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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없는 택시’의 시대…누군가에겐 혁명, 누군가에겐 재앙
조글로미디어(ZOGLO) 2019년4월6일 09시16분    조회: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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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

택시의 미래


택시업계 반발·규제 강화에도 우버, 리프트 등 거침없는 성장세

국내에서도 풀러스, 카카오, 타다 등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 잇달아

장기적으로 ‘자율·공유차’ 시대 겨냥

“2020년 자율주행차량으로 대체

2025년엔 차량 소유 사라질 것” 

지금부터 데이터 쌓아야 경쟁력 확보

인공지능으로 기사 판단 불필요해져

결국 일자리 자체 없어질 가능성

‘자율차+공유차+전기차’로 바뀐다면

거대한 변화 불가피…고민 시작해야




지난 2일 서울역 앞에서 손님을 태우기 위해 줄지어 서있는 택시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스마트폰 앱에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멀리서 다가오던 차량 한 대가 깜빡이를 켜며 내 앞에 멈춰 선다. 뒷좌석 문을 열고 의자에 앉으면 화면에 “안녕하세요. ○○님”이라는 문구와 함께 스마트폰 앱에 입력했던 목적지, 예상 소요시간, 요금이 뜬다. 출발 버튼을 누르면 차량이 출발한다. 운전은 신중한 스타일이다. 전방에 신호대기로 멈춰 서 있는 차량이 있다면 서서히 속력을 줄이고, 끼어들기도 조심스럽게 한다. 목적지에 임박하면 “목적지에 거의 다 왔습니다”라는 음성안내가 나온다. 문을 열고 내리면, 이용요금은 미리 등록해둔 카드로 자동 결제된다. 이 ‘택시’는 다시 다른 승객을 태우러 떠난다.

그런데, 이 차, 사람이 운전하는 것이 아니다. 운전석에 사람이 앉아 있긴 하지만, 핸들은 스스로 움직이고 깜빡이도 자동으로 켜진다. 이 차의 이름은 ‘웨이모 원’이다. 알파벳(구글의 자회사)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자회사 웨이모가 지난해 12월부터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 일부 지역에서 시행하고 있는 자율주행택시 서비스다.

이 장면은 웨이모 원 승객 중 한 명이 호출부터 탑승, 목적지 도착까지의 과정을 찍은 영상을 글로 옮긴 것이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이 자율주행택시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미리 틀어놓을 것이다. 좌석 각도도 나에게 딱 맞게 맞춰놓을 것이다. 자율주행차 기술이 좀 더 안정화하면 운전석에 형식적으로 앉아 있는 사람도 사라질 것이다. ‘기사 없는 택시’의 시대가 멀지 않은 곳에 와 있다. 


알파벳(구글의 자회사)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자회사 웨이모는 지난해 12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 일부 지역에서 자율주행택시 서비스, 웨이모 원을 시작했다. 운전석에 사람이 앉아 있긴 하지만 운전은 하지 않는다. 사진은 2016년 9월 미국 피츠버그에 있는 우버의 기술센터에서 기자가 자율주행 시험차량에 탑승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차 한 대 없이 현대차와 맞먹는 리프트

“우리는 영업을 해도 된다는 면허가 있는 거잖아요. 교육도 다 받고 자격도 있는데, 왜 면허도 없는 흰색번호판(자가용·렌터카가 이용하는 번호판)들이 영업을 하겠다는 거냐고. 안 그래요?”

최근 거리에서 부쩍 눈에 띄는, 기사가 포함된 렌터카 서비스 ‘타다’의 차량을 발견한 개인택시 기사가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법인택시 3년 무사고로 자격을 갖춘 뒤 1년 전 9100만원을 주고 개인택시 면허를 사들였다고 한다. 그는 “개인택시 면허값이야 부동산 시세처럼 오를 수도 있고 떨어질 수도 있는 것이니, 그건 개의치 않아요. 그런데 흰색번호판이 택시처럼 영업하는 것은 편의점 앞에서 노점상 여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요.”

