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제주 4.3사건 - '19금'으로 분류된 역사, 그럼에도 말해야 한다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1월5일 22시27분    조회:756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제주 이주 7년차, 아직도 말할 수 없는 금기어

[오마이뉴스 글:임병도, 편집:홍현진]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제주로 이주한 지 7년이 넘었다. 지금은 육지에서 제주로 이주한 사람들이 많아 사라졌지만, 아직도 제주 도민 중에는 '외지인'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내가 사는 송당은 제주 내에서도 산골 마을이라 종종 외지인이라는 말을 듣는다. '아이를 낳고 마을에 사는데도 왜 외지인이라 부르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 물음은 제주4.3사건을 알고 난 뒤에야 풀렸다.

'마지막 빨치산이 체포된 마을'

▲  집 마당에서 나온 탄피. 육지에서도 보기 힘든 탄피라 출처가 궁금했다.
ⓒ 임병도

2011년 마당 텃밭을 정리하다가 탄피를 발견했다. 마을 근처에 군부대도 없고, 한국전쟁을 겪지 않은 마을에서 탄피라니 참 신기했다. 탄피의 출처가 궁금했다. 찾아보니 이 탄피가 70년 전 제주를 공포에 몰아 넣은 제주 4.3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1957년 제주의 마지막 빨치산이었던 오원권이 송당리에서 체포됐다. 한국전쟁이 끝난 뒤에도 오원권은 귀순을 거부하고 버텼다. 토벌대의 회유와 압박에서 버티던 오원권은 고향인 송당리를 찾았다가 생포됐다.

"내가 산에 들어갈 때 8개월이었던 아들이 지금은 10살이 되었을 것이다. 빨리 보고 싶다. 부친은 지금 83세다. 부친을 모시고 아들놈하고 농사나 지어 나가면서 살게 되었으면 좋겠다." (오원권이 생포돼 조사를 받은 후 언론사 회견에서 남긴 말)

오원권의 고향이었던 '송당리 장기동'이 어딘지 궁금해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봤지만 대답을 회피했다. 중산간마을이었던 송당리는 1948년 군경토벌대에 의해 초토화됐다. 해변가로 강제 이주됐던 마을 사람들이 돌아왔어도 '장기동'은 재건되지 못했다. 마지막 빨치산의 고향이라 그랬다는 소문도 있었다.

'관광지마다 숨겨진 처절한 죽음의 흔적'

▲  다랑쉬오름에 있는 다랑쉬굴 안내문. 주민 11명이 군경 토벌대에 의해 희생된 현장이다.
ⓒ 임병도

송당 마을 주변에는 유독 오름이 많다. 특히 '다랑쉬오름'은 오름의 여왕이라고 불릴 정도 경관이 빼어나 많은 관광객이 찾아온다. 그러나 다랑쉬오름은 유골 11구가 발굴된 곳이기도 하다. 여자 3명과 아홉 살 어린이가 포함된 유골의 주인들은 구좌읍 종달리와 하도리 주민들이었다. 토벌대를 피해 다랑쉬굴에 숨었던 주민들은 군경이 굴 입구에 불을 피워 넣은 연기에 질식돼 하나둘씩 죽어갔다.

"돌 구석, 땅속에 코를 파묻고 죽어 있었던 사람들은 눈, 코, 귀에서 피가 나서 형편없었다. 하도리 주민 한 사람은 손톱이 없을 정도로 땅을 파던 모습 그대로 죽어 있었다" (다랑쉬굴에 있다가 가까스로 빠져나와 죽음을 면한 종달리 주민 채정옥씨 증언)

마을 곳곳에서 제주4.3사건의 흔적이 발견됐어도, 마을 사람은 결코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알려주지도 않았다. 수십 년이 지난 산골마을에서도 제주4.3사건은 금기어였다.

강정해군기지를 취재하면서 '육지 경찰'이라는 말을 들었다. 경찰이면 다 같은 경찰이지 육지 경찰은 뭐냐는 궁금증이 생겼다.

'주작으로 오해받은 제주 4.3사건' 

▲  영화 <지슬>의 한 장면
ⓒ 지슬

제주 4.3사건 당시 서북청년단은 '빨갱이는 모두 죽여라'는 이승만의 명령에 따라 제주에서 경찰로 활동했다. 육지에서 내려온 경찰(서북청년단)은 폭행과 강간, 무자비한 고문과 살인을 일삼았다. 제주도민에게는 '저승사자'였다. 아직도 육지 경찰은 제주도민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제주 4.3 사건을 다룬 영화 <지슬>에 보면 아편에 취해 광기를 벌이며 마을 주민을 무참히 학살하는 '김 상사'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아편에 취한 김 상사가 작전 나가는 부하들에게 "계집애도 하나 잡아와"라고 지시하는 장면도 나온다.

