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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구석기인들, 우리들의 조상일까?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2월16일 10시58분    조회: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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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2개의 석기가 있습니다. 왼쪽은 경기도 연천 전곡리에서 나온 '주먹도끼'이고, 오른쪽은 전곡리에서 불과 23km 떨어진 포천 중리 늘거리에서 나온 '좀돌날'입니다. 언뜻 보면 그게 그거인 것 같은 돌 조각입니다.

전곡리 주먹도끼 (왼쪽,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포천 늘거리 좀돌날 (오른쪽, 사진=기호문화재연구원 제공)주먹도끼는 길이가 23.6cm로 꽤 큽니다. 1977년 한탄강변에서 데이트하던 미군 병사가 처음 발견했습니다. 돌 하나만 있으면 찢고, 자르고, 찍고, 땅을 파고 마음대로 할 수 있죠. 서양인들이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라며 유럽, 아프리카에만 난다고 잘난 척 했던 석기입니다. 하지만 한반도 중부에서 잇따라 발견되면서 인류사를 다시 써야 했습니다. "아시아에 아슐리안 주먹도끼가 있었다"고.

좀돌날은 '좀'이라는 수식어처럼 길이 5cm로 작습니다. '별거 아니네'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나뭇가지나 짐승 뼈에 몇 개씩 박아 끼우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인간의 손이 그만큼 확장된 겁니다. 주먹도끼로는 닿지 않았던 동물, 사람에 대한 공격도 가능해졌습니다. 슴베찌르개를 나무와 연결시켜 던질 경우, 사거리가 비약적으로 늘어납니다. 나중엔 화살촉으로 진화합니다.

나무에 촘촘히 박은 좀돌날나무에 끼운 슴베찌르개주먹도끼와 좀돌날, 이 두 석기는 만든 사람은 서로 다릅니다. 인종 정도의 차이가 아니라, 아예 인간 자체가 달랐습니다. 주먹도끼는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 좀돌날은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의 작품입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현생 인류의 조상이니 그렇다 치고, 호모 에렉투스가 한반도에 살았다? 이들은 뇌 크기가 우리보다 작고, 눈두덩이 툭 튀어나왔습니다. 좀 못 생겼죠. 학교 때 배운 베이징 원인이니, 자바 원인이니 하는 인간들입니다. 대략 200만년 전 아프리카를 떠난 뒤 중동을 거쳐 인도-동남아-중국, 그리고 한반도까지 들어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호모 에렉투스 (베이징인) (사진=전곡선사박물관 촬영)호모 에렉투스 (사진 중앙이 자바인) (사진=전곡선사박물관 촬영)임진강 한탄강변에서 주먹도끼를 휘두르던 호모 에렉투스는 우리의 조상일까요? 유물과 유적으로 볼 때 이들이 한반도에 도착한 것은 약 70만~100만년 전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땅에서 언제까지 생존했는지, 과연 우리에게 유전자를 물려줬는지 등등 지금으로선 알 길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결정적 열쇠라 할 인골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손가락뼈 한 조각이라도 남아 있으면 좋으련만 현존하는 용곡인, 만달인, 승리산인 같은 구석기인들은 애석하게도(?) 모두 호모 사피엔스들입니다.

한반도의 호모 사피엔스 (용곡인) (사진=전곡선사박물관 촬영)한반도의 호모 사피엔스 (만달인) (사진=전곡선사박물관 촬영)한반도에서 찾을 수 없다면 다른 곳에서 답을 찾아보죠. 고고 인류학자들은 2014년 이후 당초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에렉투스-사피엔스간의 이종 교배가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는 증거를 앞다투어 내놓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인을 제외한 현대인의 DNA에 에렉투스의 일종인 네안데르탈인 고유의 DNA가 1.5~2.1%까지 남아 있는 사실이 확인된 겁니다. 오세아니아 지역에서도 에렉투스 계열인 데니소바인의 흔적이 6%까지 발견됐습니다.

에렉투스-사피엔스간 교배가 언제, 어디서, 얼마나 길게 이뤄졌는지를 놓고는 설이 분분한 상황이니 '이것이 정설'이라고 소개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약 6만년 전 동부 지중해 지역에서 한번, 그리도 4만 5천년 전 동아시아에서도 한번 더 일어났을 것이라는 학설이 유력하게 제시되고 있습니다.

지난주엔 저명한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지에 우리의 조상인 사피엔스가 아프리카를 떠난 시기가 알려진 것보다 10만년 가량 이른 17만 7천년~19만 4천년 전으로 보인다는 논문이 실렸습니다. 에렉투스-사피엔스간 공존 기간이 예상보다 훨씬 길어져 지구 곳곳에서 유전적 결합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연구 상황을 종합하면 임진강 한탄강에 도착한 호모 사피엔스는 순도 100% 사피엔스가 아니라, 이미 에렉투스의 피가 섞여 있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일 겁니다. 즉, 한반도 들어오기까지 수십만 년에 걸친 여정을 거치면서 중동이나 아시아의 어느 지역에서 상당 기간 혼혈 과정을 거쳤다고 봐야 되는 거죠. 그런 면에서 주먹도끼를 휘두르던 에렉투스가 우리와 완벽하게 남남이라고 잘라 말하긴 어렵습니다.

사피엔스가 한반도에 도착한 뒤에도 먼저 터를 잡고 있던 에렉투스와 다시 조우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전곡선사박물관 김소영 학예사는 "전곡리의 경우, 30만년 전 에렉투스 유적에서부터 2만년 전 사피엔스의 유적이 죽 이어지고 있다"면서 "두 집단의 공존 가능성을 속단하긴 어렵지만, 사피엔스의 돌날석기 유적에서도 과거 에렉투스 계열의 찍개 같은 석기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곡리 구석기 발굴 현장 (사진=전곡선사박물관 제공)그럼, 에렉투스에 이어 2진으로 도착한 사피엔스는 우리의 직접 조상일까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이들의 인골에서 DNA를 추출해 우리와 비교하는 것이겠죠. 그러나 역시 애석하게도 한반도는 대부분 산성 토양이어서 인골이 쉽게 분해돼 시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그나마 찾아낸 용곡인, 만달인, 승리산인 유골에서도 현 기술로는 DNA 뽑아내기가 불가능한 실정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지난 1983년 청주 두루봉 동굴에서 발굴된 사피엔스의 대표 화석인 '흥수아이'마저 구석기 인골로 보기 어렵다는 문제 제기가 이뤄져 국내 고고학자들을 가슴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우리의 조상이 단일하지도, 순수하지도 않다는 점입니다. '이 무슨 불경스런 언사냐' 하시겠지만 엄연한 사실입니다. 2진으로 도착한 사피엔스만 하더라도 북쪽 화산지대뿐만 아니라 당시 육지였던 서해를 통해서도 들어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 후엔 시베리아 쪽에서 빗살무늬 신석기인, 다시 청동기, 철기를 거치면서 수많은 종족들이 바다와 육지, 남과 북을 통해 한반도로 이주했습니다. 이들은 때론 공생하고, 때론 적대적인 투쟁을 벌이면서 쉼 없는 혼혈 과정을 거쳤을 것입니다. 이들이 각각 우리에게 어느 정도나 유전적인 기여를 했는지, 그 구체적인 퍼즐을 풀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을 뿐입니다.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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