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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m 추락해 숨진 2명 노동자,그들에겐 무슨일 있었나
조글로미디어(ZOGLO) 2016년2월24일 09시06분    조회: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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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화력발전소
설계부실, 안전관리 미흡...예고된 참사

60m 높이의 건설 현장에서 추락해 사망한 노동자들의 사고 이면에는 부실한 설계와 안전관리인력의 부재, 사고 후 의료조치 미흡 등의 문제점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8일 충남 태안군 원북면 방갈리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이송설비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중이던 플랜트 노동자 2명이 60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공사를 하고 있던 노동자 고모(35)씨는 현장에서 숨졌고 김모(44)씨는 인근 태안의료원으로 후송되어 병원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

사망한 김씨는 아내와 6살 난 딸, 이제 돌을 앞둔 아들의 가장이었고 고씨는 조부모가 일제강점기에 중국으로 이주해 그곳에서 살다가 최근 민사재판을 통해 한국국적을 회복한 중국 동포 출신이었다. 유가족들은 아직 두 사람의 장례를 치르지 않고 있다.

 
태안화력발전소 사고 현장ⓒ제공 : 플랜트노조 충남지부

60m 아래로 추락한 노동자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나

추락 사고는 두개의 발전소 사이에 석탄이송 통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석탄이송통로는 60m 높이의 두 발전소 상부를 연결한다. 통로 안에는 컨베이어벨트가 설치되고 설치된 벨트를 통해 석탄이 운송되는 시스템이다.

통로 바닥은 철제·콘크리트 구조물로 석탄과 컨베이어벨트의 하중을 이길 수 있도록 시공된다. 갤러리라고 불리는 철제 구조물은 지상에서 아연 강판과 H빔을 용접해 완성하고 이를 크레인으로 들어 올려 건물과 건물 사이에 고정시킨다. 고정이 완료되면 철제 구조물 위에 콘크리트를 부어 강도를 더한다.

사고는 이 철제 구조물이 콘크리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휘어지면서 발생했다. 사고 당시 현장 사진을 보면 H빔 사이에 아연 철판이 아래로 휘어지면서 발생한 구멍을 통해 노동자들이 추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고를 수사하고 있는 서산경찰서 형사과 관계자는 “아연강판과 H빔의 용접이 제대로 되었는지, 설계도에 맞는 강판을 쓴 것인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면서 “현재 설계도면 등 시공 내용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식을 의뢰한 상태”라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현장에서 시공을 맡았던 에스아이테크 최모 현장소장은 “갤러리의 H빔 보강 지지가 보통 3.3m당 한 개씩 가로로 들어가는데 이번 석탄통로에는 5.5m당 한 개씩 이었다”면서 “설계에서 하중 계산법은 모르지만 경험상 콘크리트 하중을 못 이겨서 붕괴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플랜트 노동조합 충남지부 김형주 노동안전부장 역시 “갤러리 하부의 철판이 콘크리트의 하중을 못 이겼다는 건 설계구조상 보강이 미흡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콘크리트를 붓는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다고 해도 (설계미흡 때문에) 컨베이어 벨트를 설치하고 석탄을 이송시키는 과정에서 무너졌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어차피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석탄이송 통로 공사는 발전소에서 발주하고 현대삼호중공업에서 설계를 담당했다. 에스아이테크는 현대삼호중공업에서 시공 하청을 받아 설계도면대로 공사를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설계를 담당했던 현대삼호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사실 관계를 파악중"이라고 말했다.

콘크리트 타설 전문가 “현장에 없었다”, 경찰 “안전관리 부실 여부 수사중”

사고 발생 당시 공사현장에는 콘크리트 타설 전문 기술자가 없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공장 설비 등을 담당하는 플랜트 작업의 특성상 토목·건설 등의 타설 전문가가 현장을 감독 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플랜트 노조 관계자는 “에스아이테크는 플랜트 업체라서 토목·건축 기술자를 따로 불렀어야 한다”면서 “인건비 절감을 위해 기존 플랜트 노동자들에게 타설을 시킨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장에서 안전을 감독하고 관리해야 할 전문 인력 역시 부족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 1997년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명예산업안전감독관’제도가 도입됐지만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장관은 산업재해 예방활동에 대한 참여와 지원을 촉진하기 위하여 근로자, 근로자단체, 사업주단체 및 산업재해 예방 관련 전문단체에 소속된 자 중에서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을 위촉할 수 있다.(제61조의2제1항)’고 규정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에 따라 명예산업안전감독관으로 위촉되면 ▲사업장에서 하는 자체점검 및 근로감독관이 하는 사업장 감독 참여▲산업재해 예방계획 수립 참여 및 기계·기구 자체검사 입회▲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있는 경우 사업주에 대한 개선 요청 및 감독기관에의 신고▲산업재해 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사업주에 대한 작업중지 요청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 공사 현장에서는 이같은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인 한 플랜트 노조 관계자는 “(명예산업안전감독관제도는)고용노동부에서 지정을 해도 실질적으로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지도 관리할 자격은 있어도 업체 측에서 전혀 안 해 준다”며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고 직후 노동부 근로감독관과 현장출입을 시도 했지만 발전소 측에서 출입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역시 안전관리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 사건을 수사중인 서산경찰서 관계자는 "사고 당시 에스아이테크 작업반장과 현장소장 등을 1명씩 소환할 계획"이라며 "현대삼호중공업이나 태안화력발전 역시 안전관리에 문제가 있었는지 확인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러 부분을 고려해 안전사고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며 "시공사와 설계사 관계자들은 현장에서 작업 지시를 내려왔기 때문에 책임을 면할 순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추락 사고 후 이송 조치 제대로 진행 됐나

노조에 따르면 18일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응급조치에도 미흡한 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추락 사고가 발생하자 태안화력발전소 내 구급차가 출동했다. 구급차에는 간호원 한명과 구급대원 한명이 타고 있었으며 현장에 도착한 이들은 노동자들과 함께 들것을 이용해 부상자를 이송했다. 사고 발생지점에서부터 차량이 도착한 지점까지는 약 30m 가량 떨어져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구급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응급조치에 대한 전문적인 이해가 없는 현장 노동자들이 이송을 하는 과정에서 부상이 더 악화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에스아이테크 현장소장 최모씨는 “당시 현장에 간호사 1명과 구급대원 1명이 출동했다”며 “간호사는 의식이 없는 고모씨를 응급조치하느라 현장에 남고, 나머지 구급대원이 ‘자신은 응급처치를 해야 하니 운전을 해달라라’고 해서 태안의료원까지 직접 구급차를 몰았다”고 말했다.

한편 수사에는 고용노동부 소속 근로감독관이 함께 참여하고 있으며 공사 과정에서 부실시공, 안전 관리감독 등에서 불법여부가 확인될 경우 사법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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