김 상사와 같은 인물이 제주 4.3사건에도 실존했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김 상사와 흡사한 탁성록은 청소년 구독 불가라고 할 정도로 끔찍한 강간과 고문, 살인을 저질렀다. 그나마 온라인 특성상 순화시켰지만, 너무 잔인해 '주작'(지어낸 이야기) 아니냐는 오해도 발생했다.

제주도민에게 육지 경찰은 '저승사자'이자 공포의 대상이다. 이런 트라우마는 여전히 제주에 남아 있다.

'부끄러운 역사라도 말해야 한다'

▲  기자의 아들이 제주 4.3평화공원에서 4.3사건의 도화선이 된 3.1발포사건을 읽고 있다.
ⓒ 임병도

얼마 전 tvN 예능프로그램 '알쓸신잡2'에서 제주 4.3사건을 언급했다. 예능프로그램에서 제주4.3사건을 말했다는 자체가 놀라웠다. 하지만 4.3사건의 배경이 됐던 3.1발포 사건은 나오지 않았다.

해방 이후 제주도는 극심한 실업난과 식량부족, 전염병 창궐로 도민의 삶이 극도로 나빴다. 그 와중에 경찰로 복귀한 친일 경찰들은 미 군정 관리들의 무능을 틈타 수탈과 폭력을 행사했다. 1947년 제주 북초등학고에서 있었던 3.1절 기념식에서 기마경관의 말에 어린아이가 다쳤다. 경찰은 처벌을 요구하던 도민을 향해 총을 발포해 초등학생을 포함해 6명을 죽였다. 이 사건 이후 제주 전역에서는 500명 이상이 검거됐고, 이듬해 4.3사건이 발생했다.

언론이 제주4.3을 다루는 방식은 두 가지이다. 제주4.3사건이 남로당 중앙당 지령 때문에 발생했다며, 단편적으로 '보수와 진보의 사상 대결'로 기사를 쓰거나 혹은 '아픈 역사'로 '화해'만을 강조한다.

기계적 중립으로 제주4.3사건을 보도해서는 안 된다. 정확하게 사건의 원인과 가해자를 알려줘야 한다. 그들을 처벌하기 위함이 아니다. 나중에라도 벌어질 무자비한 살육과 고문, 강간 등을 막기 위함이다. 아직도 극우 보수 중에는 '빨갱이는 죽여야 한다'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제주4.3사건은 오랜 세월 말할 수 없는 금서와도 같았다. 육지에서는 몰라서 알려주지 않았고, 제주에서는 죽을까 봐 말하지 않았다.

