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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의 국운 가른 150년 전의 선택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4월18일 07시51분    조회: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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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가 2014년 7월 정치적 고향인 야마구치현을 찾아 메이지 유신의 주역인 다카스기 신사쿠의 묘지에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연합뉴스) 지금으로부터 150년 전인 1868년 4월 6일, 일본 메이지(明治) 천황은 교토(京都) 황궁의 정전인 시신덴(紫宸殿)에서 대신들을 거느리고 하늘과 땅의 신들에게 제사를 지내며 개혁을 천명하는 '5개조 어서문'(五箇條御誓文)을 발표했다. 메이지 유신이 선포된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막번(幕藩) 체제를 대신할 입헌군주국으로서의 기틀을 새로 짜는 개혁에 착수해 중앙집권제 채택, 행정기구 개편, 신분제 폐지, 사법제도 정비 등을 단행했다. 이와 함께 서양 사절단 파견, 선교사 허용, 학제 개편, 중앙은행 설립, 우편제도 도입, 전신망 구축, 철도 개통, 관영공장 신설, 징병령 공포, 육식 보급 등 부국강병을 위한 여러 조치에도 나섰다.

메이지 유신의 지향 목표는 탈아입구(脫亞入歐)란 말로 요약된다. 아시아에서 벗어나 유럽으로 진입하기 위해 모든 것을 서양식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메이지 유신의 토대를 만든 이른바 혁명 주체세력은 아이러니하게도 개국 당시에는 쇄국파였다. 처음 보는 증기선 함대의 위용에 놀라 온 나라가 발칵 뒤집힌 '흑선(黑船) 소동'을 겪으며 1854년 막부(幕府)가 천황과 상의하지도 않은 채 미국과 화친조약을 맺자 사쓰마(薩摩)번과 조슈(長州)번의 하급 무사들은 "신국(神國) 일본을 서양 오랑캐에 팔아버렸다"며 천황을 옹립하고 오랑캐를 물리치자는 존왕양이(尊王攘夷)를 내걸고 막부 타도 운동에 나섰다. 하지만 1863년 영국을 비롯한 서양 군대의 압도적인 무력 앞에 조슈번과 사쓰마번이 잇따라 무릎을 꿇으며 이들은 적극적인 개항파로 변신했다. 

메이지 천황을 앞세우고 막부를 무너뜨리려는 토막파(討幕派)는 막부를 돕는 좌막파(佐幕派)를 누르고 1867년 막부가 천황에게 국가통치권을 돌려주는 대정봉환(大政奉還), 즉 왕정복고에 성공했다. 이로써 가마쿠라(鎌倉)·무로마치(室町)·에도(江戶) 막부를 거치며 800년 동안 일본을 통치하던 쇼군의 시대가 끝나고 그동안 허수아비나 다름없던 천황이 명실상부한 최고 권력자가 됐다. 이듬해 일본은 본격적인 국가개조 프로젝트에 착수해 불과 10여 년 만에 열강에 진입했고 급기야 한반도를 병탄했다.

흥선대원군은 쇄국정책을 고집하며 곳곳에 척화비를 세우는 한편 서양의 군사 기술을 받아들여 서양식 화포를 개발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된 운현궁 화포와 보신각 터에서 발굴된 척화비. [연합뉴스 자료 사진]

일본이 환골탈태하며 근대국가를 향한 도약을 시작하던 바로 그때 대한해협 건너 조선에서는 해괴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미국인 탐험가 젱킨스의 자금 지원을 받은 독일 상인 오페르트는 증기선을 타고 중국 상하이를 떠나 1868년(고종 7년) 4월 18일 충청도 아산만의 행담도에 정박했다. 배에는 프랑스 선교사 페롱과 조선인 전주교도들도 타고 있었다. 오페르트는 2년 전에도 충청도에 상륙해 두 차례 통상을 요구하다가 돌아간 인물이었다. 작은 배로 갈아타고 삽교천을 거슬러 구만포에서 내린 오페르트 일당은 가야산에 묻힌 흥선대원군 아버지 남연군의 무덤을 파헤쳤으나 관이 두꺼운 석회로 덮여 있자 그대로 둔 채 도망쳤다.

