하고 싶어"

"아프지만 않고 오래도록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거 말고 욕심은 없어요" 

지난 28일 늦은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만난 편의점주 권숙자(가명·64)씨는 무릎이 아파 일을 못 할까 봐 걱정이다. 기자가 이때까지 만난 편의점주들은 '쉬고 싶다. 잠을 좀 자고 싶다'고 말했는데 권 씨는 일하지 못하게 될 그 날을 미리 걱정했다.

보니까 앉아서 일하기도 마땅치 않았다. 손님이 쉼 없이 들어오고 자꾸 매대 뒤편에서 담배를 꺼내야 하기 때문이다. 권 씨는 "편의점 일을 '평생'하고 싶다"고 했다. "주말에 아들이 (편의점을) 봐준다고 하면 집에서 테레비 조금 보다가 (내가) 편의점에 나오게 되더라고요. 일을 안 하고 종일 집에 있으면 무료해서…"

권 씨는 원래 식당에서 서빙을 했다. 남편이 직장에서 은퇴하자 함께 옷 가게를 차리면서 자영업자가 됐다. 그 옷 가게는 4년 만에 실패했다. 지인의 추천으로 편의점을 열었고 지금까지 6년째 운영 중이다. 권 씨는 "옷가게로 손해를 너무 많이 봤다"며 "편의점은 크게는 못 벌어도 손실은 없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평생을 일했지만 권 씨는 계속 일하고 싶어 했다. 평생을 일해온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노동과 멀어지기도 쉽지 않다. 한국인 기대수명이 80세가 넘으니 권 씨도 앞으로 20년은 더 살아야 한다. 한편으로는 '한국인 DNA에 성실 두 글자가 콕 박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봤다.

물론 어려움도 있다. 권 씨는 "남편이랑 교대로 근무하니까 집에 경사가 있어서 예식장에 가더라도 남편이 가거나 제가 가거나, 혼자 가야죠. 그렇지만 편의점에 시간이 매여있다뿐이지 (편의점을) 평생 하고 싶어요. 직장인들도 마냥 평생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정년까지 못 가는 사람도 많고…"라고 말했다.