이 택시기사의 말처럼 새로운 ‘모빌리티 기업’(이동 관련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등장은 기존 택시산업의 파이를 뺏어갈 수밖에 없다. 2014년 발간된 미국 샌프란시스코 교통당국의 보고서를 보면, 우버가 도입된 이후인 2012년 1월부터 2014년 8월까지 2년 반 동안 택시의 월평균 통행 수는 1400에서 700으로 반토막이 났다.(<월간교통> 2019년 2월호 재인용)

이런 상황 탓에 국내외에서 택시업계와 승차공유 업계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미국 뉴욕에서는 2017년 이후 택시기사 9명이 이 문제와 관련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프랑스, 스페인 등에선 택시기사 파업과 우버에 대한 시위가 잇달았고, 바르셀로나에선 승차공유 플랫폼을 사실상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가 생기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말부터 ‘카풀 갈등’이 본격화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 개시에 반대하며 택시기사 2명이 목숨을 끊고, 1명은 자살을 기도했다. 

하지만 이런 택시업계의 거센 반발과 희생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모빌리티 기업들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각) 우버에 이어 승차공유 플랫폼 업계 2위를 달리고 있는 리프트가 미국 나스닥에 상장됐다. 리프트의 공모가는 주당 72달러였다. 이날 리프트의 시가총액 222억달러(약 25조2400억원)는 세계 5대 자동차업체인 현대자동차(시가총액 25조5000억원)에 맞먹었다. 승차공유 1위 업체인 우버도 이달 안 상장을 앞두고 있다. 우버의 시가총액은 최대 1200억달러(약 136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는 현대차는 물론이고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3사인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크라이슬러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한 것보다 더 큰 것이다. 차량 한 대 보유하지 않고 단순히 중개만 하는 플랫폼 업체들이 세계 유수의 자동차 판매 업체들보다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세계 600여개 도시에서 영업하는 우버, 미국의 리프트 외에도 중국에는 디디추싱(기업가치 63조원 추산), 동남아에는 그랩(기업가치 6조8000억원 추산)이라는 거대한 승차공유 플랫폼 기업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 기업에는 투자가 끊이지 않고, 투자 때마다 기업가치는 올라간다.

국내에서도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적지 않았지만, 자가용을 통한 유상 운송행위를 금지하는 규제(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탓에 본격화하지는 못했다. 2013년 우버는 승차공유 서비스인 우버 엑스(X)를 한국에 출시했다가 검찰에 고발당했고,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다른 나라에서도 규제당국과 맞서며 성장한 우버지만, 한국에서는 결국 뿌리를 못 내리고 서비스를 접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모빌리티 서비스는 규제의 빈틈을 이용한 형태로 등장하고 있다. ‘출퇴근 목적에 한해 자가용 유상운송 행위를 허용한다’는 예외규정을 활용한 카풀 서비스(승차공유 가운데 목적지가 같은 사람만 태우는 것)가 대표적이다. 2014년 럭시라는 스타트업(지난해 2월 카카오가 인수)이 카풀 서비스를 처음 내놓았고, 2016년에는 ‘같은 길, 새로운 즐거움’을 내세운 풀러스가 등장했다. 그러나 출퇴근 목적의 카풀은 운전자와 동승자의 목적지가 유사해야 하는데, 운전자들이 자신의 일터와 관계없는 곳에 동승자를 내려주는 행태가 빈발하면서 택시업계의 반발을 불렀다.