이 사건은 상하이의 외국인 사이에서도 큰 물의를 일으켰다. 오페르트와 젱킨스는 불법파렴치죄 혐의로 미국이 주도한 영사재판에 회부됐으나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선고를 받았다. 나중에 오페르트는 독일로 소환돼 재판을 받고 옥살이를 했다. 오페르트는 조선인이 조상을 잘 모신다는 말을 듣고 남연군 시신을 미끼로 대원군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 조선과 통상조약을 맺으려 한 것으로 역사가들은 풀이한다. 이 사건으로 대원군은 서양인을 상종 못할 인간들로 여겨 빗장을 더욱 굳게 걸어 잠그는 한편 천주교인들이 오페르트를 꼬드기고 길 안내까지 했다고 여겨 천주교인을 한층 심하게 박해했다. 자식을 임금으로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명당 중의 명당을 골라 남연군 묘를 이장한 대원군이기에 분노와 원한은 크고 깊었을 것이다.

1876년 강화도조약이 체결된 강화도 연무당. 강화유수부 군사들의 조련장으로 쓰이던 곳이다. [시몽포토에이전시=연합뉴스 자료 사진]

조선은 결국 대원군이 실각한 지 3년 뒤인 1876년 일본과 강화도조약을 맺고 문호를 열기 시작한다. 일본은 미국 함대의 무력시위에 떠밀려 조약을 맺은 것을 그대로 본떠 운요호(雲楊號) 사건을 일으키며 조선에 불평등조약을 강요했다. 조선은 일본에 이어 미국·영국·독일·러시아·이탈리아·프랑스 등과 수교해 '은자(隱者)의 나라'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일본보다 22년 늦게 문을 연 탓에 훨씬 불리한 조건으로 조약을 체결해야 했고 식민지를 차지하려는 열강의 각축전도 불을 뿜는 상태여서 조선은 서양 문물을 배워 근대국가로 발돋움하기도 전에 분열과 혼란을 거듭하다가 국권을 빼앗기고 말았다. 

150년 전 쇄국과 개항의 선택은 조선과 일본의 국운을 갈라놓았다. 1852년생 동갑내기인 고종 황제와 메이지 천황의 운명도 망국 군주와 위대한 군주로 극명하게 갈렸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만약 150년 전 오늘 오페르트의 시신 탈취 기도가 성공해 대원군이 개항 요구를 받아들였다면 조선도 일본처럼 근대화에 성공할 수 있었을지 궁금해진다.

일본 자민당이 지난 3월 25일 개헌안을 발표하자 시민들이 도쿄 신주쿠역 앞에서 개헌과 아베 총리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자료 사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끄는 일본 자민당은 지난 3월 25일 헌법에 자위대의 근거를 명기하는 개헌안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아베 총리는 1월 22일 국회 신년 시정연설에서 150년 전 메이지 유신을 거듭 언급하며 개헌 의지를 천명했다. 그의 부친은 메이지 유신의 주역들을 낳은 조슈번, 지금의 야마구치(山口)현 출신이며 아베 총리도 이곳을 정치적 고향으로 여기며 지역구로 선택했다. 

2차대전 전범국 일본이 '정상국가' 복귀를 내세우며 군사대국의 길로 나아가는 가운데 한반도는 또다시 열강의 대결장으로 떠올랐다. 미국의 트럼프, 중국의 시진핑, 러시아의 푸틴, 일본의 아베 등 마초형 지도자들이 힘겨루기하는 와중에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할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반도 운전석에는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앉아 있다. 그는 대원군의 길을 걸을 것인가, 메이지 천황을 따라갈 것인가. 전 세계가 그의 선택을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다. (이희용 한민족센터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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