차마 입에 담기 부끄러운 역사라도 말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없는 19금으로 분류된다고 해도, 그날의 이야기는 있는 그대로 말해줘야 한다. 역사의 판단은 읽는 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제주4.3 바로 알기 프로젝트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79
  • 【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4일 오전 광주 북구 옛 광주교도소 북측 담장 인근에서 5·18기념재단 등이 중장비를 동원해 암매장 추정지 유해 발굴 작업을 하고 있다. 2017.11.04. hgryu77@newsis.com 【광주=뉴시스】 배동민 기자 = 1980년 5월 이후 37년 만에 옛 광주교도소에 대한 발굴 조사가 이뤄진 것은...
  • 2017-11-05
  • '조선통신사 기록물'·'조선왕실 어보'·'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은 등재 한국 보유 세계기록유산 16건으로 늘어 지난 25일 열린 일본군 위안부 정기 수요집회.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타이완 등 9개국이 공동으로 신청한 '일...
  • 2017-10-31
  • 안중근 장군 어머니 조마리아 개화·독립에 관심 있던 집안 국채보상운동 계기로 구국운동 대열에 뛰어들어   1907년 대한매일신보에 의연금 출연 사실 실리기도   안중근의 사형 앞두고 “비겁해져서는 안 된다” 아들의 마음 다잡게 해         ‘타인보다 지혜와 용...
  • 2017-10-23
  • 맨앞줄 왼쪽부터 이기백 합동참모의장, 심상우 국회의원, 함병춘 청와대 비서실장, 이계철 주 미얀마 한국 대사, 서상철 동력자원부 장관, 김동휘 상공부 장관, 이범석 외무부(현 외교부) 장관, 서석준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   1983년 10월 9일은 동남아·대양주 순방을 떠난 전두환 당시 대통령(86)이 첫...
  • 2017-10-09
  •   중국 하얼빈역에는 안중근의사기념관이 만들어져 있다. 기념관을 들어서면 유리창 너머로 거사 현장이 바로 보인다. 플랫폼 바닥에 현장임을 나타내는 삼각 표시가 선명하다. [사진 송의호]   1909년 10월 26일 세계의 이목은 중국 하얼빈으로 집중됐다. 안중근(安重根‧1879∼1910) 의사는 하얼빈역 플랫폼...
  • 2017-08-31
  •   영화 암살의 한 장면 지난 2015년 개봉해 1270만명 넘는 관객을 동원한 영화 ‘암살’에서 배우 전지현이 연기한 여성 독립운동가 남자현(1872∼1933) 선생의 후손이 대한민국 국민이 된다. 법무부는 일제강점기 국내외에서 일제에 항거하다 목숨을 바친 독립유공자들의 후손들 중 그동안 외국 국적으...
  • 2017-08-11
  • [미래&생명] 박상준의 과거창 한반도 최초 비행기 선보인 곳...용산연병장 최초의 여성 비행사는 박경원 아닌 ‘권기옥’ 한반도에서 비행한 최초의 비행기인 일본의 오토리호(1913년). 서울에스에프아카이브 제공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항공 노선은 어디일까? 2015년 기준으로 전 세계의 모...
  • 2017-08-07
  • 【베를린(독일)=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5일 오후(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가토우 공원묘지의 작곡가 윤이상 묘소를 찾아 고인의 제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2017.07.06. (사진=청와대 제공)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독일을 공식 방문 중인 김정숙 여사가 5일...
  • 2017-07-06
  • [한겨레] 88년 ‘5·11분석반’ 군서류 왜곡  “시민이 먼저 총격” 폭도로 몰고  “총검 진압” 상황일지 삭제 지시 보안사는 80년 5월21일 오후 공수부대의 광주 금남로 옛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를 자위권 행사로 정당화하려고, 전남 나주경찰서 반남지서 총기 탈취 ...
  • 2017-05-17
  • 윤태옥의 인문기행 (6 )·끝 - '무장투쟁의 현장' 만주 이토 히로부미 처단한 하얼빈역 역사 1층엔 안중근 의사 기념관  다롄의 뤼순감옥 사형장엔 '죽음에 이른 길' 남아있어 항일투쟁 자긍심 전해주는 봉오동·청산리 기념탑 ①하얼빈역의 안중근 의사 기념관. 만주는 뜨거운 땅이었다...
  • 2017-04-09
  •   ▲ 서울 중구 ‘안중근 의사 기념관’에서 시민들이 안중근 의사의 업적을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안중근 의사 서거 107주기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나는 천국에 가서도 또한 마땅히 우리나라의 회복을 위해 힘쓸 것이다.” 죽음의 문턱에서조차 오로지 나라의 안위만을...
  • 2017-03-26
  • 박종효 명예교수, ‘親日 밀정 외교문서’ 국내 첫 공개 “두만강 북쪽의 러시아, 중국 접경지역인 연해주는 일제강점기 항일 의병활동의 본거지였다. 일본은 이를 무력화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던 것 같다. 이번에 찾아낸 러시아 외교문서에 기록된 34명의 친일 한국인 밀정(密偵) 명단이 그 증거다. 봉...
  • 2017-02-28
  • (서울=연합뉴스) 곽명일 기자 = 북한에서 주민 사상교양의 교재로 활용하는 김일성 주석의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에 왜곡된 부분이 상당히 많다는 주장이 담긴 책 '김일성 평전'이 다음 달 출간된다. 사진은 중국 연변 조선족 출신 유순호(55)씨가 출판하는 '김일성 평전'. 2017.1.10 (서울=연합...
  • 2017-01-10
  • [64] 러시아 연해주에서 만난 잊힌 우국지사 최재형 안중근, 신채호, 이상설… 숱한 독립투사들 북적이던 러시아 연해주 군수품 납품으로 부자 된 함경도 노비 아들 최재형… 전 재산 털어 독립투쟁 주도 안중근과 국내진공작전… 안중근은 최재형 집 마당에서 사격 훈련 1920년 4월참변 때 가족들 만류...
  • 2016-12-28
  • 명성황후 사진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이번엔 풀릴까. 1895년 10월 8일 경복궁에서 피살된 비운의 명성황후. 장례식도 바로 열리지 못하고 2년 후인 1897년 11월 21~22일에야 열렸다. 그 장례식 소식을 전하는 118년 전 신문이 발굴됐다. 1898년 1월 9일자 미국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San Francisco Chronicle)&rsqu...
  • 2016-12-19
  • [시간의 눈]105년전 오늘 태어난, 이 땅의 최고무용가…피카소도 김일성도 팬이었던 여인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1938년 12월17일 파리에서 두 번째 큰 극장인 살르 플레엘에서 한국인 무용가라고 당당히 밝히며 한국 무용을 선보인 최승희는 “일본 뿐만 아니라 동양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무용가”라는...
  • 2016-11-25
‹처음  이전 1 2 3 4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