규제의 빈틈을 이용한 또다른 서비스는 차량공유 업체 쏘카가 스타트업 브이씨엔씨(VCNC)를 인수해 내놓은 ‘타다’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타다는 “11인승 이상 승합차를 대여할 경우 기사 알선이 가능하다”는 법 조항에 근거해 출시됐다. 카니발 승합차를 이용하고 요금이 기존 택시보다 비싸다는 점을 제외하면 택시 호출 서비스와 큰 차이가 없다. 타다는 출범 6개월 만에 운행지역을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넓히고, 차량 운행대수도 800여대로 증가하는 등 성장세에 있다. 택시업계와의 협업을 통해 성장한 경우도 있다.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는 2015년 택시를 실시간 호출할 수 있는 카카오택시라는 앱을 내놓았다. 하지만 지난해 말 ‘카카오 카풀’ 시범서비스를 출시했다가 결국 택시업계와 등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달 29일 미국 뉴욕 나스닥에 상장한 승차공유 플랫폼 업체 리프트의 시가총액은 약 25조원에 이른다. 사진은 이날 뉴욕 타임스스퀘어 나스닥 전광판에 리프트 로고가 떠 있는 모습. EPA 연합뉴스바보야, 문제는 데이터야

“택시 호출 위치만 봐도, 어느 지역 상권이 뜨고 지는지 한눈에 볼 수 있어요. 주말엔 사람들이 어디에서 출발해 어디로 가는지, 출퇴근 시간엔 어떤 사람들이 움직이는지, 이동 경로까지 파악하면, 나중엔 물류의 흐름도 보여요.”(한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

기업들은 왜 택시업계의 거센 반발을 감수하면서, 규제당국의 매서운 눈총을 받으면서, 사회적 ‘분란’을 일으키면서 모빌리티 사업에 뛰어드는 것일까? 이 기업들에는 왜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일까. 더구나 이런 사업들은 흑자를 내기는커녕 해마다 큰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우버는 지난해 무려 18억달러(약 2조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리프트 역시 지난해 적자 규모가 9억달러(약 1조원)를 넘긴 상황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7년 163억원 매출에 당기순손실이 101억원을, 지난해엔 534억원의 매출에 당기순손실 184억원을 기록했다. 쏘카는 2017년 1121억원 매출에 23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데 이어, 지난해엔 1594억원 매출에 당기순손실이 무려 409억원에 달했다. 

이들 기업이 노리는 것은 단순히 기존의 택시 시장이 아니다. 택시 시장 너머의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 그림의 핵심 키워드는 ‘공유’ 그리고 ‘자율’이다. 즉 더 이상 개개인이 차량을 소유하지 않는 시대, 더 이상 사람이 차를 운전하지 않는 시대라는 비전이다. 2018년 국토교통부의 보도자료를 보면, 국내에서 차량 1대에 평균적으로 탑승한 인원은 2016년 기준 1.22명에 그친다. 나홀로 차량의 비율이 82.5%에 달한다. 보통 5명이 탈 수 있는 자동차에 한 명만 타고 움직이는 이런 비효율적인 차량 운행 탓에 교통체증과 환경오염이 늘어난다고 볼 수 있다. 모빌리티 기업들은 승차공유나 차량공유(공유차) 등을 통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 주차공간 등 사회적 자원의 낭비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터넷포털 다음의 창업자이자 현재 쏘카의 이재웅 대표는 “불필요한 차량 소유를 줄이고 공유 인프라를 만들어, 모빌리티 생태계를 효율화하는 것이 쏘카의 비전”이라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기업이 이런 사회적 가치만을 이유로 사업을 벌이진 않을 것이다. 이들이 모빌리티 사업을 지속하는 이유는 ‘이동’과 관련된 서비스가 택시 외에도 무한히 늘어날 수 있다는 점, 지금부터 플랫폼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데이터가 추후 사업 확장을 할 때 최고의 자산이 되리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국외의 모빌리티 기업들은 단순히 차량 호출 서비스만 하지 않는다. 이들은 하나의 플랫폼으로 이동과 관련된 모든 것을 연결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그랩은 차량 연결뿐만 아니라 음식배달 플랫폼 사업도 같이 하고 있다. 우버 역시 음식배달 서비스(우버 이츠), 화물 운송 서비스도 한다. 우버와 리프트는 전기자전거 공유업체, 스쿠터 공유업체를 인수하기도 했다.

