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재한조선족성공시대] (24) '이주여성의 맏언니' 안순화 씨
조글로미디어(ZOGLO) 2016년11월28일 09시00분    조회:7286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인물이름 : 안순화
다문화 지원단체 '생각나무 BB센터' 상임대표…소외된 이웃 위한 헌신 외길
'서울시 명예의 전당' 조선족 유일 입성 "다문화 자녀 이중언어 인재로 키울 것"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서울 지하철 시청역에서 지하통로를 걷다 보면 '서울시 명예의 전당'이 나온다. 소외 이웃을 돕는 데 헌신한 시민 10명을 선정해 동판 부조상을 나란히 새겨넣은 공간으로 지난달 제막했다.

100명이 넘는 후보 가운데 꼼꼼한 심사를 거쳐 '서울의 얼굴'로 뽑힌 시민 중에는 결혼이주여성도 한 명 포함됐다. 조선족 출신인 안순화(51) 씨.

그는 지난 25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명예의 전당'에 내 얼굴이 새겨진 걸 보니 뿌듯했다"면서도 "지금까지 한 일보다 앞으로 할 일이 더 많다는 생각에 오히려 책임감이 커졌다"며 말문을 열었다.

흔히 말하는 '성공'으로 보기엔 돈을 많이 번 것도, 고위직에 오른 것도 아니지만 안씨가 걸어온 길을 보면 맨손으로 시작해 화려한 수상 경력을 쌓은 '반전 드라마'가 펼쳐진다.

실제로 그가 한국에 처음 온 2003년 서울은 말 그대로 '낯선 땅'일 뿐이었다. 한국말도 거의 하지 못했고, 아는 사람도 한국인 남편 말고는 없었다.

"고향인 중국 하얼빈에서 한족 학교에 다녔거든요. 어릴 때부터 중국말만 하면서 컸죠. 부모님은 늘 '민족의 말'을 배우라고 강조하셨지만 그냥 흘려들었어요. 그땐 한국인과 결혼해 한국에 가서 살게 될 줄 꿈에도 몰랐으니까요."


다문화 지원 단체인 '생각나무 BB센터' 안순화(51) 대표.

안 씨는 오로지 독학으로 한국어를 깨우쳤다. 닥치는 대로 TV 드라마를 보면서 회화를 배우고, 길에서 나눠주는 광고 전단을 따라 쓰며 글자를 익혔다. 이때 "언어의 소중함을 온몸으로 깨달았다"고 한다.

2006년 여성부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에서 중국어 상담원으로 일하기 시작한 것도 당시 경험이 계기가 됐다.

"그땐 한국에 온 결혼이주여성 중에 한국어 교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도 많았어요. 저하고 비슷한 상황인 거죠. '후배'인 이주여성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서 중한(中韓)사전을 들춰가며 통번역에 매달렸습니다. 언어의 장벽에 부딪혀 남편이나 시댁과 불화를 겪어야 한다면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그가 본격적으로 이중언어 강사로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09년이다. 이주여성 4명과 함께 매주 토요일 공부방을 연 것을 모태로 '생각나무 BB센터'를 세웠다. 7년째인 올해 강사는 20여 명, 누적 회원은 1천여 명에 달하는 눈부신 성장을 거뒀다.

"처음엔 다문화 가정 자녀에게 '엄마 나라의 말'을 가르치자는 생각에서 출발했죠. 아이들이 엄마의 모국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구사해 한국 사회에서 이중언어 인재로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 또 엄마의 모국을 이해하게 되면서 사춘기에 겪을 정체성 고민도 줄어들 수 있고요. 공부방에 다녀간 아이들이 엄마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모습을 볼 때마다 큰 보람을 느낍니다."

'생각나무 BB센터'는 '이중언어와 이중문화를 토대로 풍성한 생각이 열리는 나무'를 뜻한다고 한다. 단체명의 BB는 'Bilingual'(이중언어)과 'Bicultural'(이중문화)의 이니셜이다. 안 씨는 상임대표로 센터를 이끌며 이중언어 교재 개발, 여성 창업 지원, 다문화 인식 개선 교육, 글로벌 전통문화 공연 등을 아우르는 단체로 키웠다.

11년째 한 길을 걷는 안 씨의 뚝심은 각계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14년 이주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서울시 봉사상' 대상을 받은 것을 포함해 2013년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상', 2015년 '세계인의 날' 법무부 장관상 등 민관을 넘나드는 수상 목록을 쌓았다.

하지만 봉사에 대한 욕심 때문에 정작 자신의 시간을 갖지 못해 모든 걸 그만두고 싶은 적도 많았다고 한다.

"하루에 두세 시간을 잘 때도 잦았어요. 낮에는 다문화 강연을 하고, 밤에는 여성가족부 다문화가족위원회, 서울시 외국인주민대표자회의, 선거연수원의 외국인 선거 강의 등을 준비하느라 뜬눈으로 보내는 날도 많죠. 중국에서 대학 시절 경영학을 전공했는데, 가끔은 '이렇게 무역업을 했으면 벌써 부자가 됐을 텐데' 하는 생각도 해요."

