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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여행의 환상, 와장창 깨드립니다
2018년5월31일 08시37분    조회:455    추천:0    작성자: 최고관리자
[몽골 여행기 3] 당신에게 권하는 매혹적인 나라

[오마이뉴스 글:홍성식, 편집:이주영]

▲  몽골 초원에선 유목민의 이동식 천막인 게르와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 구창웅 제공

몽골을 여행하기 몇 해 전. 조그만 문예잡지의 청탁을 받아 '상상 속의 몽골'에 대해 짤막한 글을 쓴 적이 있다. 

직접 가보지 못한 몽골의 풍경은 황량함과 쓸쓸함, 그리고 한때 그 땅의 지배자이자 주인이었던 '정복자' 칭기즈칸의 이미지로만 다가왔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그 원고의 마지막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길들여져 고분고분한 야생마들은 더 이상 숨을 토해내며 먼 길을 떠나지 않는다. 정복자는 정복하는 방식을 잊어간다. 어지럼증에 휘청대며 늙어버린 땅을 훑는 황사. 광대한 제국은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만 떠도는 전설이 됐고, 언제나 부활의 약속은 아프다. 위성항법장치로 찾을 수 있는 황제의 무덤은 세상에 없다.'

아무 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이동식 천막이 펼쳐져 있고, 그 주위에서 양과 말이 뛰놀 것이라는 예측은 몽골의 관문인 칭기즈칸 국제공항에서 한 방에 깨져버렸다. 

환하게 빛나는 네온사인과 높이 솟은 빌딩들, 거기에 유목민의 전통의상이 아닌 고급 양복과 양장을 차려 입은 신사와 숙녀들이 수도 울란바토르를 당당히 오갔다. 한국의 여느 대도시와 다를 바 없는 저녁 풍경이었다.

도착해서 처음으로 밥을 먹은 식당도 깔끔하고 멋스럽게 장식된 곳이었다. 식기는 반짝반짝 빛이 났고, 디저트 역시 유럽 레스토랑에서 내놓아도 손색없을 맛있는 치즈케이크이었다. 특별히 비싼 식당을 선택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투구에 물을 끓여 말린 고기와 초원에 지천으로 널린 식용 채소를 데쳐 먹었다"는 풍문이 떠도는 13세기 몽골식 식사는 그저 관광객이 품을 법한 환상에 불과한 듯 보였다.

울란바토르는 그만큼 빠른 속도로 변해가고 있다. 풀이 자라는 곳으로 이동하며 유목생활을 하던 몽골 사람들 중 많은 숫자가 현대적인 도시 생활을 위해 정착한 지역이 바로 울란바토르다.

몽골은 두 가지 측면에서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첫째, 여행자의 상상과 생각 속에 존재하는 '낭만적이고 목가적인' 울란바토르는 없다는 것. 두 번째는 겨울과 여름의 풍광이 너무나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는 것. 이제 내가 보고 들은 몽골의 여름과 겨울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  어둠의 장막이 내리기 시작한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 구창웅 제공


▲  울란바토르 박물관에 전시된 몽골의 전통의상.
ⓒ 구창웅 제공


여긴 얼음으로 만들어진 나라일까... 몽골의 겨울

몽골의 겨울은 9월 하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때부터 찬바람이 불고, 일부 지역에선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는 풍문이 떠돈다. 추위가 한창인 1~2월의 평균기온은 영하 30도 안팎. 그 즈음에 칭기즈칸 국제공항에 도착했다는 친구의 말이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

"그날 체감온도가 영하 40도였지. 숨을 쉬면 콧속의 물기가 단박에 얼어서 처음엔 숨이 막히더라고. 옷 밖으로 나와 있는 손이나 귀가 얼마나 시린지…. 장난을 좋아하는 동행자 한 명이 으슥한 곳에서 소변을 봤는데 10초도 안 돼서 얼음으로 변했어."

얼마간의 과장이 섞여들었을 게 분명하다는 생각은 겨울철 몽골을 여행한 후 변했다. 친구는 거짓말을 한 게 아니었다.

1~2월의 울란바토르 거리는 10분 이상 걸어 다니기가 힘겨웠다. 불어오는 찬바람에 얼굴이 시리다 못해 아파왔다. 몽골이 '눈과 혹한의 나라' 러시아와 인접해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떠올랐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추운 나라에 사는 사람은 술을 잘 마신다'는 속설을 증명하는 이들이 몽골인들. 

식당이나 카페엔 맥주와 포도주 등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은 잘 보이지 않았고, 테이블을 채운 손님들 대부분이 독주인 보드카를 물처럼 마셨다. 물론 우리 일행에게도 때마다 보드카를 가득 채운 잔을 내밀었고.

낯선 술에 취해 호텔로 돌아가는 길. 눈보라 치는 거리에서 원나라 기병대를 형상화한 얼음 조각과 만났다. 말에 오른 옛날 군인을 깎아 세운 얼음 덩어리는 800년 세월을 뛰어넘어 현실적인 생동감으로 여행자를 압도했다.

이미 시간이 꽤 흐른 예전 일이지만 그날 몽골에서 겪은 겨울밤의 체험이 쉬이 잊히지 않는다. 뜨거운 보드카와 차가운 얼음 조각으로 새겨 넣은 투명하고 날카로운 울란바토르의 영상. 그리고 맵찬 바람에 몸과 마음이 동시에 움츠러들던 기억.

▲  테렐지 국립공원에서 여름날 낭만을 즐기는 여행자들과 몽골인들.
ⓒ 구창웅 제공


▲  깎아지른 바위산 아래 위치한 몽골의 전통사원.
ⓒ 구창웅 제공


▲  몽골 관광지에서는 말에 오른 관광객들을 자주 보게 된다.
ⓒ 구창웅 제공


저토록 푸른 하늘은 신(神)의 선물... 몽골의 여름

6월부터 8월은 몽골 여행의 성수기다. 항공권 가격은 치솟고 유명 관광지엔 사람들이 넘쳐난다. 그러나 인기가 높은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 여름의 몽골은 일단 관광객들의 눈을 행복하게 해준다. 

울란바토르 시내에서 차를 타고 1시간 정도만 벗어나면 동화책에나 등장할 듯한 새파란 초원이 일상에 지친 이들을 반겨주고, 올려다보는 하늘은 청옥의 색채로 빛난다. "저 푸른빛은 분명 신이 만들어냈을 것"이란 감탄이 절로 나온다. 무신론자인 나 역시 그랬으니까.

그 아름다움과 놀라움의 한가운데 자리한 것이 바로 테렐지 국립공원(Gorkhi-TereljNational Park)이다. 드넓은 풀밭과 맑은 물 흐르는 협곡, 웅장한 산맥과 기묘한 형상의 바위들까지 두루 갖추고 여행자들을 반기는 곳.

1933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그곳은 여름이면 매혹적인 자연환경을 보러 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몽골 아이들은 시원한 냇가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누구나 잠깐의 안전교육만 받으면 승마 체험도 즐길 수 있다. 물론 게르에서의 캠핑도 가능하다.

평화로운 테렐지 국립공원을 유유자적 돌아다니다 보면 조선시대 단원의 산수화(山水?)를 보고 있다는 착각에 빠질 정도다. 그만큼 매력이 넘친다는 이야기. 

트래킹과 말 타기, 여기에 에델바이스를 비롯한 아름다운 야생화를 보며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넘치는 공간이 도심에서 겨우 50km 거리에 있다는 건 축복에 가까운 일이 아닐까. 여름에 몽골을 여행한 이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죽기 전에 꼭 한 번은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라고. 그 말이 입에 발린 레토릭처럼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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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북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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