트래비스 캘러닉 전 우버 최고경영자는 “우버는 라이프스타일과 물류가 교차하는 지점”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내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내비게이션의 목적지 등을 분석하면 이동 추이를 어느 정도 확인할 수는 있겠지만 이는 충분한 수준이 아니다.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풀러스의 서영우 대표는 지난해 12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택시-카풀 논란에서 타협책으로 거론됐던 ‘카풀 운행 하루 2회 제한’에 반대하는 이유로 ‘데이터의 단절’을 꼽았다. 그는 “데이터가 단절되면 서비스를 완성할 수 없고, 기업의 다양한 실험을 가로막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지금부터 쌓아올린 데이터는 ‘자율주행 시대’가 열리면 더 효용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우버 등 승차공유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들의 최종 목적은 차량 이동 경로, 탑승자의 이용 특성 등에 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자율주행차 시대에 최적의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술이 점점 발전해 자율주행차량의 안전성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면,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차를 소유하는 대신 빌려 탈 가능성이 높다. 즉 이동이 필요할 경우 자신의 출발지에 있는, 또는 자신의 출발지로 호출한 자율주행 공유차에 탄 뒤 목적지에서 돈을 내고 내리면 된다. 그 차는 알아서 다른 승객이 있는 곳으로 이동할 것이다. 도로 위에는 자가용보다 자율주행 공유차가 더 많이 달리게 될 것이다. 리프트의 창업자 존 지머는 2016년 “5년 이내 리프트의 차량 대부분은 자율주행차량으로 대체되고, 2025년엔 차량을 소유하는 시대는 사라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우버, 리프트 등 해외 승차공유 플랫폼 업체들은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자신들의 승차공유 서비스에 최적화된 자율주행차량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쏘카도 지난해 8월 자율주행 기술 스타트업 라이드플럭스에 투자했고, 카카오모빌리티도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플랫폼 업체가 자율주행 기술을 직접 개발하지 않고 자율주행차를 자동차 제조 업체로부터 구매해도 된다. 하지만 그 반대는 어렵다. 차량이 있다고 플랫폼 사업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한 관계자는 “고객들이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하는지 이동의 수요를 파악하고 그에 맞게 적절한 위치에 차량을 배치하는 것은 플랫폼을 운영해보지 못한 회사는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자율주행 시대에는 호출-배차-주차까지 모빌리티의 모든 영역에 대한 경험이 있는 회사가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4개 택시 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12월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카카오 카풀 반대 3차 집회'를 마친 뒤 마포대교를 통해 공덕오거리로 행진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영혼 없는 기사’에 대한 요구

이러한 시대가 열리면 사람의 역할과 지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최근 등장한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들에서 그 단초를 볼 수 있다.

이들 서비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영혼 없는 기사’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차량을 운행할 때 운전기사의 경험이나 판단을 거의 필요로 하지 않는다. 타다와 웨이고 블루(타고솔루션즈가 운영하는 중형택시 서비스) 모두 ‘강제배차’ 시스템이다. 승객이 호출한 지점 인근에 있는 차량이 자동으로 배차되는데, 택시기사는 이를 거부할 수 없다. 운전기사는 앱이 가라는 곳까지 간 뒤 승객이 타면 앱 지시에 따라 목적지까지 가서 내려주면 된다. 기존의 택시기사에게 요구됐던 것들이 길을 많이 알고 빠른 길을 찾아가는 것이었다면 이를 모두 앱이 대신해주는 셈이다. 지금 어디로 가면 손님이 많을지 생각하고 판단할 필요도 없다. 인공지능이 현재의 날씨, 각종 이벤트 일정 등을 분석해 승객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타다가 인기를 끄는 또다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승객에게 불필요한 말 걸지 않기’라는 내부 지침 때문이다. 일부 택시기사들이 하는 불쾌한 질문, 성희롱성 발언 때문에 승객들이 겪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웨이고 블루 역시 비슷한 지침을 세우고 서비스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업체 쪽에서는 ‘친절’이라고는 포장하지만 기사에게 친절 ‘마인드’보다는 규격화된 ‘매뉴얼’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말 기자가 탑승해 만난 웨이고 블루의 기사는 “법인택시 기사 생활을 3년 했는데,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어서 웨이고 블루 기사를 자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투입 전에 서비스 교육을 철저하게 받으면서 손님이 탑승할 때, 하차할 때 해야 하는 인사말을 외우느라 애를 먹었다. 손님들이 좋아하셔서 나도 기분이 좋긴 한데 아직도 어색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손님이 내릴 때는 “손님, 소지품 확인 부탁드립니다.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말하도록 교육을 받는다.