안 씨는 그러면서도 "한국에 와서 돈보다도 사람을 얻었다고 생각한다"면서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센터로 찾아오는 다문화 이웃들을 보면 '이 공간을 어떻게 해서든 지켜야겠다'고 다짐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안 씨를 만나러 찾아간 중화동의 센터 사무실에서는 중국, 동남아 출신 이주여성들의 발길이 북적였다. 이들은 책상에 앉아 한국어를 공부하기도 했고,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안 씨는 "센터 운영비를 회원들의 자발적 회비로 충당하는 터라 매달 월세를 내기에도 빠듯한 상황"이라며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 이주민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무궁무진한 만큼 각계에서도 관심을 보내주시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센터를 나서는데 문틈 사이로 안 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국어를 배우러 온 이주여성의 질문에 답을 하는 듯했다. "이 문장 말이죠? '괜찮습니다'. 발음이 어렵죠? '괜.찮.습.니.다'"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2
  • 김계영 中 선양시조선족요식협회 초대회장23일 중국 선양시조선족요식협회 초대회장에 당선된 김계영 씨. [김인국 제공]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김인국 월드옥타 명예기자(선양) = 중국 선양시 조선족 요식업협회가 23일 첫 회원대회를 열고 창립됐다. 창립식에는 선양시 조선족련의회, 조선족기업가협회, 세...
  • 2019-08-24
  • 오상시벼협회 회장 리수철     리수철 회장이 푸른 논밭을 바라보며 풍년을 기원하고 있다.    /한동현 기자   (흑룡강신문=하얼빈) 리수봉 기자= 리수철 농민은 흑룡강성과학기술협회, 흑룡강성텔레비전방송국에서 주최한 ‘흑룡강성 10대 농업기술협회(농기협)선두주자’평의활동에...
  • 2019-07-18
  • 전정혁 심양항일역사자료전시관장 “자전거 타고 시골마을 돌며 독립군가 채록했어요” 90년대 채록한 노래들로 책도 펴내··· ‘독립군용진가’를 차 안에서 구성지게 부르기도 전정혁 심양항일역사자료전시관장 버스가 통화(通化) 유하(柳河)현 삼원포(三源浦)를 떠나 광화(光華...
  • 2019-07-14
  • 춘흥촌 신경혁서기가 꿈구는‘영화기지+군중 연기자+배당금’식 농촌체험 관광마을 연길시 의란진 춘흥촌 당지부 신경혁서기 거주 촌민 500명에 절대 다수(75%)가 조선족인 마을ㅡ연길시 의란진 춘흥촌은 수식어가 많다. 선후로 연변주 10대 아름다운 향촌, 길림성 아름다운 향촌, 중국 아름다운 레저향촌,...
  • 2019-06-11
  • 연변지체장애인협회 리춘자 주석의 이야기   취재차 기차역전 부근의 연변지체장애인협회를 찾아서 입구에 이르니 노래소리와 기합소리가 울려나오고 있었다. 조용히 앉아 독서를 하거나 수공예작품을 만들고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협회에 모인 여러 장애인들은 흥겹게 노래를 부르거나 배구를 치는 사람들이 ...
  • 2019-06-06
  •               연변조선족전통음식협회 김순옥 회장   연변조선족전통음식협회 김순옥 회장은 이 협회의 발기인이다. 그는 연변지역을 중심으로 한 200개 회원사들과 함께 우리 음식의 대중화를추진하고 있으며 연변조선족자치주정부로부터 여러차례 선진사회단체, 우수사업자로 표창...
  • 2019-05-30
  • 1. 이름도 없이 이 세상을 살면서   1943년 음력 2월2일, 룡이 겨울잠에서 깨여나 고개를 든다는 ‘룡대두(龙抬头)’날 황유복 교수는 길림성 영길현 쌍하진 부근의 신농장에서 유복자로 태여났다.   항일단체 지원을 책임졌던 아버지가 일제한테 살해되여 아버지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유복자로 태여난 황유...
  • 2019-04-10
  • 일본조선족문화교류협회 장호 회장과의 인터뷰     세계 어느 곳에 있든지 ‘아리랑’으로 마음의 화합을 이루는 우리 민족, 그 문화에 자부심을 느끼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우리만의 것’이 있기 때문이다. 지심(地心) 속 따뜻함과도 같은 존재, 페부로...
  • 2019-03-22
  •       재한동포총연합회 김숙자 회장  “지난 20여년간 한국인이 중국동포에 갖는 시선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 더 많은 소통이 필요합니다.”   ▲ 김숙자 재한동포총연합회 회장     김숙자(63) 재한동포총연합회 회장은 11일 서울신문과 만나 중국동포에 대한 한국 사회의 편견...
  • 2018-11-14
  •                (흑룡강신문=칭다오)박영만 기자=24년의 강의 경력에 성공학, 인간관계학, 재능개발학, 금융학을 정통한 외에 의학, 심리학, 마케팅, 스피치, 효경, 도덕경, 황제내경, 에너지, 풍수, 성명학, 성격분석, 오행학 등 많은 분야를 섭렵한 조은도 강사, 올해 나이는 4...
  • 2018-09-21
‹처음  이전 1 2 3 4 5 6 7 8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