요즘은 편의점이 너무 많아서 문제라고 한다. 편의점 바로 옆에 편의점이 들어서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그래도 은퇴 후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크게 벌지는 못하더라도 적은 위험으로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 가장 만만한 일이 편의점이라는 설명이다. 편의점주들은 주변 음식점이나 옷가게가 매일같이 폐업하는 사례를 너무나 많이 보면서 '그래도 편의점이 낫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대화가 끝날 때쯤 권 씨 남편이 편의점에 들어왔다. 식사 후 둘은 교대한다. 권 씨 남편도 "남들은 (편의점 일이) 힘들다, 하는데 마음먹기 달린 거죠"라고 전했다. 부부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묻어났지만 미소만큼은 떠나지 않았다.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82
  • 입력 : 2016.06.06 10:09 ▲ 마리사 메이어 야후 CEO / 일러스트 =최지웅 연구원 ‘슈퍼 모델 외모에 컴퓨터 달인(supergeek with the supermodel look)’이 야후 CEO(최고경영자)에 발탁됐을 때 그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대단했다. 구글 등장 이후 줄곧 쇠락의 길을 걸었던 야후에 다시금 서광이 비치는가...
  • 2016-06-06
  • ['클린 잇 제로'로 딥클렌징 1위, 바닐라코 김창수 사장]  中서 6년만에 매장 220개 목표  "사장은 한국 본사에 머물면서 통역 붙여  사업하겠다는 발상으론 중국에서 절대로 성공 못해"   '4.3초의 사나이.'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 만난 김창수(55) 바닐라코 사장에게 붙은 별명이다....
  • 2016-05-30
  • 인보길 기자, 방우영을 기록하다… 米壽의 마지막 인터뷰 "신문을 사랑한 영원한 언론인, 어버이날 떠나다" 어버이 날에 떠난 '조선일보 어버이' 방우영 어버이 날에 어버이를 잃었다. 5월8일 조선일보 방우영 고문 별세!   꼭 한달 전 4월 8일 어머니를 잃은 아픔에 시름시름 앓던 심장이 터져버린 듯...
  • 2016-05-10
  • 이은상, 게임회사 中에 매각해 1200억 벌어 '대박' '드래곤네스트’ 게임을 개발한 아이덴티티게임즈는 2010년 당시 중국 2위 게임 유통 업체였던 샨다에 매각됐다. 매각 금액은 1200억원. 그때까지 게임 업계에서 가장 큰 금액이었다. 아이덴티티게임즈의 창업자였던 이은상(44) 대표는 단번에 게임업계의...
  • 2016-05-09
  •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28일(현지 시각) '한국의 50대 부자'를 발표하면서 "자수성가형 부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50대 부자 중 자수성가형이 40%를 차지했다. 10년 전(18%)에 비하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포브스는 이상혁〈사진〉 옐로모바일 대표(재산 10억5000만달러·34위)와...
  • 2016-04-30
  • 한때 업계 1위를 굳건히 지키며 시대를 풍미했던 브랜드 중에는 변화를 따라잡지 못해 주저앉는 사례가 있다. 최근 기업들에 반면교사의 모델이 되는 대부분 실패담들은 스마트폰이 광풍이 불었을 때쯤인 2010년을 전후로 들리기 시작했다.  각각 도토리왕국, 게임왕국, 필름왕국, 휴대폰왕국이라 불렸던 싸이월드, 닌...
  • 2016-04-29
  •   회사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런정페이 회장./웨이보 캡처 중국 스마트폰업체 화웨이의 런정페이(任正非·72) 회장이 회사 구내식당에서 줄을 서서 밥을 받아먹는 사진이 중국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지난 24일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는 재산이 1조원이 넘는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주가 구내식당에서 배식 순서...
  • 2016-04-26
  •   (原标题:辞职“卖瓜子”4个月销售收入5000万)   提及微商,很多人都会面露不屑和厌恶,迅速脑补朋友圈刷屏卖东西的场景。有人说:坚决不做微商。还有人说,让我删除你的唯一理由就是天天刷屏卖货。   “青姑娘”却辞去公务员,做起了忙碌的“微商”。     1986年9月出生的...
  • 2016-04-26
  • (서울=뉴스1) 이준규 기자 =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많은 사람들은 이 격언을 믿고 열심히 도전을 계속해 나간다. 그러나 노력만이 성공으로 가는 유일한 길은 아니다. 사소한 실수로부터 대박을 이끌어 낸 발명 사례를 살펴보자.
  • 2016-04-23
  • 이민자 출신 창업자 찾아 ‘아메리칸 드림'에 투자한 것  2010년 짐 고츠(Jim Goetz·50) 세콰이어캐피털 파트너는 새로운 모바일 서비스를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 2009년 6월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를 시작한 왓츠앱(WhatsApp)이다. 고츠는 초기 투자했던 모바일 광고업체 애드몹(AdMob)을 2006년 구글...
  • 2016-04-22
  •               이레원음식유한회사 마케팅 팀장 최미연 2016년 3월 26일  독서회 후기 디자인 하면 모두 보이는 것을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책을 보면서 디자인이란 결국은 숨겨진 생각과 문화가 표현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됩니다. 내가 남을 생각하는 마음과 생각이 다른 사람...
  • 2016-04-11
  • 부(富)의 흐름을 보고 있노라면 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칩니다. 무엇이 이들을 거부로 만들었을까요. 또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는 어떠한가까지 말입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2016년 여성 억만장자 순위에 올라있는 거부들을 통해 여성의 경제활동과 돈의 이면을 들여다봤습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
  • 2016-04-07
  •   병아리 10마리로 축산업에 뛰어든 김홍국 하림 회장이 대기업의 총수가 됐다. 나폴레옹을 존경하는 인물로 꼽은 그는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에 망설임 없이 뛰어든다. 김 회장은 “흙수저라며 포기하지 말고 열정적으로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많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진 지미연 기자] ‘대기업....
  • 2016-04-06
  •    “짝퉁은 이제 그만, 제대로 된 AS 선 보일 것…친구가 되는 것이 우선” (주)여우미는 지난 1일 ‘대륙의 실수’로 불리는 중국 샤오미(小米)와 생태계 제품에 대한 국내 총판 계약을 맺었다. 생태계 제품이란 샤오미가 직접 생산하는 휴대폰, 태블릿, 라우터, TV, 미박스를...
  • 2016-03-29
  • 일회성 이벤트 벗어나 불황 속에서도 세전이익대비 사회공헌 지출 늘어 기업 내부 인적·물적 자원 활용한 자체 봉사활동 비율이 외부협찬 보다 많아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이 일회성 이벤트 중심에서 벗어나 성숙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펴낸 '2015 주요기업·주요기업재단 사...
  • 2016-03-24
  • [헤럴드경제] 카카오가 국내 인터넷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대기업 반열에 오를 전망이다. 22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기업집단의 총 자산은 이달 기준 5조원을 넘어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 집단’ 지정 요건을 충족하게 됐다. 공정위는 매년 4월 사업연도 자산 총액이 5조원을 넘은 기업 집단을 ...
  • 2016-03-22
  •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백종원이 자신을 ‘요리 가이드’라고 칭하며 부담감을 토로했다.   백종원은 22일 오전 영등포 타임 스퀘어에서 진행된 tvN ‘집밥 백선생2’ 제작보고회에서 “요리 음식 프로그램에 나오는 것을 해명하고 싶었다”며 “외식업...
  • 2016-03-22
  • ◆ 온라인 파워셀러 / ③ 김덕현 가발나라 대표 ◆ `지드래곤 미역머리` 가발로 대박 아랍에미리트·뉴질랜드서도 주문 쇄도해 연매출 50억원 올려  김덕현 가발나라 대표가 서울 홍대 가발나라 오프라인 매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2004년, 갓 제대한 스물다섯 복학생의 꿈은 관세사였다. 제...
  • 2016-03-22
‹처음  이전 3 4 5 6 7 8 9 10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