‘일자리의 질’ 역시 기존 택시기사보다 높다고 하기 어렵다. 전세계적으로 우버와 리프트 운전자들은 노동조건을 놓고 각종 분쟁을 벌이고 있다. 플랫폼 업체의 지시를 받고 플랫폼 업체가 정한 수준의 급여를 받지만 플랫폼이 고용한 노동자는 아니기 때문에 노동법 보호를 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급여와 노동조건에 대해 사실상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플랫폼의 책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추세다.

현재 등장한 모빌리티 서비스가 기사들의 ‘영혼’을 인공지능으로 대체하고 있다면, 향후 자율주행차량의 등장은 기사들의 ‘육체’도 필요 없게 만들 수 있다. 트래비스 캘러닉 우버 전 최고경영자는 자율주행 관련 논의 도중에 “우버의 서비스가 비싸게 생각되는 것은 고객 자신이 차를 타는 대가로 돈을 내야 할 뿐만 아니라, 차에 타고 있는 다른 사람(운전자)에 대해서도 비용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앞으로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기사에게 지급하는 돈이 사라지기 때문에 비용이 싸진다는 점을 내비친 것이다.

지난 1월22일 국회에서 열린 ‘택시와 플랫폼의 상생발전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기구 출범식’에서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맨 오른쪽)가 발언을 하고 있다. 대타협기구는 지난달 7일 카풀 시간 제한 등 합의안을 도출해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모빌리티 혁명? 모빌리티 재앙?

국내 택시업계와 카풀업체 사이에 고조됐던 ‘카풀 갈등’은 지난달 7일 정부, 여당, 택시업계, 카카오모빌리티가 참여한 이른바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일단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다. 양쪽은 출퇴근 시간으로 카풀 시간을 제한하고, 택시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하는 방안 등에 합의했다. 택시산업의 규제를 완화해 택시와 정보통신기술이 융합한 다양한 서비스가 출시되도록 한다는 것이 합의의 전제였다. 

소비자들의 다양한 수요에 따라 편안한 이동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숙제와 함께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 등장에 따라 플랫폼 노동자들이 양산되고 노동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하는 숙제가 주어진 셈이다. 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 시대가 도래했을 때 급속하게 사라질 수 있는 일자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시작해야 한다.

자율주행차량의 등장에 따른 ‘택시기사의 종말’이라는 문제는 이른바 ‘모빌리티 혁명’이라는 거대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의 휘발유차·경유차에서 전기차·수소차 시대로 넘어가면서 수많은 부품업체가 사라질 수 있다. 공유차가 확산되면 자동차 수요 자체가 줄어들어 완성차 업체, 카센터, 할부사, 보험사 등 자동차 관련 업체가 모두 위축될 수 있다. 현재 택시산업의 위기를 ‘남 일’이라고만 보기 힘든 이유다. 한쪽에서는 ‘모빌리티 혁명’이라고 불리는 변화가 다른 한쪽에는 ‘모빌리티 재앙’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어쩌면 최근의 카풀 갈등은 100번까지 있는 시험지에서 단지 1번 문제를 본 것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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